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 경감(Inspector Morse)

 

현대 영국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점수를 매기거나 기록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가 '1등'이라고 결정하긴 어렵지만, 아마도 모스 경감을 가장 상위권에 놓아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영국의 작품이 좀처럼 소개되지 않은 편이라 그의 이름은 생소한 편이겠지만, 90년 영국 추리작가협회의 '가장 좋아하는 탐정' 투표에서 전설적인 영웅 셜록 홈즈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기록 하나만으로도 대충 인기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존 소우가 연기한 모스 경감

 

흰색의 머리숱이 적어지는 것에 무척 신경 쓰는 중년의 독신 사나이인 그의 직함은 영국 옥스퍼드주 템즈 밸리 경찰서의 주임경감이다. 그의 이름은 1975년 ‘우드스톡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에 처음 등장한 이래 한동안 ‘E’라는 머리글자로만 표시되어 오다가 20여년이 지난 1996년 ‘죽음은 나의 이웃’에서 ‘엔데버’라고 밝혀진다. 여기까지가 그의 표면적인 모습인데, 성격 면으로 들어가면 여타 미스터리 작품 속의 주인공들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 퉁명스럽고 까다로운 데다가 우울하기까지 해서 영웅적인 모습이 보이기는커녕 도무지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쉽게 들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불완전한’, 그렇지만 결코 악하지는 않은 그의 성격은 인간다운 모습을 느끼게 해주면서 오히려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취미로 크로스워드 퍼즐(십자말풀이)를 즐기는가 하면 고전 음악, 특히 바그너의 작품을 좋아한다. 머리가 복잡할 때면 음악 연주를 들으며 공상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 사건에 대한 상상력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그러나 그의 취미가 모두 고상한 것만은 아니다. 술을 좋아하는데다가 금연 구역이 늘어나는 것에 분개하는 애연가이기도 하다. 또한 때때로 스트립쇼 구경을 즐기며, 사건에 관계된 매력적인 여인에게 자주 반하기도 하지만 결혼을 할 만큼의 관계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그의 수사 방법은 독특한 편. 남들이 보기에는 필요 이상으로 사건을 복잡하게 생각하기도 하며, 때로는 직감적 추리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교과서적인 수사방법을 지향하는 그의 부하 루이스 형사부장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실종사건이라는 보고가 들어오더라도 모스 경감은 살인사건으로 여길 정도. 두 사람은 수사방법의 차이 때문에 가끔 충돌이 생기는데, 루이스가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한마디가 모스 경감의 상상력을 자극할 때도 많다-이럴 때 모스 경감은 그로서는 최고의 찬사를 던진다. “루이스, 자넨 천재야!”

  

모스 경감과 루이스 형사부장

 모스 경감이 등장하는 작품은 현대판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난해한-그렇지만 현실적인-사건을 제시하고 독자에게 정보를 하나 하나 제공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씩 진상에 접근하는 방식은 영국 본격 추리소설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이어나가는 것이다. 또한 두세 차례 거듭되는 반전은 독자들을 자극시킨다. 또한 홈즈와 왓슨 콤비와는 달리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성격의 모스 경감과 루이스 부장의 콤비 역시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2000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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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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