캐드펠 수도사(Brother Cadfael)

 

 12세기, 세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이해를 돕기 위해 한반도를 예로 들자면 고려시대 중반으로 묘청의 난, 무신의 난이 벌어졌으며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집필하던 시기였다. 지구 반대편인 영국에서는 과학적인 도구도 없이 기묘한 사건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노련한 수도사가 한 사람 있었으니 그가 바로 캐드펠 수도사이다.

 

 

약초 창고에서 명상중인 캐드펠 수도사.

 

  베네딕트 수도원 소속의 수사인 캐드펠은 명민한 두뇌와 파란만장한 과거를 숨긴, 겉으로 보기엔 느긋하게 약초를 재배하는 조용한 50대 후반의 노인이다. 웨일즈 출신 귀족의 아들인 그는 첫 번째 십자군 전쟁에 참가해 예루살렘 탈환의 현장에도 있었으며, 또한 10여 년 간 선장으로서 팔레스타인 연안 경비를 맡아 이슬람의 해적과도 싸웠다. 선원 시절의 유일한 흔적은 그가 걸을 때 양쪽으로 어깨를 흔드는 버릇이다. 40대의 나이로 고국에 돌아온 그는 평온한 삶을 찾아 수도원으로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조용하지 않던 세상은 그를 평온하게 내버려두지 않아, 당시로서는 기괴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과 마주치게 한다.


  그는 오랜 기간 이교도의 땅에 머무르며 쌓은 다양한 경험에 수도원에서 쌓은 지식을 동시에 가진 덕택에 다른 수도사들이 갖지 못한 넓은 시야와 판단력, 그리고 그 판단을 즉시 실천에 옮기는 행동력을 가졌다. 그의 독특한 사고방식은 때로 부 수도원장에게서 이단(異端)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을 정도.

 

 

'수도사의 두건'(호주판) 표지

 

  그의 유일한 자랑거리라면 15년간 애지중지 보살펴 온 약초 농장. 젊은 시절 세계 각지를 방랑하며 모은 진귀한 약초들을 재배해 새로운 묘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항상 진지한 그에게도 장난꾸러기 같은 습관이 하나 있다. 미사 후에 벌어지는 지루한 회의 도중 기둥 뒤에 교묘히 숨어 잠자는 것. 그러다가도 누군가 질문을 하면 태연히 대답을 하는 재주는 수도원의 누구도 모르고 있는 비밀이다.


  캐드펠에게는 30세 이상의 나이 차이를 초월한 진실한 협력자가 있다. 시리즈 제2작 <99번째 주검>에 처음 등장한 슈롭셔의 행정관인 휴 버링가라는 사나이로, 냉소적이기도 하지만 날카로운 판단력과 용기를 가진 인물이다. 한때 캐드펠 수도사와 머리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그런 과정에서 서로의 역량에 감탄한 후 의기투합하게 되어, 서로간에 모든 것을 아끼지 않는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버링가의 아들 이름인 자일즈는 다름아닌 캐드펠 수도사가 지어준 것이다.


  이외에도 캐드펠에게 협력적인 라덜퍼스 수도원장, 차기 수도원장을 노리는 야심가 로버트 부원장, 실존 인물인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의 맛을 더해준다.

 

저자 엘리스 피터스와 캐드펠 수도사 역의 데릭 재코비


 캐드펠 시리즈는 수수께끼 풀이형 미스터리로서의 요소도 충분히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사이의 왕권 쟁탈 다툼 때문에 소란하던 무렵의 인간 군상 묘사도 또다른 볼거리이다. 게다가 실존 인물의 등장도 잦기 때문에 중세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과도 같은 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캐드펠 시리즈 중 장편은 시기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순서대로 읽는 것이 넓은 흐름을 보는데 편리하지만 독립된 작품으로 생각하고 읽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포츠투데이 2000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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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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