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동 별관'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0.10.26 셜록 홈즈, 스마트폰을 만나다 (9)
  2. 2010.10.13 한국에서 추리작가 되는 법 (14)
  3. 2010.09.29 최고 돈 많이 버는 작가를 위한 변명 (6)

“가장 흔한 범죄가 가장 불가사의 할 때가 많지. 왜냐하면 추리를 끌어낼만한 특별하거나 새로운 특징이 없기 때문일세.”  - 코난 도일 <주홍색 연구>에서



영국 드라마 <셜록>이 특별한 이유


“당신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왔군. 어떻게 아냐고? 머리는 짧고 팔은 새까맣게 탔잖아. 손목만 검게 탄 걸로 봐서 분명 긴 옷을 입었고…. 그건 바로 군의관이란 얘기지.” 

택시 안에서 홈즈가 왓슨 박사에게 추리력을 뽐내며 ‘지 자랑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홈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헌팅캡을 눌러쓰고 담배 파이프를 문 매부리코의 사내가 아닙니다. 곱슬머리에 모델처럼 쫙 빠진 몸매, 슬림한 바바리코트 걸치고 머플러 휘날리는 완전 간지남입니다. 그리고 지팡이 대신 스마트폰으로 무장했군요.

올해 영국 BBC에서 만든 3부작 드라마 <셜록>의 한 장면입니다. 21세기형 셜록 홈즈는 이렇게 뽀대나게 환생했습니다.



영국 드라마 '셜록'. 홈즈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왼쪽)와 왓슨 역의 마틴 프리먼

영화 '셜록 홈즈'. 홈즈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오른쪽)와 왓슨 역의 주드 로



뭐, 홈즈야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탐정인지라 수많은 패스티시와 패러디 작품이 탄생했고, 또 지겹도록 영상화 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BBC 드라마에 눈길이 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동안 각색된 홈즈물 대부분은 19세기 후반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흐음, 왜 f(x)의 빅토리아가 아른아른^^;)의 배경은 살리되, 이야기 구조는 많이 바꿨습니다만 이 <셜록>은 100년 세월을 훨씬 뛰어넘어 배경을 현재의 런던으로 가져오면서도 비교적 원작 설정에 충실하다는 점입니다. 작년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셜록 홈즈>를 떠올리면 바로 비교가 되시리라.

예를 들면 드라마 1편 제목이 <분홍색 연구 A Study in Pink>입니다. 누가 봐도 1887년 홈즈가 첫 등장한 <주홍색 연구 A Study in Scarlet>의 오마주입니다. 왓슨은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했다가 런던으로 돌아왔고 (영국은 그때도, 최근에도 아프간과 전쟁질을 했군요) 생활고 때문에 같이 하숙할 사람을 구하는 과정에서 홈즈를 만난다는 설정도 원작을 따랐습니다. ‘Rache’라고 쓴 메시지와 독이 든 알약을 소재로 활용하는 점도 흡사합니다.

다만, 신문 광고 대신 인터넷이, 마차 대신 택시가, 코카인 대신 니코틴 패치가 활용되고 원작보다 젊고 샤방샤방한 홈즈는 좀 더 열심히 뛰어 다닙니다. 점잖은 왓슨 박사도 귀여운 이미지로 변신했는데 원작보다 비중이 줄어 좀 찌그러져 보이는 정도가 불만입니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한 제작진의 선택은 꽤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디테일한 극본, 세련된 편집, 적당한 활극이 버무려져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 흡입력 넘치는 모던한 홈즈로 재탄생시켰으니까요. 

이 드라마를 보노라면 ‘독자(시청자)의 시선은 이야기가 아니라 캐릭터 따라 간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암튼 홈즈는 자신의 고국에서 탄생한 드라마 덕에 ‘100년 전 명탐정’의 낡은 이미지를 벗고 변신을 꾀할 수도 있겠네요. 셜로키언들이 원작 훼손이라고 달갑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박제된 홈즈보다 진화한 캐릭터로 생명력을 더하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여전히 먹히는 ‘세계 최고 탐정’

홈즈가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이유는 당연히 이름만으로 절반 먹고 들어가는 캐릭터 때문이겠죠. 

아서 코난 도일에 의해 1887년 <주홍색 연구>에 첫 등장해 1927년 <셜록 홈즈의 사건집>까지 40년 동안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에서 활약합니다. 뛰어난 관찰력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과학적, 논리적인 사건 해결법은 명탐정의 전형을 제시합니다. 약간 정형화된 소설 패턴이 되레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홈즈의 탄생 전후에 에드거 앨런 포가 창조한 뒤팽, 에밀 가보리오의 르콕,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뤼팽 등이 차례로 등장하지만 홈즈의 위상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끊임 없이 출간되는 홈즈 관련 서적들



홈즈란 인물의 특징은 <주홍색 연구> 앞부분에 자세히 나옵니다.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는데 너무나 깡말라서 훨씬 더 커 보이고 눈은 날카롭고 살집이 없는 매부리코는 전체적으로 기민하고 단호한 인상이다. 각지고 돌출된 턱 또한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문학, 철학, 천문학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고 정치는 약간, 식물학 중에도 아편이나 독성 물질에 대해서는 해박하고 화학, 해부학, 범죄 관련 문헌에는 정통하다. 바이올린 연주가 수준급이고 펜싱과 권투 실력은 프로급. 가끔씩 우울증에 빠져 며칠씩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때도 있다’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홈즈를 창조한 아서 코난 도일은 의사입니다.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가 정신병원에서 죽어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에든버러 의과대학을 다니면서 소설을 몇 편 발표해 재능을 인정받지만 가족 생계 때문에 전업 작가가 되는 건 주저했다고 합니다. 스물셋에 병원을 개업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환자가 많지 않아 본격적으로 창작을 시작합니다. 


셜록 홈즈를 창조한 아서 코난 도일


그는 의과대학을 다닐 때 스승이었던 조셉 벨에게서 영감을 받아 홈즈를 탄생시킵니다. 벨 박사는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의 직업과 고향, 가족 관계 등을 잘 맞췄다고 합니다. 구두에 묻은 흙이나 몸의 피부병 같은 걸 이용해서요.

초절정 인기를 구가하던 홈즈는 1893년 <마지막 사건>에서 숙적 모리어티 교수와 함께 스위스의 한 폭포에 떨어지면서 세상에서 사라집니다. 코난 도일이 자신보다 더 인기 있는 홈즈에 실증을 느껴 ‘살해’했다는 설인데요, 결국 독자들 압력에 못 이겨 9년 만에 부활합니다.  

이런 대중의 열렬한 환영 이면에는 당시 런던이라는 도시의 특수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수도는 각 대륙에서 몰려든 이민자들로 급팽창합니다. 빈민촌이 늘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런던 경찰은 범죄자 검거에 늘 허덕댑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소한 실마리를 통해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 사건을 척척 해결해내는 홈즈는 런던의 영웅이었던 셈이지요.

  

셜록 홈즈의 이름으로…

홈즈의 재창조가 활발했던 이유는 코난 도일이 저작권을 설정해 놓지 않은 점도 한몫 했습니다. 코난 도일 친구인 로버트 바란 사람이 ‘셜로 콤즈’ 라는 짝퉁 소설을 냈을 정도입니다. 

참 양심 없는 양반입죠. 모리스 르블랑은 자신의 괴로 뤼팽 작품에 홈즈를 무능한 탐정으로 등장시키기도 합니다. 참 질투 많은 양반입죠.


홈즈가 첫 등장한 ' 주홍색 연구'와 한국 작가의 패스티시 작품 '경성탐정록'



유명 작가들이 홈즈를 차용해 쓴 작품도 꽤 됩니다.

1944년 엘러리 퀸과 존 딕슨 카는 패러디집 <셜록 홈즈의 재난>이란 책을 냅니다. 이에 코난 도일의 셋째 아들 에이드리언이 분노하면서 서점에서 책이 회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습니다. 

아버지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에이드리언은 직접 홈즈 시리즈를 쓰기로 결심합니다. 존 딕슨 카와 공동으로 1954년에 단편집 <셜록 홈즈 미해결 사건집>을 발표합니다. 책은 잘 팔렸다지만 따지고 보면 이것 또한 짝퉁. 그런 이유 때문인지 가족들조차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스티븐 킹이 쓴 <닥터스 케이스>란 작품에도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홈즈가 등장합니다. 왓슨이 사건을 먼저 해결한다니 아! 놀라운 반전. 홈즈가 아흔 넘게 산 것으로 설정해 그의 노년의 삶을 그린 미치 컬린의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도 유명하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니콜라스 메이어의 <셜록 홈즈 7퍼센트의 용액>에서는 마약에 중독된 홈즈가 심리학자 프로이트의 치료를 받는다는군요. 

홈즈가 개 이름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아예 주인공을 왓슨 박사와 악당 모리어티 교수로 설정한 작품도 있다니 홈즈의 인기를 실감케 합니다.


한국형 셜록 홈즈도 있습니다. 바로 한동진, 한상진 형제가 작년에 발표한 단편집 <경성탐정록>입니다. 

설정이 재밌습니다. 1930년대 식민지 경성을 배경으로 열혈 조선 청년 설홍주와 중국에서 한의학을 공부하러온 왕도손의 활약을 그렸습니다. 주인공 이름에서 바로 홈즈와 왓슨이 연상이 되시리라.
한국적 정서와 익숙한 지명이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운수 좋은 날>, <광화사>같은 단편 제목들은 현진건, 김동인의 소설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국내작가 작품 중에서는 흔하지 않는 본격 미스터리물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미니시리즈 <셜록>이 1편 인기에 힘입어 내년에 시즌2가 나온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도 ‘국민 명탐정’ 한명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봤습니다. 국민 캐릭터 ‘뽀로로’도 만들었으니 언젠가 가능하겠지요? 비유가 좀 거시기한감요^^;


사소한 태클; 베이커 거리는 부자 동네랍니다.
코난 도일이 홈즈를 썼을 땐 100번지까지 밖에 없다가 1930년대 들어 홀수 번지가 생겼답니다. 홈즈의 방은 온갖 값비싼 물건들로 가득합니다. 명품 바이올린을 헐값에 구입한 이유는 설명되어 있지만 불독도 키우고 허드슨 부인은 손님이 올 때마다 차를 내옵니다. 궁핍해 하숙 동거인을 구한다는 설정이 설득력을 잃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홈즈와 떨어질 수 없는 소품이 사냥모자와 파이프(블로그 왼쪽 위 그림 참고)인데요.
원작에는 이것들에 대한 묘사가 명확하지 않은데 삽화가가 즐겨 그린 탓에 이미지가 굳어져버렸습니다. 홈즈처럼 멋을 아는 남자가 도시에서 사냥모자를 쓰는 일은 거의 없었겠죠. 파이프도 마찬가지로 연극배우인 윌리엄 질렛이 사용해 유명해진 것이랍니다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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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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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뎅뎅뎅 2010.10.26 16: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 드라마 2편까지 봤는데요. 홈즈의 낭창낭창한 몸매와 까칠한 성격이 마음에 들더군요. 스마트폰으로 날씨 검색할 때 가끔 홈즈 생각을 합니다요. 쿄쿄~
    근데 M르블랑이었나요? 셜록 홈즈 철자를 바꿔서 혈록 쇼움즈인지 하는 탐정이 루팡이랑 대결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릴 때는 홈즈보다는 루팡 팬이었는데, 요즘은 루팡은 별로 안 땡깁니다.

    • 추리닝4 2010.10.27 14: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전 전철에서 <셜록>보다가 홈즈 그 놈 넘 멋지다면서 내게 문자 보낸걸로 아는데 기억하시는지 ㅎㅎ..나이 탓인지 홈즈고 뤼팽이고 다 싫고 걸그룹 <시크릿>이 최고라는^^;

  2. 최망최망 2010.10.26 22: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배 근데 저는 언제부터인가 셜록 홈즈=이대근 국장으로 인식이 되어서, 홈즈만 보면 흠칫 놀래요. 언젠가 이국장이 남색 바바리 입고 긴 우산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계시는 걸 봤는데, 홈즈가 따로 없었다는...

    그나저나, 셜록 다운받아놨는데, 봐야겠네요.

    • 추리닝4 2010.10.27 14: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 바바리와 우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 국장과 홈즈는 싱크로율이 그다지^^; 요즘 현직 판사가 쓴 추리소설 <어둠의 변호사>시리즈가 반응이 좋은데 거기 고진이라는 꽤 멋진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나와. 창백한 지식인의 느낌이랄까. 이 국장이 탐정이라면 그 캐릭터에 가까운듯(이 국장 이 댓글 보면 곤란하데^^;;;;)

    • 갈매 2010.10.28 1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그닥 싱크로율이 높지 않다는데 한표!
      이 국장 요즘, 다른 블로그 탐방도 다니시는 듯.. ㅋㅋㅋㅋ 언젠가 보실지도~~~ ㅋㅋ

      오옹. 궁금하군요.. 어둠의 변호사를 비롯하여,
      저 <경성탐정록> 등등.

      저는 어릴 때 홈즈 시리즈 중 일부가 동화전집에 있었는데.. 그중에 <얼룩끈>을 읽다가 오싹오싹해서 잠도 못자고 덜덜덜 떨던 기억이.. ㅋ

  3. 카메라이언 2010.10.27 0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흐흐 저도 시즌 1 다 봤어요. 아 어찌나 재미있던지. 시즌 2 기대기대기대입니다.

    그나저나, 저도 집에 셜록홈즈 미해결 사건집 있어요. 경성탐정록은 얼마 전 다른 집에 입양보냈다는. 곧 2 나오겠죠? 나와야 하는데요? 어서 출판사에서 좀 출간 좀 해주셔야 할텐데요?

    그나저나, 홈즈를 오마쥬하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1994년부터 연재 중인 명탐정코난도 빼놓을 수 없죠. 모리어티교수를 연상시키는 검은 조직과의 끈질긴 인연이라던가, 도대체가 끝날 생각이 없는 듯한 단편위주의 에피소드하며 흐흐흐... 아서 코난 도일 경이 본다면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합니다.

    • 추리닝4 2010.10.27 14: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셜록 홈즈 미해결 사건집은 절반 정도 읽고 방치. 코난 도일이 안썼다니깐 그닥 집중하지 않게 되더라는. 기분탓이겠죠ㅎㅎ 경성탐정록과 같이 사진 찍으려고 방 다 뒤졌는데 그 책 안보이더라고요^^;..김전일이나 코난 참 재밌죠. 일본에는 트릭만 전문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당^^

  4. 샐리* 2010.12.29 20: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아, 저도 최근에 셜록 에피소드 3편을 끝냈습니다.
    시즌2를 기다리기가 너무 힘이 드네요. 재미있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서사의 시대랍니다. 장편이 대세라네요. 순문학 작가들의 추리기법 차용이 늘고 외국의 유명 미스터리 작품이 앞 다퉈 번역돼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산업이 커지면서 ‘원 소스 멀티 유즈’란 말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그 덕에 한국 추리소설도 저급 변두리 문학이란 오명은 ‘초큼’ 벗게 됐습니다. 외부 요인에 기댄 것이라 씁쓸한 측면도 있지만 존재감조차 미미하던 과거에 비하면 음지에서 양지로 고개를 내민 기분이랄까요. 몇몇 작가는 완성 원고 없이도 출판사와 계약할 정도니 국내 작품이라면 눈길조차 안주던 5~6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입니다.

여전히 한국 추리소설의 미래를 낙관하긴 애매한 시점이지만 분위기만큼은 확실히 긍정적입니다. 이제 수준 높은 작품을 통해 시장을 키우는 건 작가들 책임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작가들이 많이 나와야겠지요. 다행히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창작 기반이 조금씩 탄탄해지고 있습니다. 미스터리 작가 지망생들이 꽤 늘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추리작가란 직업을 가지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순문학처럼 신춘문예나 출판사 문예지 같이 공식화된 등단 절차가 있는 건 아니지만 추리문단에도 다양한 등용문이 있습니다.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 아는 범위에서 정리해봤습니다. 물론, 절대적 기준은 아니고 어떻게 보면 요식 행위에 불과하지만 보통 이렇게 시작한다는 것이니 다른 오해는 없으시길^^ 

 

창작카페를 중심으로 추리작가 지망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우선, 근사한 장편을 하나 탈고했다면 선택의 폭은 넓습니다.
고민 없이 바로 원하는 출판사에 날려보시길….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추리작품은 확률적으로 희박했는데 지금은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원고를 제본해 우편으로 보내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황금가지, 랜덤, 노블마인, 시공사, 시작, 북스피어 같은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들은 자사 사이트나 온라인 카페에 독자 투고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채택 여부는 편집회의에서 결정되는데 아마도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두 달 안에 결과를 통보 받으실 수 있습니다. 행여 답장이 없더라도 서운해 하지 마시길요. 편집자들도 투고 원고 일일이 검토하는 작업이 큰 일이랍니다. 당장 출간하기엔 부족하나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라면 수정을 전제로 가계약을 하기도 합니다.


잘 알려진 일화지만 1974년 미국의 한 무명작가가 자신의 재능에 절망해 휴지통에 버린 원고를 그의 부인이 수거해서 격려 끝에 완성, 출판사에 보냈습니다. 바로 ‘장르의 제왕’ 스티븐 킹의 실질적 데뷔작인 <캐리>의 탄생입니다. 일본 미스터리 작가 교코쿠 나츠히코도 당초 에도가와 란포상에 투고하려 했으나 원고 매수가 규정을 넘어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출판사를 찾아 갔고, 그 작품은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우부메의 여름>입니다.
직접 투고해 출판사와 인연을 맺을 경우 차후에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죠. 대형 출판사라면 영화나 드라마 제작 같은 2차 저작권 판매에 에이전트 역할도 맡아줍니다.  


두 번째는 장편 공모전에 도전하는 방법입니다. 

 ‘장르소설 재발견’ 분위기에 힘입어 수년 전부터 언론사와 출판사에서 경쟁적으로 문학상을 신설했습니다. 다만 추리부문이라고 꼭 찍어 한정된 것은 없고 호러, SF, 로맨스 등 장르문학 전반에 대해 투고를 받습니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까지 <김내성문학상>, <소설문학사 추리장편 공모전>등을 통해 유우제, 권경희, 이승영, 임사라 같은 실력파 작가들이 대거 배출됐는데 이들 상이 지금까지 이어졌더라면 한국 추리소설도 전성기를 한번 맞지 않았을까 아쉬워해 봅니다.)


주요 공모전의 수상 작품들


먼저 조선일보에서 주관하는 <뉴웨이브 문학상>은 올해로 4번째 입니다. 첫해는 국문학자 유광수씨의 역사 스릴러 <진시황 프로젝트>가, 다음 해는 수상작을 못 냈고 작년에는 고대 그리스 피타고라스학파의 암투를 다룬 <천년의 침묵>이 선정됐습니다. 올해는 이달 중 당선작을 발표합니다. 상금은 1억원.


<멀티문학상>은 영상물 원작을 발굴하기 위해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방송사 SBS, 영화사 쇼박스가 손잡고 작년 신설됐습니다. SF와 판타지를 주로 쓰는 김이환씨의 <절망의 구>가 첫해 당선 됐고 올해는 수상작을 내지 못했습니다. 상금은 역시 1억원. osmu21.co.kr에서 응모 요강 확인 가능. 계간지 자음과 모음에서 진행하는 <네오픽션상>도 있답니다. 올해는 유현산씨의 추리소설 <살인자의 편지>가 선정됐습니다. 매년 6월말 응모 마감해 가을호에 당선작을 발표합니다. 상금은 5천만원.


문화부 주최 <디지털작가상>은 올해로 5회째. 올 12월 10일까지 원고를 받고 내년 1월 초 당선작을 발표합니다. 비교적 짧은 원고지 500매 이상이면 응모 가능하고 대상 뿐 아니라 우수상, 장려상 등 여러 편을 뽑기 때문에 수상 확률이 높은 편입니다. 한국전자출판협회(
www.kepa.or.kr)에서 온라인 접수합니다. 대상 상금은 2천만원. 작년에는 <기억은 잠들지 않는다>라는 양지현씨의 추리소설이 뽑혔습니다.  

최근 경향을 보면 미스터리 쪽이 강세입니다. 공모전을 통한 데뷔는 짧은 시간에 작가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겠죠. 결정적으로 상금이 짭짤하다는 것. 흐흐~
낙선한 작품이라도 수준작들은 별도 계약을 통해 단행본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폼 나는 장편 없다고 추리작가의 꿈을 꺾진 마십시오. 단편 창작부터 재미 붙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재작년 타계한 에드워드 D. 호크는 1천여편에 가까운 단편으로 추리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작가입니다. 


스포츠신문에서 주관하던 신춘문예가 2천년대 들어 다 폐지되는 바람에 지금 단편을 공모하는 곳은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2002년부터 발행하는 잡지 <계간미스터리>가 유일합니다. 매분기마다 <미스터리 신인상>을 뽑는데 분량은 70~200매.
mysteryhouse@hanmail.net으로 접수 가능합니다. 당선작에는 한국추리작가협회 입회 자격과 집필 지원이 있습니다. 매년 여름에 나오는 단편집 <올해의 추리소설>에 작품을 실을 수 있고요.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발행하는 '계간미스터리'. 앞쪽은 창간호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매년 여름 출간하는 공동단편집 '올해의 추리소설'


얼마 전 추리작가로 등단한 현직 판사 이야기가 여러 신문에 실렸는데요, 바로 서울 고법에 근무하는 도진기씨입니다. 그는 ‘심플맨’이란 필명으로 꾸준히 <계간미스터리>에 투고 해왔고, 올 여름호에 <선택>이란 작품으로 신인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곧이어 장편 <붉은 집 살인사건>과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을 연달아 내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출판사 자음과 모음에서도 장르 전문잡지 <네오픽션>을 내년 초 창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월간지가 될 것 같은데 젊은 작가 발굴을 위한 신인상 신설을 기대해봅니다. 


공동 작품집을 통해 데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수년 전부터 장르 창작의 큰 흐름 하나가 인터넷 카페의 활성화입니다. 환상문학 웹진인 <거울‧mirror.pe.kr>이나 공포문학의 <유령의 공포카페‧ cafe.naver.com/64ghost>같은 곳이 유명합니다. 이들 카페에선 게시판에 올라 온 회원들 작품을 선별해 공동 창작집을 꾸준히 내는데 신인 등용문으로서 큰 역할을 합니다. <한국공포문학단편선>은 5권까지 나왔고, 한국미스터리작가모임(cafe.naver.com/openhanmymo)이 주도하는 <한국추리스릴러단편선>은 3권이 곧 출간됩니다.

장르소설 창작카페에서도 다양한 작품집이 나옵니다


최근 공포장편 <무녀굴>을 발표한 신진오씨도 창작 카페에서 오랫동안 습작을 하며 실력을 다져왔습니다. 작가 육성 시스템이 빈약한 장르문학계의 모범사례가 아닌가 싶네요. 

  
시대 흐름을 반영하듯 전자책도 있습니다.
지난 여름 교보문고에서 젊은 추리작가들과 손잡고 <미스테리 노블>시리즈를 런칭했습니다. 한국미스터리작가모임에서 1년에 단편을 40편 제공합니다. 마찬가지로 해당 카페에 글을 올리거나 운영자 앞으로 개별 투고하면 운영진이 선별해 <미스테리 노블>에 실을 수 있습니다. 아직 시작 단계이나 획기적인 시도라 눈여겨볼만 합니다.
전자책 회사 바로북에서 운영하는 <아이작가‧ www.ijakga.com>도 한국추리작가협회와 연계, 이곳에 글을 연재하면 <계간미스터리>신인상에 자동 투고됩니다.

전자책 출간의 장점은 실험성 높은 작품을 부담 없이 발표할 수 있고, 수익 분배 방식도 작가에게 유리합니다. <미스테리 노블>의 경우, 저자가 다시 오프라인으로 책을 내고 싶어 할 때 계약상 제약 요인은 없습니다.


교보문고 전자북이 젊은 작가들과 손잡고 만드는 '미스테리 노블'시리즈


네이버에서는 작년부터 <오늘의 캐스트>에 장르 단편을 한 주에 한 편 소개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황금가지와 시공사, 제우미디어가 돌아가면서 추천하는데 해당 출판사 투고를 통해 실을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이런저런 작은 공모전이 있습니다만, 중요한건 작가 타이틀이 아니라 얼마나 재밌고 완성도 높은 글을 쓰는가겠죠.

추리소설이 발전한 나라 대부분은 선진국입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정치 상황이 안정돼야 비로소 ‘지적 유희’를 즐길 여유가 생긴다는 거죠. 특히 일본 추리작가들은 서양문화의 산물인 미스터리를 사회파, 신본격 같은 자신들만의 색깔로 발전시켜 최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일본추리작가협회 회원만 700명에, 하루에 한 권 이상 자국 작가의 추리소설이 나옵니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 쏟아지는 추리소설 중 우리 작가 비중은 10%가 채 안됩니다. 그 만큼 안방 시장을 다 내주고 있는데요, 상황을 반전시킬 '한국형 스타일'로 무장한 젊은 작가들의 대거 등장을 기대해봅니다. 10만권을 팔 수 있는 추리작가 한 명보다 1만권 팔 수 있는 추리작가 10명이 절박한 시점입니다. (개인적 소원은 1만권이라도 한번 팔아 봤으면 ㅠㅠ)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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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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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찬찬찬 2010.10.14 14: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마지막 문장이 가슴을 치네요~
    작가 저변이 넓어져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겠죠?
    1만부 작가가 될 그날을 위하여~ㅎㅎ

  2. 뎅뎅뎅 2010.10.15 14: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꽤 여러가지 루트가 있었군요. 그나저나 책들을 보니 부럽네요. 잇힝~

  3. artemix 2010.10.15 1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이제야 차분히 읽어봤습니당.
    추리문학도 경제력과 관련이 깊군요.

    우리 추리소설이 잘 되려면 어서 선진국이 되어야??
    어디 추리소설 뿐이겠어요~~ ^^

    아무튼 어서 1만부 작가가 되는 그날이 오시길 바라며!!!

  4. 카메라이언 2010.10.18 2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른 척 보고가려고 했는데 덧글 보고 뜨끔해서 -_ -; 포스트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럼요 많이많이 책 나와야죠. +-_-+

  5. 돌꽃 2010.10.22 19: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설명 잘해놨네. 링크 좀 걸어놓겠음...^^

  6. 구즈마 2010.11.05 1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국 추리물들 보면 저도 정말 부럽습니다. 영미권 작가들 작품세계도 끝이 없지만 언젠가는 근사한 한국 작가분 발굴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가요.

    • 추리닝4 2010.11.06 13: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우리나라도 젊고, 재능있는 추리작가가 많이 나와야죠. 그래야 제가 슬쩍 묻어갈텐데요^^;; 꼭 좋은 작품 많이 발굴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당~~

  7. 붕붕 2010.11.05 1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만부'에 자꾸만 눈이 가는게 저뿐만은 아니었군요 ㅋㅋㅋㅋㅋㅋㅋ
    잘 읽고 갑니다 ^^



 

이 양반, 연 수입이 7천만 달러(약 841억원)에 달한답니다. 최근 포브스지 선정 가장 돈 많이 버는 작가 1위에 이름을 올렸고, 전자책을 1백만 권 이상 판매한 최초의 작가 되시겠습니다. 51편의 작품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인기 작품 대부분이 영화나 TV 미니시리즈로 제작된 장르소설계의 거장입니다.


혹시 스티븐 킹? 
아닙니다. ‘왕 선생님’은 살짝 지치신 듯 수입 3위로 밀려났고요, 주인공은 바로 미국작가 제임스 패터슨(James Patterson)입니다
.



스릴러 작가 제임스 패터슨.


 

추리나 스릴러 소설 팬이 아니라면 그의 이름이 생소할 수 있겠지만 모건 프리먼이 경찰이자 범죄심리학자로 나오는 영화 <키스 더 걸>이나 <스파이더 게임>을 보셨다면 어떤 스타일의 글을 쓰는지 대충 짐작하실 겁니다. 60대의 나이에도 매년 두어 편 씩 꼬박꼬박 장편을 펴내고 청소년 소설에서 판타지, 로맨스까지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몇 안 되는 작가입니다.


그런데, 이 베스트셀러 제조기가 한국에서의 성적이 영 신통찮습니다. ‘세계 최고’ 명성에 흠집 날 정도랄까. 랜덤하우스에서 ‘여성 살인자 클럽’ 시리즈를 꾸준히 내고 있지만 독자 눈길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고, 외국 인기작품만 선별해 싣는다는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클럽’ 목록에는 최근 그의 작품들이 아예 빠져버렸습니다.

  
잘나가는 현대 스릴러 작가들을 보는 독자들 시선은 대개 비슷한데요, 데니스 루헤인은 사회성 짙은 주제와 심리 묘사가 강점이고 제프리 디버는 치밀한 구성과 반전/트릭의 고수. 마이클 코넬리는 느리고 어둡지만 묵직한, 느와르 삘 나는 범죄소설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취향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제임스 패터슨에 대한 평가는 인색합니다. 그럭저럭 잘 읽히는 작가, 딱 그 정도 같습니다. 바꿔 말하면 필살기가 없다는 얘기죠.


그러나 좀 더 뜯어보면 그의 작품은 스릴러의 정석이라고 할 만큼 장점이 많습니다. 대표적 인기 시리즈인 ‘여성 살인자 클럽’을 예로 보면, 전매특허인 서너 페이지 정도의 짧은 챕터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영화 장면처럼 눈앞에 휙휙 스쳐갑니다. 간결한 문장으로 결말을 향해 내달리는 과정은 긴박감 넘칩니다.

이미지의 시대에 텍스트가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고나 할까요. 작품 배경과 캐릭터 구축도 매력적입니다. 미항 샌프란시스코에서 강력반 형사, 검시관, 신문기자, 검사 4명의 커리어우먼이 똘똘 뭉쳐 연쇄살인과 납치, 테러 같은 ‘세상의 악’과 맞짱 뜬다는 설정, 통쾌하지 않습니까?
 

제임스 패터슨 원작의 영화 '키스 더 걸'. 모건 프리먼이 주인공 알렉스 크로스로 나온다.




그런데 왜 한국 시장에선 그의 작품이 먹히지 않는 걸까요.  

개인적 경험으로 유추해보면 우선, 정통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취향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 한방! 즉, 반적 강박증에 걸린 한국 독자들은 사건 전개 과정의 액션신에 그다지 매력을 못 느끼는 모양입니다. 패터슨 작품 중 범인이 너무 일찍 드러나거나 마무리가 밋밋해 김빠지는 작품이 꽤 되긴 합니다.


둘째는 그가 다작을 한다는 점입니다. 시기 맞춰 작품을 쭉쭉 뽑아내다보니 당연히 작품 수준의 편차가 클 수밖에요. 개인적으로 <허니문>같은 작품은 ‘충격적 결말’이라는 홍보문구가 무색할 정도입니다. 비슷한 전개 패턴에 질리는 감도 있습니다.


또 하나, 주인공들 캐릭터는 분명 매력적이나 그 역할이 플롯과 착착 맞물려 돌아가지 않습니다. 네 여성의 직업적 전문성을 느낄 수 있는 묘사는 부족하고 사건 해결이 이들의 추리와 발품보다 우연에 기댄 경우도 있고요. 

국내 독자들은 전문적이고 지적인 이야기 좋아하잖습니까. 조선시대 배경의 팩션이라고 한 권 읽고 나면 왠지 역사 공부까지 덤으로 한 듯 뿌듯함까지 느끼니….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학 시리즈 ‘케이 스카페타’나 제프리 디버의 법과학 시리즈 ‘링컨 라임’등과 비교하면 확실히 패터슨의 작품은 어정쩡합니다.
그 외에 지독히 미국적인 스타일에서 오는 이질감도 영향이 있을 수 있겠고, 공동 작업을 즐겨한다고 알려진 터라 파트너와의 미묘한 불균형이 원인일 수도 있겠지요.

국내에 출간된 제임스 패터슨 작품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제임스 패터슨은 세계에서 돈을 제일 많이 버는 작가고, 현역 최고의 스릴러 작가입니다. 신작을 기복 없이 팔아치우는 작가 파워는 여전하고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와 ‘여성 살인자 클럽’ 시리즈는 십 수 년이 흘러도 인기 정상입니다.


옹호를 좀 더 하자면 대중소설은 어차피 오락물이고 몇몇 약점을 접고 들어가면 그의 글은 누구나 쉽고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케일은 크고 구성은 단순하고 스피드는 탁월합니다. 일단 잡으면 페이지가 쉭쉭 넘어가는 중독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읽히는 힘. 그것이야말로 장르작가에게 최고의 찬사 아니겠습니까.


 작가 본인이야 한국에서 낮은 인지도에 신경이나 쓸까마는 그의 작품을 꾸준히 봐온 팬 입장에선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타인에게 외면 받을 때의 서운함 같은 것 있잖습니까.


패터슨은 다작을 하는 작가답게 작년 가을 2012년까지 17권의 작품을 쓰기로 계약했답니다. 신작을 통해 한국에서 명예회복을 고대해봅니다.


(참고로 포브스지가 발표한 지난해 작가 수입 2위는 뱀파이어 소설 <트와일라이트>로 4천만 달러를 번 스테파니 메이어입니다. 호러 스릴러 거장 딘 쿤츠가 1천800만 달러로 6위, 법정 스릴러로 유명한 존 그리샴이 1천500만 달러로 8위, 조앤 K 롤링은 해리 포터 신작이 없는 관계로 10위까지 떨어졌습니다. 로맨스를 주로 쓰는 다니엘 스틸과 니콜라스 스파크스가 각각 4위, 9위에 오른 걸 보면 돈은 장르작가가 다 쓸어 담네요^^)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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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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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야기꾼 2010.10.06 14: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단하군요. 우연히도 지금 제임스 패터슨의 <첫번째 희생자>읽고 있는데요, <시간의 침묵>처럼 묵직한 맛은 사라졌지만, 술술 읽히는 맛은 최고입니다. 저 양반 한 달 수입만큼이라도 평생 벌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2. decca 2010.12.09 09: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슷한 맥락이긴 하지만 페이퍼백 시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책을 소비하는 시장(읽고 버리고, 중고책으로 팔고 등등)이 국내에는 없어서, 저런 미국의 일류 스릴러 작가들과 국내 시장은 정말 궁합이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국내에 인기 있는 스릴러 작가들은 대중성보다는 평론가들에게 인정 받은 작가들이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3. 필론 2010.12.14 10: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제임스 패터슨의 소설을 즐겨 읽습니다. 올해 론칭한 Jack Morgan 시리즈의 Private도 재미있더군요. 제임스 패터슨의 소설이 한국에서 반응이 좋지 않은 것은 좀 안타깝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