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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3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29> 개 (2)

 

사람의 가장 가까운 벗 


모든 개들에겐 벼룩이 있지 - 그게 보통 개라면 말일세
- 파(Parr) 경찰국장
 - <The Recoil>(1930), 프레드릭 어빙 앤더슨


사람과 가장 친숙한 동물을 꼽으라면,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꽤 많은 사람이 개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물론 저도 개를 무척 좋아합니다^^).

강아지는 어린 아이의 벗입니다^^

 

예전에는 개가 가축에 속했지만 요즘은 반려동물이라고 하죠? 모양이나 크기는 제 각각이지만 묘하게도 무조건 주인에게 충성한다는 점은 모두 같은 개들은 애완용에서부터 경비용, 맹도견, 썰매 끄는 개에서 심지어는 식용, 약용(!)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면으로 사랑 받고 있습니다. 또한 개에게는 충성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전설이건 실화건 주인을 위해 목숨을 바친 개 이야기는 웬만한 나라에는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개를 좋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벙어리 목격자>의 책머리에는 당시 키우던 테리어 종 개 피터에 대한 헌사가 실려 있습니다. 한편 다소 괴팍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하드보일드 작가 제임스 엘로이는 자신을 미친 개(mad dog)’라 불러달라고 하는데, 그러는 것이 개에게 욕이 되는 건지 칭찬이 되는 건지 알쏭달쏭하네요.

크리스티의 애견 '피터'. 딸인 로자먼드가 데리고 있습니다

추리소설에서 비중 있게 등장하는 개들은 흔히 두 가지 역할 중 하나, 즉 범죄를 저지르는 쪽의 개와 범죄를 해결하는 쪽의 개 중 하나를 맡게 되는데, 비록 범죄자 측면에 있는 개들이라도 어쨌든 자신의 맡은 일에 충실했음이 틀림없기 때문에 개보다는 그 주인들이 죄를 지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범죄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개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개의 냄새 맡는 능력은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사냥감을 찾는데 쓰였으며, 현대에는 마약이나 폭발물을 찾아내거나 인명을 구조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여러 차례 개들을 등장시켰습니다. 홈즈가 처음 등장하는 작품인 <주홍색 연구>의 첫머리에는 왓슨이 불독 새끼를 한 마리 기르고 있다고 했으며(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불독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숙집 주인인 허드슨 부인의 병든 개는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약이 독약인지 아닌지 실험하는데 쓰였습니다. <네 사람의 서명>에서는 생김새가 볼품없지만 냄새 맡는 데는 대단히 뛰어난 ‘토비’라는 잡종 개가 범인을 추적하는 역할을 했지요.
하지만 세상에는 경찰견 같은 특별한 훈련을 받은 개보다는 일반 가정에서 키우는 애완용 개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또 덩치는 작아도 잘 짖는다면 충분히 경비견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정용 개의 평범하지 않은 행동은 사건 해결에 결정적 단서를 줄 때도 있습니다. 역시 홈즈 시리즈 중 하나인 <실버 블레이즈>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왓슨 : “달리 내가 주의해야 할 만한 것이 있을까?”
  홈즈 : “그날 밤 강아지의 낌새가 이상했던 것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네.”
  왓슨 : “강아지는 그날 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홈즈 : “그거야말로 이상한 일이 아닌가?”

즉,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강아지가 짖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해 내부 사람에 의한 범행임을 홈즈는 금방 파악한 것입니다.

앤드류 복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전과 27범의 무허가 탐정 버크(Burke)는 격투에 능하고 총도 잘 쏘지만 뉴욕의 뒷골목에 사는 만큼 집을 비울 때는 자신의 개인 팬지에게 집의 경비를 맡깁니다. 1백kg이 넘는 매스티프종 개에다가 하필이면 꽃 이름을 붙여 준 이유는 만약 개가 사람을 물었을 때, 그 개의 이름이 공격적이라면 재판에 불리하다는 변호사의 충고에 따른 것이라고 하네요(작가인 복스는 변호사입니다!). 이름만 별난 것이 아니라, 훈련도 반대로 시켜 놓았습니다. 이를테면 ‘앉아’라고 하면 덤벼들고, ‘덤벼’하면 앉게 했는데 이 모든 것이 적을 속이기 위한 것이지요.

최근에 번역된 작품 중에는 가스미 류이치의 <롱 도그 바이>라는 독특한 작품이 있군요 (제목이 어째 눈에 익다 싶으시겠는데, 레이먼드 챈들러의 <롱 굿바이>를 따온 것이죠). 이 작품의 주인공은 짐작하시다시피 애로우라는 이름의 잡종 개입니다. 개들 사이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그 주인공을 돕는 것도 개들이죠. 사람은 별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개판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스미 류이치와 애견 '하치' (작가 홈페이지에서)


악당들은 개들을 범죄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개들에게는 야성의 본능이 조금씩은 남아있기 때문에 어떤 계기에 의해 폭발하게 되면 순한 애완견에서 맹수로 변신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홈즈 시리즈 중 하나인 <배스커빌의 가문의 개>는 개를 범죄에 사용한 대표적인 작품이자 코난 도일의 최고 걸작으로 꼽힙니다. 명문 집안 배스커빌 집안의 헨리 경이 변사체로 발견되는데, 그의 얼굴은 공포로 인해 격심하게 일그러져 있고, 근처에는 거대한 개의 발자국만 남아 있습니다. 화자(話者)인 왓슨은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그때 안개의 둑에서 튀어나온 저 시커먼 형체와 야만스러운 얼굴보다 더 잔인하고 처참하며 흉악한 것을 꿈꿀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아마도 추리소설에 등장한 가장 무시무시한 개가 아닐까요. 이에 맞먹는 개로는 스티븐 킹의 <쿠조>에 등장하는 광견병에 걸린 세인트버나드 종 쿠조 정도를 꼽겠습니다.

이것이 배스커빌 가문의 '무서운' 개(?)의 기념엽서입니다.


훈련된 개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너무 단순해 보였는지,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한 작품도 나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조건 반사를 이용한 범죄. 소련의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는 개를 이용한 조건 반사 실험으로 1904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이 실험 내용은 다 아시겠지만, 개에게 먹을 것을 줄 때 종을 울리는 일이 되풀이되면 나중에는 음식 없이 종만 울려도 개가 침을 흘리게 된다는 것이지요. 일본의 어느 작품(아직 번역되지 않았습니다만 제목은 좀 숨겨놓지요)에서는 이런 조건 반사를 범죄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산장(山莊)에 사는 사람을 죽이려고 합니다. 산장의 사나이는 개를 좋아하며, 절벽 쪽에 서서 ‘야호’ 소리치는 습관이 있습니다. ‘절벽’ - ‘야호’ - ‘개’라는 세 가지를 연결시킨 악당은 궁리 끝에 손 안대고 죽이는 방법을 고안해 냅니다. 덩치 큰 세인트 버나드 종 개를 한 마리 사서, ‘야호’하며 소리친 후 개가 먹을 것을 보고 달려들어 주인의 양 어깨에 두 다리를 걸치게 하는 조건 반사 훈련을 시킨 것이지요. 과연 어떻게 될까요? 어쨌든 기발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아이디어입니다.

조르주 심농의 <황색 개>에서는 프랑스 서북부 어촌마을에서 사람들이 총에 맞고 실종되고 여러 가지 변고가 일어납니다. 그때마다 사건 현장에는 누런 개 한 마리가 어정거리죠. 마스티프 종인 것 같기도 하고 불도그 같기도 한 그 개가 총을 쏘고 사람을 잡아가고 그러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만….

어쨌든 개만큼 사실과 다르게 표현되는 짐승도 없는 것 같습니다. ‘개보다 못하다’는 말에서부터 ‘제 버릇 개 못 준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등의 속담이라던가, 화날 때 쓰는 욕에 이르기까지 흔하게 쓰는 일상용어들을 개가 알아듣는다면 무척 섭섭하지 않을까요. 개들에게 요즘 세상을 평가하라고 한다면 혹시 ‘우리들보다 못하다’ 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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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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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시민 2011.04.14 23: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물을 주제로 한 미스터리도 좋지요, 사람의 성격에 동물적인 특징을 대입해도 좋을 것 같고..., 예를 들어 범행을 하는데 이 사람이 미끼 구실, 저 사람이 사냥개 구실 등을 했다는 방법도 좋겠습니다. 저도 동물을 좋아해 동물 관련 미스터리도 써보고 싶습니다.

  2. 행인3 2011.04.24 02: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들 본질이 그런 가봐요.
    머리 나쁜 강아지로 소문난 X추를 키우는데 요놈은 자기 주인 돌아오기 한시간 전에 (어스름해지기 시작하면) 현관에 딱 앉아있어요. 눕지도 않고 대문만 바라보고 딱 앉아서 기다리는데 그걸 보고 있는데 괴롭습니다. 가끔씩 발이 저린지 섰다가 다시 앉곤 하는데 한시간을 그렇게 앉아있으니 보는 게 부담스럽고...참...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