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추리소설의 역사도 1백년을 넘어섰습니다. 1908년 연재를 시작한 이해조의 <쌍옥적>을 기준으로 한다면 108년쯤 된 셈이지요. 이해조에서부터 해방 전까지의 우리나라 추리소설 역사 연구는 학계에서 많이 진행되어 발표된 논문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해방 이후의 작가나 작품 연구는 상대적... 아니 절대적으로 드물고, 그런 기본적 요인 때문에 외국처럼 추리소설의 태동부터 현재까지 전체적인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역사서는 아쉽지만 아직 없습니다. 다만 추리소설 입문서 등을 보면 '한국 추리소설 역사'가 가끔 나오긴 합니다만, 대개 김내성으로 시작되었다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이야기는 자세한 설명 없이 얼버무려지고 김성종과 1980년대 이후 이야기로 흘러가니, 우리나라에는 마치 30년 가까운 거대한 공백기가 있었던 것처럼 여기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는 우려도 듭니다. 당연히 공백기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고, 1950~70년대에도 추리소설이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후세의 누군가가 찾아보질 않았고, 연결고리가 없던 탓에 지금 잊혀졌을 뿐이지요(그 시기의 자료를 모으고 있는데, 제법 시간이 걸리는 일이긴 합니다). 이 이야기는 추후에 하도록 하고, 우리나라 역사서를 소개하겠습니다. 전체 역사가 아닌 특정 기간에 대한 연구이긴 합니다만.


* 오혜진의 <1930년대 한국 추리소설 연구>(어문학사, 2009)는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수정 작업하여 출간한 저서입니다. 제목 그대로 1930년대를 중심으로 식민지시기 조선의 추리소설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논문 형식이라 '재미있게' 읽기는 좀 어렵습니다만, 우리나라 추리소설 역사 관련서적이 드물던 시기에 나왔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일부 내용에 오류가 있고(이를테면 작품 제목 - 도일의 단편 <색마와의 격전>이 <색마와의 혼전>으로 되어 있습니다-이나, 번안 작품을 창작물로 판단-박노갑의 <미인도>, 최유범의 <약혼녀의 악마성> 등 것 등), 학술서이면서도 색인이 없다는 것은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 최애순의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 식민지 조선의 탐정소설사>(소명출판, 2011) 역시 책의 부제에서 보이는 대로 식민지시기 조선의 탐정소설을 다루고 있는데, '학술지에 발표했던 8편의 논문을 수정 보완'해 한 권의 책으로 묶은 책입니다. 새롭게 밝혀낸 자료가 많고 바로잡은 부분도 많아(즉 그만큼 선행연구에 오류가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단히 유용하고, 논문 형식입니다만 그다지 딱딱하지 않아 관심 있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만합니다. 다만 개별 논문을 묶은 책이라 시대의 흐름을 꿰는 역사서로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 박진영의 <번역과 번안의 시대>(소명출판, 2011)은 5백 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두께를 과시(?)하는 우리나라 근대소설사를 다룬 저작입니다. 1900년대~1920년대에 이르기까지 신소설부터 외국 소설의 번역/번안 출간에 이르기까지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해외 추리소설의 도입과 정탐소설의 등장 또한 제법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록된 서지정보 또한 큰 도움이 되는 자료입니다. 이 시기의 우리나라 추리소설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책입니다. 



* 대중서사장르연구회에서 엮은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3: 추리물>(이론과실천, 2011)은 20세기 초반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추리소설 역사의 흐름을 다룬 저작입니다. 특히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와 TV 드라마 등 '추리서사'를 지닌 다양한 분야까지 아우르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참여 필자들만 18명이라, 650페이지에 이르는 베개만한 책이지요. 그런데 이 저작은 1945년 이전의 연구는 대부분 '소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만(8편중 8편), 1950년대 이후로 넘어가면 소설을 다룬 연구는 9편중 4편으로 절반에도 못미칠 정도로 줄어듭니다. 그만큼 해방 이후의 추리소설 역사 연구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요. 다만 이런 아쉬움이 있긴 해도 우리나라 추리소설의 흐름이나 문화적 위상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습니다.



소개할 책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역사서'라고 할 만한 책들은 일단 이 정도만 눈에 띄는군요. 혹시 빠뜨린 것이 있다면 알려주시길...


우리나라와 일본의 역사서를 한꺼번에 다루려 했는데, 일본 쪽은 다음편으로 미루겠습니다.ㅠㅠ (:P)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추리닝4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