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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17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8> 다작(2) (8)
  2. 2010.10.20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4> 야구 (4)

끊임없이 원고지를 채우는 사람들



"하고 싶은 일은 많이 있다. 시간과의 경쟁이다."  -   마쓰모토 세이초


한국은 초겨울에 접어들었지만 중국 광저우에서는 아시안 게임의 열기가 한창입니다. 스포츠는 스포츠고 추리소설은 추리소설… 아, 딴 길로 잠깐 들어서는 바람에 갑자기 주제가 헷갈렸습니다.

지난번에는 서양의 다작 작가들을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일본의 다작 작가를 소개할 차례네요.

스포츠야 어쨌든 간에 추리소설에서만큼은 새삼스러운 설명이 필요 없이 일본이 아시아 최강국임에 틀림없습니다. 수백 명의 작가, 또 그들이 끊임없이 발표하는 수많은 작품들, 그리고 그 작품들을 꾸준히 사서 읽는 독자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무척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 몇 년 사이 일본 추리소설 시장이 불황이라 문고판 추리소설 초판을 1만부만 찍는 상황’이라는 말을 들으면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듭니다(왕년에는 3만부 정도 찍었다는데 반토막보다 더 줄어들었으니 사실 불황 소리 들을 만도 합니다만).

그런데 일본의 강점 중에서 방점을 찍어야 할 부분은 바로 ‘끊임없이’라는 것입니다.

자, 일단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일본 추리작가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1999년 <비밀>이 번역된 이래 40여 편이 출간되었고, 미야베 미유키는 2000년 <화차> 이후 30여 편이 나왔습니다. 온다 리쿠 역시 2005년 <밤의 피크닉> 이후 30여 편이 소개된 바 있습니다.
오사와 아리마사는 90년대 중반만 해도 여러 편이 나왔지만 요즘 '한국에서 인기 높은' 작가는 아니어서 현재 유통되는 작품은 <신주쿠 상어> 하나뿐이로군요. 어쨌든 당장 이 네 사람의 작품만 구한다고 해도 1백편이 넘으니 꽤 많은 양입니다.


다작 작가는 아닌 히가시노 게이고

 

그럼 일본에서의 출간 상황을 조금 살펴볼까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 <방과후>로 등단한 이래 25년 동안 70편의 단행본을 출간했습니다(에세이 포함해서). 해마다 세 권 좀 못미치는 셈이네요. 1987년 데뷔해 1989년 <퍼펙트 블루>를 처음 출간한 미야베 미유키는 21년간 47권의 단행본을 출간해 연간 2.2권을 기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온다 리쿠는 1992년 <여섯 번째 사요코>이래 18년간 45권을 냈습니다(연간 약 2.5권). 가장 연장자인 오사와 아리마사는 1978년 데뷔해 32년간 76권을 썼습니다(연간 약 2.3권). 우리나라 같았으면 꾸준히 많이 쓰는 작가로 인정할만 하지만 적어도 일본에서는 이들을 다작 작가로 여기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써야 '좀 많이 쓴다'고 할까요?

진짜 다작을 하는 사람들을 살펴보기 전에, 적게 쓰는 작가는 누가 있나 잠깐 살펴볼까요?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가 번역된 바 있는 노리츠키 린타로는 자신의 글 쓰는 페이스가 너무 느려서 답답하다고 하는데, 그래도 그는 22년동안 장․단편집 16권에 평론집 3권을 썼습니다.

신본격 추리작가들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시마다 소지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장편을 1년에 열 편씩은 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시마다 소지는 열심히, 끊임없이 글을 쓰라는 의미에서 한 이야기였겠지만, 전업 작가로 나서려면 그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일 겁니다(시마다 소지 역시 80권 이상의 저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럼 일본 추리작가 중에서 최고 다작 작가 넘버 원은 누구일까요?

올해 들어 여러 편의 작품이 한꺼번에 번역 소개된 아카가와 지로입니다.
그는 1976년 등단한 이래 2008년에는 <드라큐라성의 무도회>를 출간하면서 오리지널 저작물이 500권에 도달했고(1년 평균 약 15권), 지금은 대략 530권쯤 되는군요. 누적발행부수는 3억 부를 넘어섰습니다.
<삼색 고양이> 시리즈는 장 단편집이 무려 40권을 넘겼으며 그 외에도 <세 자매 탐정단>, <하야카와 가족>, <4문자 숙어> 등 20여 가지나 되는 다양한 시리즈물을 쓰고 있습니다.

‘결말을 정하지 않고 글을 쓴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마구 쓰는 것 같지만 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까지 수수께끼 풀이 형식의 추리소설을 꾸준히 이어갔습니다. 한창 때는 한꺼번에 여러 곳에 연재를 했기 때문에 혼란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서재에 각 작품의 등장인물 일람표를 붙여놓았다고도 하는군요.


현역 최다 발표 작가, 아카가와 지로


아카가와 지로와 쌍벽을 이룰 만한 작가는 니시무라 교타로인데, 1963년 데뷔한 그의 저작물은 2010년 중반 현재 470권에 다다랐으며, 누적 발행부수는 2억 부 이상입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도츠가와 경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열차나 관광지를 무대로 한 것이 많아 ‘트래블 미스터리’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독특하게도 이들 두 사람과 오사와 아리마사는 컴퓨터나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지 않고 여전히 원고지에 펜으로 쓰는 것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기계보다는 ‘손으로 쓰는 것이 빠르다’는 것이 아카가와 지로의 주장입니다. 이분들이 손으로 쓴  것을 입력하는 것도 꽤 힘든 일이겠군요.


원고를 '손으로 쓰는' 니시무라 교타로



엄청난 집필 능력이 전설처럼 전해지는 과거의 작가들도 있습니다.

르포라이터이자 사회파, 하드보일드, 포르노 작가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렸던 카지야마 도시유키(1930~1975)는 한창 전성기이던 1971년에는 주간지 연재 6개, 신문연재 2개, 월간지 연재 2개, 그리고 소설 전문지에 많은 작품을 기고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매달 원고지 1천-1천2백매를 썼으며, 이틀 사이에 252매를 썼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원고지 규격이 일본에서는 4백자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기 나오는 원고 분량을 한국 원고지 분량으로 계산하려면 두 배를 해야 됩니다). 

물론 워드프로세서나 컴퓨터 같은 기기가 없던,  손으로 쓰던 시절이지요. 그의 조수였던 사람의 말에 따르면 그렇게 빨리 쓰면서도 글씨는 깨끗했으며 틀린 글자도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완성되진 않았지만, 그가 구상하던 마지막 작품 <적란운(積亂雲)>은 8천매 정도가 되었을 것으로 예정하고 있었다고 하는군요.



사사자와 사호(1930~2002)는 야쿠자와의 싸움, 교통사고, 자살미수 등으로 여러 번 목숨을 잃을 뻔 했습니다만 그 와중에서도 매월 1천 2백에서 1천 5백매씩 원고를 쓰면서 평생 4백권 출간을 목표로 했습니다.
결국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목표에는 못미쳤지만 380권(마지막 작품은 미완성이었는데 그와 친분이 있던 후배 추리소설가
모리무라 세이이치가 완성했습니다)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사람은 바로 마쓰모토 세이초(1909~1992)입니다.
그가 첫 작품을 쓴 것은 보통 작가들보다 훨씬 늦은 40살이 되어서였습니다. 늦게 데뷔했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할 일은 많다. 시간과의 경쟁이다’라고 하면서 한 달에 1천매씩 쓰는 한편 끊임없이 자료조사와 취재에 나섰습니다.
그러기를 40년, 80세가 될 때까지도 정력적인 집필을 한 그는 추리소설뿐만 아니라 고대사, 현대사까지 파헤치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작품 수는 솔직히 세어 볼 엄두가 나질 않는데, 일본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검색을 해보니 2,224건이 검색되는군요. 저서 목록만으로도 책 한 권은 거뜬히 나올 것 같습니다.


기차 역에서 알리바이 트릭을 구상중인 마쓰모토 세이초

원고지 한 장 쉽사리 못 채우는 입장에서 위에 언급한 작가들은 도무지 인간처럼 보이질 않는군요. 마쓰모토 세이초가 ‘노력만 가지고서는 안 되고, 대부분은 운이다’라는 언급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 말이 평범한 사람들을 격려하는 것인지 아니면 팔자에 맡기라는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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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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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메라이언 2010.11.18 0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럴 줄 알았어 ;;;;; 역시나 대망의 1위는 아카가와 지로 님이로군요. ㄱㅡ;;;;;;;;;;; 아우 정말, 일 년에 장편 열 편에서 시마다 소지님 미워지고 으흑흑... 이 시간에 혼자 막 울분을 토하다 갑니다. 아우 어서 읽고 써야겠어요.

  2. 이야기꾼 2010.11.18 09: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훗...
    부러우면 지는 거다...

  3. 블레이드 2010.11.19 00: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흥, 저도 일년에 세권쯤은 쓸 수 있습니다. ㅡ.ㅜ;;; 문제는 5백권을 쓴다고 해도 3억권을 돌파할 자신과 능력이 없다는거죠. 저도 마쓰모토 세이초 선생님과 같은 의견입닏. 능력과 여건이 되면 쓸 수 있을만큼 써야죠. 다..다만 팔리느냐가..ㅜ.ㅜ;;;

  4. 평시민 2010.11.19 15: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소설 쓰기를 중단했다가 다시 쓰면서 '적어도 1년에 한 권!'이라는 목표를 잡은 적이 있는데 그 작품들을 공모에 냈다가 모두 미역국 끓이는 데 쓰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단편을 쓰면서 질을 높이는 훈련을 했고 이제 다시 장편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양과 질 모두에서 인정받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속고 속이는 죽음의 다이아몬드

                                  

탐정 짓은 그만하고 야구나 해. 그렇지 않으면 다음은 네 차례야.
                                                -<스트라이크 살인>(1984), 리처드 로젠

 

한동안 서늘한 가을 날씨를 뜨겁게 달구었던 한국 프로야구도 이제 마무리되었습니다.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도 포스트시즌 경기가 벌어지는 중이고, 겨울이 되기 전에 모두 끝이 나겠지요.

여기서 잠깐. 일반적으로 운동장은 '그라운드Ground'라고 하지만 야구장은 '다이아몬드 Diamond'라고 합니다. 이유는 단순한데, 하늘에서 보면 각 루를 이어지는 내야 지역이 다이아몬드처럼 보이기 때문이지요. 1980년대 후반 뉴욕 메츠에서 활약했던 무키 윌슨은 야구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 이유를 묻자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아내가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원했거든요."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계의 밀실 미스터리(?)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1994년 7월의 일이니 꽤 되었습니다만,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진 라몬트 감독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잘 아시겠지만 추신수 선수가 현재 소속된 팀입니다)와의 경기 도중 상대팀 간판선수이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던 강타자 알버트 벨이 부정 배트를 쓴다고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심판은 벨의 배트를 압수해서 사무국에 보내기 전까지 심판 라커룸에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심판 라커룸에 들어간 심판들은 눈을 의심했습니다. 전날 압수했던 벨의 배트 대신 그의 동료 폴 소렌토의 배트가 놓여 있었던 겁니다. 라커룸 문은 잠겨 있고 열쇠를 가진 것은 분명히 심판들 밖에 없으며 그렇다고 심판들 중 누군가가 바꿔친 것도 절대 아니었습니다. 추리소설에 나올 만한 불가사의한 밀실 사건이 벌어진 것일까요?

배트가 수상하면 이렇게 검사를 받습니다


하지만 과학수사 팀이나 명탐정이 나설 필요도 없이, 심판들은 곧 알아챘습니다. 동료 선수가 천정을 통해 라커룸에 들어가 다른 배트와 바꿔치기 한 것이었습니다. 상황은 금방 확인됐고, 인디언스 팀은 벨의 배트를 내 놓아야만 했습니다. 결국 그 배트는 X선 검사결과 이물질, 즉 코르크가 들어 있는 것으로 판명돼 벨은 7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약 반 년쯤 지나 이듬해 춘계 훈련 때 인디언스의 투수 제이슨 그림슬리는 자신이 배트를 바꿔치기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덧붙이길, 처음에는 벨의 다른 배트로 바꾸려 했지만 모두 코르크가 들어 있어서 할 수 없이 소렌토의 것을 가져가야만 했다는 것이었지요.(미국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실험한 것을 보면 코르크를 넣었을 때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부정방망이를 사용한 것은 어쩌면 헛수고였을지도?) 야구계의 밀실 미스터리는 이렇게 싱겁게 끝났습니다.

그나저나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추리소설과 야구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억지를 써 본다면 몇 가지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공통점은 규칙이지요. 야구를 비롯한 운동경기에는 엄격한 규칙이 있어서 선수들은 그것을 지켜야만 하며, 추리소설 역시 유달리 규칙이 많기 때문에 작가 역시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써야만 합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규칙을 약간 위반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반칙왕’이나 ‘엉터리 작가’라는 명예롭지 못한 꼬리표가 따라다니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경쟁입니다. 선수들은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며, 심지어 직접 경기를 하지 않는 관중까지도 응원으로 경쟁을 합니다. 추리소설 속에서는 탐정과 범인사이에 대결이 벌어지지만, 그 바깥 - 즉 현실에서는 작가와 독자의 머리싸움이 벌어지지요. 작가는 뻔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며, 독자는 작가의 속임수를 간파하기 위해 꼼꼼하게 읽거나 심지어 메모까지 해 가면서 수수께끼를 풀려고 애씁니다.

이런 승부욕 탓인지 추리작가 중에는 야구팬이 적지 않습니다. 거장 엘러리 퀸(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사촌 형제간인 맨프레드 리와 프레드릭 더네이의 합작 필명입니다)은 단편집 <엘러리 퀸의 새로운 모험(The New Adventures of Ellery Queen)>의 절반 가까운 분량을 스포츠 소재 작품에 할애했는데, 그중 <사람이 개를 물었다 Man Bites Dog>(1940)는 월드 시리즈가 한창 벌어지는 야구장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황금의 투타 콤비? - 어린 시절의 엘러리 퀸(왼쪽이 리, 오른쪽이 더네이) (1912년 촬영)


또한 걸작 단편 <특별요리(Speciality of the house)>를 쓴 스탠리 엘린은 브루클린 다저스(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사랑하고 뉴욕 자이언츠(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증오하는 프로야구 팬(다저스와 자이언츠의 관계는 미국 프로 스포츠 계에서 최고의 앙숙으로 꼽힙니다)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 구장 펜웨이 파크


또한 올해 작고한 로버트 파커는 자신이 살고 있는 보스턴의 프로야구팀을 작품 속에 등장시켰습니다. 사립탐정 스펜서는 <최후의 도박(Mortal Stakes)>(1975)에서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의 의뢰로 에이스 투수 마티 랩이 승부조작을 하는지 조사에 나섭니다. 여기서 스펜서는 야구장이라면 보스턴의 홈구장 펜웨이 파크만한 곳이 없다고 극찬하는 대목이 있는데, 저도 가 본 적은 없지만 TV 중계 화면만으로만 보아도 멋진 곳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포의 시구'를 하는 스티븐 킹.

보스턴의 팬이라면 스티븐 킹이 더 유명하겠군요. 그의 작품 치고는 '덜 무서운'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The Girl Who Loved Tom Gordon)>(1999)가 눈에 띄고(톰 고든은 레드삭스의 구원투수로 활약했는데 나중에는 뉴욕 양키즈로 팀을 옮깁니다), 베이브 루스의 저주가 깨지던 2004년 시즌을 다룬 <Faithful>이라는 논픽션을 쓰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유명작가인 폴 오스터가 먹고살기 힘들던 무명시절 ‘탐정소설은 돈이 된다’는 생각으로 쓴 작품이 <스퀴즈 플레이(Squeeze Play)>(1976)입니다. 살해 협박을 당하는 스타 야구선수가 나오고 사립탐정이 등장하는, 하드보일드 냄새가 푹푹 풍기는 매력적인 작품이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작품이 폴 오스터에게 큰 돈을 벌어다 주지는 못했습니다. 한때 야구 카드게임도 고안해서 팔아보려 했지만 그것도 실패했다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야구 관련 추리소설이 많은 나라는 일본입니다. 일본은 프로축구 창설과 2002년 한일 월드컵 등을 계기로 축구의 인기가 높아졌지만 역시 최고 인기 종목은 ‘미국이 발명하지 않았으면 일본이 발명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야구입니다. 그러다 보니 야구를 소재로 한 작품 역시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번역된 야구 관련 작품으로는 고교야구선수의 의문의 죽음을 다룬 미야베 미유키의 <퍼펙트 블루>(1989)가 있겠군요. 생각보다는 적은 것 같습니다.

일본 작가 중에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사람을 찾아보면 구장에서 스타 선수가 살해되는 사건을 다룬 <4만 명의 목격자(四万人の目擊者)>(1959)를 쓴 아리마 요리치카(有馬賴義)를 들 수 있겠는데, 그는 야구를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프로야구 입단 테스트를 받은 경험이 있으며 자비로 아마추어 팀을 창단해 감독 겸 투수를 맡았는가 하면 1960년대에는 대학야구팀의 감독을 맡아 두 차례 우승을 한 경력도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의 야구 관련 추리소설은 정현웅의 <스타의 마지막 여름(<황제 살인>으로도 출간>(1986), 박청하의 <마운드의 틈입자>(1990), 이승영의 <코리안 시리즈 살인사건>(1992), 그리고 단편으로 문윤성의 <프로야구와 프로도박사> 등으로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닙니다. 1982년 프로야구 창설 이후 바람을 타고 잠깐 나오는 듯하더니 요즘은 보기 어렵네요. 좀 아쉽습니다.

한국 추리작가들이 쓴 야구 소재 작품들.


야구 시즌이 끝나면 팬들께서는 섭섭하겠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야구는 다시 시작합니다. 그동안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많이 읽으시길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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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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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야기꾼 2010.10.21 07: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핫...야구와 추리소설이 이렇게 얽혀 있을 줄은 몰랐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 카메라이언 2010.10.21 11: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역시 앨러리퀸의 야구 소설(?)이 제일 먼저 나오는군요. 야, 정말 그런데 야구나 축구나 여러가지 미스터리를 끌어낼 수 있는 요소가 많은 듯해요. 베이비루스 우주인설에 맞춘 추리물도 나올 수 있을 듯하고. 흐흐. 또, 전 명탐정 코난도 정말 좋아하는데(광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만 합니다만 주변에서 인정을 안 합죠) 이 이야기를 보면 코난과 가장 친한 친구(?)인 핫토리 헤이지가 각각 축구와 야구로 캐릭터를 표현합죠. 때문에 요 두 소년이 서로의 스포츠가 최고다, 하고 싸울 때란 참 즐겁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