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해머(Mike Hammer)

 

 

“나는 오늘밤 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을 죽였다. 난 그놈들을 쏠 때마다 즐거웠고,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그놈들은 빨갱이들이다... 그 더러운 빨갱이 놈들은 오래 전에 죽었어야 했다.” (<고독한 밤 One Lonely Night> 중에서)

 

  이런 말을 태연스럽게 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살인청부업자도 아니고 사이코 살인마도 아니다. 미키 스필레인의 장편소설 <심판은 내가 한다 I, the Jury>(1947)에서 첫선을 보인 터프가이 사립탐정 마이크 해머가 한 말이다.

 

'심판은 내가 한다' 표지

 

그는 반공(反共)과 폭력, 그리고 섹스가 막 팔리던 시절인 1950년대의 전형적인 주인공으로, 사실 그에 대해서는 ‘터프가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부드럽게 느껴질 지경이다. 45구경 군용 콜트 권총을 애용하는 그에게는 자신만의 규칙이 있다. 악당에 대해서는 법을 무시하고 자신의 손으로 처리해 버리는 것. 정의의 사도이자 애국자를 자처하며 ‘내가 법이다’라고 외치는 그런 시대착오적인 폭력성향 탓에 그가 사건에 손을 대고 수사를 진행해 나가면 시체가 쌓이고 만다. 예를 들자면 자신과 사랑에 빠졌던 여인을 쏘는 데에도 전혀 주저가 없을 정도. 또한 맹렬한 반공주의자로 ‘빨갱이들은 모두 죽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주변에서 비난을 받고 신문은 그를 살인마로 취급한다. 유일하게 뉴욕 시경 살인과의 팻 체임버스 경감만이 그를 덮어주려고 한다. 해머는 냉철함이나 기지와는 거리가 멀다. 머리를 쓴다기보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실마리를 따라가면서 일단 부딪치고 보는 것이 그의 수사 방법이다.

 

TV 시리즈에서 마이크 해머를 연기한 스테이시 키치

 

  그가 법의 무력함을 느꼈던 곳은 어처구니없게도 전쟁터. 2차 대전 때 2년 동안 밀림지대에서 일본군과 목숨을 걸고 싸웠던 그는 전쟁이 끝나고 뉴욕 3번가 빌딩에 탐정 사무소를 차렸다. 약 183cm의 키에 90kg 정도의 체격으로 미국인치고는 유달리 큰 덩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호랑이 같은 눈에 강인한 인상을 가져 상대에게 위압감을 준다. 자칭 ‘추남’이라고 하지만 왠지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으며 그 역시 여자를 무척 밝혀 여성 용의자와도 서슴없이 관계를 갖곤 한다.  


  단순하고 아무 생각 없는 것 같은 해머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상대가 단 하나 있는데, 바로 그의 유능하고 매력적인 여비서 웰더. 이른바 1백만달러의 각선미를 가진 글래머 미녀인 웰더는 생김새와는 달리 권총도 잘 쏘고 웬만한 남자들은 때려눕힐 정도. 그녀는 해머에게 연정을 품고 언젠가는 결혼해도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해머는 그녀에게 도무지 접근을 하지 않고 기사도적인 애정을 바치고 있다. 1962년 <걸 헌터 Girl Hunter>에서 10년만에 등장한 해머는 사무실도 없어지고 웰더와도 헤어져 거의 주정뱅이가 된 상태였는데, 그녀가 위험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심기일전하고는 그녀를 구하러 나선다.

 

마이크 해머 TV 시리즈 사운드트랙

  시대가 변해가면서 해머에게도 역시 많은 변화가 생긴다. 1947년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럭키 스트라이크 줄담배를 피워대고 위스키와 버본을 두주불사로 마셔댔던 그가 1989년의 <킬링 맨 The Killing Man>에서는 중년의 사나이가 되어 다시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담배의 유해론을 역설하고 위스키 대신 진저에일을 마시는 등 건강 지향적으로 변신한다. 또한 그의 상대 역시 악당과 ‘빨갱이’에서 CIA, FBI, 국무성, 마피아 조직원으로 바뀌어간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여전하다. 1996년 <블랙 앨리 The Black Alley>에서는 나이가 들어 은퇴할 지경이지만 터프가이로서의 성격은 전혀 변함이 없다. 

  해머 시리즈는 세계 16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적어도 1억 8천만 권이 팔린 것으로 추산되며, 시리즈 중 일곱 작품은 지난 50년 간의 역대 베스트셀러 리스트 상위권에 들어 있다.

 

(스포츠투데이 2000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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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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