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아처(Lew Archer)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계보를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언급되는 세 명의 탐정이 있다. 등장하는 순서대로 따져보면 앞의 두 명은 예전에 소개한 바 있는 샘 스페이드(작가-대쉴 해밋)와 필립 말로(작가-레이먼드 챈들러),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루 아처가 바로 세 번째 인물이다.


아처의 모습을 단순히 표현하자면 ‘대단히 평범하고 단순하지만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울한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루 아처가 처음 등장한 <움직이는 타겟>(작가의 이름이 로스 맥도널드가 아닌 존 맥도널드로 되어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사립탐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아처의 신상명세는 다음과 같다. 본명은 루이스 A. 아처. 1913년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태어났으며, 경찰학교를 졸업한 뒤 경찰관으로 약 2년간 근무했지만 타성과 부패를 참지 못해 사표를 던지고 사립탐정사무소를 개업했다. 2차 대전 중에는 군 정보부에서 일했으며, 전쟁이 끝난 후 다시 사립탐정 업무에 복귀한다. 한 차례 결혼했으나 성격 차이로 이혼하고 작은 아파트에서 독신으로 살고 있다.


검은 머리, 푸른 눈에 185㎝,86㎏의 나름대로 당당한 체격을 가졌지만 아처는 자신의 얼굴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가 등장하는 첫 번째 작품인 ‘움직이는 표적’에는 ‘웃고 있는 코요테처럼 야위고 굶주린 얼굴’ 혹은 ‘야윈 식인종 같은 얼굴’, ‘나라도 믿지 못할 얼굴’ 등의 묘사가 나오는데, 그것이 모두 자기 자신의 생각이기 때문. 그러나 악한 인상은 아닌지 특별히 주변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눈에 띄지는 않으며, 오히려 여성들에게는 매력 있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또한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었을 때는 당대의 미남 배우 중 하나인 폴 뉴먼이 아처 역을 맡았다(영화에서는 원작과 달리 이름이 ‘루 하퍼’로 바뀌었다).

 

폴 뉴먼이 주연한 영화 <하퍼>


자칭 ‘이혼사건 전문’ 탐정인 아처가 다루는 사건은 암흑가의 범죄조직이 저지르는 일이 아니라 가출 또는 실종사건 쪽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의한 가정 비극을 예리하게 묘사한 ‘위철리 가문의 여인’(1961)을 비롯해 ‘사라진 아버지’가 테마가 되는 ‘갤튼 사건’(1959), ‘지하 인간’(1971) 등이 대표적 작품이다. 한편 시간이 흐르면서 현대의 물질문명을 혐오하는 모습이 점점 더 짙어진다. 모든 것을 돈과 연관시키는 속물주의에 대한 혐오를 묘사한 ‘검은 돈’(1966)을 비롯, 샌타바버라 해안을 뒤덮은 석유오염사건을 배경으로 한 ‘잠자는 미녀’(1973)는 환경오염에 대한 분노와 항의를 표현하고 있다.


현대의 기술문명 사회에 살고 있지만 뿌리내릴 가정도 없고 친구도 없는 아처는 선배 탐정인 샘 스페이드나 필립 말로와는 약간 궤를 달리하는 인물이다. 마치 현대의 기사(騎士)와도 같은 그들에 비해 싼값에 천한 일을 맡아 하는 아처는 어떻게 보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꿈을 잃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진실을 규명하려는 정신, 협박이나 폭력․유혹에 굴하지 않는 것은 명예를 추구하는 사립탐정들만의 미덕이다.


젊은 시절(30대 중반)의 아처는 미국의 선배 탐정들이 그렇듯 몸싸움을 피하지 않는 활동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차츰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는 단순한 탐정이 아닌 ‘관찰자’로서의 시각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2000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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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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