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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22 한국의 무명 추리작가 얼마나 벌까? (17)


                                           한국의 무명 추리작가 얼마나 벌까?

                                                               - 전업 6개월째 류삼씨의 사례


 

모 유명 소설가가 선인세로 4억 받고 계약했다는 소문을 듣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땅의 이름 없는 전업 추리작가들은 얼마나 벌까? 못 번다는 건 익히 알지만 대부분 다른 일을 병행하는 글쟁이들이라 꼼꼼히 수입을 계산해보지 않거든요. 생활고에 장르소설을 낮춰보는 시선도 있어 전업하시는 분이 많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냥 추리소설이 좋아 전업 선언하는 분들은 ‘용자’입니다. 물론 잘 나가는 작가야 돈도 명예도 얻지만 대부분의 작가는 그렇지 못합니다. 순문학 쪽도 유명 작가들 빼고는 밥벌이의 빈궁함이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암튼, 얼마 전 호기롭게 전업 선언한 후배 하나를 꼬드겨 알아봤습니다.
그의 이름은 ‘삼류’ 지향 추리작가 류삼. 물론 필명입니다만 가상의 작가는 아닙니다. 류삼씨는 예전에 장편을 하나 냈고 기혼에 30대. 직장 때려치우고 지난 여름부터 글만 쓰기 시작했습니다. 서대문의 곱창집으로 불러낸 다음 대놓고 (개그맨 김현철의 PD공책 버전으로) 물어봐~았습니다.

“너, 추리소설 써서 일년에 얼마나 버냐?”

손가락에 땀나도록 타닥타닥...전업작가의 길



류삼씨의 내년 수입 예측


우선, 작업 중인 장편 한권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전업을 했으면 최소 1년에 한권은 내야겠죠. 원고지 1200매, 책으로는 330페이지 정도로 나오겠군요. 책값은 1만2000원. 작가 인세는 10%로 잡았습니다. 그래도 그가 거래하는 출판사가 A급이라 계약 관계 깔끔합니다. 대여점용 책을 주로 쓰는 장르작가들은 7%도 받고, 최악 5%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초쇄는 2천권입니다. 인기작가라면 5천권, 1만권도 찍겠지만, 류삼씨는 ‘삼류’이다 보니…. 요즘 시집은 그보다 더 적게도 찍는다고 들어서 다소 위안을 삼습니다.

그러면 작가에게 계약금으로 1200×2000÷10해서 240만원. 세금 3.3%인 79,200원을 공제하고 2,320,800원이 입금됩니다.


류삼씨는 모출판사 사보에 두 달에 한번씩 미스터리 콩트를 기고하고 있습니다. 별일 없다면 내년에도 잘리지 않고 연재하겠죠. 원고지 장당 1만원. 20매를 쓰니 회당 20만원. 물론 여기에도 세금 있습니다. 3.3% 공제하고(우이 쉬~) 193,400원이 입금됩니다. 내년에 1,160,400원이 들어옵니다.


곱창 한 번 얻어먹었다고 이런 걸 보내면 연출의 냄새가 풀풀~



류삼씨의 또 다른 수입원은 대필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유령작가’는 아니고요, TV
드라마나 영화 개봉에 맞춰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소설로 써주는 일입니다. 그런 종류의 책 많이 보셨죠?

류삼씨는 드라마로 방영 예정인 삼국시대 배경의 역사물 2권을 계약해 놓은 상태입니다. 다행히 그는 역사물, 현대물 모두 잘 쓰는지라 요런 일들은 알음알음 있습니다.


대본과 시나리오가 있으니 줄거리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만 역사소설은 일단 기본적으로 읽어야 할 책들이 있는 관계로 후다닥 해치울 수 있는 작업이 아닙니다. 그리고 개봉에 맞춰 짧은 시간에 작업을 해줘야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실력 있어야 대필도 잘 한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분량은 한권 정도. 각각 200만원에 인세는 8%. 수입은 합쳐서 400만원.


(개인적으로 수년전 송강호가 나오는 영화 시나리오를 소설로 써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계약금 400만원에 인세 3%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최근엔 계약금은 낮아지고 인세 비중은 높아졌군요. 출판사에서 위험을 분담하자는 전략인감?)



깜빡했습니다.
류삼씨는 추리잡지에 단편 2개 정도 실을 예정입니다. 20만원씩 합이 40만원. 원고료 참 박하죠? 장르 문학의 기반이 약하다 보니 잡지가 꾸준히 나와 주는 것만 해도 그저 감사합니다. 그래도 잡지에 실린 단편은 개인 소설집이나 전자책으로 재활용이 가능해 그리 손해 보는 작업은 아닙니다. 그리고 작은 일거리라도 있을 때 꾸준히 해야죠. 류삼씨는 가정이 있는 전업 작가니까.


여름 시즌마다 나오는 추리스릴러 공동 단편집에도 이름을 올릴 예정입니다. 인세 10%를 10명이 나눠서 가지니 1%. 보통 20만원~30만원 정도 됩니다.


이제 류삼씨에게 고정적으로 들어올 돈은 없습니다. 이름 난 추리작가라면 여름 시즌에 맞춰 이런저런 신문사 기고나 방송 출연도 있을텐데 워낙에 ‘삼류’인지라 기대하기 힘듭니다. (혹시 언론사 관계자가 이글 보시면 류삼씨에게 일 좀…^^;)


작가 중에는 틈틈이 출판사 원고 윤색 일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편집자들도 일이 몰리면 외부에 맡기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혹시 출판사 편집장님들이 이 글을 보시면 류삼씨에게 일 좀…^^;)



얼마 전, 영화사 스토리 작가 일을 하다가 때려치운 일도 떠오릅니다. 요즘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 작가와 공동으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그런데 기획회의에 자주 오라가라하니 힘도 들고 또 프로젝트 엎어지는 게 비일비재한 영화판이라 바로 접었습니다. 통장에 들어온 계약금을 돌려주자니 눈물이 났답니다. 물론 계약금은 그동안의 생활비로 홀랑 까먹고 마눌님에게 사정사정해서 돈을 장만했다더군요. 뭐 연금 대출을 받았다는 소문도 들리고.



국내 최대 온라인서점에도 단편 몇 개 띄워뒀는데 금방 돈이 되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전자책 같은 경우는 조회수에 따라 작가와 회사가 나누는 시스템인데 아직 초창기라 실적이 시원찮거든요. 그래도 작가가 6할 이상을 먹으니 언젠가는 주 수입원이 되리라는 기대가 큽니다. 멀리 내다보고 꾸준히 작품을 올릴 생각이랍니다. 장기적금이라고 생각해야지요.

일단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돈을 계산기로 두드려보니…


 

장편소설    2,320,800

추리 콩트   1,160,400

대필 두편   4,000,000

단편 두편      400,000

공동단편집    290,100
-----------------
 

일년 합계 8,171,300


느~무, 느~무 박하죠. 잘나가는 작가들의 선인세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일 같습니다.

좋은 작품 쓰면 되잖아, 웬 궁상. 그렇게 핀잔을 주시면 고개를 숙일 수 밖에요. 하지만 순문학, 장르문학 상관 없이 인기 작가는 손꼽을 정도잖습니까. 돈보다 글 쓰는 즐거움에 산다고 위안 삼으면 사치일까요? 생각을 그렇게 가져야 마음이라도 가볍습니다.



북적대는 서대문 로타리 곱창. 류삼씨는 계산대 지키는 사장님 아들을 부러워하면서...



류삼씨가 노리는 +α


일단 장편으로 낸 책이 많이 나가길 기대해야겠죠. 초판으로 찍은 2천권을 다 팔면 추가 수입이 들어옵니다. 독자들 반응이 괜찮아 2쇄 1000권, 3쇄로 1000권 정도만 찍는다면 만족합니다. (요즘 국내 장르소설은 쇄당 1000권 정도 밖에 안 찍습니다.)


가볍게 10만 권 팔아치워서 1억 정도 벌고 싶지만 그게 자기 마음대로 됩니까. 시장이 한정된 까닭에 국내 작가 추리소설 팔기가 그리 쉽지 않거든요. 냉엄한 현실. 역사물은 그래도 좀 나은데 현대 스릴러물은 더더욱 힘듭니다. 눈높이가 높아진 추리 독자들도 계속 히가시노 게이고 회장님이나 미야베 미유키 여사님 책만 찾아대니.

그래도 후하게 4천권 정도 팔린다고 예측했습니다. 240만원의 수입이 추가로 들어옵니다. 후훗. 류삼씨 얼굴에 살짝 미소!



그 다음은 확률적으로 쉽진 않지만 소설의 영화나 드라마 판권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제일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조건이 영화사마다 다른데 절박하게 원하는 콘텐츠라면 2천~3천만원 정도 받을 수 있습니다. 짭짤하죠? 사실 이 2차 판권 때문에 다수의 작가는 영상화 기법을 동원해 글을 씁니다.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는 원작 자체도 유명했지만 영화사간 경쟁이 치열해 판권이 1억까지 뛰었습니다. 물론 흥행에 성공해 영화사도 남는 장사를 했습니다만. 그리고 영화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하면 책까지 덩달아 팔리는 효과까지 있습니다.


물론 푼돈에 판권을 넘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격 영화화 결정! 이런 식으로 책이라도 홍보하자는 심산이죠.

출판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2차 저작권 분배는 작가와 출판사가 8대2 정도입니다. 외국계 출판사는 7대 3. 유명작가는 본인이 9를 가져가기도 합니다. 이 부분의 중요성이 커지다보니 요즘 출판 계약서에는 구체적으로 다 명시돼 있습니다. 물론 여기도 세금이 있습니다. (증말~, 우린 가난하단 말야!)


그리고 대필해준 드라마가 대박을 쳐서 책이 많이 팔리길 기대해야겠죠. 2차 판권은 없지만 짭짤한 인세수입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부디 시청률이 <대장금>처럼만 나오길.

이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렸다고 가정해서 대충 계산기를 두드려 봤습니다.



일년 합계   8,171,300

추가 인세   2,320,800

대필 인세   1,000,000

영화 판권  20,000,000

---------------------

꿈의 합계  31,492,100



확실한 건, 일 년 부지런히 일해도 대충 8백에서 3천만원 사이. 더 현실적으로 영화 판권을 제하면 대박 작품이 나오지 않는 이상 가난한 작가 꼬리표 떼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작가마다 능력이 다르니 획일화 시킬 수 있는 기준은 아닙니다. 훨씬 많이 버는 작가도 있고, 일거리 없어 노는 작가도 있겠지요. ‘한국 추리소설계의 스타’ 김성종 선생님이야 인세로 해운대에 ‘추리문학관’을 세우셨고, 김진명씨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수백만권 팔았죠. 그렇지만 지금 시대에 그 만큼 팔리는 한국 추리작가, 작품이 나올지는 의문입니다.


류삼씨 단편이 실린 잡지들


그렇다면 류삼씨는 생활고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모양새가 좀 빠지지만 건실하게 직장 다니는 부인에게 언젠가 한방 터트려서 회사 확 사주겠다는 구라로 버티는 겁니다. 그것도 요즘에는 약발이 서서히 떨어지는 중입니다만.

암튼, 부인을 섬기자. 이것이 가난한 추리작가가 잘 살아가는 최고의 반전입죠.
그래도 언젠가 죽여주는(?) 추리소설 하나 써내리라는 꿈은 여전합니다! 후훗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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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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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야기꾼 2010.11.22 15: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만퍼센트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정말 제 이야기 같은 것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ㅜㅠ

  2. 뎅뎅뎅 2010.11.22 16: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리문학관 앞에서 비싸다고 발길 돌렸는데...

    • 추리닝4 2010.11.23 14: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해운대 내려다보면서 커피 마실수 있는데 한번 둘러보지 그랬소. 앞에 아파트 들어서서 바다 잘 안보인다는 말도 언뜻 들은 것 같고..

  3. 딸기 2010.11.22 17: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그맨 김현철의 PD공책 버전으로) 물어봐~았습니다.

    넘 웃기는걸요? ㅎㅎ

  4. 갈매 2010.11.22 18: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류삼 씨.. 진짜 필명이었군욧!! 신기!!! 그래도 류삼 씨.. 힘내세요!! 곤사마도 힘내세요!!

    근데 이건 정말 추리작가 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작가들, 라이터들도 마찬가지여서..
    어떻게 극복할 수가 있는건지... 대안이 과연 있을지... --;;

    서대문곱창 맛있겠어요. 그집 청국장도 맛난데...

    • 추리닝4 2010.11.23 14: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언제 무명 작가 인세로 서대문 곱창 한번 먹지뭐^^

    • 갈매 2010.11.26 15: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언제 별명이 추리닝4로 바뀌었당가요~

      근데 그렇게 커피마니아 이실 줄은.. 모니터 뒤에 숨겨진 숱한 종이컵들을 보고 깜딱 놀라고, 이벤트 순위권 안에 들 정도로 마셨대서 놀라고.
      카페인과 니코틴과 알콜이 작가와 불가분의 관계라고는 하지만..
      전 니코틴 절대 멀리하고 알콜도 그닥 즐기지 않는데다, 커피는 연한 것만 좋아하니 왠지 작가가 되기는 정말 쉽지 않을 것 같다는. ㅋㅋㅋ

      근데 추리닝 님, 무명 작가 아니잖아여~ 헤헤

    • 추리닝4 2010.11.28 14: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페스추리'로 바꾸려다 말았소만ㅋ
      커피는 좀 줄이고 싶은데 그게 싶지가 않네ㅠ 그래도 즐겨마시는 아메리카노나 드립은 칼로리가 거의 없어 다행. 만약 커피믹스를 먹었다면 완전 ET체형으로 변했을듯.
      무명작가 맞거든여! 헛바람 넣지 마셈ㅋ 곱창이나 먹자고요~~

  5. 블레이드 2010.11.22 23: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같은 삼류작가로서 한 말씀 드리자면 류 작가님은 너무너무 맘 편하게 예측하신겁니다. ㅡ.ㅜ;;;;;

  6. 카메라이언 2010.11.22 2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해요 이렇게 현실적인 이야기 쓰시고. ㅠㅠㅠㅠㅠㅠㅠㅠ

  7. 평시민 2010.12.09 09: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봉출판사에서 나온 <이순신과 임진왜란>(전 4권)은 집필진 중 몇몇이 직장까지 포기해 가며 자료를 모아 쓴 책이라고 하던데 총 4권 분량이나 되어 출간해주는 출판사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결국 비봉출판사에서 내 줬는데, 다음 아고라의 <일본인이 이순신을 묻는다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책이 언급되면서 10만 권쯤 팔렸다고 하더군요. 추리소설과 이순신을 비교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집필진들의 노고가 빛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었으니 다행입니다.

  8. 김학범 2013.03.22 2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고 나니 눈물납니다.
    저는 처음으로 "치유의 법칙"이라는 장편 전기를 1년이 넘게 쓰고 있는 중입니다.
    꿈에 자꾸만 소설을 쓰라는 계시가 내려서,가난한 가운데도 회사에 사표를 던졌습니다.
    와이프가 이혼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