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녹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1.19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17> 성직자 탐정 (7)
  2. 2010.12.15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12> 동양사람 (10)

징벌 대신 구원을

마음속에 있는 악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면 결코 성인이 될 수 없어
- 캐드펠 수도사
<수도사의 두건>(1980)  -  엘리스 피터스

 범죄자가 밝혀지고 체포되는 것 - 이것은 대부분의 추리소설의 마무리단계에 나오는 장면입니다(물론 악당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유유히 달아나는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파격적인 결말을 가진 작품은 추리소설 전체의 비율에서 살펴볼 때 무시해도 괜찮을 정도일 것입니다). 그러면 그 악당들은 어떻게 죄의 대가를 치를까요? 1841년 포우가 발표한 <모르그 거리의 살인>에서 두 여인을 끔찍하게 살해한 범인은 정식 재판을 받지 않았고, 또 그 이후 드물게 저항하다가 처절한 최후를 맞이하는 범죄자도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 경찰에게 체포되었으니 아마 법정에 나가 재판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범죄자들을 쫓는 사람 중에는 경찰이나 직업적 탐정이 아닌, 성직자들도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직업적인 특성상 범죄자들에게 징벌을 내리기보다는 영혼의 구제를 원합니다.

성직자 탐정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영국 작가 G.K.체스터튼이 창조해 낸 브라운 신부일 것입니다. 작은 체격에 노포크의 푸딩같이 둥글고 멍청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점잖고 조용한 브라운 신부는 외모나 행동거지만을 보아서는 그의 놀라운 추리력을 도무지 상상하기 어렵지만 추리작가이자 연구가인 엘러리 퀸이 오귀스트 뒤팽, 셜록 홈즈와 더불어 세 명의 위대한 탐정 중 하나로 꼽았을 정도로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는 영국을 비롯한 각지를 순례하며 수많은 이상야릇한 사건과 접하게 되는데, 돋보기나 현미경을 이용하는 대신 범죄 자체의 본질을 관찰해 실마리를 찾아내어 수수께끼를 풀어냅니다.

경찰들과 대화를 나누는 브라운 신부(오른쪽 두 번째. 알렉 기네스가 연기했습니다).


브라운 신부는 정의를 존중하지만, 언제나 자비로움을 발휘하곤 하죠. 그의 사명은 범인을 체포하는 것보다 회개시키고 영혼을 구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신부가 거둔 최대의 성공으로는 프랑스 출신의 거물 도둑 프랑보우를 전향시킨 일일 것입니다. 거물급 도둑이었던 프랑보우는 여러 차례 붙잡힌 이후 회개해서 사립탐정으로 전향해 신부에게 많은 도움을 얻으며, 때로는 신부의 목숨을 구하기도 합다. 브라운 신부는 단편에만 등장하는데, 한 세기를 넘긴 지금까지도 전혀 고리타분한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가치 있는 작품입니다.

1980년대 중반, 움베르토 에코는 윌리엄 수도사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창조합니다. 그는 <장미의 이름> 단 한 편에만 등장했지만 이 작품을 통해 국내에 ‘에코 붐’이 일어났고 그 덕택에 어지간한 탐정들보다 훨씬 유명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14세기 초반의 초겨울, 산 속의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연속살인사건과 마주친 윌리엄 수도사는 셜록 홈즈와도 같은 추리력과 제임스 본드 같은(에코는 소설 집필 당시부터 영화에서 본드 역을 맡았던 숀 코네리를 염두에 두었다고 하네요) 행동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이야기의 화자(話者)인 아드소를 감탄하게 만듭니다.

영화 '장미의 이름'에서 윌리엄 수도사(왼쪽. 숀 코네리).


영국의 여성 작가 이디스 메리 파지터는 20대의 나이이던 1930년대부터 역사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엘리스 피터스라는 필명으로는 추리소설을 썼습니다. 1961년에는 <죽음과 즐거운 여자>로 에드거상 장편상을 받을 정도로 절정에 오른 그녀는 1977년, <성녀의 유골>이라는 작품에서 새로운 주인공인 인물인 캐드펠 수도사를 탄생시켰습니다. 원래 12세기 중반 잉글랜드의 귀족이었던 그는 과거 십자군 원정에 참여해 선장으로 10년 동안 이슬람의 해적과 싸우기도 한 경력을 지닌 캐드펠은 이제 성 베네딕트회 슈로즈베리 수도원 내에서 15년 넘게 머무르면서 약초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살고 있지만 속세에서의 지식과 성직자로서의 지혜, 그리고 어깨를 흔들며 걷는 선원 특유의 걸음걸이는 여전히 남아 있지요. 그는 보통 사람이라면 눈치 채지 못할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는 통찰력을 지녔으며, 그에 못지않은 의협심과 따뜻한 인정의 소유자입니다.

캐드펠 수도사(데릭 재코비가 연기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유대교의 율법학자 또는 유대교 지도자를 뜻하는 랍비(Rabbi)라는 직책이 있는데, 미국 작가 해리 케멜먼은 랍비인 데이빗 스몰이 등장하는 시리즈를 썼습니다. 랍비 스몰은 브라운 신부와 더불어 추리문학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젊은 성직자 탐정입니다. 매서추세츠의 시골 마을에 살면서 탈무드(Talmud: 유대교 율법과 해설)를 자주 언급하는 젊은 성직자인 스몰은 친구인 마을의 경찰서장과 차 한 잔씩을 놓고 마주 앉아 종교를 비롯한 여러 관점에 대해 토론하며, 사건의 해결에 커다란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스몰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금요일 랍비는 늦잠을 잤다>, <토요일 랍비는 배가 고팠다>, <일요일 랍비는 집에 있었다>등의 독특한 제목으로 눈길을 끌었지요.

'금요일 랍비는 늦잠을 잤다' 표지


서구의 신부나 목사 등과는 달리 동양의 스님은 속세를 떠나 수양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사건과의 접촉이 다소 적은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물론 서양 작품에 나올 가능성은 적겠지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에 등장하는 지장 스님은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수행을 쌓는 사람입니다. 그는 그런 도중에 마주친 이상한 사건들을 칵테일 한 잔 마시면서 스낵바의 손님들에게 늘어놓는다고 하는군요. 절제가 필요한 한국의 스님과는 조금 다른 것 같긴 합니다만…

행각승이란 이런 차림인가봅니다


그런데, 남자 성직자 탐정만 있냐구요? 그건 아닙니다. 영국 작가 피터 트레메인은 1993년 단편 <Murder in Repose>에서 주인공으로 피델마 수녀를 탄생시켰습니다. 피델마 수녀는 왕의 여동생이자 변호사/재판관 자격을 가진 미모의 여인으로, 7세기의 아일랜드를 무대로 활약합니다. 이듬해 처음 장편이 나온 이 시리즈는 지난해까지 21편이나 나왔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피델마 수녀 홈페이지


한편, 성직자는 아니지만 그런 오해를 받을 지도 모를 사람이 있네요. 영국 작가 레슬리 채터리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이먼 템플러는 세인트(The Saint), 즉 성자(聖者)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90년대에 영화로도 제작되었기 때문에 기억하고 계실 분도 많겠지만, ‘현대의 로빈 훗’으로 불리는 그는 범죄 현장에 후광을 그린 사람을 그려놓는 습관이 있어서 성자라는 별명이 붙었을 뿐이지 성직자와는 거리가 멀지요. 잘생긴 외모에 모험을 즐기며 격투에도 일가견이 있는 세인트는 자비심이라고는 별로 없으며 망설임 없이 총칼을 사용해 악당들을 때려눕히는 활극의 주인공입니다.

작가 중에도 성직자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은 영국 작가 로널드 녹스로, 1888년 주교의 아들로 태어나 1차대전 후인 1919년 주교로 임명되었으며 은퇴 후에는 라틴어 성서를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녹스는 주교로 임명된 후에도 유머와 날카로운 풍자가 담긴 에세이를 여러 잡지에 발표하는가 하면 교양 있고 뛰어난 트릭을 사용한 추리소설을 썼는데, 아마도 미스터리 팬들에게는 한동안 추리소설의 규칙으로 남아 있던 ‘녹스의 추리소설 10계(戒)’로 잘 알려져 있을 것입니다.

로널드 녹스


이 열 가지 규칙은 차츰 세월이 흐르면서 시대에 뒤떨어져간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만, 페어플레이를 강조한 녹스의 정신은 그의 뒤를 잇는 추리작가들이 잃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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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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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야기꾼 2011.01.19 14: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건섭의 <호수에 죽다>(맞나요? 제목이...)에서 환속한 신부가 주인공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개인적으로 저 분 추리소설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만....

  2. 평시민 2011.01.19 21: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 추리만화 <스님탐정 잇큐>가 생각나는군요, 전 7권이고 도서추리물입니다. 소년탐정이자 승려인 잇큐가 헤라클레스처럼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한 다음에 자신의 뿌리를 찾아간다는 내용이지요. 그리고 2권까지 나온 <사쿠라 신부의 사건노트>도 꽤 재미있는 추리만화입니다.

  3. 카메라이언 2011.01.21 04: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허헉 랍비 늦잠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계속 모른 척했는데 내일 읽어야겠다 덜덜덜. ;;;;;;;; 아웅 이번 포스트 너무 교육적이어욤. 추천 주소 올려놔야지 다른 데 가서 희희.

  4. lbeb 2011.02.28 2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오~ 새로운 작품을 알게되는 건 언제나 즐겁습니다. 피델마 수녀 시리즈에 도전해봐야겠네요~


지혜로운, 혹은 사악한 이방인

“사슴이 호랑이와 놀아서는 안 됩니다.”  - 찰리 챈
<Charlie Chan Carries On>(1930)  -  얼 데어 비거스

20세기 초반의 영․미 추리소설에는 '사악한 동양인(Oriental Sinister)' 또는 '황화(黃禍 Yellow Peril)'로 일컬어지는 동양계 악당이 적지 않게 등장했습니다. 자신들의 소설이 좀 더 이국적으로 보이고 또한 배경의 분위기를 더욱 신비스럽게 과장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들이 생각하던 무서운 중국인



당시까지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가였던 중국인은 신비한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에 영국 작가 로널드 녹스는 <추리소설작법 10계>라는 규칙을 공표하면서 그중 다섯번째 항목으로 “중국인을 중요한 인물로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항목을 포함시킬 정도였습니다. 이것은 서양인과 다른 외모의 중국인 심리를 쉽게 파악하지 못하는 데다 그들에게 알 수 없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제나 싱글벙글 웃고 있는 중국인은 머리가 좋지만 뭔가 음험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신비함을 넘어 공포감까지 주었던 것입니다. 

이런 공포감은 소설 속의 무시무시한 중국인을 통해 더욱 과장되었습니다.

무시무시한 푸 만추 박사(공포영화 전문배우 보리스 칼로프가 연기)


영국의 작가 색스 로머에 의해 탄생한 괴상한 인물 푸 만추 박사는 익히 알려진 서양의 범죄자 뤼팽 같은 사람을 어린애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로 악당 중에서도 초 거물급 악당입니다. ‘셰익스피어 같은 이마에 악마 같은 얼굴, 빨아들일 듯한 녹색 눈을 가진’ 그의 목표는 값진 것을 훔치면서 부귀나 명성을 얻는 사소한 욕심 따위가 아니라 고대 중국의 막강한 권한을 일으켜 세워 세계를 정복하는 것입니다. 그는 언제나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언제나 죽은 것처럼 믿어지지만, 후속 작품에서는 마치 지옥에서라도 되돌아온 듯이 더욱 강해져서 나타나곤 했습니다. 작품에 나온 그의 악행만으로 따져 보면 유럽의 작은 국가, 즉 벨기에나 스위스 정도의 인구 정도를 없애버렸을 정도라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로머의 경제적인 필요 때문에 창조된 이 무시무시한 중국인은 작가 사후에도 다른 작품 속에 종종 인용되면서 동양의 대표적 악당이라는 지위가 굳어졌습니다. ‘푸 만추 수염(Fu Manchu moustache)’이라는 스타일이 여전히 남아있어서 인터넷을 뒤져보면 별별 재미있는 사진을 구경할 수 있고, 유명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980년대 후반 결성해서 아직도 활동하는 ‘푸 만추’라는 4인조 락밴드도 있네요.

…이렇게 수염이 돋보이는 푸 만추 꽃병도 있습니다


이런 중국인의 이미지가 차츰 변화된 것은 미국 작가 얼 데어 비거스가 만들어낸 중국계 탐정 찰리 챈의 덕택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챈'은 '장'씨라고 하는군요). 하와이 호놀룰루 경찰국 소속의 찰리 챈은 열 한 명의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는 가정적이고 밝은 성격의 사나이로서, 이전까지의 사악한 중국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주인공입니다. 언제나 졸린 듯한 눈에다 뚱뚱해서 둔해 보여도 사실은 지혜롭고 끈기 있는 유능한 수사관인 그는 ‘낮게 날아가는 새는 떨어져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 등 동양적인 경구를 즐겨 인용하곤 하죠. 1925년 <열쇠 없는 방>으로 시작된 찰리 챈 시리즈는 대단한 인기를 얻어서 영화로도 많은 수가 제작되었으며, 워너 올랜드가 찰리 챈 역을 맡아 제작된 1930년대 흑백 영화들은 요즘도 심심찮게 비디오 광고가 보일 정도로 여전히 인기가 있습니다.

찰리 챈(가운데, 워너 올랜드 분)과 그의 두 아들


한때 동양인의 대명사였던 중국인에 비해 한국인이나 일본인의 등장은 적은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인상적인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 중 하나인 <골드핑거>(1959)에는 악당 오릭 골드핑거의 부하로 중절모자를 살인무기로 사용하는 오드잡(Oddjob)이라는 덩치 큰 한국인이 등장합니다. 한국 사람의 이름치곤 정말 이상하고(한국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별난 이름이긴 합니다만), 우두머리의 명령을 묵묵히 수행하는 우직한 인물인 오드잡이 ‘고향에서 먹던 고양이 고기를 좋아한다’는 대목이 있을 정도로 당시의 한국이 얼마나 미지의 국가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화로 제작된 <골드 핑거>에서는 아쉽게도 오드잡 역을 한국 사람이 맡지 않고 프로레슬러 출신인 해롤드 사카다라는 일본인이 연기했습니다.

말 없는 사나이 오드잡


황당한 면에서는 007 시리즈를 능가하는 워렌 머피의 <디스트로이어> 시리즈에서도 비록 조연이지만 한국인이 고정적으로 등장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미 백여 권 이상이 출간된 이 활극의 주인공인 리모 윌리엄스에게 ‘신안주(Sinanju)’라는 무술을 가르치며 특수요원으로 양성시키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치운’이라는 한국인 노인입니다. 평양에서 약 160km 떨어진 해변의 작은 마을과 같은 이름의 신안주라는 무술은 치명적인 공격 기술과 총알도 피하는 방어술, 그리고 심지어 물 위도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절정의 경지에 오른 무공입니다. 이 디스트로이어 시리즈는 <레모>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서 기억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이 영화는 80년대에 만들어졌는데도 동양인 치운 역할을 미국 배우가 했습니다. 요즘 같으면 한국 사람이 했을지도 모르지요).

치운(오른쪽)과 리모 윌리엄스. 그러고보니 이분도 푸 만추 수염을…



주인공이 일본인이었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별로 인기를 얻지 못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존 P.마퀀드의 주인공 모토 켄타로, 일명 모토 씨(Mr. Moto)라는 인물은 일본 천황의 명령을 받고 극동과 하와이 등지를 무대로 활약하는 일본인 첩보원입니다. 이 일본 스파이가 활약하는 이 시리즈들이 발표된 것은 묘하게도 1930~40년대로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이 벌어지던 때로 반일감정이 높던 시기였는데, 비슷한 시기에 헝가리 출신의 유명 배우 피터 로레가 모토 씨 역을 맡은 영화로도 여러 편 만들어졌던 것을 보면 참 모를 일입니다.

"여보세요, 제가 미스터 모토올시다"


20세기 후반부터는 일본 사람들이 잠재적인 위협으로 추리소설에 가장 많이 등장했습니다. 야쿠자라는 폭력조직은 서양의 갱단이나 마피아보다 훨씬 잔인하고 어떤 면에서는 신비한 면이 있어서 종종 묘사되며, 또한 일본인 개인보다는 일본이라는 국가가 아주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되곤 하지요. 미국인들의 반일감정은 1930년대보다는 80년대 이후에 훨씬 강해졌는데, 일본 경제의 미국 진출은 많은 작가들의 작품 소재가 되었습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떠오르는 태양(Rising Sun)>은 일본 국기인 일장기를 의미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일본의 경제적 미국 진출을 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심지어 톰 클랜시의 <적과 동지(Debt of Honor)>에서는 미국과 일본과의 전면전이 벌어지기까지 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2001년 9월 11일의 뉴욕 테러를 방불케 하
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인을 주인공으로 삼는 미국 작가들도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마스 아라이'는 일본계 정원사 할아버지가 활약하는 시리즈를 쓰는 일본계 미국 여성 작가 나오미 히라하라가 있고(<스네이크 스킨 샤미센>이 우리나라에 번역되었지요),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리즈를 쓴 I.J.파커가 있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10/26 사건을 소재로 삼은 스티브 새건의 <서클>이란 작품도 있었고, 1988년 올림픽 이후 이미지가 강해진 덕택인지 톰 클랜시의 <적과 동지>라던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에어프레임>, <넥스트>등에서 길지 않게 소개되는 정도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북한도 가끔 등장하는데, 번역된 작품으로는 제임스 처치의 <평양의 이방인>을 들 수 있겠습니다(후속작도 두 편 더 나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어지지 않는군요).

국가 이미지의 상승은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지만, 소설이라는 허구 속의 묘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소설은 소설이니까요. 요즘 미국 드라마에서 한국계 배우들을 종종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이제 세계는 하나가 되었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좁아진 것은 틀림없습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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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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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16 0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다는데 한표 던집니다..

  2. 평시민 2010.12.16 15: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푸만추 시리즈가 한국에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습니다.

  3. 이야기꾼 2010.12.17 09: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에 방송되는 미드에는 한국계가 많이 나옵니다.
    예전 인기미드를 리메이크한 <Hawii five-O>에는 한국계가 두 명이나...
    <멘탈리스트>에도 언제나 조용하고 독서를 좋아하는 '조'가 있지요...

  4. 레이 2010.12.17 1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뤼팽이 어린애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라니. 저도 푸만추 읽고 싶어요. ㅠ

  5. 카메라이언 2010.12.20 0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드잡에서 뿜었습니다. 갑자기 듣보잡이 떠올랐어요. ㅋㅋㅋㅋㅋㅋ

  6. 원한의 거리 2011.06.27 1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유명한 배우 크리스토퍼 리 경도 60년대에 제작되었던 푸 만추 영화 시리즈에서 푸 만추 역으로 나온 적이 있었죠.

    연기는 그럭저럭 잘했는데 정작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보리스 칼리프가 주연했던 30년대 시리즈보다도 떨어질 정도로 형편없어서 크리스토퍼 리 본인에게는 별로 좋은 기억은 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