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다이크 박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11.24 명탐정 열전 ⑬ 존 손다이크 박사
  2. 2011.10.19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43> 의학 미스터리 (1)

존 손다이크 박사 (Dr. John Thorndyke)

 

오귀스트 뒤팽이나 셜록 홈즈 같은 인물들은 대단한 추리력을 갖춘 명탐정들이지만, 현대의 기준으로 본다면 흔히 말하는 ‘심증(心證)’만으로 범인을 잡아낸다는 단점이 있다. 요즘은 물증, 즉 물적 증거(物的證據)가 없으면 아무리 유력한 혐의자에게라도 유죄 판정을 내리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수상한 물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물적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정확한 감식을 거쳐야만 증거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추리소설 사상 최초의 전문 법의학자(法醫學者)라고 할 수 있는 손다이크 박사는 과학수사의 새 길을 개척한 인물이다. 물론 과거의 수사방식을 꼭 비과학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반적인 탐정들이 아무래도 단순한 방법 즉 기껏해야 돋보기를 이용하거나 줄자로 길이를 재는 데 불과했던 반면 그는 정밀한 과학적 실험을 통해 증거를 확보해 수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1907년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로 독자에게 첫선을 보인 그는 체계적인 과학지식을 구사해 지문의 위조사건을 밝혀내면서 일약 홈즈의 라이벌 위치에까지 떠올랐다.

 

<손다이크 박사의 사건> 표지

그의 본명은 존 이블린 손다이크. 법의학자이자 변호사라는 직함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방면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1870년 런던에서 태어났으며, 세인트 마거리트 병원 부속 의학교에서 병리학과 법의학을 전공했다. 해부학,고고학,식물학,이집트학,안과학 등에 조예가 깊으며 그것이 그의 수사능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당시 등장한 탐정들의 대부분이 그렇듯 그의 사생활은 가족 관계 이외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결혼 경험이 없는 독신자이며, 런던의 템플 지구 5A 킹스 벤치 거리의 자택에서 조수이며 그의 연대기를 엮은 크리스토퍼 저비스, 연구실의 조수 겸 사진사이며 대단히 뛰어난 기술자인 나사니엘 폴턴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범죄수사를 위해 온갖 설비를 갖춘 개인 연구실을 가지고 있으며, 밖으로 나갈 일이 있으면 ‘휴대용 실험실’이라고 불리는 녹색 가방을 항상 들고 다닌다. 그 가방 안에는 각종 약품과 소형 현미경을 비롯해 자신의 연구실을 축소해 놓은 듯한 갖가지 실험장비가 들어 있다. 사건을 만나면 즉시 현장의 증거품을 크든 작든 모두 수집하여 조사․분석해 사건을 해결한다.

 

손다이크 박사는 추리나 분석의 재능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탐정 중에서 뛰어난 편에 속한다. 키가 크며 호리호리하지만 강인한 체격이며, 그리스인 같은 콧날에 고전적으로 균형 잡힌 얼굴을 지녔다. 게다가 남다른 시각(視覺)과 청각능력에 뛰어난 손재주까지 가졌으니 가히 초인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존 손다이크 박사(왼쪽)

 

하지만 그는 발견한 증거물들을 모아 하나씩 맞춰 가며 해답을 찾아내는 과정을 즐길 뿐, 과학자답게 상식을 벗어나는 데가 없는 온화하고 소박한 성품이므로 일반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증거 제일주의라는 현실적이며 현대적인 수사 방식을 처음으로 독자들에게 인식시켰다는 커다란 공적을 세운 인물이다.

 

(스포츠투데이 2000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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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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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닌...

수술대에서 환자가 죽었을 때 모든 의사들이 그 자리에 얼어붙는 것은 아니다.
<녹색은 위험>(1944) -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의학 미스터리란 무엇일까요?
의사가 등장하는 작품? 병원이 배경인 작품?

그저  ‘의사가 등장하는 작품’이라고 하면 범위가 너무 넓어지겠죠. 이런 식이라면 등장인물의 직업만으로 새로운 분야가 만들어질 판이니 제외해야 하겠습니다. 셜록 홈즈의 모험담을 기록한 왓슨은 엄연한 의사이자 작품의 매우 중요한 인물이지만 홈즈 이야기를 ‘의학 미스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병원이 배경인 작품’이라고 하는 것도 어렵겠지요. 그냥 사건의 장소일 뿐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정의하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상투적이고 애매모호하지만) ‘의학’에 관련된 미스터리를 ‘의학 미스터리’라고 하는 것이죠. 그럼 의사가 주인공이고 병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다루는 것만 있느냐… 물론 또 그건 아닙니다. 요즘은 누구에게나 익숙해진 법의학자들도 엄연한 의학자이니까요. 정의를 내리다가 날이 샐 판이니 이쯤에서 얼버무리도록 하지요^^(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견해일 뿐 아직 무슨 규칙이나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각설하고, 의학 미스터리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의학 미스터리라고 생각할 만한 작품이 있지요. 작가가 의사(출신)이며, 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의학계의 비밀을 다루고, 병원이나 의학 연구소 등이 주요 배경이 되는 작품입니다. 이런 조건에 딱 맞는 작품을 쓴 사람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로빈 쿡이 대표적입니다. <코마>로 시작된 그의 작품은 1990년대 초반 번역되면서 의학 미스터리의 선풍을 몰고 왔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좀 뜸해졌습니다만….

로빈 쿡


<코마>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감독을 맡은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바로 마이클 크라이튼입니다. 로빈 쿡과 마찬가지로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위급한 경우에는> 역시 병원의 의료사고를 둘러싼 의학 미스터리입니다. 로빈 쿡이 꾸준히 의학 미스터리를 써 온 반면 마이클 크라이튼은 의학뿐만 아니라 나노기술, 유전공학 등 당대의 첨단 과학을 소재로 삼아 썼다는 차이가 있군요. 그의 <넥스트>는 유전공학을 다루고 있는데, 이걸 이쪽 범주에 넣어야 할지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시기(1990년대 초반)에 마이클 파머의 의학 미스터리도 번역 소개되었는데, 우리나라에 자리 잡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요즘은 여성 작가 테스 게리첸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는데, 메디컬 스릴러라고 부를 정도로 피가 낭자하고 엽기적인 장면이 수시로 등장합니다.

2천년대 들어 소개된 일본의 가이도 다케루도 현역 의사(병리전문의)이자 작가입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공모전을 통해 등단한 그는 범죄라기보다는 오히려 현대 일본의 의료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Ai(Autopsy imaging, 사망시 화상병리진단)가 ‘사인(死因)불명사회인 일본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사회제도로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으로 시작된 도조 대학을 무대로 다구치와 시라토리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인물이 활약하는 시리즈는 유머가 흐르면서도 진지함이 깔려 있는 의학 미스터리의 수작입니다.

초등학교에서 1일 교사로 나선 가이도 다케루

잠깐 세월을 거꾸로 올라가 볼까요?
영국의 의사였던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은 법의학자이자 변호사인 존 이블린 손다이크 박사가 등장하는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CSI의 고조할아버지뻘쯤 되는 법의학 미스터리의 원조이자, 이른바 도서 추리소설의 선구로서 역사에 남을 작품이지요.

손다이크 박사

그동안 국내에는 단편들만 소개되었다가 반갑게도 장편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이 올해 초반 번역되었습니다. 발표한 지 1백년이 넘은 작품이라 어쩌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문이 사건의 증거로 막 채택되던 무렵의 초창기 과학수사를 살펴보시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합니다. 퍼트리셔 콘웰의 케이 스카페타나 캐시 라익스의 템퍼런스 브레넌 같은 전문가들이 손다이크 박사의 후계인 셈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입니다. 즉, 사악한 의사가 있습니다. 딱 떠오르시죠? 그렇습니다. 독특한 식성(!)을 지닌 한니발 렉터가 그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연쇄살인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유능한 정신병리학자이기도 합니다. 상담하던 환자를 잡아먹은 일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만… 의사가 범인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만 미리 알려드릴 수도 없고, 또 의학 미스터리도 아니니까 이 이야기는 여기서 접지요.

무서운 의사, 한니발 렉터

의학 미스터리에 넣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작품도 있습니다. 엘러리 퀸의 <네덜란드 구두의 비밀>이나 크리스티애너 브랜드의 <녹색은 위험> 등은 병원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다루는 고전적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의사가 아니긴 합니다만, 충분히 의학 미스터리로 꼽아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최근에 번역된 <비트 더 리퍼>는 궁지에 몰린 의사의 이야기입니다. 추리소설에 흔히 나오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만, 그 의사는 전직 살인청부업자였다는 점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점이지요. 이 작품에도 의료계 이야기가 나오긴 합니다만, 딱 잘라서 의학 미스터리로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재미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논픽션 의학 미스터리를 두 편 소개합니다. 하나는 <의학 탐정>, 다른 하나는 <위험한 저녁식사>입니다. 두 작품 모두 의사들이 마치 탐정처럼 질병이나 증상의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버튼 루셰가 1947년에 발표한 <의학 탐정>은 이쪽 분야의 고전으로(아쉽게도 번역판은 절판상태입니다), <위험한 저녁식사>의 저자 조너던 에드로는 십대 시절 그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시대가 흘러갔을지언정 두 책의 스타일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소설과는 달리 특별한 악당이나 범죄가 없긴 합니다만 어지간한 추리소설 못지않게 흥미진진합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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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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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시민 2011.10.21 2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사가 나쁜 일에 손을 대면 세상 누구보다도 무서운 범죄자가 되지." <얼룩끈>에서의 홈즈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물론 이 작품도 의학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의사인만큼 완전범죄 꾸미기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사 범죄자 하니 <007 네버 다이>에 잠시 나왔다가 본드에게 죽는 악당이 나옵니다. 법의학 박사의 신분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자살이나 사고로 위장한 살인을 할 수 있고, 명사수이며, 각종 고문에도 능한 이로서 높은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 전세계를 돌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암살자이죠, 전에 저도 그런 악당을 한 번 기획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