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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13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16> 탐정의 결혼 (8)

 

결혼해도 아쉽고, 안해도 아쉽고

모든 여성들은 결혼하면 남성이 바뀔 것이라 기대하고,
모든 남성들은 결혼하면 아내가 변함없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결혼의 비극이다.
- 버니 샘슨
<London Match>(1985)  -  렌 데이튼

 

자, 우선 직설적인 질문부터 하나. 탐정은 이상적인 배우자감일까요?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탐정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 잘생기고 똑똑한 사람이라 결혼상대자로서는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걸작 미스터리 속에 등장했던 탐정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기로 하지요.

등장인물의 가족상황을 살펴보면  1) 미혼, 2) 기혼, 3) 독신에서 결혼, 4) 기혼에서 독신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꽤 많은 수의 탐정이 미혼으로 지냈습니다.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에드거 앨런 포우가 만들어낸 탐정 뒤팽은 몰락한 귀족 가문 청년으로 두뇌회전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친구와 함께 하숙집에서 삽니다. 코난 도일이 만들어낸 명탐정 셜록 홈즈 역시 절친한 친구인 의사 왓슨과 베이커 거리의 하숙집에서 생활합니다. 친구 왓슨은 홈즈를 만난 이후 결혼을 세 번이나 했던 반면 홈즈는 도무지 여성에 관심이 없습니다. 결국 이 탓에 나중 ‘홈즈는 동성연애자였다’거나 ‘왓슨이 여자였다’라는 구구한 의견까지 나올 정도였지요(음, 이 이야기는 언젠가 한번 다루겠습니다).

셜록 홈즈의 번잡한 하숙방


렉스 스타우트가 창조한 미식가 탐정 네로 울프 역시 조수 아치 굿윈을 비롯해 여러 사람과 함께 살지만 배우자는 없습니다. 하드보일드 탐정인 샘 스페이드나 루 아처도 독신이긴 마찬가지입니다. 굳이 작가가 남자라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유명한 탐정 엘큐울 푸아로나 미스 마플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을 보면요. 이들이 홀로 산 것에는 갖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혼 운이 도무지 없다는 점에서는 괴도 뤼팽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 같군요. 임꺽정처럼 험한 산 속에 집이라도 있는 산적이라면 아내도 맞이하고 가족을 이룰 수 있겠지만(자녀교육에는 문제가 있겠습니다만), 뤼팽은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주거부정의 거물급 범죄자’라 안정된 가정생활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나름대로 여자관계는 또 복잡한 터라 연애감정을 가졌던 여성이 적진 않았지만, 이리 저리 꼬여서 결국 혼자가 되곤 했습니다.

한편 독신인 것이 당연한 인물도 있는데, G.K.체스터튼의 작품에 등장하는 브라운 신부나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도사 같은 성직자들이 그런 사람들입니다. 이런 분들이야 속세를 떠난 분들이니 뭐…

사립탐정 대부분이 독신인 반면 안정된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경찰 주인공들은 결혼했고, 대부분 가정도 안정된 편입니다. 또한 가족들은 주인공에게 가정생활 뿐에서만 아니라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기도 하죠. F.W.크로프츠의 작품에 등장하는 조셉 프렌치 경감은 추리소설 최초의 현실적인 경찰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과거의 명탐정들처럼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지독하다고 할 정도의 끈기가 있어 애독자들에게서 ‘알리바이 깨기의 명수’라는 멋진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에게는 사건이 풀리지 않으면 종종 대화를 나누는 상대가 있는데, 그건 다름 아닌 그의 아내입니다. 프렌치 경감의 아내는 남편보다 머리가 좋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대화를 통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곤 합니다.

메그레 경감. 심술궂어 보이지만 따뜻한 분입니다.


조르주 심농이 만들어낸 인물로 프랑스의 명배우 장 가방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파리 경찰국의 쥴 메그레 경감 역시 아내와 함께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종종 아내와 다투기도 하지만 금방 풀어지며, 사건을 위해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것에 미안함을 느끼는 메그레 경감의 모습에서 마치 이웃 아저씨를 보는 것 같다면 과장된 표현일지요. 로렌스 샌더즈의 작품에 등장하는 에드워드 X.딜레이니 경감은 첫 아내와 사별하지만, 사건을 수사하다가 만난 여성과 다시 결혼하는 것을 보면 혹시 지휘관급 경찰은 반드시 독신이 아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작가와 이름이 같은 명탐정 엘러리 퀸은 사건 속에서 항상 독신 청년으로 나왔기 때문에 평생 혼자 산 것으로 오해를 많이 받고는 하는데, 사실 그는 처음 등장하는 작품인 <로마 모자의 비밀>서문에서 유부남임이 밝혀져 있습니다. 즉 엘러리 퀸은 고향인 뉴욕을 떠나 이탈리아의 작은 산골 마을에서 아버지, 아내, 어린 아들, 그리고 하인 주나와 함께 조용히 은퇴생활을 하고 있으며, 엘러리 퀸이 활약하는 모든 작품들은 과거에 있었던 사건들이라는 설명과 함께.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결혼하는 경우는 아주 이상적입니다. 영국의 여성작가 도로시 세이어즈의 주인공 피터 윔지 경은 <맹독(Strong Poison)>(1930)에서 살인용의자였던 여성 추리작가 헤리엣 베인(세이어즈가 모델처럼 보이기도 하네요)의 누명을 벗겨준 뒤 여러 차례 구혼 끝에 결혼해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헤리엣 베인과는 대조적으로 세이어즈의 결혼생활은 무척 굴곡이 심했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 상처를 입고, 미혼모가 되는가 하면 이혼남인 아서 플레밍과 결혼했지만 그는 아내가 자신보다 수입도 많고 명성도 높아지자 불만을 품고 결국은 외도까지 합니다. 결국 세이어즈에게 행복한 가정생활은 단지 꿈이었을 따름일까요.

훗날 부부가 되는 헤리엣 베인과 피터 윔지 경(오른쪽)


하드보일드 탐정이 언급될 때 필립 말로가 왜 빠졌나… 하셨을 텐데, 그도 역시 결혼했기 때문입니다. 상대는 억만장자 할란 포터의 딸인 린다 로링. 필립 말로는 <기나긴 이별>과 <플레이백>에서 그녀와의 결혼을 거절하지만, 챈들러의 마지막 작품(그리고 미완성이어서 로버트 파커가 완성한) <푸들 스프링스 Poodle Springs>의 시작은 말로우와 린다와 결혼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챈들러의 미완성 유작을 파커가 완성한 '푸들 스프링스'


미국 만화의 주인공이며 우리나라에는 영화로 알려진 형사 딕 트레이시는 애인인 테스 트루하트와 만난지 어언 18년 만에 결혼을 합니다. 현실에서라면 거의 중년 나이가 된 셈이지만 다행스럽게도 두 사람은 만화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외모에는 별로 변화가 없었습니다.

가정적인(?) 딕 트레이시와 테스 트루하트


영국의 여성 거장 P.D.제임스는 애덤 댈글리쉬 경감과 여성 사립탐정 코델리아 그레이라는 두 명의 매력적인 주인공을 창조했는데, 이들은 완전한 별개의 인물이 아니라 서로 알고 지내며 호감을 가진 사이입니다(코델리아 그레이가 처음 등장하는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에서부터 두 사람이 만나죠). 댈글리쉬 경감은 아기를 낳을 때 아내가 세상을 떠나  독신남입니다. 그래서 몇몇 여성을 만나기도 하죠. 열성 독자들은 코델리아와 댈글리쉬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밝히며 편지를 보냈다는데, P.D.제임스는 두 사람의 관계를 진척시키진 않았습니다.


이렇게 사이가 좋으면서도 이성관계로 발전하지 않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지만, 최근에 소개된 타나 프렌치의 <살인의 숲>에서는 주인공인 롭 라이언 형사는 동료인 캐시 매독스 형사와 순수한 파트너 관계로서 지내오다가 사이가 진척되면서 갑작스러운 갈등에 빠지고 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족을 보살피면서 위험한 범죄자와 상대하는 가정주부를 상상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여성 사립탐정의 많은 수가 독신입니다. 현대의 대표적인 여성 탐정들, 즉 수 그래프튼 작품의 주인공 킨지 밀혼은 두 차례, 새러 패러츠키 작품의 주인공 V.I.워쇼스키는 한 차례 이혼한 독신녀입니다. 밀혼은 경찰, 워쇼스키는 변호사 출신인데, 자신의 직업이 이상과 어긋나고 남편에게도 무시당하자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사립탐정의 길로 들어섰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요.

영화에서 캐슬린 터너가 연기한 사립탐정 V.I.워쇼스키


2차대전 이후부터는 사립탐정 뿐만 아니라 경찰 주인공들도 독신이 늘어났습니다. 업무에 바빠서 결혼을 할 틈이 없었다면 거짓말 같고, 아무래도 멋진 주인공이라면 그에 어울리는 멋진 이성 등장인물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주기 위한 작가들의 의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사건 자체뿐만 아니라 주변의 잡다한 일까지 묘사해야 작품의 맛이 살아나는 만큼 놀라운 일은 아니죠. 어쨌든 서두에 내 놓은 질문의 답은 어떠실지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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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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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야기꾼 2011.01.13 16: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자기 생긴 질문 하나!
    그럼 저런 멋진 탐정을 창조한 추리소설가들은 멋진 배우자감 일까요? ㅎㅎ

    • 카메라이언 2011.01.14 0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로 사람 죽이고 풀면서 스트레스 푸니까, 실제 생활에선 잘 하지 않을까요. +-_-+

  2. 카메라이언 2011.01.14 0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흑흑 이 글을 보니, 안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미미여사님의 '이름없는 독' '누군가' 시리즈 주인공 행복한 탐정 스기무라 상이 시리즈 세 번째 편에서 아내와 이혼한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정말 말이죠, 탐정들은 결혼 못 한다니까요. 아우. 성격들 어떻게 할 테얏!!!! ㅠㅠㅠㅠㅠㅠㅠㅠ

  3. 레이 2011.01.15 20: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고나니 탐정 몽크가 생각나네요. 함께 살기 힘든 유형임에도 운 좋게 이상적인 아내를 만났지만, 끔찍한 사건으로 너무 일찍 잃게 된 몽크 탐정...

    탐정은... 혼자 사는 게 속 편할 듯합니다.

  4. 괴도40면상 2011.01.21 04: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혼이라.. 참 멋진 일이죠.
    적어도 100명중 두명에게는. 나머진 그저 어떻게든 해보려는거고요.
    (..라고 말하던 필립 말로도 결혼을...-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