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프리먼'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2.09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11> 왓슨 역 (6)
  2. 2010.10.26 셜록 홈즈, 스마트폰을 만나다 (9)


왓슨, 당신이 없으면 섭섭하지

“그(네로 울프)는 날 해고할 수 없을 것이다.  혼자선 아무 것도 못하다가 결국 굶어 죽을 테니까.”
                                                                             - 아치 굿윈
<Instead of the Evidence>(1949)  -  렉스 스타우트

 소설이든 영화든 모든 드라마에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기둥임이 분명하지만, 그를 뒤에서 받쳐주는 조연이 없다면 그 작품은 마치 양념이 안 된 요리처럼 싱겁고 밋밋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낯선 섬에 홀로 표류한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도 후반부에서 식인종 프라이디가 등장하는 변화가 없었더라면 그저 섬에서 고생스레 혼자 살아간 사나이의 이야기라는 따분한 내용 정도로만 그치지 않았을까요.

추리소설에도 당연히 주인공이 있고 조연도 빠지지 않는데, 친구 역, 애인 역, 지나가는 사람 역 등등 그런 것 이외에 추리소설에만 있는 특별한 역할이 있습니다.

내가 빠지면 섭섭하지요 - 영화 '셜록 홈즈'에서 왓슨 역을 맡은 주드 로


고전적 추리소설(일반적인 수수께끼 풀이 추리소설)에서는 ‘피해자-범인-탐정’이라는 필수적 등장인물 이외에 보통 ‘왓슨 역(Watson Character)’이라고 일컬어지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 명칭은 전설적인 명탐정 셜록 홈즈의 하숙집 룸메이트이며 그의 사건을 기록해 온 의사 존 왓슨(John Watson)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데서 유래한 것이지만, 사실 이런 역할을 처음 등장시킨 것은 코난 도일이 아니라 현대 추리소설의 창시자 에드거 앨런 포우였습니다. 포우는 아마추어 탐정 뒤팽이 등장하는 3편의 단편 소설, 즉 <모르그 거리의 살인>,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 <도둑맞은 편지>에서 단지 ‘나’라고만 알려진 이름 없는 인물을 등장시켰는데, 이 ‘나’라는 인물은 사건을 설명하면서 친구인 뒤팽의 추리를 묘사합니다. 이것이 ‘왓슨 역’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역할은 대개 정적인 작품에서나 가능하며, 1인칭의 하드보일드 형식이나 쉴 새 없이 액션이 전개되는 작품에서는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왓슨 역의 인물은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보통 작품의 화자(話者)가 되어(1인칭 시점) 사건의 흐름을 기록하면서 사건의 주변 상황을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그리고 적당한 대목에서 어느 정도의 지성을 지닌 독자가 물어볼 만한 질문을 탐정에게 던지는 것이죠. 이것은 작가가 독자와의 머리싸움을 하기 위한 아주 편리한 방법으로, 탐정이 생각하고 있는 사항 가운데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만을 골라서 일러줄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진범인이 누구인지 탐정이 알아낸 순간을 감추어 놓고 이야기 줄거리의 막판에서 그것을 밝히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또한 왓슨 역할의 인물은 보통 독자보다 다소 머리가 나쁜 것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탐정의 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구실을 합니다.

왓슨 역할의 인물 중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뭐니 뭐니 해도 코난 도일의 작품에 등장하는 진짜 왓슨입니다. 런던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왓슨은 군의관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고 의병 제대한 후 런던으로 돌아옵니다. 친척도 친구도 없던 그는 하숙방을 찾다가 셜록 홈즈를 만나게 되어 베이커 거리 221B 번지 하숙방의 룸메이트가 되고 <주홍색의 연구>사건 수사에 참여합니다. 왓슨은 훗날 결혼해서 하숙방을 떠나기도 하고, 아내가 죽은 후 다시 홈즈와 함께 살기도 하며 생활에 여러 차례 변화가 있었지만 홈즈 시리즈의 거의 모든 작품의 기록자가 되었습니다(<사자의 갈기>, <표백된 병사>등 일부 단편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만). 비록 조연이고 화려함은 없지만 그는 주인공인 홈즈 못지않게 유명해졌으며, 작가인 도일은 홈즈보다 오히려 그의 사생활에 대해 자세히 묘사했습니다. 도일 역시 의사였던 만큼 왓슨을 묘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겠지요.

홈즈 시리즈가 인기를 얻은 이후 - 이른바 단편소설의 황금기 - 에 나타난 많은 작가들은 개성있는 주인공과 함께 왓슨 역할을 하는 인물을 등장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R.A. 프리먼의 손다이크 박사와 저비스, 자크 푸트렐의 ‘생각하는 기계' 반 두젠 교수와 허친슨 해치 기자, G.K.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와 전직 도둑 플랑보우, 어네스트 브라마의 시각장애인 탐정 맥스 캐러도스와 하인 루이스 칼라일 등… 이들 가지각색의 직업과 성격을 가진 탐정과 조수들은 근본적으로 홈즈-왓슨 관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형식이었습니다.

다만 왓슨만큼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사람은 드물긴 했고, 가끔 어정쩡한 형태의 조연도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오르치 남작부인의 <구석의 노인>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성 기자 폴리 버튼은 쉴 새 없이 매듭을 만지작거리는 정체불명의 노인을 찻집에서 만나 난해한 사건에 대한 설명을 일방적으로 들은 후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사건의 결말을 듣고 놀라기만 합니다. 명색이 사건기자라고 하는 폴리는 평상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건에 대해 모를 때가 태반으로, 사건의 시작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황과 추리까지 탐정 역할을 하는 노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작품 속에서 그녀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애매해질 지경입니다.

폴리 기자, 당신이 왓슨 역할인 것 틀림없어요? - 구석의 노인


‘미스터리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는 명탐정 푸아로와 함께 퇴역 군인인 존 헤이스팅즈라는 인물을 등장시켰습니다. 머리는 뛰어나지는 않지만 선량하고 성실한 사나이 헤이스팅즈는 푸아로와 함께 여러 사건에 등장하지만 크리스티는 코난 도일과는 달리 그를 영구적인 고정 배역으로 삼지는 않았습니다. 크리스티가 창조한 또 다른 뛰어난 탐정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시리즈에는 고정적으로 왓슨 역할을 맡은 인물이 없었습니다. 뭐 직업 탐정이 아닌 이상 그런 사람이 있기는 어렵겠지요.

헤이스팅스(오른쪽, 휴 프레이저 분)과 푸아로(데이빗 수셰)


렉스 스타우트는 사립탐정 네로 울프와 조수 아치 굿윈 사이에 독특한 관계를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천재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네로 울프는 대단히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것에는 틀림없으나 움직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거나 증거 조사 등의 일은 조수인 아치 굿윈이 도맡아 합니다. 두 사람 모두 불평도 많고 비꼬기도 잘하며 심술궂기로는 우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이지만 누구보다도 서로를 신뢰하는 사이이기도 하죠.

에도가와 란포가 창조한 아케치 코고로에게는 초기에 그와 친구인 듯한 인물이 화자로 등장합니다만 어느 순간에 말없이 사라져버리지만,  그가 쓴 어린이 대상 소설에서는 아케치 탐정의 제자인 고바야시 소년이 소년 탐정단을 이끌며 조수 역할(?)을 해서 과거 일본 어린이들의 우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차츰 드물어지던 왓슨 역은 1980대 중반 이후의 신본격 작가들의 작품에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테면 시마다 소지의 미타라이 기요시를 돕는 이시오카 카즈미가 대표적이지요.

그중 독특한 인물을 꼽자면 아리스가와 아리스를 들 수 있겠네요. 그의 작품에는 작가와 이름이 같은 아리스가와 아리스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학생 시리즈'에서는 선배인 에가미 지로를, '작가 시리즈'에서는 임상범죄학자 히무라 히데오를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세 사람… 음, 조금 헷갈립니다만 이 두 개의 시리즈는 분리된 세계로 '작가 아리스'는 학생 시리즈를 쓰고, '학생 아리스'는 작가 시리즈를 쓴다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진짜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가의 입장에서 볼 때 독자와의 머리싸움은 여전히 매력이 있는 만큼 가장 중요한 요소인 왓슨 역할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탐정 옆에 고정출연(?)하는 왓슨 역은 없더라도 경찰이건 관계자이건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거의 빠지지는 않습니다.

내가 빠지면 되겠습니까? - '셜록'에서 왓슨 역을 맡은 마틴 프리먼


최근 제작된 드라마 <셜록>에서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왓슨은 빠지지 않았던 것을 보면 그의 매력은 영원할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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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니문 차일드 2010.12.09 19: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탐정물에 있어 주연과 조연이 서로 끈을 당기고 밀어주는 역할은 독자에게 또 하나의 재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갈수록 애정도 깊어지고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필명도 엘러리 퀸처럼 주인공과 작가를 동일시하는 데서 착안했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저도 조만간 제 소설에 허니문 or 차일드가 나올 것 같습니다.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2. 카메라이언 2010.12.13 1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왓슨왓슨왓슨 ㅠㅠㅠㅠㅠㅠㅠ오늘 새벽에 셜록 kbs더빙방송 끝나서 안타까워했는데 너무너무 반가워요. 중간에 포와로와 헤이스팅스도 케이블서 해줄때 줄기차게 봤던 기억이 나서 아아아아. 왓슨은 정말 약방의 감초!!

  3. 레이 2010.12.13 17: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왓슨 없는 셜록은 찐빵 없는 앙꼬죠.
    맨 밑에 왓슨 사진과 설명이 어울려 웃음이~ㅋㅋ


“가장 흔한 범죄가 가장 불가사의 할 때가 많지. 왜냐하면 추리를 끌어낼만한 특별하거나 새로운 특징이 없기 때문일세.”  - 코난 도일 <주홍색 연구>에서



영국 드라마 <셜록>이 특별한 이유


“당신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왔군. 어떻게 아냐고? 머리는 짧고 팔은 새까맣게 탔잖아. 손목만 검게 탄 걸로 봐서 분명 긴 옷을 입었고…. 그건 바로 군의관이란 얘기지.” 

택시 안에서 홈즈가 왓슨 박사에게 추리력을 뽐내며 ‘지 자랑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홈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헌팅캡을 눌러쓰고 담배 파이프를 문 매부리코의 사내가 아닙니다. 곱슬머리에 모델처럼 쫙 빠진 몸매, 슬림한 바바리코트 걸치고 머플러 휘날리는 완전 간지남입니다. 그리고 지팡이 대신 스마트폰으로 무장했군요.

올해 영국 BBC에서 만든 3부작 드라마 <셜록>의 한 장면입니다. 21세기형 셜록 홈즈는 이렇게 뽀대나게 환생했습니다.



영국 드라마 '셜록'. 홈즈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왼쪽)와 왓슨 역의 마틴 프리먼

영화 '셜록 홈즈'. 홈즈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오른쪽)와 왓슨 역의 주드 로



뭐, 홈즈야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탐정인지라 수많은 패스티시와 패러디 작품이 탄생했고, 또 지겹도록 영상화 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BBC 드라마에 눈길이 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동안 각색된 홈즈물 대부분은 19세기 후반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흐음, 왜 f(x)의 빅토리아가 아른아른^^;)의 배경은 살리되, 이야기 구조는 많이 바꿨습니다만 이 <셜록>은 100년 세월을 훨씬 뛰어넘어 배경을 현재의 런던으로 가져오면서도 비교적 원작 설정에 충실하다는 점입니다. 작년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셜록 홈즈>를 떠올리면 바로 비교가 되시리라.

예를 들면 드라마 1편 제목이 <분홍색 연구 A Study in Pink>입니다. 누가 봐도 1887년 홈즈가 첫 등장한 <주홍색 연구 A Study in Scarlet>의 오마주입니다. 왓슨은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했다가 런던으로 돌아왔고 (영국은 그때도, 최근에도 아프간과 전쟁질을 했군요) 생활고 때문에 같이 하숙할 사람을 구하는 과정에서 홈즈를 만난다는 설정도 원작을 따랐습니다. ‘Rache’라고 쓴 메시지와 독이 든 알약을 소재로 활용하는 점도 흡사합니다.

다만, 신문 광고 대신 인터넷이, 마차 대신 택시가, 코카인 대신 니코틴 패치가 활용되고 원작보다 젊고 샤방샤방한 홈즈는 좀 더 열심히 뛰어 다닙니다. 점잖은 왓슨 박사도 귀여운 이미지로 변신했는데 원작보다 비중이 줄어 좀 찌그러져 보이는 정도가 불만입니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한 제작진의 선택은 꽤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디테일한 극본, 세련된 편집, 적당한 활극이 버무려져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 흡입력 넘치는 모던한 홈즈로 재탄생시켰으니까요. 

이 드라마를 보노라면 ‘독자(시청자)의 시선은 이야기가 아니라 캐릭터 따라 간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암튼 홈즈는 자신의 고국에서 탄생한 드라마 덕에 ‘100년 전 명탐정’의 낡은 이미지를 벗고 변신을 꾀할 수도 있겠네요. 셜로키언들이 원작 훼손이라고 달갑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박제된 홈즈보다 진화한 캐릭터로 생명력을 더하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여전히 먹히는 ‘세계 최고 탐정’

홈즈가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이유는 당연히 이름만으로 절반 먹고 들어가는 캐릭터 때문이겠죠. 

아서 코난 도일에 의해 1887년 <주홍색 연구>에 첫 등장해 1927년 <셜록 홈즈의 사건집>까지 40년 동안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에서 활약합니다. 뛰어난 관찰력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과학적, 논리적인 사건 해결법은 명탐정의 전형을 제시합니다. 약간 정형화된 소설 패턴이 되레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홈즈의 탄생 전후에 에드거 앨런 포가 창조한 뒤팽, 에밀 가보리오의 르콕,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뤼팽 등이 차례로 등장하지만 홈즈의 위상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끊임 없이 출간되는 홈즈 관련 서적들



홈즈란 인물의 특징은 <주홍색 연구> 앞부분에 자세히 나옵니다.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는데 너무나 깡말라서 훨씬 더 커 보이고 눈은 날카롭고 살집이 없는 매부리코는 전체적으로 기민하고 단호한 인상이다. 각지고 돌출된 턱 또한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문학, 철학, 천문학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고 정치는 약간, 식물학 중에도 아편이나 독성 물질에 대해서는 해박하고 화학, 해부학, 범죄 관련 문헌에는 정통하다. 바이올린 연주가 수준급이고 펜싱과 권투 실력은 프로급. 가끔씩 우울증에 빠져 며칠씩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때도 있다’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홈즈를 창조한 아서 코난 도일은 의사입니다.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가 정신병원에서 죽어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에든버러 의과대학을 다니면서 소설을 몇 편 발표해 재능을 인정받지만 가족 생계 때문에 전업 작가가 되는 건 주저했다고 합니다. 스물셋에 병원을 개업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환자가 많지 않아 본격적으로 창작을 시작합니다. 


셜록 홈즈를 창조한 아서 코난 도일


그는 의과대학을 다닐 때 스승이었던 조셉 벨에게서 영감을 받아 홈즈를 탄생시킵니다. 벨 박사는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의 직업과 고향, 가족 관계 등을 잘 맞췄다고 합니다. 구두에 묻은 흙이나 몸의 피부병 같은 걸 이용해서요.

초절정 인기를 구가하던 홈즈는 1893년 <마지막 사건>에서 숙적 모리어티 교수와 함께 스위스의 한 폭포에 떨어지면서 세상에서 사라집니다. 코난 도일이 자신보다 더 인기 있는 홈즈에 실증을 느껴 ‘살해’했다는 설인데요, 결국 독자들 압력에 못 이겨 9년 만에 부활합니다.  

이런 대중의 열렬한 환영 이면에는 당시 런던이라는 도시의 특수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수도는 각 대륙에서 몰려든 이민자들로 급팽창합니다. 빈민촌이 늘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런던 경찰은 범죄자 검거에 늘 허덕댑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소한 실마리를 통해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 사건을 척척 해결해내는 홈즈는 런던의 영웅이었던 셈이지요.

  

셜록 홈즈의 이름으로…

홈즈의 재창조가 활발했던 이유는 코난 도일이 저작권을 설정해 놓지 않은 점도 한몫 했습니다. 코난 도일 친구인 로버트 바란 사람이 ‘셜로 콤즈’ 라는 짝퉁 소설을 냈을 정도입니다. 

참 양심 없는 양반입죠. 모리스 르블랑은 자신의 괴로 뤼팽 작품에 홈즈를 무능한 탐정으로 등장시키기도 합니다. 참 질투 많은 양반입죠.


홈즈가 첫 등장한 ' 주홍색 연구'와 한국 작가의 패스티시 작품 '경성탐정록'



유명 작가들이 홈즈를 차용해 쓴 작품도 꽤 됩니다.

1944년 엘러리 퀸과 존 딕슨 카는 패러디집 <셜록 홈즈의 재난>이란 책을 냅니다. 이에 코난 도일의 셋째 아들 에이드리언이 분노하면서 서점에서 책이 회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습니다. 

아버지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에이드리언은 직접 홈즈 시리즈를 쓰기로 결심합니다. 존 딕슨 카와 공동으로 1954년에 단편집 <셜록 홈즈 미해결 사건집>을 발표합니다. 책은 잘 팔렸다지만 따지고 보면 이것 또한 짝퉁. 그런 이유 때문인지 가족들조차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스티븐 킹이 쓴 <닥터스 케이스>란 작품에도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홈즈가 등장합니다. 왓슨이 사건을 먼저 해결한다니 아! 놀라운 반전. 홈즈가 아흔 넘게 산 것으로 설정해 그의 노년의 삶을 그린 미치 컬린의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도 유명하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니콜라스 메이어의 <셜록 홈즈 7퍼센트의 용액>에서는 마약에 중독된 홈즈가 심리학자 프로이트의 치료를 받는다는군요. 

홈즈가 개 이름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아예 주인공을 왓슨 박사와 악당 모리어티 교수로 설정한 작품도 있다니 홈즈의 인기를 실감케 합니다.


한국형 셜록 홈즈도 있습니다. 바로 한동진, 한상진 형제가 작년에 발표한 단편집 <경성탐정록>입니다. 

설정이 재밌습니다. 1930년대 식민지 경성을 배경으로 열혈 조선 청년 설홍주와 중국에서 한의학을 공부하러온 왕도손의 활약을 그렸습니다. 주인공 이름에서 바로 홈즈와 왓슨이 연상이 되시리라.
한국적 정서와 익숙한 지명이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운수 좋은 날>, <광화사>같은 단편 제목들은 현진건, 김동인의 소설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국내작가 작품 중에서는 흔하지 않는 본격 미스터리물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미니시리즈 <셜록>이 1편 인기에 힘입어 내년에 시즌2가 나온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도 ‘국민 명탐정’ 한명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봤습니다. 국민 캐릭터 ‘뽀로로’도 만들었으니 언젠가 가능하겠지요? 비유가 좀 거시기한감요^^;


사소한 태클; 베이커 거리는 부자 동네랍니다.
코난 도일이 홈즈를 썼을 땐 100번지까지 밖에 없다가 1930년대 들어 홀수 번지가 생겼답니다. 홈즈의 방은 온갖 값비싼 물건들로 가득합니다. 명품 바이올린을 헐값에 구입한 이유는 설명되어 있지만 불독도 키우고 허드슨 부인은 손님이 올 때마다 차를 내옵니다. 궁핍해 하숙 동거인을 구한다는 설정이 설득력을 잃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홈즈와 떨어질 수 없는 소품이 사냥모자와 파이프(블로그 왼쪽 위 그림 참고)인데요.
원작에는 이것들에 대한 묘사가 명확하지 않은데 삽화가가 즐겨 그린 탓에 이미지가 굳어져버렸습니다. 홈즈처럼 멋을 아는 남자가 도시에서 사냥모자를 쓰는 일은 거의 없었겠죠. 파이프도 마찬가지로 연극배우인 윌리엄 질렛이 사용해 유명해진 것이랍니다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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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뎅뎅뎅 2010.10.26 16: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 드라마 2편까지 봤는데요. 홈즈의 낭창낭창한 몸매와 까칠한 성격이 마음에 들더군요. 스마트폰으로 날씨 검색할 때 가끔 홈즈 생각을 합니다요. 쿄쿄~
    근데 M르블랑이었나요? 셜록 홈즈 철자를 바꿔서 혈록 쇼움즈인지 하는 탐정이 루팡이랑 대결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릴 때는 홈즈보다는 루팡 팬이었는데, 요즘은 루팡은 별로 안 땡깁니다.

    • 추리닝4 2010.10.27 14: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전 전철에서 <셜록>보다가 홈즈 그 놈 넘 멋지다면서 내게 문자 보낸걸로 아는데 기억하시는지 ㅎㅎ..나이 탓인지 홈즈고 뤼팽이고 다 싫고 걸그룹 <시크릿>이 최고라는^^;

  2. 최망최망 2010.10.26 22: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배 근데 저는 언제부터인가 셜록 홈즈=이대근 국장으로 인식이 되어서, 홈즈만 보면 흠칫 놀래요. 언젠가 이국장이 남색 바바리 입고 긴 우산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계시는 걸 봤는데, 홈즈가 따로 없었다는...

    그나저나, 셜록 다운받아놨는데, 봐야겠네요.

    • 추리닝4 2010.10.27 14: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 바바리와 우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 국장과 홈즈는 싱크로율이 그다지^^; 요즘 현직 판사가 쓴 추리소설 <어둠의 변호사>시리즈가 반응이 좋은데 거기 고진이라는 꽤 멋진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나와. 창백한 지식인의 느낌이랄까. 이 국장이 탐정이라면 그 캐릭터에 가까운듯(이 국장 이 댓글 보면 곤란하데^^;;;;)

    • 갈매 2010.10.28 1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그닥 싱크로율이 높지 않다는데 한표!
      이 국장 요즘, 다른 블로그 탐방도 다니시는 듯.. ㅋㅋㅋㅋ 언젠가 보실지도~~~ ㅋㅋ

      오옹. 궁금하군요.. 어둠의 변호사를 비롯하여,
      저 <경성탐정록> 등등.

      저는 어릴 때 홈즈 시리즈 중 일부가 동화전집에 있었는데.. 그중에 <얼룩끈>을 읽다가 오싹오싹해서 잠도 못자고 덜덜덜 떨던 기억이.. ㅋ

  3. 카메라이언 2010.10.27 0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흐흐 저도 시즌 1 다 봤어요. 아 어찌나 재미있던지. 시즌 2 기대기대기대입니다.

    그나저나, 저도 집에 셜록홈즈 미해결 사건집 있어요. 경성탐정록은 얼마 전 다른 집에 입양보냈다는. 곧 2 나오겠죠? 나와야 하는데요? 어서 출판사에서 좀 출간 좀 해주셔야 할텐데요?

    그나저나, 홈즈를 오마쥬하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1994년부터 연재 중인 명탐정코난도 빼놓을 수 없죠. 모리어티교수를 연상시키는 검은 조직과의 끈질긴 인연이라던가, 도대체가 끝날 생각이 없는 듯한 단편위주의 에피소드하며 흐흐흐... 아서 코난 도일 경이 본다면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합니다.

    • 추리닝4 2010.10.27 14: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셜록 홈즈 미해결 사건집은 절반 정도 읽고 방치. 코난 도일이 안썼다니깐 그닥 집중하지 않게 되더라는. 기분탓이겠죠ㅎㅎ 경성탐정록과 같이 사진 찍으려고 방 다 뒤졌는데 그 책 안보이더라고요^^;..김전일이나 코난 참 재밌죠. 일본에는 트릭만 전문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당^^

  4. 샐리* 2010.12.29 20: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아, 저도 최근에 셜록 에피소드 3편을 끝냈습니다.
    시즌2를 기다리기가 너무 힘이 드네요. 재미있는 리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