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16년이 되었네요. 


2014년 이후 업데이트를 뜸하게 하다가 2015년은 심각한 수준으로 방치해놓았네요. 이러고서 어디다가 '블로그를 운영중'이라는 소개도 했으니 민망할 따름입니다.

작년을 되돌아보면, 예년에 비해 출간 수는 약간 줄은 것 같아도 좋은 작품도 많이 나왔고, 새로운 추리소설 전문잡지 <미스테리아>가 창간했고, <계간 미스터리>도 통권 50호를 돌파했으니 그럭저럭 뜻깊은 한해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미스테리아>는 벌써 네 권이나 나왔는데, 추리소설에 별로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한번쯤 눈길을 돌리게 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2002년 창간한 <계간 미스터리>도 만 14년만에 통권 50호에 이르렀습니다. 아쉬운 점도 많지만 꾸준히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여담이지만, 일본 추리잡지 <미스터리 매거진>은 월간에서 격월간으로 바뀌었고 격월간지 <지알로>는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바뀐다 하니 '추리소설 왕국'이라는 일본도 예전같진 않은가 봅니다.)


이번 겨울은 덜 춥고 눈도 안와서 겨울 분위기가 안납니다만 기분전환을 위해 몇년 전 찍은 사진 한 장...




새해 계획 많이 세우셨는지요? 지금부터 360일쯤 지난 뒤 아쉬움이 없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 2016년에도 좋은 작품 많이 나오고 또 많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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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쓰는 친한 선배가 만들어 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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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저물어가면서… 벌써 올해의 반이 지나갔네요. 지난 반 년 동안 여러가지로 바쁘다는 핑계로 한참동안 방치해서 민망합니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손을 대야 하는데…

 

지난주 우편으로 두 권의 책을 받았습니다. 함께 놓고 보면 어쩐지 묘하고 좀 대조적인 것이, 하나는 한글로 된 <일본추리소설사전>, 다른 하나는 일본어로 출간된 <김내성 탐정소설선>입니다. 물론 두 권의 기획은 전혀 관계가 없고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제가 약간씩 관계했다는 점입니다 ^^




 

월요일에 받은 <일본추리소설사전>은 제목 그대로 ‘사전’입니다. 일본 추리소설과 관련된 항목, 즉 작가와 작품, 탐정, 단체, 용어 등을 사전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지요. 2012년 말쯤 고려대일본연구소에서 처음 이야기가 나온 이래 약 1년 이상 걸려서 출간되었습니다. 후반부에는 각종 수상작 목록과 주요 문헌 목록, 일본추리소설 연표등도 있으니 일본추리소설에 관심이 있는 분이시라면 한 번쯤 살펴보실 만합니다. 통독한다면 일본추리소설 역사를 웬만큼 꿸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가격이 좀 비싼데다가 작품 자체만을 즐기시는 독자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듯한데… (조만간 추리소설 관련 사전에 대해 정리를 한 번 해야겠군요.)



(미국과 일본 미스터리 사전이 우정출연)


 

금요일에 도착한 <김내성 탐정소설선>은 아마존 재팬을 살펴보니 오늘쯤(6/30) 판매를 시작하는 것으로 되어 있더군요. 번역자이신 소다 리츠오(祖田律男) 선생님이 나오자마자 보내주신 덕에 웬만한 일본 독자들보다도 며칠 먼저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말쯤 일본의 사이트 ‘번역미스터리 신디케이트’에 김내성의 작품, 즉 <사상의 장미>와 <마인>이  일본에서 출간된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http://d.hatena.ne.jp/honyakumystery/20131209/1386544763) 놀라움(일본 추리문학시장의 저변)과 아쉬움(왜 우리나라에서는 다시 출간이 안 되는가)이 함께 교차하는 순간이었지요.



(<마인>, <김내성 연구>와 함께)



그러다 우연찮게 5월 중순쯤 소다 선생님과 메일이 오가면서, 국립도서관에서 찾아낸 김내성의 글 <탐정소설20년사>를 보내드렸는데 그게 이 작품집에 번역 수록되었습니다(이 <탐정소설20년사>는 지금까지 김내성을 연구한 문헌에도 전혀 소개되지 않은 글입니다. 몇 달 전 찾아냈습니다만, 모 전문지에 보내려 했더니 ‘오래된 것은 흥미 없다’고 거절하여 그냥 놓아두고 있었습니다).


<김내성 탐정소설선>에는 <사상의 장미>를 비롯해 <타원형 거울> <탐정소설가의 살인> <기담연문왕래>(<연문기담>의 원형), <연문기담> 등과 평론/수필 다섯 편, 그리고 소다 선생님의 역자후기와 아시아미스터리리그 운영자인 dokuta(松川良宏) 님의 훌륭한 해설(解題)도 실렸습니다.
7월에는 <마인>이 출간될 예정이라는군요. 하여튼 일본의 추리소설 시장은 감탄이 나올 지경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두 권의 책을 보면서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이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습니다만, 언젠가는 반전(反轉)의 계기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반전이니까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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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시민 2014.07.03 2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내성 선생님의 <사상의 장미>와 <탐정소설 20년사>라니, 저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역시 일본 추리문학의 저변은 부러울 뿐이군요.


한국 추리문학상 소개

 

 

블로그 쥔장의 작품 <B파일>(황금가지)이  2013년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당사자가 내놓고 자랑하는 성격이 못 되는 터라… 한지붕 쓰는 또 한 사람이 뒤늦게나마 이 소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축하도 함께… ^^ 관련기사는  여기)

 

1985년부터 2013년까지의 역대 대상 수상작(아쉽게도 빠진 작품이 몇 편 있습니다)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한국추리문학상은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유일한 '추리소설'관련 상이지요. 1985년에 창설했으니 곧 30주년을 맞이할 예정입니다. 상 자체나 수상작들이 미국 추리작가협회상(일명 에드거상)이나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등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쉽긴 합니다만, 나름대로 그동안 여러 작가와 작품을 꾸준히 배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수상작에 대한 평가나 기타등등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현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대로 된 수상작 목록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상 이곳 저곳에 누가 언제 상을 받았는가 하는 질문이 가끔 올라오기도 하고, 과거 수상작을 기록해놓은 블로그 등이 있긴 합니다만, -2013년 수상작을 제외하더라도- 완벽하게 정리한 곳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 부끄러운 일이고 얼굴에 침뱉는 것 같은 창피한 일이지만 -  지난해(2012년) 추리작가협회 이름으로 발간한 단편집 해설에 나온 수상작 목록도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추리작가협회의 공식 홈페이지의 자료도 마찬가지입니다(한국추리작가협회 홈페이지는 조만간 개편 예정이라니 기대해 주세요). 솔직히 제대로 마음 먹고 누군가에게 물어보거나 신문기사 검색만이라도 해 보았더라면 그 정도로 오류는 없었을 텐데 저도 추리작가협회의 한 사람으로서 과거에 좀 제대로 해 놓지 않았던 것이 부끄럽고 민망할 따름입니다.

 

사실 저도 실수를 한 적이 (여러 번)있습니다. 그중 하나로, 2010년쯤 연구 프로젝트에 추리소설 부문 관련 자료를 드린 적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실수를 했고 또 그 잘못된 자료가 단행본에 그대로 실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무척 창피한 일인데, 그 자료도 웹상에 올라가 있으니 더 얼굴이 달아오를 판이죠. 틀린 것은 빨리 바로잡아야 하는데 오류는 고치기 전에 항상 증식하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에드거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목록이 우리나라 독자들의 블로그에도 좍좍 뜨는 반면, 한국추리문학상은 누가 언제 받았는지 관계자조차 모른다면 정말 창피한 일이니까

 

사실 조금만 발품 - 신문기사/도서관 검색 등- 을 팔면 오류 없는 목록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닌데, 미루다 보니 지금에서야 마무리하게 됩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것을 수정해서 죗값(?)을 갚으려 합니다. 지금 한국추리문학사 정리를 하며 이것저것 자료를 모으는 중인데, 조각조각을 맞추다보니 약간씩 결과물이 나오곤 하네요. 블로그에 조금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해 넘기기 전에 하나라도 올립니다).

 

올해(2013년)까지의 역대 한국추리문학상 수상작(수상자)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도

회차[각주:1]

대상

신인상 / 신예상[각주:2]

황금펜상[각주:3]

수상작

작가

수상작

작가

수상작

작가

1985년

제1회

절벽

현재훈

그림자놀이

현  석[각주:4]

-

 

1986년

제2회

悲戀의 火印

김성종

여대생 살인사건

정현웅

-

 

1987년

제3회

악녀 두 번 살다

이상우

유우제

-

 

1988년

제4회

위험한 외출

노   원

화려한 정사

한대희

-

 

1989년

제5회

폭군의 아침

이원두

푸른빛 왕관

강형원

-

 

황홀한 게임

김상헌

-

 

1990년

제6회

수상작 없음

 

사형특급

안광수

-

 

1991년

제7회

분노의 계절

한대희

광개토마왕

장세연

-

 

1992년

제8회

서울 에펠탑

강형원

악마의 흥정

이태영

-

 

1993년

제9회

불새의 미로

유우제

도시의 유혹

강종필

-

 

1994년

제10회

死者의 얼굴

이수광

낙원의 저쪽

백   휴

-

 

1995년

제11회

일본을 재판한다

이경재

핵심

장근양

-

 

1996년

제12회

수상작 없음

 

수상작 없음

 

-

 

1997년

제13회

사이버 킹

백   휴

미녀 사냥꾼

황세연

-

 

붉은 십자가 박쥐

최철영

-

 

1998년

제14회

수상작 없음

 

수상작 없음

 

-

 

1999년

제15회

살인자의 가면무도회

김용상

슬픈 만남

최상규

-

 

2000년

제16회

수상작 없음

 

수상작 없음

 

-

 

2001년

제17회

수상작 없음

 

수상작 없음

 

-

 

2002년

제18회

수상작 없음

 

수상작 없음

 

-

 

2003년

제19회

수상작 없음

 

수상작 없음

 

-

 

2004년

제20회

맨해튼의 이방인들[각주:5]

정   형

수상작 없음

 

-

 

2005년

제21회

수상작 없음

 

수상작 없음

 

-

 

2006년

제22회

수상작 없음

 

수상작 없음

 

-

 

2007년

제23회

수상작 없음

 

B컷

최혁곤

국선변호사, 그해 여름

김유철

2008년

제24회

수상작 없음

 

수상작 없음

 

수상작 없음

 

2009년

제25회

인형의 정원

서미애

수상작 없음

 

수상작 없음

 

2010년

제26회

수상작 없음

 

수상작 없음

 

무는 남자

박하익

2011년

제27회

수상작 없음

 

죽어야 사는 남자

손선영

스탠리 밀그램의 법칙

황세연

흔한 일들

신재형

2012년

제27회

경성탐정 이상

김재희

종료되었습니다

박하익

아이의 뼈

송시우

2013년

제28회

B파일

최혁곤

수상작 없음

 

보화도

조동신

 

개별 작품에 대한 소개는 좀 더 준비를 갖춘 후로 미루겠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는 해마다 갱신할 예정입니다.  (:P)

 

P.S. 가지고 있는 시상식 사진 중 가장 오래된 사진이 1997년이네요. 

('미녀 사냥꾼'으로 신예상을 받고 있는 작가는 누구일까요? 답은 위의 표에) 

 

  1. 20회(2004년)까지는 회차를 명기했으나, 이후 연도로만 표기. 본문 표의 회차는 편의상 기록. [본문으로]
  2. 1992년까지 신인상, 1993년부터 신예상으로 변경 [본문으로]
  3. 단편부문상. 2007년부터 시상. [본문으로]
  4. 정규웅의 필명 [본문으로]
  5. 2005년 1월 시상.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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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아닌 시리즈, <B파일>

 

지난해 여름 이후 뒤늦은, 한참 뒤늦은 포스팅입니다. 올해 초 새로 나온 책의 작가 소개에도 ‘블로그를 운영중’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한동안 손을 대지 못했으니 민망하고 죄송하네요. 바쁘고 건강도 잠시 좋지 않아 미루게 되었지만 그건 모두 다 핑계일 뿐이고, 지금부터 차분하게 부족했던 것을 벌충하려 합니다.

 

2013년 1월 장편소설 <B파일>이 나왔습니다(작가는 누구인지 표지에 보이시죠?^^). 2006년 12월에 출간된 전작 <B컷> 이후 약 6년만이네요. 공교롭게도 모두 한겨울에 나왔군요.

<B컷>과 <B파일>은 시리즈 아닌 시리즈입니다. 그런데 ‘시리즈 아닌 시리즈’라는 말이 무척 이상하게 보이시죠?

 

 


일반적인 시리즈는 한 명 혹은 복수의 주인공이 등장해 활약하면서 계속 이어지죠. 이를테면 19세기의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시리즈에서부터 21세기의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그리고 요즘 부쩍 인기몰이중인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의 이름을 내세운 시리즈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약간 변형된 형태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로라 립먼이나 타나 프렌치와 같은 작가는 같은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지만 작품에 따라 그중 하나를 원톱으로 내세우는 형태를 취하기도 하고, 제임스 엘로이는 ‘로스앤젤레스 4부작’등에서 시대 순으로 흘러가며 주연급 인물이 세대 교체되는 독특한 모양의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만, <B컷>과 <B파일>은 배경이 21세기의 한국일 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나 두 작품을 유기적으로 연관시킬 만한 상황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일관된 것은 제목이죠. 보시다시피 ‘B’라는 글자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특급이나 A급이 못 되는 B급 인물들의 인생이 묘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사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어쩌면 C나 D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시리즈 아닌 시리즈’라는 표현을 한 것이지요.

 

각설하고, 앞에 언급한 것처럼 시리즈 작품을 쓰는 작가들은 세계적으로 수두룩합니다. 이미 여기(http://churi4u.khan.kr/74)서 언급한 바 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합니다^^

 

블로그 운영하면서도 정작 책 홍보는 하지도 못했네요. 객관적인 평가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이번 작품은 아주 재미있다’…이런 식의 수사는 공허하고 좀 민망하겠죠. 그러나 한 번 정도 읽어볼 만한 작품임은 보장합니다. 혹시 미심쩍으시다면 요즘은 많아진 도서관을 통해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참, 두 작품 중 어느 한 쪽을 먼저 읽으셔도 상관 없습니다^^
그리고 물론 애정 어린 질책도 부탁드립니다.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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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민영 2013.04.01 1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오랜만입니다. 경향신문 인터렉티브 팀장 최민영이랍니다. 오랜만에 글이 올라와서 정말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재밌는 글 많이 올려주세요. 그리고 출간 축하드립니다.


추리문학관 개관 20주년을 축하합니다!

 

별로 뛰어나지 않은 기억력을 더듬어 보건대, 1992년 이후 부산에 간 것이 대략 여섯, 일곱 번쯤 되는 것 같습니다(일 때문에 당일치기로 다녀 온 것은 제외하고요). 그런데 갈 때마다 반드시 한 번씩은 들리는 장소가 있는데, 바로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자리잡은 추리문학관이지요.

1992년 김성종 선생님이 설립한 이 추리문학관이 올해로 개관 20년을 맞이했습니다.  

추리문학관 개관 기사(한국추리작가협회보 제12호. 1992년)

 

후배 한 명과 의기투합(?) 해서 부산 보수동의 헌책방에 가기로 하고 그 김에 추리문학관도 들려봐야겠다고 했던 것이 1992년 말이던가 1993년 초로 기억합니다. 으,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부산 지리도 제대로 모르는 터라 길을 잘못 들고 무진장 헤매다가 물어물어 가까스로 도착한 것이 다시 생각나네요. 입 벌리고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기념으로 머그 몇 개를 사서 의기양양하게 돌아왔습니다(밑의 사진 왼쪽. 네 개쯤 샀던 것 같은데 나눠주고 해서 이젠 하나만 있음).

 

1996년의 추리문학관 전경. 그때나 지금이나 겉모습은 변함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몇 년 지난 1996년, 약간 기분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늦은 여름에 혼자 심야고속버스를 타고 새벽에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아침밥으로 돼지국밥 한 그릇을 먹고 배를 채웠지만 아는 데도 없고 뭐 갈 곳이 있나요. 해운대까지 가서 한산한 아침 바다를 구경하다가 언덕길을 올라가 다시 찾아갔습니다. 마침 김성종 선생님이 계셔서 인사를 드리고, 머그를 하나 얻을 수 없을까 하고 좀 뻔뻔스럽게 부탁을 드렸더니 웃으시면서 "앞으로 남은 것은 대통령이 와도 안 준다"며 선뜻 하나를 주셨습니다. 처음 갔을 때와 달리 바다가 보이던 앞쪽 전망이 아파트들로 꽉 막혀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구하기 힘든(?) 추리문학관 머그(오른쪽이 먼저 제작된 것입니다^^)

 

 

2002년 개관 10주년 행사는 못 갔지만 <추리문학의 밤>, 2007년의 여름추리소설학교 행사 등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한두 차례 들렀구요.

 

5층의 김성종 선생님 집필실 전경(2001년 12월. 추리소설가 황세연 제공). 10년도 더 지났으니 많이 달라졌을수도...

 

그리고 지난 3월 31일~4월 1일에는 개관 20주년 행사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행사에 직접 참여하게 된 터라 별로 사진 찍을 틈도 없었고 제대로 구경할 틈도 없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를 해 주셨고, 강연, 연극 등의 프로그램이 이틀동안 성황리에 진행되었습니다.

 

추리문학관 (개관 20주년 축하 화환이 밑에 살짝 보입니다).

 

 

추리문학관은 추리소설 애호가들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많은 책이 있는 추리문학 전문 도서관이며, 추리문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가 자주 열립니다. 가깝지 않아서 자주 찾아갈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지요. 혹시 부산 가실 일 있으시면 꼭 한 번쯤 들러 보시길 바랍니다. 사실 예전에는 빈말로라도 교통편이 좋다는 말을 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마을버스를 타면 바로 앞에 세워주니 무척 편해졌습니다.

 

 

추리문학관 행사 팜플렛

 

 

이번 행사에서 김성종 선생님은 워낙 바삐 움직이셔서 별로 이야기할 틈은 없었습니다만, 그날 저녁식사 후 "이번 행사 준비하시느라 무척 힘드셨겠습니다."라는 말씀을 드렸을 때 씩 웃으시면서 하신 짧은 대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아냐, 재미있잖아?"

 

다시 한 번 추리문학관 개관 20년을 축하합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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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시민 2012.04.25 15: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참, 추리문학관에 찾아온 많은 사람들을 보고는 추리문학에 김성종 선생님이 공헌한 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그 분 말씀대로 달맞이고개가 헤이온와이 못지않은 곳이 된다면 좋겠는데 말이죠.

  2. 레이 2013.05.20 23: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 한 번 꼭 가보겠습니다. 레어템이 된 머그컵 사진 잘 보고 갑니다. ^^


 

                                         초보 작가 지망생의 몇 가지 실수


마니아들은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추리소설을 쓸 때 흔히 범하는 실수들.
주워들은 얘기, 책에서 읽은 얘기, 개인적 습작 경험을 중심으로 다시 정리해봤습니다. 초판 팔기도 버거워하는 작가의 자격지심에 이런 얘기 불편하지만 왕초보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낚시성 이미지입니다. 어울리는 사진을 못 찾아서요. 지송^^;



1. 트릭에 목숨 걸지 마라

“밀실이 나오는 본격물을 써보고 싶어요. 트릭은 많이 개발해놨는데 문장이 약해서….”
한 젊은 작가 지망생은 그렇게 말하면서 본받고 싶다는 몇몇 일본 작가를 거론합니다. 당황스럽게도 그가 언급한 이름은 쉬이 넘볼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한 작가들이고 개인적으로 그들의 문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단지 본격물의 설정상 ‘탁월한 문장력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를 ‘본격물은 문장력이 떨어져도 쓸 수 있다’라는, 엄청난 오해를 한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배경에는 추리소설은 트릭 하나면 만사해결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듯하고요. 마치 확대한 추리퀴즈 같은 김전일이나 코난의 영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사실 만화는 시각적인 면이 크기 때문에 대화체 문장 같은 것에 신경 쓰는 분이 거의 없을 겁니다). 암튼 추리소설도 소설인데 그 근간인 문장을 외면한 채 출간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아마 편집자들이 제일 먼저 퇴짜를 놓겠죠.
그 작가 지망생은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반전이 진짜 끝내줘요!”
저는 속으로 대답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집입니다. 안정된 문장력이 장점입니다.



2. 피 같은 원고? 아낌없이 날려라!
네, 압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느무 많다는 걸. 특정 분야 전문가를 만나 깊이 취재한 내용 다 때려 넣고 싶은 욕심 누가 모르겠습니까. 또 자신이 쓴 원고는 피와 같죠. 하지만 넘치는 건 모자람만 못합니다. 전문지식 자랑은 흐름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절해야 하고, 반복되는 설명은 속도감을 잡아먹는 주범입니다. 이메일 보내는 장면 쓰는데 컴퓨터 전원 켜고 로그인하고 이것저것 잡스러운 내용까지 묘사할 필요는 없겠지요. 원래 살짝 생략된 듯한 글이 독자들 상상력을 더 자극하는 법입니다.
‘팍팍 줄여야 원고가 살아난다’. 추리작가협회 황모 선배가 10년 전에 해준 조언인데 아직도 와 닿습니다. (그래도 일단 원고량이 많아야 고료도 많이 들어오는데…퍽!)


3. 캐릭터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마라
원고지 100매 짜리 단편 투고 작품을 읽어본 적 있습니다. 신체적 결함을 가졌으나 유머감각 넘치는 탐정 캐릭터는 꽤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앞부분을 시시콜콜 이 탐정의 전지적 능력과 고난의 가족사에 할애합니다. 그것도 죄다 지문으로 설명해버리죠. 사건은 30매가 지나서 시작됩니다. 독자는 이미 지겨워졌습니다. 추리작가는 독자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 주리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유명 작가가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죠. 비슷한 사례로 작품 배경이 되는 도시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는 작품도 많습니다.
단편에선 가능하면 사건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인물과 배경에 관한 정보는 서서히 풀어줘도 늦지 않습니다. 당연히 설명이 아닌 대화나 행동 등을 통해서요.
투고한 작가는 분명히 우기겠죠.
“처음엔 지루해도 결말이 죽여줘요!”
또 속으로 외칩니다. 지루한건 못 참아!

미국추리소설작가협회에서 펴낸 작법서입니다. 재밌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런데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4. 사건을 시간 순으로 나열하지 마라
영화 <미션 임파서블3> 앞 부분에 에단 헌트(톰 크루즈)의 약혼녀가 납치돼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은 나중에 클라이맥스에 다시 나오죠. 이처럼 긴장감 넘치는 한 부분을 뚝 떼어와 맨 앞에 배치하기는 스릴러 작가들이 즐겨 씁니다. 딘 쿤츠나 할런 코벤 등의 작품에서도 보셨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왕초보 작가들의 흔한 실수 중 하나가 사건을 꼭 시간 순으로 배열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네 건의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를 설정했을 때, 그것들을 차례대로 전개해나간다면 좀 밋밋하지 않을까요. 소설 첫 장면을 세 번째 살인사건부터 시작해 주목을 끈 다음,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인물과 배경 지식을 풀어내기 위한 정보 제공용으로, 네 번째는 사건 해결을 위한 결말용으로 뒤바꾸어 보는 건 어떨까요. 같은 이야기라도 플롯에 따라 긴장감은 몇 배나 달라집니다.

연쇄살인사건에 관한 플롯의 정석을 보여주는 제2회 네오픽션상 수상 작품. 현장 취재도 아주 사실적입니다.

5. 죽이던지, 벗기던지 
소제목이 유치 섹시해 좀 거시기합니다만 이 바닥 작가들이 자주하는 우스갯소리입니다. 
장편을 쓰다 줄거리가 막혔을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방법이 또 다른 살인이나 섹스신이라는 뜻입니다. 달리 말하면 추리소설의 생명인 긴장감 유지가 그 만큼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도 제일 역량 부족을 절감하는 부분입니다.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복선과 장치들이 필요합니다. 밑밥을 차곡차곡 뿌려 독자들을 끊임없이 유혹해야죠. 하지만 초보 작가들은 풀어야 할 정보를 꾹 쥐고 있다가 최후에 한방 쾅 터트릴 생각만 합니다.
하지만 보여줘야 할 부분을 아끼면 전개가 건조해지기 싶습니다. 또 긴장감은 한순간에 생기는 게 아닙니다. 사실 반전이 뛰어나다는 건 미리 설정해 놓은 복선과 장치들이 훌륭하다는 것일 겁니다. 달궈 놓은 프라이팬이 화력 더 좋은 법이니까요. 그러니 추리작가는 다 보여 주지는 말되, 안보여 주지도 말아야합니다.

어릴 때 김성종 선생님의 신문 연재소설에 빠져 대문 앞에서 신문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교황 암살사건을 다룬 작품 <라인X>로 기억하는데요, 작가는 매일 짧게 짧게 연재를 이어가면서도 독자 심장을 잡았다 놓았다 하더군요. 그런 설정과 필력이 그저 부러울 수밖에요.
(“그럼, 빨가벗겨서 죽이면 긴장감 최곤가요?” 혹시 이런 질문을 하신다면 그건… 그건… ㅠㅠ)


6. 취재는 정확하게, 구라는 확실하게

일간지 기자가 등장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열혈 슈퍼 울트라 캡숑 짱 기자는 청와대와 국회, 경찰청을 지 마음껏 넘나들며 범인을 집요하게 추적합니다.하지만 조금만 관심 있는 독자라면 불가능한 설정이란 걸 알 겁니다. 일간지 기자들은 출입처가 정해져 있어 소위 자신의 ‘나와바리’(영역)를 넘을 때에는 취재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
형사, 의사, 기자 등 추리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직업에는 그 세계의 전문성이 있겠지요. 그러니 위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선 정확한 취재가 생명입니다. 그래서 작가의 첫 작품은 대개 자신이 잘 아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간단한 법의학 상식도 기본이겠고요. (저처럼 인터넷에서 긁어 쓰면 바로 들통ㅠ)

반대로 다소 무리한 설정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 설정을 독자가 신뢰하도록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 또한 작가의 능력이겠죠. 여러 장치와 온갖 구라를 총동원해서라도 말입죠. 뭐시라?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고? 봉 감독이 만들면 믿는 법입니다.

중앙일간지 국장님이 몇 해 전에 쓴 추리소설입니다. 실감나는 기자 세계가 궁금하시다면…


7. 시작은 거창하나 결말은 대략난감
시작은 그럴듯 합니다. 캐릭터 좋고 스케일 크고 작품 배경 색다르고…. 의문의 살인사건에 용의자의 완벽한 알리바이까지. 재밌는 추리물의 조건은 다 갖췄습니다. 소년탐정 김전일이 아니라 그의 외할아버지 긴다이치 고스케가 와도 사건을 못 풀 것 같습니다. 독자는 자신의 돌머리를 탓하며 신나게 책장을 넘깁니다. 궁금증은 점점 커져갑니다. 과연 이 미스터리는 어떻게 풀릴까. 이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작가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결말부에 도달할수록 뭔가 수상합니다. 작가는 벌여놓은 이야기 수습할 생각은 않고 앞뒤 안 맞는 엉뚱한 논리를 강요합니다. 억지로 사건 끼워 맞추기도 등장하고요.
이런 ‘용두사미 추리작가’에게서 독자들은 배신감을 느낍니다. 특히 결말에서 “이 모든 일이 꿈이었노라”를 외치거나, 주인공 화자가 “내가 범인이라네. 다 내가 벌인 짓이야”라는 독백 따위가 나온다면 더더욱.
소재가 아무리 좋아도 결말의 윤곽 정도는 정해 놓고 작업에 들어가야 합니다. 추리소설은 ‘논리의 게임’이잖습니까.

현직 판사님이 쓴 본격 추리물입니다. 마지막 반전이 압권입니다.



웃기는 건, 이런 실수를 책을 여러 권 낸 작가들도 한다는 점입니다. 자기 글에 갇혀서 안 보이는 법이죠. 그래서 혹자는 주위에 돌려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창작이 어렵네요.

참고로, 작가이자 평론가인 백휴님이 쓴 <김성종 읽기>를 보면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김성종 문체의 특징은 시각적 내지는 영상적인 언어구사에 있다. (…) 이것은 그의 문체가 일체의 군더더기가 없이 늘 오감(五感)에 호소하기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추리작가 김성종 작품을 분석한 책입니다. 작가의 팬이라면 한번 읽어볼만 합니다.


보통 눈에 의존한 묘사가 많지만 김성종의 소설에는 후각, 청각 등을 이용한 묘사가 많아 시각적 이미지를 더 풍부하게 한다는 조언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듯 이미지가 선명하게 잡힌다는 거죠. 영상화 기법의 글쓰기에 반감을 가지신 분들도 많습니다. 어차피 취사선택은 글쓴이의 몫이겠죠. 가끔씩 새겨보는 대목입니다.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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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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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레이드 2011.01.11 10: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3번 절대 공감합니다. 장르소설 독자들한테 지루함과 구구절절함은 연쇄살인마보다 더 끔찍한 법이죠. 2번은 무식하게 공부한티를 팍팍 내려고 고구려를 배경으로 했던 첫번째 장편에서 무려 고구려 '고어'를 등장시키려고 했다가 출판사 에디터한테 한 소리 듣고 깨갱한 적이 있습니다. 3번 같은 경우는 이렇게 보충하면 되겠네요. 사건을 해결하는 것 자체가 주인공의 캐릭터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요. 적당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다음 책을 나올 수 있게 하는 씨앗이 됩니다.

  2. 평시민 2011.01.11 11: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제대로 된 추리물을 쓰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저도 본격 취향이라 트릭 쪽에 비중을 많이 둔 편이었지만 중요한 건 역시 스토리겠죠,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추리닝4 2011.01.11 11: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나라도 트릭 중심의 본격물이 좀 활성화됐으면 좋겠어. 다른 쪽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이 분야가 취약하다는...한국판 김전일 캐릭터 하나 만들면 먹고 살텐데ㅋㅋ (박물관을 배경으로 하나 쓰면 멋질 것 같아^^)

  3. 카메라이언 2011.01.11 23: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앗 중간에 추리소설 쓰는 법 책! 그 시리즈로 동화 쓰는 법이 집에 있어요! 학교 다닐 때에 동화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사라고 해서 출판사서 구해서 단체주문했었는데, 아직도 글이 막힐 때마다 읽는답니다. 아아, 추리소설 쓰는 법도 있었구나.

    처음 이야기의 트릭-문장력-일본작가 하는데 듣는 순간 바로 h모 대작가가 떠오르는데요. 으흐흐. 저도 사실 최근까지 h모 작가는 트릭은 좋은데 문장이 뭔가 허전해, 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요즘 들어 연달아 본 책들 보며 "아아, 내가 덜 읽어서였어!" 라고 완전 판단이 바뀌어버렸습니다. 히죽히죽. 정말 좋은 글들이 많았는데, 안 읽어서 몰랐었더라고요.

    그런 것 같아요. 결국 내가 잘 몰라서인 듯. 아아 열심히 쓰고 읽어야지. ㅠ-ㅠ

  4. 모리스 2011.02.04 12: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소설쓰다가 시작은 멋지게 세웠다가 뒷감당이 안 되서 고생 많이 했었는데, 논리 맞추는 일이 제일 힘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최코치님 블로그에는 처음 글을 남기는 것 같네요, 반갑습니다.

  5. 허니문 차일드 2011.02.10 13: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장에 있어 군더더기는 먹지도 못할 밑반찬만 쫙~ 깔아놓은 것 같죠. 저도 최대한 군더더기를 빼고 쓴다고 쓰는데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역시 작품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순서대로 나열하지 말고, 취재는 정확하게... 동감합니다. ^^

  6. 청하야 2011.04.07 03: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우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7. Miss Baby 2011.05.21 14: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하하. 멋진 글이네요^^ 추리소설을 굉장히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으로서 공감이 많이 되는 글입니다.

  8. 행복티움 2011.09.29 19: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서출판 행복티움에서 필진을 모집하네요. 글 쓰는 것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한번 가보셔요. 필진 등록하고 바로 연재할 수 있네요. 연재된 글은 모아서 전자책으로 만든답니다.

  9. 이름은묻지마 2012.05.25 0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흑.....눈물이 앞을 가리네요.ㅠㅠ
    저도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는데 너무 걱정되요ㅠㅠ
    저 할 수 있는거 맞죠?ㅠㅠ
    안 될 놈이면 안된다고 아직 가능성 있다면 있다고 대답 좀 해 봐요!! 제발ㅠㅠ



                                              미스터리 마니아의 5가지 징후 


단언컨대, 저는 추리소설 마니아가 아닙니다. 창작을 조금씩 하지만 취미 수준이고, 마니아라 불리기엔 일단 독서량이 절대 부족합니다. 지금까지 국내외 작품 수백 편은 읽은 것 같은데 그 정도로는 어림없습니다. P씨, H씨 등 주위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 이 정도는 돼야, 마니아구나~, 할 수 있겠더라는….

 

 
  

1. 미스터리 이외의 책들은 가라

(자신이)미스터리 마니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는 그야말로 사시사철 미스터리만 읽어야만 합니다. 미스터리 이외의 것은 책도 아닙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오면 당장 읽지는 못하더라도 사야만 하고, 막 나온 신간을 순식간에 읽은 후에는 시리즈 다음 작품을 빨리 번역, 출간해 달라고 출판사 홈페이지를 통해 재촉합니다.


이 정도까지는 좋습니다. 문제는 미스터리를 읽지 않는 평범하고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친구가 마치 바보처럼 답답하고 따분하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재밌는 추리소설을 왜 읽지 않는 거야!

따져볼 것도 없이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친구는 할 일도 많고 취미도 많습니다. 사진도 찍고 요리도 배우고 여행도 다니겠지요. 그러니 마냥 추리소설만 읽어대는 친구가 얼마나 바보 같고 답답하고 따분하게 여겨질까요. 다만 말을 하지 않을 뿐이죠.


그렇다고 마니아들끼리는 사이가 좋을까요…? 어림없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작가가 다르고 누군가가 절판된 책을 구했다고 자랑질하면 배가 살살 아파옵니다. 나한테 없는 책이라면 뼈마디까지 쑤시지요. 아름다운 우정이라는 것은 소설 속의 천재적 명탐정처럼 현실에는 없는 허구의 존재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도 마니아들만의 특징이라고 할까요.



2. 레어템, 기필코 득템하리라!

마니아가 되면 투자 가능한 돈 대부분을 수집품에 때려 넣습니다. 부자들은 스포츠카나 미술품, 도자기 같은 값비싼 물건에 손을 뻗치곤 하죠. 이런 분들이 추리소설처럼 소박한 것에 관심이 없어 천만다행입니다. 그들과 희귀 아이템 사 모으기 경쟁이 붙는다면 생각만 해도 부들부들 떨리니까요.


낡고 쉽게 구할 수 없는 책이라 더 가치있는...(P씨 제공)


책이란 것이 그다지 비싼 물건은 아닙니다만(물론 상대적이지만) 추리소설 마니아에게는 그다지 싸다고 할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이 역시 상대적입니다). 용돈이 남아 추리소설 구입에 쓴다…는 정도라면 당신은 건전한 수준입니다. 점심 한 끼를 굶고, 사람들 만났을 때 커피 한 잔 덜 마시고, 학생이라면 참고서 사는 대신 책을 산다……까지 가면 슬슬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느덧 사람도 만나지 않고 심지어는 애인마저 멀리 하고 신간이 나왔다하면 구입하기 시작합니다. 읽을 시간은 없어도 우선 사놓기는 해야만 합니다. 언제 절판될지 모르니까요.


조금 더 나아가면 아직 구하지 못한 책을 찾아 나섭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다 사야만 하고, 절판된 책이라면 반드시 구해야만 합니다. “요즘 재출간됐잖아?”하는 상식적인 주위 이야기는 덧없는 조언에 불과합니다. 과거의 것 그대로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기필코 손에 넣어야 합니다. 연간 수백 권이 나오는 판국에 옛날 책까지 구입 대상으로 삼으면 그 비용은 살림살이에 지장을 줄 지경에 도달합니다. 특히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른바 ‘레어 아이템’이라는 딱지만 붙으면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가격이 올라가버리는 실정이라 소문을 내지 않고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정도급의 마니아는, 웬만한 노력으로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갑과 통장에는 싸늘한 바람만 불고 남는 것은 커뮤니티나 카페 등에 찍어서 올린 인증샷 뿐.

 

 

3. 방은 좁고 책은 넘치더라

마니아가 되면 방이 점점 어수선해지고 좁아집니다. 책은 쌓이는데, 집이 고무풍선처럼 죽죽 늘어나는 것은 아니니 당연한 일입니다. 게다가 마니아라면 일단 손에 넣은 책을 처분하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학교 다녀왔더니, 군대 갔다 왔더니 책이 사라졌더라 하는 슬픈 이야기는 자신이 원해서 한 일은 절대 아니지요. 책은 장마철에 소리 없이 늘어가는 곰팡이처럼 증식합니다. 그렇다고 “어, 책이 늘었어? 그럼 집 한 채 더 짓거나 더 큰 집으로 가지.”라고 할 정도의 재벌도 아닙니다. 여유 수납공간과 서적 구입 빈도를 따져본다면 언젠가 찾아올 ‘운명의 날’은 초등학생도 예측 가능하겠지만 그런 것은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마니아 증상 중 하나입니다.

혹시 쌓인 책들이 머리를 향해 덮치면… (일본모험소설협회 초대회장 나이토 진의 서재…로 보이는 곳)


시리즈는 꼭 채워 넣어야 하고, 마음에 드는 작가의 작품은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습니다. 한가해 보이던 책장이 차츰 메워지더니 어느덧 2중, 3중으로 겹쳐지고 급기야 책이 바닥에 쌓이기 시작합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작고 가벼운 문고판이 없는데다가 요즘은 크고 묵직한 양장본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런 상황이 거듭되면, 이제는 물리적인 위험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책 한 권의 무게는 대략 500그램. 한두 권이면 가벼워 보여도 그것이 수백, 수천 단위로 넘어가면 웬만한 가구들보다 무거워집니다. 이사 갈 때 이삿짐센터 아저씨들 눈총을 가장 많이 받는 물건이지요. 1천 권이면 500킬로그램, 2천 권이면 1톤. 이쯤 되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부실공사는 아니어야 한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헹, 그럼 나는 아직 멀었네, 맘 놓고 더 사야지’ 하시는 분들, 그런 분들이 바로 잠재적인 마니아입니다.



4. 연쇄살인? 그 까이꺼~

험한 이야기를 많이 읽어 간덩이가 부어서일까요. 이런저런 강력사건들이 시시해보입니다.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우리 사회를 벌벌 떨게 했던 연쇄살인범 뉴스가 쏟아져도 그냥 무덤덤하고 잠시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한니발 렉터 박사와 비교해보기도 합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범행 현장. 이런 사진을 보고 무감각하면 곤란한데^^; (경향신문 자료사진)


시선도 좀 삐딱해집니다. 모녀가 불타 죽은 안타까운 화재 사건을 보더라도 보험금을 노린 남편 소행이 아닐까하는 의심의 눈초리부터 날립죠. 그리고 비슷한 반전을 사용한 작품들을 떠올려봅니다. 주위에서 안다면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라고 분명 손가락질 할 겁니다. 이따금 현실과 소설을 착각해 망상에 사로잡힙니다.

일상생활을 추리 트릭과 연관시키는 증상도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고층빌딩에 매달려 외벽 청소하시는 분들(죄송해여^^;)을 보면, 흠 킬러라면 저런 식으로 침투하는 방법도 괜찮군, 나름 흐뭇해합니다. 집에 찾아온 친척들은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의 제목- 연쇄살인, 죽음, 범죄 등등- 을 보면서 감탄(사실은 질겁)을 합니다. 이거 혹시 병일까요?



5. 창작의 길, 일단~은 도전!

기타 배우면 밴드 만들어 공연하고 싶고, 커피 배우면 근사한 카페 열고 싶듯 추리소설을 즐겨 읽다보면 어느 순간 몸 안에서 꿈틀대는 창작 욕구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마니아의 궁극 지향은 창작입니다. 특히 최근에 읽은 책이 크게 실망스러웠다면 에계계, 이 정도 수준이라면 나도 한번? 그러다가 머릿속에서 참신한 트릭이라도 하나 번쩍하면 단편 하나쯤은 가볍게 뽑아낼 것 같습니다.


자, 슬슬 발동이 걸립니다. 추리소설도 문학인지라 일단 작법 책부터 사기 시작합니다. 왕 선생님의 <유혹하는 글쓰기>는 기본으로 읽어 주시고, 전상국의 <당신도 소설을 쓸 수 있다>같은 책도 훑어봅니다. 문장력 향상을 위해 글발 좋은 순문학 작가들 책도 탐독합니다. 이야기는 느리고 자극은 없잖아! 당연히 추리 마니아인 당신 취향엔 순문학 소설들이 안 맞습니다. 그래도 공부라 생각하고 부지런히 책장을 넘깁니다. 유명한 작품 필사도 해봅니다.


혹시 창작을 위해 이런 종류의 책 읽지 않으시나요?


살인사건을 다루려면 전문지식도 필요하겠죠. 법의학, 해부학 개론서들. 월간 <수사연구>같은 전문잡지도 찾아보고요. 이런저런 책들이 방안에 또 늘어납니다.ㅠ

이제 넘치는 창작 욕구를 주체할 수 없습니다. 글쓰기 전용 노트북도 하나 장만하고 문예 강좌도 등록을 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견학 기회라도 있으면 회사에 결근계를 내고 뛰어갑니다.

마니아라서 추리물을 잘 쓸 수도 있고, 못쓸 수도 있다는 말을 합니다. 전자는 일단 독자에게 먹히는 코드를 체득하고 있고, 후자는 작품 수준에 대한 냉정한 자기검열 때문이겠죠.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10>에서도 언급했지만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암튼, 마니아라면 완성을 했던, 중간에 접었던 컴퓨터 어딘가에 창작 원고 하나쯤 저장돼 있을 겁니다. 행여 결실이 시원찮아도 큰 돈은 안 드는 일이라 다행입니다. 몇 달이고 몇 년이고 걸려서 이루어지는 창작의 기쁨! 다만 남의 혹평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고,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한 사람은 다음 작품에서 처절하게 고통 받는 피해자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래도, 마니아가 되고 싶으십니까?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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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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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레이드 2010.12.06 23: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엇비슷하게 쌓여있던 적이 있었죠. 어머니의 처분협박이 최고조에 달할 찰나 모 출판사와 맺은 출간 계약서를 보시더니 한 말씀 하시더군요. <책장 사러가자> 전 눈치 없이 말했습니다. <그냥 책을 더 사게 돈으로 주세요> 여러분, 책등으로 머리 맞아본 적 있나요? ㅜ.ㅜ;;;;;

  2. 카메라이언 2010.12.07 02: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하하하 보다가 자지러졌어요, 이 시간에. 저 책장 아니, 저게 책장이라고 해도 되나. 크핫핫핫 아우 쓰러져. ㅠㅠㅠ 아우 이 기준 웃겨서 쓰러지겠어요. 으핫핫. 잘 보고 가요. (그나저나 쿠죠 탐 나네요.)

  3. 레이 2010.12.07 1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마니아의 이야기는 흥미롭군요. 글도 재밌어서 웃으면서 봤습니다.
    나이토 님의 서재...지진이라도 일어나면 그야말도 책 무덤...-_- 보기만 해도 불안합니다. 부럽기도 하군요.
    (저도 쿠죠 탐 나요. P님, 배아파요.)

  4. 갈매 2010.12.07 17: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사진 장난 아녀요.. 곧 쓰러질 것 같아. 어케 저기 서 있지~ ㅎㅎㅎ

    전 검색하다가 재미난 거 발견. 코난 도일이 시도 썼네요~
    http://wonderingminstrels.blogspot.com/1999/08/guards-came-through-sir-arthur-conan.html
    심심하면 읽어보세요~~

    • 추리닝4 2010.12.08 13: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뇽도 작정하고 방안에 한번 쌓아보심이.. 캬캬캬 .. 근데 나는 왜 시를 봐도 좋고 싫고 판단이 안서지. 둔해서 그런가 ㅠ

    • 갈매 2010.12.09 01: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사할 때 3m 책장에 있던 책을 고스란히 담아서 다시 정리해넣는데. 이중으로 쌓은게 많아 불가. 결국 아저씨들이 책을 그대로 바닥에서부터 차곡차곡 쏟아놓고 가버렸는데. 거의 저 꼬라지였어요.
      한달 넘게 정리. 아직도 집 현관문 앞에는 책박스가 척척 쌓여있다는.

      시는.. ㅋㅋ 영시라서? ㅎ

      저는 이거 다시 읽어보니 가만히 보니 저, 3번 뿐 아니라 4번 해당되는 듯. 뭐 물론 저는 추리소설 마니아는 못됩니다만. 책 일반으로 옮겨 생각하면 그렇단 말이죠.

      요즘엔 재미난 이야기나 인물을 보면 이런 인물은 딱 추리소설 캐릭터로 들어가면 좋겠어, 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조만간 5번을 시도할 지도??
      그치만 내러티브를 만드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듯..

    • 추리닝4 2010.12.09 15: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 지대로 보셨소. 어찌 영시의 깊이를 알까 ㅠ
      혹시, 앤 패디먼이 쓴 <서재 결혼 시키기>란 책 알지 모르겠는데, 아마 현관 앞 박스 속 책들도 다른 근사한 사람의 책들과 함께 넓고 깨끗한 서가에 꽂히는 날이 올거야. 책 주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말야ㅎㅎ
      글구 5번을 시도하는 날이 언능 오길..^^

  5. 허니문 차일드 2010.12.08 10: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조짐이 보입니다. 저 책장에 한번 파묻히고 싶네요. 보기만 해도 넉넉한 기분이 아주 따봉입니다. 늘 책과 함께 한다는 건 즐거운 것임에 틀림 없군요. ^^

  6. 이야기꾼 2010.12.08 1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두 다 해당되는 전...
    이미 마니아? ^^;;;

  7. 메두사 2011.07.06 16: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카지마 후타리를 검색하다가 여기까지 흘러왔습니다. 아니 이런 사이트가? +_+
    둘러보다가 이 포스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행히 창작의 욕구까지 일어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책을 사모으는 욕심은 줄어들지가 않네요.
    아직 읽어야 할 것도 산더미인데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나 구하지 못했던 책, 그리고 시리즈 같은걸
    계속 사모으고 있습니다. 요새는 좀 뜸하지만요(돈이 없어서 흑흑)
    얼마전에 오카지마 후타리의 컴퓨터의 덫을 선물받았습니다. 나름 스스로 레어템이라며 좋아하고 있어요. 저 혼자만..ㅋㅋ

  8. 2014.03.01 0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한국의 무명 추리작가 얼마나 벌까?

                                                               - 전업 6개월째 류삼씨의 사례


 

모 유명 소설가가 선인세로 4억 받고 계약했다는 소문을 듣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땅의 이름 없는 전업 추리작가들은 얼마나 벌까? 못 번다는 건 익히 알지만 대부분 다른 일을 병행하는 글쟁이들이라 꼼꼼히 수입을 계산해보지 않거든요. 생활고에 장르소설을 낮춰보는 시선도 있어 전업하시는 분이 많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냥 추리소설이 좋아 전업 선언하는 분들은 ‘용자’입니다. 물론 잘 나가는 작가야 돈도 명예도 얻지만 대부분의 작가는 그렇지 못합니다. 순문학 쪽도 유명 작가들 빼고는 밥벌이의 빈궁함이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암튼, 얼마 전 호기롭게 전업 선언한 후배 하나를 꼬드겨 알아봤습니다.
그의 이름은 ‘삼류’ 지향 추리작가 류삼. 물론 필명입니다만 가상의 작가는 아닙니다. 류삼씨는 예전에 장편을 하나 냈고 기혼에 30대. 직장 때려치우고 지난 여름부터 글만 쓰기 시작했습니다. 서대문의 곱창집으로 불러낸 다음 대놓고 (개그맨 김현철의 PD공책 버전으로) 물어봐~았습니다.

“너, 추리소설 써서 일년에 얼마나 버냐?”

손가락에 땀나도록 타닥타닥...전업작가의 길



류삼씨의 내년 수입 예측


우선, 작업 중인 장편 한권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전업을 했으면 최소 1년에 한권은 내야겠죠. 원고지 1200매, 책으로는 330페이지 정도로 나오겠군요. 책값은 1만2000원. 작가 인세는 10%로 잡았습니다. 그래도 그가 거래하는 출판사가 A급이라 계약 관계 깔끔합니다. 대여점용 책을 주로 쓰는 장르작가들은 7%도 받고, 최악 5%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초쇄는 2천권입니다. 인기작가라면 5천권, 1만권도 찍겠지만, 류삼씨는 ‘삼류’이다 보니…. 요즘 시집은 그보다 더 적게도 찍는다고 들어서 다소 위안을 삼습니다.

그러면 작가에게 계약금으로 1200×2000÷10해서 240만원. 세금 3.3%인 79,200원을 공제하고 2,320,800원이 입금됩니다.


류삼씨는 모출판사 사보에 두 달에 한번씩 미스터리 콩트를 기고하고 있습니다. 별일 없다면 내년에도 잘리지 않고 연재하겠죠. 원고지 장당 1만원. 20매를 쓰니 회당 20만원. 물론 여기에도 세금 있습니다. 3.3% 공제하고(우이 쉬~) 193,400원이 입금됩니다. 내년에 1,160,400원이 들어옵니다.


곱창 한 번 얻어먹었다고 이런 걸 보내면 연출의 냄새가 풀풀~



류삼씨의 또 다른 수입원은 대필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유령작가’는 아니고요, TV
드라마나 영화 개봉에 맞춰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소설로 써주는 일입니다. 그런 종류의 책 많이 보셨죠?

류삼씨는 드라마로 방영 예정인 삼국시대 배경의 역사물 2권을 계약해 놓은 상태입니다. 다행히 그는 역사물, 현대물 모두 잘 쓰는지라 요런 일들은 알음알음 있습니다.


대본과 시나리오가 있으니 줄거리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만 역사소설은 일단 기본적으로 읽어야 할 책들이 있는 관계로 후다닥 해치울 수 있는 작업이 아닙니다. 그리고 개봉에 맞춰 짧은 시간에 작업을 해줘야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실력 있어야 대필도 잘 한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분량은 한권 정도. 각각 200만원에 인세는 8%. 수입은 합쳐서 400만원.


(개인적으로 수년전 송강호가 나오는 영화 시나리오를 소설로 써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계약금 400만원에 인세 3%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최근엔 계약금은 낮아지고 인세 비중은 높아졌군요. 출판사에서 위험을 분담하자는 전략인감?)



깜빡했습니다.
류삼씨는 추리잡지에 단편 2개 정도 실을 예정입니다. 20만원씩 합이 40만원. 원고료 참 박하죠? 장르 문학의 기반이 약하다 보니 잡지가 꾸준히 나와 주는 것만 해도 그저 감사합니다. 그래도 잡지에 실린 단편은 개인 소설집이나 전자책으로 재활용이 가능해 그리 손해 보는 작업은 아닙니다. 그리고 작은 일거리라도 있을 때 꾸준히 해야죠. 류삼씨는 가정이 있는 전업 작가니까.


여름 시즌마다 나오는 추리스릴러 공동 단편집에도 이름을 올릴 예정입니다. 인세 10%를 10명이 나눠서 가지니 1%. 보통 20만원~30만원 정도 됩니다.


이제 류삼씨에게 고정적으로 들어올 돈은 없습니다. 이름 난 추리작가라면 여름 시즌에 맞춰 이런저런 신문사 기고나 방송 출연도 있을텐데 워낙에 ‘삼류’인지라 기대하기 힘듭니다. (혹시 언론사 관계자가 이글 보시면 류삼씨에게 일 좀…^^;)


작가 중에는 틈틈이 출판사 원고 윤색 일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편집자들도 일이 몰리면 외부에 맡기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혹시 출판사 편집장님들이 이 글을 보시면 류삼씨에게 일 좀…^^;)



얼마 전, 영화사 스토리 작가 일을 하다가 때려치운 일도 떠오릅니다. 요즘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 작가와 공동으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그런데 기획회의에 자주 오라가라하니 힘도 들고 또 프로젝트 엎어지는 게 비일비재한 영화판이라 바로 접었습니다. 통장에 들어온 계약금을 돌려주자니 눈물이 났답니다. 물론 계약금은 그동안의 생활비로 홀랑 까먹고 마눌님에게 사정사정해서 돈을 장만했다더군요. 뭐 연금 대출을 받았다는 소문도 들리고.



국내 최대 온라인서점에도 단편 몇 개 띄워뒀는데 금방 돈이 되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전자책 같은 경우는 조회수에 따라 작가와 회사가 나누는 시스템인데 아직 초창기라 실적이 시원찮거든요. 그래도 작가가 6할 이상을 먹으니 언젠가는 주 수입원이 되리라는 기대가 큽니다. 멀리 내다보고 꾸준히 작품을 올릴 생각이랍니다. 장기적금이라고 생각해야지요.

일단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돈을 계산기로 두드려보니…


 

장편소설    2,320,800

추리 콩트   1,160,400

대필 두편   4,000,000

단편 두편      400,000

공동단편집    290,100
-----------------
 

일년 합계 8,171,300


느~무, 느~무 박하죠. 잘나가는 작가들의 선인세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일 같습니다.

좋은 작품 쓰면 되잖아, 웬 궁상. 그렇게 핀잔을 주시면 고개를 숙일 수 밖에요. 하지만 순문학, 장르문학 상관 없이 인기 작가는 손꼽을 정도잖습니까. 돈보다 글 쓰는 즐거움에 산다고 위안 삼으면 사치일까요? 생각을 그렇게 가져야 마음이라도 가볍습니다.



북적대는 서대문 로타리 곱창. 류삼씨는 계산대 지키는 사장님 아들을 부러워하면서...



류삼씨가 노리는 +α


일단 장편으로 낸 책이 많이 나가길 기대해야겠죠. 초판으로 찍은 2천권을 다 팔면 추가 수입이 들어옵니다. 독자들 반응이 괜찮아 2쇄 1000권, 3쇄로 1000권 정도만 찍는다면 만족합니다. (요즘 국내 장르소설은 쇄당 1000권 정도 밖에 안 찍습니다.)


가볍게 10만 권 팔아치워서 1억 정도 벌고 싶지만 그게 자기 마음대로 됩니까. 시장이 한정된 까닭에 국내 작가 추리소설 팔기가 그리 쉽지 않거든요. 냉엄한 현실. 역사물은 그래도 좀 나은데 현대 스릴러물은 더더욱 힘듭니다. 눈높이가 높아진 추리 독자들도 계속 히가시노 게이고 회장님이나 미야베 미유키 여사님 책만 찾아대니.

그래도 후하게 4천권 정도 팔린다고 예측했습니다. 240만원의 수입이 추가로 들어옵니다. 후훗. 류삼씨 얼굴에 살짝 미소!



그 다음은 확률적으로 쉽진 않지만 소설의 영화나 드라마 판권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제일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조건이 영화사마다 다른데 절박하게 원하는 콘텐츠라면 2천~3천만원 정도 받을 수 있습니다. 짭짤하죠? 사실 이 2차 판권 때문에 다수의 작가는 영상화 기법을 동원해 글을 씁니다.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는 원작 자체도 유명했지만 영화사간 경쟁이 치열해 판권이 1억까지 뛰었습니다. 물론 흥행에 성공해 영화사도 남는 장사를 했습니다만. 그리고 영화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하면 책까지 덩달아 팔리는 효과까지 있습니다.


물론 푼돈에 판권을 넘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격 영화화 결정! 이런 식으로 책이라도 홍보하자는 심산이죠.

출판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2차 저작권 분배는 작가와 출판사가 8대2 정도입니다. 외국계 출판사는 7대 3. 유명작가는 본인이 9를 가져가기도 합니다. 이 부분의 중요성이 커지다보니 요즘 출판 계약서에는 구체적으로 다 명시돼 있습니다. 물론 여기도 세금이 있습니다. (증말~, 우린 가난하단 말야!)


그리고 대필해준 드라마가 대박을 쳐서 책이 많이 팔리길 기대해야겠죠. 2차 판권은 없지만 짭짤한 인세수입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부디 시청률이 <대장금>처럼만 나오길.

이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렸다고 가정해서 대충 계산기를 두드려 봤습니다.



일년 합계   8,171,300

추가 인세   2,320,800

대필 인세   1,000,000

영화 판권  20,000,000

---------------------

꿈의 합계  31,492,100



확실한 건, 일 년 부지런히 일해도 대충 8백에서 3천만원 사이. 더 현실적으로 영화 판권을 제하면 대박 작품이 나오지 않는 이상 가난한 작가 꼬리표 떼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작가마다 능력이 다르니 획일화 시킬 수 있는 기준은 아닙니다. 훨씬 많이 버는 작가도 있고, 일거리 없어 노는 작가도 있겠지요. ‘한국 추리소설계의 스타’ 김성종 선생님이야 인세로 해운대에 ‘추리문학관’을 세우셨고, 김진명씨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수백만권 팔았죠. 그렇지만 지금 시대에 그 만큼 팔리는 한국 추리작가, 작품이 나올지는 의문입니다.


류삼씨 단편이 실린 잡지들


그렇다면 류삼씨는 생활고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모양새가 좀 빠지지만 건실하게 직장 다니는 부인에게 언젠가 한방 터트려서 회사 확 사주겠다는 구라로 버티는 겁니다. 그것도 요즘에는 약발이 서서히 떨어지는 중입니다만.

암튼, 부인을 섬기자. 이것이 가난한 추리작가가 잘 살아가는 최고의 반전입죠.
그래도 언젠가 죽여주는(?) 추리소설 하나 써내리라는 꿈은 여전합니다! 후훗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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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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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야기꾼 2010.11.22 15: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만퍼센트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정말 제 이야기 같은 것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ㅜㅠ

  2. 뎅뎅뎅 2010.11.22 16: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리문학관 앞에서 비싸다고 발길 돌렸는데...

    • 추리닝4 2010.11.23 14: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해운대 내려다보면서 커피 마실수 있는데 한번 둘러보지 그랬소. 앞에 아파트 들어서서 바다 잘 안보인다는 말도 언뜻 들은 것 같고..

  3. 딸기 2010.11.22 17: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그맨 김현철의 PD공책 버전으로) 물어봐~았습니다.

    넘 웃기는걸요? ㅎㅎ

  4. 갈매 2010.11.22 18: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류삼 씨.. 진짜 필명이었군욧!! 신기!!! 그래도 류삼 씨.. 힘내세요!! 곤사마도 힘내세요!!

    근데 이건 정말 추리작가 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작가들, 라이터들도 마찬가지여서..
    어떻게 극복할 수가 있는건지... 대안이 과연 있을지... --;;

    서대문곱창 맛있겠어요. 그집 청국장도 맛난데...

    • 추리닝4 2010.11.23 14: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언제 무명 작가 인세로 서대문 곱창 한번 먹지뭐^^

    • 갈매 2010.11.26 15: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언제 별명이 추리닝4로 바뀌었당가요~

      근데 그렇게 커피마니아 이실 줄은.. 모니터 뒤에 숨겨진 숱한 종이컵들을 보고 깜딱 놀라고, 이벤트 순위권 안에 들 정도로 마셨대서 놀라고.
      카페인과 니코틴과 알콜이 작가와 불가분의 관계라고는 하지만..
      전 니코틴 절대 멀리하고 알콜도 그닥 즐기지 않는데다, 커피는 연한 것만 좋아하니 왠지 작가가 되기는 정말 쉽지 않을 것 같다는. ㅋㅋㅋ

      근데 추리닝 님, 무명 작가 아니잖아여~ 헤헤

    • 추리닝4 2010.11.28 14: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페스추리'로 바꾸려다 말았소만ㅋ
      커피는 좀 줄이고 싶은데 그게 싶지가 않네ㅠ 그래도 즐겨마시는 아메리카노나 드립은 칼로리가 거의 없어 다행. 만약 커피믹스를 먹었다면 완전 ET체형으로 변했을듯.
      무명작가 맞거든여! 헛바람 넣지 마셈ㅋ 곱창이나 먹자고요~~

  5. 블레이드 2010.11.22 23: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같은 삼류작가로서 한 말씀 드리자면 류 작가님은 너무너무 맘 편하게 예측하신겁니다. ㅡ.ㅜ;;;;;

  6. 카메라이언 2010.11.22 2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해요 이렇게 현실적인 이야기 쓰시고. ㅠㅠㅠㅠㅠㅠㅠㅠ

  7. 평시민 2010.12.09 09: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봉출판사에서 나온 <이순신과 임진왜란>(전 4권)은 집필진 중 몇몇이 직장까지 포기해 가며 자료를 모아 쓴 책이라고 하던데 총 4권 분량이나 되어 출간해주는 출판사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결국 비봉출판사에서 내 줬는데, 다음 아고라의 <일본인이 이순신을 묻는다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책이 언급되면서 10만 권쯤 팔렸다고 하더군요. 추리소설과 이순신을 비교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집필진들의 노고가 빛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었으니 다행입니다.

  8. 김학범 2013.03.22 2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고 나니 눈물납니다.
    저는 처음으로 "치유의 법칙"이라는 장편 전기를 1년이 넘게 쓰고 있는 중입니다.
    꿈에 자꾸만 소설을 쓰라는 계시가 내려서,가난한 가운데도 회사에 사표를 던졌습니다.
    와이프가 이혼하자고...


                                                          
                                             방정환도 추리소설을 썼다는데…

                                                                                 - 한국추리소설 102년 약사




바야흐로 동학이 곳곳을 평정한 때, 나주 군수의 아들 김 주사는 길을 가다가 ‘비밀개탁’이라고 쓰인 편지를 바람 때문에 잃어버린다. 대수롭잖게 여기고 일본 상고선을 타고 인천에 도착, 서울로 이동하던 중 돈가방이 사라졌음을 깨닫는데…. 그리하여 기찰 잘하기로 유명한 정순검에게 사건을 의뢰하니….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 '쌍옥적'


1908년 이해조가 제국신문에 연재한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 <쌍옥적(雙玉笛)>은 이렇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최초’ 논쟁이 몇 차례 있었으나 우연이 아닌 증거와 추리를 이용해 사건을 풀어나가고, 별순검이라는 탐정 역이 등장해 범죄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추리소설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물론 고대부터 시작된 송사소설이나 공안소설도 범죄 해결을 다루고 있지만 확실히 논리성 부분에선 취약하지요. (주위에 홍길동전이 한국 최초 액션스릴러라고 주장하는 분도 계십니다만 ㅋㅋ) 이렇게 따지고 보니 한국 추리소설도 성취면에서 빈약하지만 짧은 역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탐소설’에 관심이 남달랐던 이해조가 뒤이어 <구의산(九疑山)>등을 발표했지만 추리소설 자체가 아무래도 서양에서 탄생했다보니 초창기는 번역, 번안소설이 주를 이룹니다. 주로 일본을 통해 들어온 쥘 베른, 코난 도일,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이 소개됩니다. 해방 전까지 100편 정도가 소개됐습니다.
1920년대 중반에 비로소 국내 창작물이 등장합니다. 박병호가 경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혈가사(血袈裟)>라는 작품을 연재해 단행본으로도 출간하고, 최독견은 <사형수>를, 채만식은 <염마>를 연재합니다. 재밌는 사실은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도 추리소설을 썼는데요,  <괴남녀 이인조>라는 코믹한 단편과 외국 작품을 번역한 <누구의 죄?>등을 대중 잡지 별건곤에 실었으며(당시 ‘북극성’이란 필명을 사용했습니다), 아동물로 <칠칠단의 비밀>, <동생을 찾으러>등을 발표했습니다.

김내성의 본격 장편소설 '마인'과 방정환이 쓴 어린이 추리소설 '칠칠단의 비밀'


1930년대에 드디어 한국 첫 전문 추리작가가 탄생합니다. 바로 아인 김내성 선생입니다. 1935년 일본 유학 중 탐정소설 전문잡지 <프로필>에 단편 <타원형 거울>과 <탐정소설가의 살인>이 당선됩니다. 유불란 (뤼팽을 만든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일본 추리문학의 아버지’ 에도가와 란포가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에서 유래한 것과 비슷하죠)이란 필명으로 <기담연문왕래(국내에서 <연문기담>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발표)>를 발표하기도 하고, 귀국해서 내놓은 <백가면>, <마인>이 큰 인기를 끕니다. 비록 집필 인생 후반기에는 순수소설에 치중했고 49세로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작년 그의 탄생 100주기를 맞아 ‘한국 추리소설 개척자’로 재평가 작업이 이루어진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추리소설의 개척자' 김내성


1940년대에 들어와서는 사실상 추리소설의 명맥이 끊겨 버립니다. 일제 강점시대 말기에는 대중잡지조차 거의 전쟁 독려 선전으로 내용을 채울 지경이었으며, 일본 현지에서도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까지 검열에 걸릴 정도로 추리소설에 대한 눈길이 곱지 않던 터라 식민지 한국에서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해방 후인 1940년대 후반에야 방인근이 장비호 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을 발표하기 시작했으며(이 시리즈는 60년대 중반까지 이어집니다), 1960년대에는 허문영(필명 허문순, 성걸 등)이 <검은 독수리>등의 시리즈를 내 놓았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이분들의 작품은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무렵 추리소설은 잡지를 통해 부활 조짐을 보이는데, 1950년대 중반부터 인기를 모은 대중 잡지에서는 추리 창작물뿐만 아니라 외국 작품도 꽤 많이 번역되어 실렸습니다. 특히 60년대에는 영화의 흥행과 함께 제임스 본드, 즉 007 시리즈의 인기가 폭발적이었습니다.


1970년대 들어 또 한 명의 스타작가가 탄생하니 바로 김성종입니다. ‘해방 전 김내성, 해방 후 김성종’일 정도로 그는 우리 추리소설사에 독보적 존재였습니다. 196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경찰관>으로 등단해, 1974년에 한국일보 주최 공모전에 대표작 <최후의 증인>을 내놓습니다. 분단 현실의 비극을 미스터리 서사로 녹여낸 이 소설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고 <흑수선>등의 이름으로 수차례 영화화되었습니다. 그 후 <제5열>, <백색인간>, <라인X>, <피아노 살인>등 내놓은 작품마다 히트를 치면서 사실상 독주시대가 열립니다. 오병호라는 의협심 강한 형사 캐릭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당시 군부대 내무반에 김성종 소설 한 권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작가는 1992년 부산 해운대에 추리문학관을 열고 최근 <안개의 사나이>를 내놓는 등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추리작가 김성종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한국 추리소설은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를 거치며 꾸준히 성장합니다. 해방과 전쟁, 분단과 군부독재의 격변기를 거치면서 긴장된 삶을 살던 국민들이 약간의 여가를 갈망하게 된 사회 분위기도 한 몫 합니다.
대학교수들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미스터리클럽>을 모태로 1983년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창립, 체계적 활동의 틀을 놓습니다. 공동 단편집을 매년 발행하고 추리문학상을 제정해 신인작가 발굴에 나섭니다. 언론인 출신의 이상우, 중앙정보국 출신의 노원, 방송작가 출신의 김남 작품이 인기를 끌었고 <계간 추리문학>, <미스터리 매거진>같은 전문 잡지와 명지사, 추리문학사, 남도출판사 등 전문 출판사들이 등장합니다. 공모전도 여럿 생겼는데 유우제, 강형원, 권경희 등이 수상자로 등단합니다. 스포츠신문에 추리소설 신춘문예가 생긴 것도 80년대 중반입니다. 

한국추리작가협회 현판식


1990년대 들어 한국추리작가협회는 일본추리작가협회와 교류를 시작할 정도로 외연을 넓혔고, 1993년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과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대박을 치면서 추리 서사의 토대는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스포츠신문 자본은 끊임없이 연재물을 만들어내고, 통신 동호회를 통한 온라인 작가의 등장은 장르문학의 다양성에 기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전성기는 짧았습니다. 비디오, 케이블TV 등 다양한 영상매체의 발달과 휴대전화 보급 등이 추리소설 독자층을 빼앗아 가버렸습니다. 여기에 IMF 외환위기에 따른 출판시장 위축까지 겹치면서 침체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당장 신춘문예가 다 사라지면서 작가 수급에 애를 먹었고, 작품이 나오지 않는 악순환이 거듭됩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한국 추리소설의 침체 요인으로 작품의 선정성, 폭력성을 흔히 드는 것입니다. 선정성, 폭력성에 대한 옹호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그것이 실제로 추리소설의 침체와 직결된다는 적절한 근거 제시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시비를 걸 정도로 선정적이라면 성인 독자들에게 오히려 더 잘 팔려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2천년대 들어 미스터리 붐이 다시 일지만 그때는 이미 외국 작품에 독자를 다 빼앗긴 상황이었습니다. <다빈치 코드>로 대변되는 팩션의 열풍,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 등 일본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쏟아지면서 국내 작가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추리소설 시장에 국내 창작물은 10%도 안 될 정도로 기형적 구조를 가지게 됐습니다. 그러나 여성 고정 독자가 늘고 시장 규모를 키운 긍정적 효과도 있습니다. 국내 작가의 창작욕을 자극한 점도 하나의 수확입니다.



지금도 추리소설 창작 열기는 뜨겁습니다. 인터넷 창작카페가 활성화 되고 기성 작가의 작품도 꾸준히 나오는 편입니다.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발간하는 <계간 미스터리>의 신인상 투고작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출판사들도 우호적이고 상금 1억원의 장르소설 공모전도 생겼습니다. 분명 반길만한 현상이지만 한국 추리소설의 지속적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덧붙임>한국 추리소설 미래는 장밋빛인가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다빈치 코드>같은 추리소설이 탄생할 것이다.’

한국 추리소설 현황을 다루면서 말미에 이런 식의 낙관적 전망을 내는 기사가 많습니다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막연한 기대일 뿐입니다.


미스터리 소설(넓게는 장르소설) 강국이 되기 위해선 축적된 역사와 자국 작품을 소화할 넓은 시장, 영어권역, 두터운 작가층, 사회적 인식 등 여러 조건들이 골고루 갖춰져야 하는데 지금 현실은 어느 것 하나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미국과 일본 미스터리가 쏟아지면서 독자와의 거리는 더 멀어지고 한국 작품은 저질이라는 편견은 여전합니다. 순문학과의 벽도 엄연히 존재하고요. 다수의 작가가 기존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팩션, 혹은 액션 영화 스타일에 가까운 스릴러에 집중하다보니 정통 미스터리 작품은 기근 상황입니다. 게다가 한국 추리문단의 최고 약점은 인기 작가 몇 명에 의존해 지탱해 왔다는 점입니다. 일본이 ‘사회파’니 ‘본격파’니 그들만의 스타일로 오랫동안 시장을 개척해 장르강국이 된 점과 확연히 비교됩니다.  


그러니 한 사람의 인기작가가 갑작스럽게 등장하여 수십만 권의 판매고를 기록한다고 해서  순식간에 추리소설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김연아와 박태환이 세계 정상의 위치에 올랐다고 피겨나 수영 강국이 아니듯 말이죠. 기본적으로 국내 작가의 작품이 연간 1백 편 정도 출간되고(좀 많나요^^;;) 누구나 휴가를 떠날 때 한국 창작 추리소설 한 권쯤 들고 가서 읽는 생활이 일반화될 때, 바로 그때가 추리소설 선진국이 되는 순간일 것입니다.


다만 이렇게 되는 데는 제법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체계적 작가 양성, 내재된 역량의 축적, 한국형 스타일의 작풍 확립 없이는 침체된 분위기를 한동안 반전시키기 힘들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만, 부디 이런 예측이 빗나가길 고대합니다^^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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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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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메라이언 2010.11.09 2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그 날 스치듯 들었던 추리소설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로군요. 와아 흥미로워요. 방정환 선생도 추리소설을 쓰셨었군요! ㅎㅎ

    꼬리.
    블로그 디자인이 바뀌었네요. 훨씬 시원하고 좋아요. ^-^

    • 추리닝4 2010.11.10 14: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날 스치듯 이야기를 했군요ㅋ 최근 이야기는 시시콜콜 적기가 좀 부담스럽네요^^; 글구 편집장님이 자료를 많이 주셨어요. 80년대 추리작가협회 현판식 사진을 어디서 구하겠어요. 블로그 디자인은 어느 순간 바뀌어있더라는 ㅎ

    • 카메라이언 2011.01.18 01: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 ... ... 추리소설을 보고 추리소설을 쓰는 제가 보기에 이 주소는 백퍼센트 광고! 이 주소에 추리소설 있을 리 없다!! (주소가 gamehanpan 인데 누를 리 없잖아욧!!!! ;;;) 혹시나 싶어 네이버에 검색하니 역시나 게임사이트였 ;; (;;;)

  2. 무혼자 2011.08.21 2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고스럽게도 한국 추리소설 역사를 쓰셨군요. 한번은 읽고 기억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추리소설등에 관한 발전적 문제는 금방 지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생각듭니다.

  3. Dokuta 2011.09.17 0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내성의 <기담 연문 왕래>(일본말)를 공개했습니다. 일본말을 할 수 있는 분은 와 보십시오.
    http://www36.atwiki.jp/asianmystery/pages/16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