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악한
최유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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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탐정 섹스턴 블레이크는 현관에 나서 장갑을 끼면서 싸늘한 아침 공기를 맘껏 들이마셨다. 환히 개인 2월의 하늘에서 빛나는 태양에 서릿발이 비치고 있다.

그때 마침 이웃 하숙집의 레시 부인이 오는 것을 보고 블레이크는 웃으면서 인사를 하였다. 부인은 무엇인지 머뭇머뭇하다가 결심을 한 듯이 그의 옆으로 가까이 걸어왔다.
“그 색시가 월요일 아침에 나간 채로 돌아오질 아니합니다!”
“왜? 어데 앓나요?”
“모르겠어요. 월요일 아침에 나간채로 통 돌아오질 아니하니까요. 병이 들었는지 어쩐지 알 수가 있나요! 맘이 놓이질 안습니다. 어쩌면 좋을지… 아직 어린 색시인데…”
그 색시라면 블레이크도 잘 아는 터이다. 벌써 2년 이상이나 이웃집 레시 부인의 집에 하숙하고 있는 윈센트라고 하는 아주 어여쁘게 생긴 타이피스트다.
“시방 바쁘시지 않으면 선생님이 우리 집에 가셔서 그이 방을 좀 보아 주세요… 어쩐지 걱정이 되어서…”
“뭘 그리 걱정이 됩니까?”
“그래도 2년 동안이나 같이 있었지만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나가서 아니 돌아온 때는 없답니다. …저 그이하고 친한 저비스라는 양반이 있지요? 벌써 스무 번은 더 찾아왔을 것이에요. 와서는 ‘아니 왔습니까?’하고 또 오고 또 오고… 글쎄 월요일 날 아침 8시 반에 나간 뒤로 아무도 본 사람이 없어요… 아마 그 편지가 무슨 일을 저지른 것 같아서…”
“편지가 왔어요?”
하고 블레이크가 물었다.
“네. 토요일 날 아침에 버밍엄에서 편지가 왔는데 그걸 보고 퍽 걱정을 했어요. 화요일 날도 또 그런 편지가 왔길래 문틈으로 밀어 넣어 두었지요.”
“뭘 동무 집에 놀러가지 아니 했을까요?”
“그렇다면 나한테 기별도 했을 것이고 또 저비스 씨하고는 사이가 그렇지 않은데 그이조차 모를 리가 있나요!?”
“그도 그렇긴 합니다… 대관절 그이 방을 가서 좀 봅시다.”
레시 부인은 블레이크를 삼층으로 데리고 올라가 윈센트의 방문에 열쇠를 끼이면서
“먼지가 많을 것 같습니다. 나는 월요일 날 소제를 하고 이때 들어가지도 아니했으니까요.”
하고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블레이크는 레시 부인을 제지하며
“당신은 여기서 잠간 기다리시오.”
하고 그의 매 눈 같은 두 눈은 벌써 먼지 앉은 방바닥에 자국이 난 발자국을 발견하였다.
블레이크는 그 발자국의 치수를 재고 본을 그리었다.
그리고 또 바로 문 안에는 방바닥에 네모난 봉투가 놓였던 자국이 있고 그 옆에 장갑 낀 손가락 자국이 두 개 박혀 있었다.
다시 밖으로 나와 자물쇠를 조사해 보니까 최근에 난 듯한 흠집이 있었다.
“어때요?”
하고 레시 부인이 물었다.
“글쎄… 아직 확실히 알 수는 없습니다마는 윈센트 양이 자기 자유의사로 이렇게 집을 비우지 아니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 자물쇠를 누가 열고 들어와서 부인이 문틈으로 밀어 넣은 편지를 집어간 듯합니다. 그 사람은 발이 크고 구두 끝이 네모난 놈을 신은 모양인데 저 저비스라는 사람은 발이 작지요?”
“네”
“저비스는 스네일이라는 사람의 비서지요?”
“네. 그리고 윈센트도 역시 그 집 전방에서 일을 본답니다.”
“알았습니다. 내가 다 맡아서 조사해 보지요. 내일 저녁까지는 윈센트 양이 어디 갔는지 알아다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하지 마십시오.”
블레이크는 급히 집으로 돌아와 그 안날-수요일-의 신문을 내 놓고 열심으로 조사를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경찰난 가운데 ‘못된 비서(秘書)’라는 아주 짧은 기사를 발견하였다.
‘침사이드의 유명한 자물쇠상점의 주인 스네일 씨의 비서 저비스는 동씨의 50원짜리 지폐 두 장을 훔친 것이 발각되어 오늘 아침에 고소를 하였다. 스네일 씨는 전기 지폐 두 장을 책상 위에 놓아두었었는데 잠깐 밖에 나간 사이에 분실을 하였다. 그리하여 찾아본 결과 전기 비서 저비스의 모자 속에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범인 저비스는 자기가 훔치지 아니하였다고 함으로 목하 엄중히 취조중이다’
신문기사는 이상과 같았다.
“이건 좀 이상한걸!”
하고 블레이크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저비스라는 청년은 윈센트 양의 유일한 동무요 또 애인이다. 윈센트는 저비스 청년 외에는 동무도 없고 친척도 없다. 그런데 윈센트 양이 행방불명이 된 이 때에 그를 위하여 애써 줄 저비스가 고소를 당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자물쇠상점의 주인 스네일 씨는 그다지 풍채가 좋은 신사는 아니었다.
보드라워 보이는 불그레한 큰 손과 번들번들한 대머리진 이마에 40쯤 되어 보이는 신사요 머리털은 성클고 불그레하고 입술은 두텁고 눈은 적으면서 날카로웠다.
이 신사와 만나서 블레이크는 두 가지 사실을 발견하였으니 그는 몹시 탐정인 블레이크를 싫어하였고 또 그는 10호나 되는 앞이 네모난 큰 구두(윈센트 양의 방에 자국이 난 그런) 구두를 신고 있었다.
블레이크는 스네일의 눈치를 살피면서 책상 옆에 단장을 기대놓고 권하는 의자에 앉았다.
“내가 오늘 찾아온 것은 윈센트 양에 대해서 여쭈어 볼 말씀이 있어서 그러는데요… 그 색시가 댁에서 일을 보았는데 월요일 날 행방불명이 되였다지요?”
하고 블레이크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스네일은 싱그레 웃었다.
그러나 블레이크는 그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네일은 이상스럽게도 바른편 손을 움직거리고 있었다. 그 손은 책상 위에 올려놓은 왼편 팔 밑에 숨겨있는 봉투 같은 것을 살그머니 집어서 책상 위에 덮인 흡취지 밑에 숨기고 있는 것이었었다.
블레이크는 그것을 못 본 체하면서도 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확실히 봉투였었고 ‘―센트’라고 쓴 것과 ‘―자―스퀘어’라고 쓴 글자만은 보였던 것이다.
블레이크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아니하였다. 그래서 안심을 한 스네일은 눈치도 모르고 천연스럽게 말대답을 하였다.
“미안합니다. 여기서 조사해 보아야 소용없습니다. 윈센트 양은 지난 토요일 날 해고를 했으니까요. 그 뒤에 그가 어찌 되었다든가 무엇을 했다든가 그런 것은 통히 나는 모르니까요.”
“네. 그렇습니까. 그러면 괜히 폐를 끼쳤습니다.”
하고 블레이크는 일어섰다.
“천만에!”
하고 스네일도 문을 열어주려고 일어섰다.
“앗차! 단장을 잊었군.”
하고 돌아서 낭하로 나왔을 때에 블레이크는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그는 전문의 소매치기도 부러워할 만한 민첩한 솜씨로 아까 스네일이 흡취지 밑에 숨겨둔 봉투를 훔쳐 포켓 속에 넣고 그 다음 단장을 집어들고는 시치미를 뚝 따고 방을 나왔다.
스네일과 작별하고 나와서 그는 지금 훔친 편지를 꺼내 보았다.
추측하는 바와 같이 화요일 날 레시 부인이 윈센트 양의 방에 밀어 넣었다던 편지인 듯싶은 편지이요, 버밍엄의 변호사 베어링 씨에게서 온 것이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윈센트 양!
일전에 당신이 보내주신 증거로써 당신이 이곳의 윈센트 씨의 유일한 유족인 것을 알았습니다. 따라서 동씨의 유산 22만 원을 드리겠사오니 될 수 있는 대로 곧 와 주십시오. 여비로 50원짜리 지폐 두 장(번호는 12501호와 12502호)을 동봉합니다.”
편지를 읽고 난 블레이크는 잠깐 생각하였다.
“편지를 내가 훔쳐온 줄은 스네일도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러는 날이면 윈센트 양의 신변이 위험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는 곳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스네일이 잃어버렸다는 지폐의 번호를 물어 보았다. 생각한대로 편지 내용에 쓰인 것과 꼭 같았다.
다음에 블레이크는 경찰서로 가서 버밍엄에 장거리전화를 걸고 변호사 베어링 씨와 이야기를 하였다.
저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윈센트 양은 유산 22만 원을 받아 가지고 오늘 아침차로 런던으로 돌아갔다. 그 차는 오후 1시에 런던 유스톤 역에 도착할 터이다. 윈센트 양이라는 여자는 뼈가 불거진 30세가량의 부인으로 머리는 붉고 눈은 검고 값 많은 털외투를 입었다.”
즉 정말 윈센트 양과는 같지도 아니한 여자였었다.
블레이크는 전화가 끝난 뒤에 경부에게
“저비스 청년은 언제 옵니까?”
하고 물었다.
“3시에 오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3시에는 내가 여기 오지 못할 듯합니다. 그가 오거든 고소는 취하했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하고 경찰서를 나왔다.
 

오후 3시에 저비스와 윈센트 양이 경찰서에 왔고 잔뜩 결박을 진 스네일을 블레이크가 데리고 왔다.
블레이크는 여러 사람 앞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스네일이라는 사람의 얼굴을 알기는 하나 어떠한 사람인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두 장의 지폐는 버밍엄 시의 변호사 베어링 씨가 윈센트 양에게 보낸 것을 스네일 씨가 그 편지와 한 가지로 훔친 것만은 사실입니다. 스네일은 윈센트 양을 도티의 빈 집에 감금하여두고 그의 하숙에 가서 그 편지를 훔친 것입니다. 그것이 화요일입니다. 그 편지는 윈센트 양의 백부 윈센트 씨의 유산 22만 원을 받아가라는 것이요. 그 속에 여비로 50원짜리 지폐 두 장을 넣어 보낸 것입니다. 어떻게 알았든지 사실 내막을 탐지한 스네일은 욕심이 낫습니다. 월요일 날 아침 스네일은 상점에 출근하는 윈센트 양을 꼬여 도티의 빈집으로 보냈습니다. 속을 모르는 윈센트 양은 시키는 대로 도티의 빈 집에 가니까 기다리고 있던 스네일의 누이가 그를 꼬여 정해두었던 빈집에 감금을 시켰습니다. 윈센트 양은 그 곳에 사흘 동안 감금당해 있었습니다.
그동안에 스네일의 누이는 버밍엄에 가서 베어링 변호사를 만나 자기가 윈센트 양이라고 하고 유산 22만 원을 받아가지고 오늘 오후 1시 차로 유스톤 역에 내렸습니다. 나는 유스톤 역에서 기다리다가 그의 뒤를 따라 도티의 빈 집에서 그를 붙잡았습니다. 윈센트 양이라고 속이고 가져 온 22만 원의 유산도 여기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윈센트 양은 친척도 지기도 없음으로 그가 행방불명이 된 것을 문제 삼을 사람은 저비스 군입니다. 그들은 약혼까지 했으니까요. 그럼으로 스네일은 이 저비스 군을 처치할 양으로 마침 수중에 있든 지폐 ― 윈센트 양의 편지 속에서 꺼낸 건을 저비스 군의 모자 속에 집어넣고는 도적의 누명을 씌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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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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