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리 퀸(Ellery Queen)

 

미스터리 작가의 이름과 주인공(그 역시 미스터리 작가이다)의 이름이 같으며, 그 이름 또한 가명이라면 독자들은 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지만, 만약 작품성이 뛰어나다면 그 반대로 강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장편 미스터리 소설의 황금기인 1930년대에 등장한 아마추어 탐정 엘러리 퀸은 이름만큼이나 참신한 능력을 과시하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탐정으로 자리잡았다.


뉴욕 시 경찰 간부인 리처드 퀸의 아들인 엘러리 퀸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직후 할키스 살인사건(<그리스 관의 비밀>)을 수사중인 아버지를 돕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다. 그 과정에서 한 차례 실수를 범하기도 하지만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데 성공하고 경찰도 그의 능력을 인정하게 된다. 이후 추리소설가가 된 퀸은 뉴욕 웨스트 87번가의 아파트에서 아버지, 그리고 집안 일을 맡아 하는 고아 소년 쥬너와 함께 살면서 많은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TV 드라마에서 엘러리 퀸을 연기한 짐 허튼(오른쪽)

 

그의 아버지 리처드 퀸이 작은 체격에 성격도 급한 반면 엘러리는 대략 180cm의 큰 키에  느긋한 성격을 가져 대조적이다. 젊은 나이지만 항상 사슬이 달려 있는 테 없는 코안경을 쓰고 있는 퀸은 난해한 문제에 부딪쳤을 때 이 코안경을 빙글빙글 돌리거나 우아한 동작으로 안경알을 닦으면서 생각에 잠기는 버릇이 있다. 술을 좋아하긴 해도 취할 정도로 마시지 않는 반면 담배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피우는데 생각에 잠기면 줄담배를 피워댄다.


엘러리 퀸에 대해 연구한 미스터리 평론가 프랜시스 네빈스는 퀸의 활동을 3기로 나누었다. 초기 국명 미스터리 시기가 1기, 1936년 <중간 지대>에서 <용의 이빨>까지가 2기, 그리고 1942년 <재앙의 거리>부터가 3기이다. 난해한 트릭을 해결해 나가던 1기와는 달리 2기는 인간 묘사를 주로 하는 등 작풍이 변화했으며, 3기부터는 사회성을 갖춘 고급 미스터리로 최고의 작품성을 갖추게 되었다. 이 시기에 따라 엘러리의 모습도 변했다. 젊은 시절의 엘러리는 명문 대학 출신의 인텔리로 지성(知性)과 이성(理性)에 절대적인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수시로 고전 문헌의 문구를 인용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고 아무리 복잡한 사건과 마주쳐도 치밀한 분석과 논리를 구사해 해결해 나갔다. 그러나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른 후 그는 범인에 대한 동정(감정)과 진상규명의 사명감(이성)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가상의 마을 라이츠빌을 무대로 한 <열흘간의 불가사의>에서는 그의 갈등이 현저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두 시기에 나타나는 퀸의 모습은 너무나 달라 미스터리 작가이자 연구가인 줄리안 시먼즈는 ‘엘러리 퀸이 두 사람이다(초기 퀸과 후기 퀸은 형제간이라는 것)’라는 가설을 제시하기도 했다.

 

<로마 모자 미스터리>

초기 엘러리 퀸이 등장하는 작품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J.J.맥에 따르면 퀸 부자는 범죄수사에서 손을 떼고 은퇴한 후 이탈리아에서 정착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성기와 다른 점이라면 엘러리에게 아내와 아들이 생겼다는 것.

독자에게는 언제나 소설 속의 엘러리와 똑같은 증거-실마리가 공평하게 주어지면서 같은 상황에서 논리적인 해결을 할 수 있는 배려를 해 준다. 초기 국명 시리즈에서는 종반에 ‘독자에의 도전’이 있어서, 추리력에 자신 있는 독자라면 해결편을 읽기 전에 탐정의 머리에 도전하고픈 의욕이 생기도록 부추긴다. 이 페어플레이 정신은 퀸이 평생 추구하던 것이었다.


 

(스포츠투데이 2000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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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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