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작고한 미국 추리작가 로버트 B.파커는 여러 편의 시리즈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도 보스턴의 사립탐정 스펜서 시리즈와 뉴잉글랜드의 사립탐정 제시 스톤 시리즈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로버트 B.파커 (1932-2010)


이 두 명의 멋진 탐정은 작가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 독자들과 이별을 고하는가 싶었는데, 파커의 유언에 의해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4월 28일 데드라인 리포트에 따르면 마이클 브래드먼(CBS에서 제작된 제시 스톤 시리즈의 공동 작가)이 오는 9월 <Robert B. Parker's Killing the Blues>라는 제목으로 새 제시 스톤 시리즈를 발간할 예정입니다.

TV 용 영화에서 제시 스톤 역을 맡은 톰 셀릭


또한 <White Shadow>, <Infamous and Wicked City>를 발표한 에이스 앳킨스가 스펜서 시리즈의 후속작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스펜서의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에이스 앳킨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로버트 B.파커의 작품이 거의 소개되지도 않았고 인지도도 낮아 아마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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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많지도 않소. 1주일에 3백 달러와 필요경비면 되요."
- 모우지스 와인
   - <인간의 덫 The Big Fix>(1973)  로저 L.사이먼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을 직업별로 크게 세 가지로 나누면, 첫째 경찰 등 국가 소속의 공무원, 둘째 직업적 사립탐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마추어 탐정으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이들의 수입을 한번 살펴볼까요?
우선 경찰이나 형사는 대도시 경찰본부에 있건 시골 파출소에 있건 똑같은 공무원 신분이라 고정 수입이 있으니 이상한 짓만 하지 않으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요즘 마이클 코넬리의 <블랙 에코>를 다시 읽어 보니 90년대 미국에는 부업(이를테면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부지런한 경찰도 있었더군요.

이와 달리 사립탐정은 수입의 격차가 큰 편입니다. 잘 나가는 쪽은 대형 탐정 사무소를 차려 비서나 직원까지 두기도 하지만 끼니마저 걱정할 만큼 형편이 좋지 않은 탐정도 있습니다. 작품 속 최초의 사립탐정이었던 셜록 홈즈는 사치스러운 편은 아니었지만 생활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서민층 의뢰인에게는 돈 이야기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어쩌다가 찾아오는 돈 많은 고관대작에게는 많은 보수를 받기도 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당시의 물가가 지금처럼 살인적이지는 않았겠지요.

하지만 훗날 등장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립탐정은 이렇게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심지어 90년대 중반에 재닛 에바노비치가 발표한 작품의 제목은 <그래, 난 돈을 위해 산다>였습니다(지금 새로 번역된 것은 원제인 <원 포 더 머니 One for the Money>로 출간되었죠). 이 작품에서 여주인공 스테파니 플럼은 속옷 회사에서 해고된 후 돈을 벌 길이 막막한 끝에 용의자를 소환하는 위험한 일을 맡게 됩니다. 누구와 마음먹고 싸워본 경험도 없고 총도 쏘아 본 적도 없는 젊은 여성이 보수가 많은 편이라고 해서 뛰어든 것인데,  문제는 모든 것이 성과급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수입이 적다는 것이죠. 과연 그녀는 어떻게 될까요? 영화로도 제작중이라니 곧 볼 수 있을 겁니다.

스테파니 플럼의 좌충우돌 무용담 '원 포 더 머니'


사립탐정과 의뢰인의 정식 고용관계는 일정액의 보수를 지불할 때부터입니다. 즉 현대의 사립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은 의뢰인이 탐정을 찾아와 의뢰할 사건에 대해 설명을 한 후, 마지막으로 경비를 지불하면서 시작되죠. 미국의 경우 2차 대전 이전에 등장한 레이먼드 챈들러의 탐정 필립 말로우는 보통 하루 20-25달러에 필요경비를 요구했고, 그보다 조금 뒤에 나온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는 1일 50달러를 요구하다가 1960년대에는 1일 1백 달러로 인상했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에 들어서면 초반 로버트 파커의 탐정 스펜서는 하루 200달러에 필요경비, 그리고 아더 라이언즈의 탐정 제이콥 애쉬는 좀 더 구체적으로 하루 125달러, 필요경비 및 1마일(약 1.6Km)당 15센트의 연료비까지 청구합니다. 적지 않아 보이지만 이래저래 들어가는 비용이 많고 정작 중요한 것은 사건 의뢰가 얼마나 자주 들어오느냐에 좌우됩니다. 그래서 의뢰가 없어 들어올 돈이 없으면 이웃 할머니가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달라고 하는 일까지 마지못해 맡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그렇다고 탐정들에게 자존심마저 없는 것은 아니라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의뢰인이라면 거절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펜서는 <가출(Ceremony)>(1982)이라는 작품에서 딸을 찾아달라는 거만한 아버지에게 착수금으로 2천억 달러라는 거액을 요구해 기가 질리게 만들었지만 딸의 어머니가 부탁하자 1달러에 사건을 맡는, 얼핏 보기에는 허세와도 같은 자존심을 볼 수 있습니다.

딸은 어디로 갔을까요. 로버트 B.파커의 'Ceremony'.


또한 미키 스필레인의 탐정 마이크 해머는 <심판은 내가 한다>에서 친구가 살해되자 보수와는 상관없이 순전히 복수를 하기 위해 사건에 뛰어듭니다.

고정수입이 없는 사립탐정과는 달리 아마추어 탐정은 사건에 관해서는 가장 마음이 편할 것입니다. 특별한 소속감, 의무감도 없는 그들은 범죄 수사를 취미로 즐길 만큼 생활에 여유가 있는 편이죠. 게다가 가끔 부수입이 생기기도 합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에 등장하는 몰락한 집안의 아들이자 탐정의 원조 뒤팽은 특별한 직업도 없이 많지 않은 유산의 이자 수입으로 검소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금전적 수입보다는 자기만족을 위해 살인사건의 수사에 뛰어들지만, <도둑맞은 편지>에서는 편지를 찾아주는 댓가로 5만 프랑이라는 거액을 챙기는 수완을 발휘했습니다.

아마추어 탐정 중에서 경제적 관점으로 마음이 편했을 인물을 꼽자면 S.S.반 다인의 작품에 등장하는 파일로 밴스를 들 수 있겠습니다. 젊은 독신 사나이인 그는 숙모의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아 생활에 관한 한 아무런 걱정 없이 이스트 38번가의 호화 맨션에 친구이자 사건 기록자인 반 다인과 함께 거주하며 유유자적하게 살면서 취미로 살인사건에 참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파일로 밴스(윌리엄 파웰이 연기) - '케넬 살인사건'


경찰이지만 자기 돈, 그것도 쌈짓돈 수준의 적은 돈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을 써가면서 수사하는 유별난 형사가 있습니다. 츠츠이 야스타카(筒井康隆)의 단편집 <부호형사(富豪刑事)>(1978)에 등장하는 칸베 다이스케(神戶大助)는 검소하거나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묘사되던 형사의 이미지를 180도 뒤집어 놓은 부유한 형사입니다. 엄청난 갑부인 그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그다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축재한 것을 후회해 오다가, 형사가 된 아들이 정의를 위해 자신의 돈을 사용하는 것을 기뻐하죠. 자가용은 캐딜락, 한 개 8천5백 엔짜리 시가를 절반도 피우지 않고 버리는 칸베 형사는 밀실 사건 현장을 재현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해 사건 현장과 똑같은 건물을 짓는가 하면, 유괴범을 잡기 위해 길바닥에 현찰 5백만 엔을 뿌리기도 하며 문자 그대로 돈을 물 쓰듯 하며 사건을 해결합니다.

 

드라마로 제작된 '부호형사'. 주인공이 여자(후카다 교코 분)로 바뀌었군요. (이건 아직 못 봤습니다.)


우스갯소리 하나. 실제 의사보다 드라마에 나오는 의사가 훨씬 인기 있는 이유는 아무리 위독한 환자라도 거뜬히 치료하는 솜씨에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회복되어 퇴원하는 환자에게 치료비를 청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작품 속의 탐정들이 인기 있는 이유도 드라마 속의 의사와 마찬가지로 보수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위험 속에 뛰어들어 솜씨 좋게 해결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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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시민 2011.03.17 0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 방영된 드라마 <도망자 플랜 B>의 주인공인 탐정 지우는 돈 밝히는 바람둥이죠, 조만간 방영할 <시티헌터>의 탐정 또한 원작 캐릭터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개인적으로 그런 스타일의 탐정보다는 초라한 사무실에 앉아서 정의와 진실을 쫓는 탐정 쪽이 마음에 들더군요.

  2. 카메라이언 2011.03.17 03: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호형사 드라마 너무 재미있게 봤었어요. ㅋㅋㅋ 후카다 교코에게 정말 딱 맞는 역할이었다는. ㅋㅋㅋ 아우 이제나 저제나 원작 번역되어 안 나오나 기다리는데, 여적 소식은 없군요. 정말 궁금한데... ... ... ㄱㅜ 나 정말 일어 배워야 하나...OTL


무슨 이름이 그래요?

주인공의 이름이 나의 취미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주제일지라도
그것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고경(苦境)에 빠진다.
     - 수필 <창백한 뇌수>(1939), 김내성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기까지 많은 고심을 하게 됩니다. 소재나 플롯은 물론 기본이고,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성격에서부터 사건 무대가 되는 배경에 이르기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들 중 쉬운 것은 하나도 없지요.

헌데 언뜻 보면 등장인물의 이름 짓기는 쉬울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뭐… 순간적으로 멋진 이름이 머릿속에 번쩍 떠오르는 것처럼 운이 좋을 때도 어쩌다가 있겠지만, 항상 그렇게 편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주인공의 이름은 작품의 여러 요소들 중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여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 활자매체에서 등장인물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름을 통해 독자들은 상상의 나래를 펴고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혹시 아기 이름을 지어 보신 분이라면 고개를 끄떡이실지도…)

하나하나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작명하는 것은 동서양 작가들을 막론하고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2차 세계대전 후 미국 추리문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미키 스필레인의 사립탐정 마이크 해머는 이름에서부터 강렬한 인상을 풍깁니다. ‘마이크’라는 평범한 이름 뒤에 붙은 ‘해머(Hammer, 쇠망치)’라는 성은 그가 거칠고 강인한 남자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죠(그러고보니 ‘슬렛지 해머(Sledge Hammer, 대형 쇠망치)’라는 이름의 형사가 등장하는 뒤죽박죽 TV 시리즈도 있었습니다만…).

터프가이의 대명사 마이크 해머(TV 시리즈에서 대린 맥거번이 연기했습니다).


우리나라 작품의 등장인물 중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 비록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 김홍신 씨 원작 <인간시장>의 주인공 ‘장총찬’이었습니다. 원래는 ‘권총찬’이었다가 최종 단계에서 바뀌었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작가들은 어떤 식으로 이름을 지을까요? 아마 어감이나 의미를 고려해 지어낸 이름이 가장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멋지거나 독특한 이름이 실존한다면 작가는 그것을 빌려 쓰기를 꺼리지 않습니다. 널리 알려진 주인공들만 살펴봐도 다른 곳에서 본 듯한 이름들이 많습니다. 탐정의 대명사인 셜록 홈즈의 이름은 코난 도일이 미국의 법률학자인 올리버 웬델 홈즈(Oliver Wendell Holmes, 1809-1894)에 경의를 표하는 뜻으로 이름을 가져와 쓴 것으로 전해집니다.

법률학자 올리버 웬델 홈즈


셜록 홈즈와 마찬가지로 영국 사람이며 국제적인 명성 또한 그에 못지않은 첩보원 제임스 본드는 원작자 이언 플레밍의 눈에 우연히 띈 책 <서인도제도의 새들(Birds in the West Indies)>을 쓴 조류학자 제임스 본드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조류학자 '제임스 본드'의 책


얼 스탠리 가드너가 창조한 명 변호사 페리 메이슨은 선배 작가 멜빌 데이비슨 포스트의 작품에 나오는 변호사 랜돌프 메이슨의 이름에서 따 왔는데, 재미있는 것은 페리 메이슨이 정의감 넘치는 인물이지만 랜돌프 메이슨은 악덕 변호사라는 점입니다.

'악덕 변호사' 랜돌프 메이슨


로스 맥도널드가 창조한 사립탐정 루 아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나는 선배 작가 해미트를 존경하는 마음에서 그의 작품 <몰타의 매>에 등장했던 마일즈 아처의 이름을 빌렸다는 것이고, 자신의 탄생 별자리가 궁수(弓手-Archer)자리였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맥도널드가 직접 밝힌 바가 없어서 정확한 사연은 알 수 없습니다만….

존경의 뜻을 담은 주인공의 이름을 또 들자면,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館)’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 시마다 기요시(島田潔)가 있습니다. 이 이름은 등단시절부터 그를 후원해주었던 작가 시마다 소지(島田莊司)의 성과 그가 창조한 주인공 미타라이 기요시(御手洗潔)의 이름을 합성해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미타라이 기요시라는 이름에는 좀 어이없는(?) 사연이 있더군요. ‘미타라이’는 절 등에서 참배자가 손을 씻는 장소를 의미하지만 화장실, 즉 변소의 완곡한 표현이기도 하죠. 그런데 시마다 소지의 어린 시절 별명은 ‘벤죠 소지(便所掃除)’, 즉 ‘변소 청소’였다고 하는데 이 별명이 훗날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명탐정 이름의 기원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미타라이'라는 이름에 이런 심오한 의미가….


미국 작가 로버트 파커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립탐정 스펜서는 일반적 이름인 ‘Spencer’가 아니라 ‘Spenser’로 표기하는데, 이는 16세기의 시인인 에드먼드 스펜서(Edmund Spenser, 1552-1599)의 이름을 빌린 것입니다. 그런데 ‘스펜서’가 이름인지 성(姓)인지 작품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 아는 것 같지만 정작 독자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사람이 또 있는데요, 앤드류 복스가 창조한 전과자 출신 탐정 버크 역시 성인지 이름인지 불분명하군요.

호크와 스펜서(오른쪽) - TV 시리즈 '스펜서'에서


이들은 사립탐정이니까 그럭저럭 넘길 수 있다고 하지만, 콜린 덱스터의 주인공 모스 경감은 한동안 성 외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아서 많은 독자들이 궁금하게 여겼습니다. 결국 열네 번째 장편에서야 모스의 이름이 ‘엔데버(Endeaver)’라고 밝혀지면서 작은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콜린 덱스터는 영국에서도 손꼽히는 십자말풀이(crossword)의 전문가였기 때문에 독자가 엔데버의 이름을 ‘end’와 ‘over’의 합성으로 넘겨짚어 해석해 그가 시리즈를 끝내거나 심지어 절필하는 것으로 오해했던 것이죠.

그런데 아예 이름이 없으면 편할까요? 대쉴 해미트는 하드보일드의 선구적인 작품 <붉은 수확>의 주인공에게 이름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컨티넨틀 탐정사의 탐정이라는 의미인 ‘컨티넨틀 오프(Continental Op)’로만 불리는 이 중년의 독신 인물은 두 개의 장편을 비롯해 무려 28편의 중․단편에 등장하면서 끝내 이름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탐정 '컨티넨틀 옵'


현대 작품에도 해미트의 착상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작가가 있습니다. 빌 프론지니는 아예 ‘무명(無名) 탐정(Nameless Detective)’을 만들어 냈습니다. 프론지니는 이 40대 사나이의 여자관계에서부터 폐암이 겁나도 연신 담배를 피워 무는 강박관념에 이르기까지 이름을 쓰지 않고도 솜씨 있게 묘사하고 있지요. 이 무명 탐정은 콜린 윌콕스와의 합작 <Two spot>(1978)에도 등장하는데, 윌콕스의 주인공 프랭크 헤이스팅즈 경사가 “빌(Bill)”이라고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있습니다(그런데 이 “빌”은 눈치 채셨겠지만 바로 작가인 프론지니의 이름입니다).

작품에 잠깐 나오는, 즉 조연에도 못 미치는 인물들의 이름은 그냥 눈에 띄는 이름을 응용하는 것이 보통이라고도 합니다.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이름을 쓰거나 어떤 작가는 사람 이름으로만 이루어진 책, 즉 전화번호부를 이용하기도 한다네요. 하지만 다작으로 유명한 아카가와 지로는 똑같은 이름이 계속 이어지는 전화번호부는 이용하기 불편해 잡지의 당첨자 발표 명단을 종종 이용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5백 편이 넘는 작품을 쓴 사람이니, 등장인물 숫자만도 엄청날 겁니다. 혹시 같은 이름이 있을지도…?

이름을 결정하는 방법은 작가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즉 너무 흔한 이름을 쓰지 말라는 것이죠. 이를테면 ‘홍길동’이나 ‘임꺽정’, 혹은 운동선수나 연예인 등 당대의 유명인 이름을 그대로 갖다 쓰는 유치한 방법을 쓴다면 망하는 지름길이 될 겁니다. 설마, 그럴 분은 없으시겠지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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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시민 2011.01.26 19: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탐정의 이름 하니 저도 생각납니다. 어렸을 적에 제가 어린이용 탐정소설을 쓰는 걸 본 제 사촌동생이 자기도 소설 쓰겠다며 자기 친구 이름을 딴 탐정이 주인공인 소설을 하나 썼습니다. 그런데 보니까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 제가 만든 탐정에 그 이름을 붙였지요, 캐릭터 성격이나 외모 등은 다르지만요. 빨리 그 탐정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2. 레이 2011.01.26 22: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마다 소지 님. ㅋㅋ
    제임스 본드, 어렸을 때 본드(접착제)라고 킥킥거렸는데 조류학자의 이름이었군요~

  3. 카메라이언 2011.01.27 03: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타라이 기요시가 왜 이리 좋은가 했더니 변소여서였군요...아...어쩐지...넘...좋더라............(네이버 닉네임이 특급변소. 본래 이 변소는 변태완소의 줄임말로 카페 김종일의 경계문학의 초코소라빵님이 지어주신 이름인데, 마음이 들어 계속 쓰고 있 ;;;)

    저는 주인공 이름 윤해환은 고등학교 때 문학교과서에서 본 윤동주 아명이 마음에 들어 기억해 뒀다 피씨통신에서 고 3 때부터 필명으로 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쓰고 있어요. 카메라이언 윤해환이라는 캐릭터 이름을 지은 건... 한 5 년 된 것 같은데요, 상당히 고민해서 지었던 듯해요, 정말.

    의도는 아니었지만, 사진 동호회 다니며 본 것들이라든가, 마음에 드는 이야기들 메모하고, 취재하고, 직접 dslr 사용법 배우고, 어울리면서 스캔들도 뿌리면서(;;;) 카메라이언이란 단어를 떠올리고, 출사다니면서 이런 출사지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서해안에 붉은 깃발의 섬 만들고, 사미사-사진에 미친 사람들 동호회 이름, 그 다음엔 동호회 시삽인 혁클베리-이건 실제로 한 동호회 시삽이시고 꽤나 유명하신 블로거이신 분의 예전 별명으로, 허락받고 빌렸어요- 정하고...(그 후로 글 쓴다고 동호회 안 나가버렸 ;; 열심히 활동하라고 신신당부하셨는데 배은망덕한 ㅡㅡ;;;;) 또 중간에 등장하는 반항야옹이는 제 옛날 다른 동호회 닉네임에다... 이야 정말 뭔가 상당히 설정이 많았네요. ;;;; 와, 엄청 덧글 길어졌다. ;;;;;

    주인공 이름들은 이런 식으로 여러가지로 뭔가 복합적으로 (;;;) 만들고, 때문에 바꾸고 또 바꾸는데 그냥 인물들, 별 생각없이 짓는 인물들은 보통 눈앞에 보이는 책 저자 이름을 써요. (;;;;;)

  4. 이야기꾼 2011.01.27 12: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름 편하게 짓기로는 추리소설가 황세연을 빼놓을 수 없지요.
    온갖 한국추리소설가를 범인, 피해자, 목격자로 골고루 활용,
    작금에 이르러서는 인터넷 검색하면 '살인자 ***'으로 뜰 정도!

    대표적 인물로는 김성종, 이상우, 백휴, 서미애, 최혁곤, 한이...등등등...

    그러고 보니 드라마 작가 중에도 있네요...지화자, 배신남, 이런 이름으로 짓는 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