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블록'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6.30 테마로 보는 미스터리 <36> 그들의 예전 직업 (1)
  2. 2010.12.22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13> 탐정들의 나이 (7)


하나를 잘 하면 다른 것도?

자, 이제부터 원고지를 꺼내 추리소설을 쓰기로 하자.
그러나 어디까지나 여러 번 충고한 대로 한낱 부업으로서 말이다.
- <부업으로서의 추리소설>(1989) / 노 원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직업은 매우 다양합니다. 에드거 앨런 포가 창조한 최초의 탐정 뒤팽은 ‘몰락한 귀족 집안의 자제’라고 완곡하게 돌려 설명하고 있지만 지금 사람들의 눈으로 보자면 ‘고학력 실업자’이겠지요. 이후 등장한 주인공들 중에는 탐정, 경찰 등 범죄를 다루는 것이 직업인 인물들도 있지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처럼 살던 마을을 좀처럼 떠나지 않는 할머니라던가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같은 성직자 등 다양한 직업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인물들을 만들어낸 작가들은 원래 무슨 직업을 가졌을까요?
아마도 어릴 때부터 작가를 지망한 문학 지망생들이 가장 많을 것입니다. 소름끼치는 작품 <사이코>를 쓴 로버트 블록은 그런 대표적인 작가 중 하나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미국의 고전적 공포물 작가 H.P.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아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으며, 17살 때 펄프 잡지에 첫 작품이 실리며 일찌감치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성년이 된 후에는 광고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가진 채 작품을 써 오다가 <사이코>의 성공에 힘입어 전업 작가가 되었습니다.

로버트 블록(1917-1994)

이렇게 블록처럼 차근차근 작가의 입지를 다져 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반드시 이렇게 순탄한 길을 밟아온 작가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반드시 고생한 것은 아닐지라도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 못지않게 원래 직업도 다양했습니다.
우선 범죄와 늘 마주치는 법조계 인사가 추리문학계로 여럿 투신했습니다. 이들 법조계 인사들 중에는 변호사가 가장 많은데, 최고참을 꼽으면 <월장석>(1868)의 작가인 영국의 윌키 콜린즈이며, 그 뒤를 ‘엉클 애브너’ 시리즈의 멜빌 데이비슨 포스트가 이어갑니다. 변호사 페리 메이슨 시리즈의 작가 얼 스탠리 가드너는 그가 소설 대신 변호사 업무에 전념했다면 미국 역사에 남을 뛰어난 변호사가 되었으리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유능했으며 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하나인 존 그리셤 역시 변호사 출신입니다. 또한 하버드 출신의 스콧 터로우나 한때 지방검사국에 근무했던 리처드 노스 패터슨 등은 현직 변호사로 활동 중인 작가들입니다.

윌키 콜린스 (1824-1889)

한편 직접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나 탐정 출신 작가도 있습니다. 하드보일드 작가 대쉴 해미트는 유명한 핑커튼 탐정사에 14년 동안 근무했으며, 해미트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 <해미트>의 작가 조 고어즈도 3년간 로스앤젤레스의 탐정 사무소에서 재직했습니다. 경찰 출신 작가로는 영국의 존 웨인라이트와 미국의 조셉 웜보가 대표적인데(웨인라이트는 22년, 웜보는 14년 근무), 이들은 천재나 영웅 대신 인간적인 경찰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형사 크리스티 오패러를 창조한 여성 작가 도로시 유낙도 경찰 근무 경력이 10년 이상이라고 하네요.

경찰 출신 작가 조셉 웜보(1937-)

제임스 본드, 007라는 불멸의 스파이를 창조한 이언 플레밍은 2차대전 중 해군 정보부대에서 복무했기 때문에 첩보임무가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플레밍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007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는데, 60년대에 3백만 달러 이상의 거액을 벌어 들였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입니다.

전설적인 탐정 셜록 홈즈를 만들어낸 코난 도일이 의사였다는 것은 웬만한 추리소설 팬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도일 이후의 의사 출신 작가로는 영국의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이 있습니다. 의사이자 박물학자이며 토지 측량원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그는 건강이 나빠져 의사 생활을 그만둔 후 홈즈의 인기에 영향을 받아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주인공으로 검시관인 손다이크 박사를 내세운 그는 <노래하는 백골>에서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을 처음부터 보여준 후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범인이 어떻게 잡히는가”에 중점을 두어 도치서술형 추리소설(일반적으로 도서 미스터리라고 불리죠)을 창안했으며, 또한 과학수사를 강조했습니다. 의사 출신 작가로는 하버드 의대 출신의 마이클 크라이튼이나 로빈 쿡, 마이클 파머, 일본의 가이도 다케루 등이 있는데, 그들은 의학적 지식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추리소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가이도 다케루 (1961-)

여성 검시관이라는 흔치 않은 직업의 케이 스카페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퍼트리샤 콘웰의 약력을 보면 작가가 되기 전 검시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진짜 검시관이 아니었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고 사무직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녀가 실제로 메스를 잡진 않았을지라도 검시실의 분위기를 충분히 묘사할 수 있을 만큼 자세히 파악하고 있음엔 틀림없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비디오 가게의 점원으로 일하며 엄청난 양의 영화를 본 다음 영화감독의 싹을 키웠던 것으로 유명한데, 제임스 해들리 체이스는 백과사전 세일즈맨, 서점 직원으로 일하다가 하드보일드에 흥미를 느껴 많은 양의 펄프 잡지들을 탐독한 후 6주 만에 탈고한 <미스 블랜디쉬의 난>으로 순식간에 성공의 길을 걸었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폭력 묘사로 논란도 일었지만 삽시간에 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체이스를 서점 직원에서 작가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여배우 밀레느 드몽조를 앞에 두고 집필중(?)인 체이스. 글이 써질까요?

트릭이 추리소설의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면 트릭을 생명으로 삼는 마술사라면 추리소설을 잘 쓸 수 있지 않을까요? 1938년 <Death from a Top Hat>으로 데뷔한 클레이튼 로슨은 마술사인 그레이트 멀리니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는데, 작가 자신도 그레이트 멀리니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오른 마술사였으며 마술에 관한 책을 집필할 정도로 조예가 깊었습니다. 일본에도 마술사 출신 작가가 있습니다.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 작가인 아와사카 츠마오(泡坂妻夫)는 일본 마술계의 큰 상인 이시다 덴가이(石田天海)상을 받았으며, 문장(紋章)화가로도 활동하고 있어 어떤 것이 본업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군요.
직업이라고 하기는 좀 뭣하지만 범죄자 출신 작가도 있습니다. 이들은 예전에 소개한 바 있기 때문에 일화 한 토막을 대신 소개하겠습니다. <Jackrabbit Parole>(1986)을 복역 중에 집필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캐나다 출신의 스티븐 리드가 1999년 6월 브리티시 콜롬비아에서 은행 강도 현행범으로 체포되었습니다. 16살 때부터 1백 40여 차례 이상의 은행 강도 행각을 벌이며 1천5백만 달러를 훔친 리드는 항상 스톱워치를 들고 1분 30초 내에 달아났기 때문에 ‘스톱워치 갱’이라는 별명이 붙은 강도단의 두목이었습니다. 1980년 30세로 체포된 리드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87년 출감 후 대학에서 문예창작 강의를 하고 영화나 TV에도 출연하며 다채로운 활동을 벌여왔는데,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다시 범행을 저지르다가 잡힌 것입니다.

2008년의 스티븐 리드

과거의 솜씨나 경력은 화려했을지 몰라도 약 20년 만에 다시 은행을 털기에는 시대에 너무 뒤떨어진 인물이 된 것 같습니다. 복역한지 18년 만인 2008년에 석방되었다고 합니다만… 역시 경험을 살려 책을 한 권 더 쓰는 것이 사회적이나 경제적으로 훨씬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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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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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시민 2011.07.02 1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들의 전직이 그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주게 마련입니다. 체스터 하임즈 역시 전과자 작가로서 뉴욕 뒷골목이나 할렘을 생생하게 묘사하기로 유명하죠,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마벨의 사랑>도 보고 싶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경감님 눈에는 내가 아흔 살쯤 되어 보이겠지만 나 자신은 백 살도 더 먹은 기분입니다.”
  - 드루리 레인
<레인 최후의 비극>(1933)  -  엘러리 퀸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 - 추리소설도 마찬가지지만 - 무슨 자격증이나 허가증 같은 것은 필요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성공할수 있는지는 개인적인 능력에 따라 각각 달라지지요. 예를 들어 <사이코>의 작가 로버트 블록은 17세 때 잡지에 작품을 투고해 돈을 벌었으며, 아이러 레빈은 <죽음의 키스>(1953)로 데뷔했을 때의 나이가 24세에 불과해 천재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일찌감치 등단한 작가가 있는가 하면 물론 그 대척점에 있는 작가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죄(大罪)>시리즈로 유명한 로렌스 샌더즈는 과학기술 잡지사에 근무하다가 49세가 되던 1969년 <앤더슨의 테이프>를 발표해 미국 추리작가협회상(에드거상)의 신인상을 받았고, 1971년 <모비를 찾아라>를 발표해 이듬해 에드거상 신인상을 수상한 A.H.Z.카의 나이는 70세였는데, 이는 수상자 중 역대 최고령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뭐, 물론 이것이 성공할 수 있는 나이를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24세에 데뷔하여 충격을 주었던 아이러 레빈


작가의 나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따로 한 번 살펴보기로 하구요…

그렇다면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들의 나이는 어떨까요? 추리소설이라는 특성상 주인공들이 터무니없이 어린 경우는 극히 드문 편입니다. 물론 청소년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쓴 작품에는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이에서부터 10대 청소년까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별개로 보아야 하겠지요. 현실에서 스무 살도 안 된 경찰이 있을 리도 없을뿐더러 세상물정은커녕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 애송이 탐정에게 자신의 심각한 사정을 허물없이 털어놓을 의뢰인이 과연 있기나 할까요?

물론 예외 없는 예외는 없는 법이라 어린 주인공이 있긴 합니다.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걸작 밀실 추리소설 <노란 방의 비밀>에 등장해 사건을 풀어나가는 신문기자 조셉 룰르타비유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따지면 고등학교 3학년인 18세에 불과해 청년이라 부르기도 어색한데, 기자가 된 것은 그보다 2년 전이라고 하니 정말 19세기 프랑스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룰르타비유는 후속작에도 등장해 젊은 피의 힘을 과시했습니다.

젊다못해 어린 친구가 담배까지? - 조셉 룰르타비유


하지만 룰르타비유가 막내 삼촌쯤으로 보일 만큼 훨씬 어린 주인공이 있습니다. 일본 작가 다나카 마사미(田中雅美)의 작품에 등장하는 호시카와 아츠코(星川厚子), 통칭 ‘앗쨩’으로 불리는 이 소녀는 불과 다섯 살의 유치원생입니다. <앗쨩의 추리 포켓>(1985)에 처음 등장하는, 소녀라고 하기도 어색한 이 꼬마는 유치원 친구가 버스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어린이 특유의 호기심과 직감(?)으로 원기 넘치는 엄마와 함께 사건의 진상을 밝혀냅니다. 아츠코는 시리즈 진행과 함께 나이를 먹어 초등학교에 진학하는데, 아마 이보다 어린 탐정은 등장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혹시 모르지요, 어찌될지.

반면 나이 먹은 탐정은 제법 있습니다. 로렌스 샌더즈의 <대죄>시리즈에 등장하는 에드워드 딜레이니나 피터 러브지의 피터 다이아몬드는 경찰에서 퇴직한 50대 후반의 사람들이며, 엘러리 퀸이 버나비 로스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작품에 등장하는 은퇴한 연극배우이자 아마추어 탐정 드루리 레인도 환갑을 넘은 노인입니다.

하지만 그들마저 젊은이로 보이게 하는 탐정도 있습니다. L.A.모스의 <늙은 탐정(The Old Dick)>(1981)에 등장하는 제이크 스패너는 78세의 괴짜 골초 영감님으로 자신의 마지막 사건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공원에서 일광욕하거나 시시한 소설을 읽으며 소일하던 왕년의 사립탐정 스패너에게 40년 전 그가 형무소로 보냈던 폭력단 두목 살 피콜로가 찾아와 유괴된 손자의 몸값 75만 달러를 주는데 동행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사건은 예상 밖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맙니다.

제임스 시겔
의 <묘비명(Epitaph)>(2001)의 주인공도 70세를 넘긴 전직 탐정 윌리엄 러스킨입니다. 그는 과거 동료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그 동료가 죽기 전까지 사건을 맡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사건을 이어받기로 합니다. 약간의 질투심으로 시작된 조사에서 윌리엄은 50년 전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미해결 대량살인사건을 알게 되고, 또 최근 발생하고 있는 실종사건이 과거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에게도 위험이 다가옵니다.

어떤 탐정은 작가와 함께 나이를 먹어갑니다. 로스 맥도널드의 주인공 루 아처는 <움직이는 표적>(1949)에 처음 등장했을 때 작가의 나이와 비슷한 30대 중반이었지만 4반세기가 지난 후의 마지막 작품 <블루 해머(The Blue Hammer)>(1976)에서는 20대의 여성이 딸처럼 보일 만큼 원숙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올해 초 세상을 떠난 로버트 파커의 주인공, 보스턴의 사립탐정 스펜서 역시 처음에는 독신 생활을 즐기는 3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어 삶의 연륜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알리바이의 A(A is for Alibi)>, <강도의 B(B is for Burglar)> 등 알파벳 순서대로 시작되는 작품을 쓰는 여성작가 수 그래프튼은 데뷔작에서 27세였던 여탐정 킨지 밀혼이 대략 두 작품 반마다 한 살씩 나이를 먹게 해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 될 <0의 Z(Z is for Zero)>(제목을 미리 정해 놓았다고 하는군요)에서는 40세가 되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21편이 나왔으니 앞으로 다섯 편 남았군요. 성공의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후속 작품의 계획까지 세우는 것은 무척 세심하거나 야망이 대단한 작가가 아니라면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추리소설을 처음 쓸 때부터 알파벳으로 스물여섯 편의 시리즈를 쓰겠다고 결정한 그래프튼은 그런 점에서도 대단한 작가일 수밖에 없습니다. 

26번째 작품을 기대합니다 - 수 그래프튼


한편 아무런 생각 없이 작품 속에서 주인공의 나이를 언급했다가 혹시라도 인기를 얻어 작품이 이어진다면 호기심 많은 독자들은 등장인물의 사생활까지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가 아닐까 싶군요. 크리스티는 작품마다 빈틈없이 치밀한 구성으로 독자를 감탄시켰지만 주인공의 나이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탓에 훗날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크리스티는 데뷔작이자 푸아로가 등장하는 첫 작품 <스타일즈 저택의 괴사건>을 1920년에 발표한 후 197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50년 이상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고, 푸아로가 세상을 떠나는 내용을 담은 <커튼>을 유작으로 남겼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습니다. 푸아로의 죽음은 뉴욕 타임즈에까지 부고가 실렸는데, 거기에 실린 그의 추정 연령은 무려 120세였던 것입니다!

뉴욕 타임즈에 실린 푸아로의 부고 기사


심지어 크리스티의 평전(評傳)을 쓴 H.R.F.키팅은 푸아로가 1904년 벨기에 경찰에서 은퇴했다는 기록에 따라 당시 60세였다면 1970년 중반까지 살아있었으니 130세 이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줄리언 시먼즈는 <위대한 탐정들(The Great Detective)>에서 푸아로가 퇴직했을 때 40대였다며 100세를 넘겼다는 설에 반론을 제기했지요. 결국 푸아로의 나이는 신비에 싸여 있습니다. 

일찌감치 모습이 굳어진 주인공은 나이를 먹지 않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독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가장 유명한 인물을 꼽자면 제임스 본드, 이름보다 007이라는 번호로 더 잘 알려진 첩보원이지요. 작가 이언 플레밍이 세상을 떠난지 한참 되었습니다만, 영화에 등장하는 본드의 나이는 점점 젊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50년 이상 87번 관서(분서라고도 많이 번역되었네요) 시리즈를 발표했던 에드 맥베인은 등장인물의 나이에 대해 별로 고민이 없었습니다. 어떤 인터뷰(1992년입니다)에서는 이렇게도 말했지요.

질문: 인물들의 나이-예를 들어 쌍둥이(사실상의 주인공인 스티브 카렐라의 아들입니다)- 를 조금씩 먹게 하는 것은 어떻게 결정하십니까?

맥베인 : 쌍둥이는 “사춘기”를 향해 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 자신도 그들이 도대체 몇 살인지 모르겠군요. 다음 책을 쓸 때 살펴봐야겠습니다. 카렐라와 다른 사나이들은 모두 30대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전부예요.

이렇게 마음을 편하게 먹은 덕에 그가 수많은 좋은 작품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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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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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시민 2010.12.23 13: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재미있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저도 제가 만든 탐정의 나이를 먹게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소년탐정 김전일이나 코난은 전혀 나이를 먹지 않죠), 사극이라면 <로마 서브 로사>시리즈의 고르디아누스처럼 나이를 먹게 해야겠지만 현대물에서는 계속 그 나이를 유지시키기로 했습니다.

  2. 레이 2010.12.23 19: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나이하면 김전일과 명탐정 코난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군요~

    작가와 함께 나이를 먹는 탐정, 이거 좋네요. 진짜 살아있는 것 같아요. 점차 성숙해가는 모습도 흥미로울 것 같고요.
    알파벳 시리즈 내용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국내에도 소개될 날이 오길... 계속 쓰시고 계실 작가분께 감탄하고 갑니다.

  3. 카메라이언 2010.12.23 23: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키키키킥 너무 재미있게 보고 가요. 포와로는 혹시 알고 보면 장삼봉이랑 같은 수준의 선인? 키키키킥. 역시 명탐정 코난이 젤 웃겨요. ㅋㅋㅋㅋ

  4. 평시민 2010.12.25 0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장편 주인공이라..., 그러고 보니 저와 나이가 비슷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