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가와 아리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4.06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28> 밀실 (2)
  2. 2011.01.19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17> 성직자 탐정 (7)
  3. 2010.12.09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11> 왓슨 역 (6)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는 곳

진실은 바보같다
-기디언 펠 박사
 - <The Crooked Hinge>(1938), 존 딕슨 카

 

추리소설에서 다루는 지능적 범죄에는 철벽같은 알리바이, 시체(및 범행) 숨기기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밀실입니다.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밀실도 쉽게 만들 수 없습니다


밀실이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누구도 드나들 수 없게 되어 있는 방을 의미하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방이 트여 있더라도 출입구가 잠겨 있는 고층건물의 옥상, 커다란 창문이 있지만 보통 사다리 정도로는 올라갈 수 없는 높은 탑의 방, 누가 지나가면 발자국이 남는 해변 모래사장, 좀 더 시야를 넓혀 보면 잠수함이나 우주선 같이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장소도 밀실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궁극적으로는 남의 눈에 띄지 않고 드나들 수 없는 장소라면 모두 밀실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며, 작가들은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라는 3차원적 세계에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마치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사건을 독자들에게 제시합니다. 그래서 밀실 범죄는 흔히 ‘불가능 범죄’라고도 합니다.

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 불가능할 것 같은 사건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게 되는 법이지요. 기원전에 기록된 성서 외경의 <벨과 뱀>에서 밀실을 다루었을 정도로 역사는 무척 오래 되었습니다.

미국 작가 존 딕슨 카는 <세 개의 관>(1935)에서 주인공인 펠 박사의 입을 빌려 밀실 트릭에 대한 강의를 했습니다. 한편 마술사 출신 작가인 클레이튼 로슨의 <Death From a Top Hat>(1938)에서는 마술사 겸 탐정인 ‘위대한 멀리니’가 펠 박사의 밀실 강의를 이용해 약간의 내용을 더 추가하고 세분하였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에도가와 란포는 <탐정소설의 수수께끼(探偵小說の「謎」)>에서 밀실 트릭에 대해 정리했지요.

존 딕슨 카의 '세 개의 관'


다음 밀실 트릭들은 위 세 사람의 이론을 토대로 해서 요약한 밀실 트릭들입니다. 훗날 작품을 읽을 분들을 위해서 기본적인 해설만 했으며, 작가나 작품 제목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밀실 트릭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진짜 밀실이며 사람이 빠져나오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2. 밀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완전한 밀실이 아닌 경우

이들 커다란 두 분류를 기본으로 하여 세부적인 분류가 가능합니다.

더보기

 
덧붙이자면 밀실과 연관된 분야가 있는데, 바로 밀실을 빠져나오는 기술입니다. 이것은 밀실 트릭을 역으로 이용한다고도 할 수 있으며, 주로 교도소에서의 탈옥을 주된 소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건 제목 등에서 결론이 이미 예고된 작품이라 대표적인 작품의 제목을 소개해도 지장이 없을 것 같네요. 국내에도 번역되어 있는 작품으로는 자크 푸트렐의 단편 <13호 독방의 문제>, 모리스 르블랑의 단편 <뤼팽의 탈옥>등이 있습니다. 또한 정통적인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알렉산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 스티븐 킹의 <쇼생크 탈출>도 탈옥 기법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1891년 선을 보인 이즈라엘 쟁윌의 <빅 보우 미스터리>는 밀실을 다룬 최초의 장편 분량 소설로서 영국의 신문에 연재되며 호평을 받았고, 프랑스에서는 가스통 르루가 본격적인 밀실을 다룬 작품 <노랑방의 수수께끼>(1907)을 써서 현재까지도 밀실 작품 중에서도 고전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편 코난 도일도 셜록 홈즈 시리즈 중 하나인 단편 <얼룩 끈>(1892)에서 밀실 사건에 도전합니다.

이즈라엘 쟁윌의 '빅 보우 미스터리'


존 딕슨 카는 ‘밀실의 거장(The Master of the Locked Room)’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가지고 있지요. <유다의 창>(1938), <세 개의 관>, <비틀어진 경첩>등은 밀실을 다룬 그의 걸작입니다. 카의 전기 <존 딕슨 카: 기적을 해명한 사나이(John Dickson Carr: The Man Who Explained Miracles)>(1994)를 집필한 더글러스 G. 그린은 다음과 같은 찬사를 보냈습니다: “밀실을 다룬 걸작들의 목록은 언제나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정교한 해결 방법을 고안해 낸 존 딕슨 카의 작품들로, 그 자신만의 작품 영역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다른 작가들에 의한 밀실 작품들이다.”

존 딕슨 카의 전기 '기적을 해명한 사나이' 표지

밀실 트릭의 대부분은 현대적 상식으로 바라볼 때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흔히 볼 수 없는 특수한 장치를 쓰거나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기법 같은 아이디어만으로는 독자에게 호응을 얻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지요. 하워드 헤이크래프트는 <오락을 위한 살인>에서 추리작가가 되려면 피해야 하는 항목을 열거한 바 있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밀실이었습니다: “밀실은 피하라. 오늘날 그것에 신기함과 흥미를 갖게 할 수 있는 것은 천재 밖에 없다.”

허나 얼마 전 세상을 떠난 H.R.F.키팅은 ‘밀실 트릭은 추리소설을 쓰려고 생각했던 일이 있는 작가에게는 어떤 의미에서는 궁극적인 유혹’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고전적인 작품들은 트릭의 효용성을 떠나 여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으며, 실력 있는 작가들은 간결한 트릭만으로도 독자의 의표를 찌르고 있습니다. 밀실 트릭은 모든 트릭 중에서도 가장 단순하면서도 궁극적이기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여전히 도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요즘도 밀실을 소재로 한 작품이 자주 나오는데,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46번째 밀실>이나 이시모치 아사미의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등 여러 작품이 번역되어 있으니 쉽게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밀실을 끝없이 추구하는(?) 아리스가와 아리스


키팅은 밀실에 대한 매력을 단 한 줄의 문장으로 표현했습니다: ‘불가능 범죄는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해 내는 것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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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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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시민 2011.04.07 19: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제대로 된 밀실물을 써 보고 싶습니다만 밀실도 당위성이 있어야 만드는 법이니 스토리상 제대로 연결되도록 해야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다카기 아키미쓰의 <문신살인사건>을 보면 범인이 밀실을 만든 이유가 아주 기가 막히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참, 클레이튼 로슨의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도 빨리 국내에 소개되었으면 좋겟습니다.

  2. 카메라이언 2011.04.08 01: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헤헷 전 지금 연재 중인 붉은깃발의섬~을 밀실로 범벅해 놓았다는. 밀실 넘넘 사랑해요. 딕슨 카의 밀실은 구부러진 경첩에서 졌다고 느꼈었다는. 정말 화딱지 났었어요. 못 맞춰서. 으흑흑. 나빠. ㅠㅠ


징벌 대신 구원을

마음속에 있는 악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면 결코 성인이 될 수 없어
- 캐드펠 수도사
<수도사의 두건>(1980)  -  엘리스 피터스

 범죄자가 밝혀지고 체포되는 것 - 이것은 대부분의 추리소설의 마무리단계에 나오는 장면입니다(물론 악당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유유히 달아나는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파격적인 결말을 가진 작품은 추리소설 전체의 비율에서 살펴볼 때 무시해도 괜찮을 정도일 것입니다). 그러면 그 악당들은 어떻게 죄의 대가를 치를까요? 1841년 포우가 발표한 <모르그 거리의 살인>에서 두 여인을 끔찍하게 살해한 범인은 정식 재판을 받지 않았고, 또 그 이후 드물게 저항하다가 처절한 최후를 맞이하는 범죄자도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 경찰에게 체포되었으니 아마 법정에 나가 재판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범죄자들을 쫓는 사람 중에는 경찰이나 직업적 탐정이 아닌, 성직자들도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직업적인 특성상 범죄자들에게 징벌을 내리기보다는 영혼의 구제를 원합니다.

성직자 탐정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영국 작가 G.K.체스터튼이 창조해 낸 브라운 신부일 것입니다. 작은 체격에 노포크의 푸딩같이 둥글고 멍청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점잖고 조용한 브라운 신부는 외모나 행동거지만을 보아서는 그의 놀라운 추리력을 도무지 상상하기 어렵지만 추리작가이자 연구가인 엘러리 퀸이 오귀스트 뒤팽, 셜록 홈즈와 더불어 세 명의 위대한 탐정 중 하나로 꼽았을 정도로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는 영국을 비롯한 각지를 순례하며 수많은 이상야릇한 사건과 접하게 되는데, 돋보기나 현미경을 이용하는 대신 범죄 자체의 본질을 관찰해 실마리를 찾아내어 수수께끼를 풀어냅니다.

경찰들과 대화를 나누는 브라운 신부(오른쪽 두 번째. 알렉 기네스가 연기했습니다).


브라운 신부는 정의를 존중하지만, 언제나 자비로움을 발휘하곤 하죠. 그의 사명은 범인을 체포하는 것보다 회개시키고 영혼을 구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신부가 거둔 최대의 성공으로는 프랑스 출신의 거물 도둑 프랑보우를 전향시킨 일일 것입니다. 거물급 도둑이었던 프랑보우는 여러 차례 붙잡힌 이후 회개해서 사립탐정으로 전향해 신부에게 많은 도움을 얻으며, 때로는 신부의 목숨을 구하기도 합다. 브라운 신부는 단편에만 등장하는데, 한 세기를 넘긴 지금까지도 전혀 고리타분한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가치 있는 작품입니다.

1980년대 중반, 움베르토 에코는 윌리엄 수도사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창조합니다. 그는 <장미의 이름> 단 한 편에만 등장했지만 이 작품을 통해 국내에 ‘에코 붐’이 일어났고 그 덕택에 어지간한 탐정들보다 훨씬 유명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14세기 초반의 초겨울, 산 속의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연속살인사건과 마주친 윌리엄 수도사는 셜록 홈즈와도 같은 추리력과 제임스 본드 같은(에코는 소설 집필 당시부터 영화에서 본드 역을 맡았던 숀 코네리를 염두에 두었다고 하네요) 행동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이야기의 화자(話者)인 아드소를 감탄하게 만듭니다.

영화 '장미의 이름'에서 윌리엄 수도사(왼쪽. 숀 코네리).


영국의 여성 작가 이디스 메리 파지터는 20대의 나이이던 1930년대부터 역사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엘리스 피터스라는 필명으로는 추리소설을 썼습니다. 1961년에는 <죽음과 즐거운 여자>로 에드거상 장편상을 받을 정도로 절정에 오른 그녀는 1977년, <성녀의 유골>이라는 작품에서 새로운 주인공인 인물인 캐드펠 수도사를 탄생시켰습니다. 원래 12세기 중반 잉글랜드의 귀족이었던 그는 과거 십자군 원정에 참여해 선장으로 10년 동안 이슬람의 해적과 싸우기도 한 경력을 지닌 캐드펠은 이제 성 베네딕트회 슈로즈베리 수도원 내에서 15년 넘게 머무르면서 약초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살고 있지만 속세에서의 지식과 성직자로서의 지혜, 그리고 어깨를 흔들며 걷는 선원 특유의 걸음걸이는 여전히 남아 있지요. 그는 보통 사람이라면 눈치 채지 못할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는 통찰력을 지녔으며, 그에 못지않은 의협심과 따뜻한 인정의 소유자입니다.

캐드펠 수도사(데릭 재코비가 연기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유대교의 율법학자 또는 유대교 지도자를 뜻하는 랍비(Rabbi)라는 직책이 있는데, 미국 작가 해리 케멜먼은 랍비인 데이빗 스몰이 등장하는 시리즈를 썼습니다. 랍비 스몰은 브라운 신부와 더불어 추리문학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젊은 성직자 탐정입니다. 매서추세츠의 시골 마을에 살면서 탈무드(Talmud: 유대교 율법과 해설)를 자주 언급하는 젊은 성직자인 스몰은 친구인 마을의 경찰서장과 차 한 잔씩을 놓고 마주 앉아 종교를 비롯한 여러 관점에 대해 토론하며, 사건의 해결에 커다란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스몰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금요일 랍비는 늦잠을 잤다>, <토요일 랍비는 배가 고팠다>, <일요일 랍비는 집에 있었다>등의 독특한 제목으로 눈길을 끌었지요.

'금요일 랍비는 늦잠을 잤다' 표지


서구의 신부나 목사 등과는 달리 동양의 스님은 속세를 떠나 수양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사건과의 접촉이 다소 적은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물론 서양 작품에 나올 가능성은 적겠지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에 등장하는 지장 스님은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수행을 쌓는 사람입니다. 그는 그런 도중에 마주친 이상한 사건들을 칵테일 한 잔 마시면서 스낵바의 손님들에게 늘어놓는다고 하는군요. 절제가 필요한 한국의 스님과는 조금 다른 것 같긴 합니다만…

행각승이란 이런 차림인가봅니다


그런데, 남자 성직자 탐정만 있냐구요? 그건 아닙니다. 영국 작가 피터 트레메인은 1993년 단편 <Murder in Repose>에서 주인공으로 피델마 수녀를 탄생시켰습니다. 피델마 수녀는 왕의 여동생이자 변호사/재판관 자격을 가진 미모의 여인으로, 7세기의 아일랜드를 무대로 활약합니다. 이듬해 처음 장편이 나온 이 시리즈는 지난해까지 21편이나 나왔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피델마 수녀 홈페이지


한편, 성직자는 아니지만 그런 오해를 받을 지도 모를 사람이 있네요. 영국 작가 레슬리 채터리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이먼 템플러는 세인트(The Saint), 즉 성자(聖者)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90년대에 영화로도 제작되었기 때문에 기억하고 계실 분도 많겠지만, ‘현대의 로빈 훗’으로 불리는 그는 범죄 현장에 후광을 그린 사람을 그려놓는 습관이 있어서 성자라는 별명이 붙었을 뿐이지 성직자와는 거리가 멀지요. 잘생긴 외모에 모험을 즐기며 격투에도 일가견이 있는 세인트는 자비심이라고는 별로 없으며 망설임 없이 총칼을 사용해 악당들을 때려눕히는 활극의 주인공입니다.

작가 중에도 성직자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은 영국 작가 로널드 녹스로, 1888년 주교의 아들로 태어나 1차대전 후인 1919년 주교로 임명되었으며 은퇴 후에는 라틴어 성서를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녹스는 주교로 임명된 후에도 유머와 날카로운 풍자가 담긴 에세이를 여러 잡지에 발표하는가 하면 교양 있고 뛰어난 트릭을 사용한 추리소설을 썼는데, 아마도 미스터리 팬들에게는 한동안 추리소설의 규칙으로 남아 있던 ‘녹스의 추리소설 10계(戒)’로 잘 알려져 있을 것입니다.

로널드 녹스


이 열 가지 규칙은 차츰 세월이 흐르면서 시대에 뒤떨어져간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만, 페어플레이를 강조한 녹스의 정신은 그의 뒤를 잇는 추리작가들이 잃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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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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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야기꾼 2011.01.19 14: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건섭의 <호수에 죽다>(맞나요? 제목이...)에서 환속한 신부가 주인공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개인적으로 저 분 추리소설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만....

  2. 평시민 2011.01.19 21: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 추리만화 <스님탐정 잇큐>가 생각나는군요, 전 7권이고 도서추리물입니다. 소년탐정이자 승려인 잇큐가 헤라클레스처럼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한 다음에 자신의 뿌리를 찾아간다는 내용이지요. 그리고 2권까지 나온 <사쿠라 신부의 사건노트>도 꽤 재미있는 추리만화입니다.

  3. 카메라이언 2011.01.21 04: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허헉 랍비 늦잠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계속 모른 척했는데 내일 읽어야겠다 덜덜덜. ;;;;;;;; 아웅 이번 포스트 너무 교육적이어욤. 추천 주소 올려놔야지 다른 데 가서 희희.

  4. lbeb 2011.02.28 2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오~ 새로운 작품을 알게되는 건 언제나 즐겁습니다. 피델마 수녀 시리즈에 도전해봐야겠네요~



왓슨, 당신이 없으면 섭섭하지

“그(네로 울프)는 날 해고할 수 없을 것이다.  혼자선 아무 것도 못하다가 결국 굶어 죽을 테니까.”
                                                                             - 아치 굿윈
<Instead of the Evidence>(1949)  -  렉스 스타우트

 소설이든 영화든 모든 드라마에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기둥임이 분명하지만, 그를 뒤에서 받쳐주는 조연이 없다면 그 작품은 마치 양념이 안 된 요리처럼 싱겁고 밋밋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낯선 섬에 홀로 표류한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도 후반부에서 식인종 프라이디가 등장하는 변화가 없었더라면 그저 섬에서 고생스레 혼자 살아간 사나이의 이야기라는 따분한 내용 정도로만 그치지 않았을까요.

추리소설에도 당연히 주인공이 있고 조연도 빠지지 않는데, 친구 역, 애인 역, 지나가는 사람 역 등등 그런 것 이외에 추리소설에만 있는 특별한 역할이 있습니다.

내가 빠지면 섭섭하지요 - 영화 '셜록 홈즈'에서 왓슨 역을 맡은 주드 로


고전적 추리소설(일반적인 수수께끼 풀이 추리소설)에서는 ‘피해자-범인-탐정’이라는 필수적 등장인물 이외에 보통 ‘왓슨 역(Watson Character)’이라고 일컬어지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 명칭은 전설적인 명탐정 셜록 홈즈의 하숙집 룸메이트이며 그의 사건을 기록해 온 의사 존 왓슨(John Watson)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데서 유래한 것이지만, 사실 이런 역할을 처음 등장시킨 것은 코난 도일이 아니라 현대 추리소설의 창시자 에드거 앨런 포우였습니다. 포우는 아마추어 탐정 뒤팽이 등장하는 3편의 단편 소설, 즉 <모르그 거리의 살인>,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 <도둑맞은 편지>에서 단지 ‘나’라고만 알려진 이름 없는 인물을 등장시켰는데, 이 ‘나’라는 인물은 사건을 설명하면서 친구인 뒤팽의 추리를 묘사합니다. 이것이 ‘왓슨 역’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역할은 대개 정적인 작품에서나 가능하며, 1인칭의 하드보일드 형식이나 쉴 새 없이 액션이 전개되는 작품에서는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왓슨 역의 인물은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보통 작품의 화자(話者)가 되어(1인칭 시점) 사건의 흐름을 기록하면서 사건의 주변 상황을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그리고 적당한 대목에서 어느 정도의 지성을 지닌 독자가 물어볼 만한 질문을 탐정에게 던지는 것이죠. 이것은 작가가 독자와의 머리싸움을 하기 위한 아주 편리한 방법으로, 탐정이 생각하고 있는 사항 가운데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만을 골라서 일러줄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진범인이 누구인지 탐정이 알아낸 순간을 감추어 놓고 이야기 줄거리의 막판에서 그것을 밝히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또한 왓슨 역할의 인물은 보통 독자보다 다소 머리가 나쁜 것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탐정의 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구실을 합니다.

왓슨 역할의 인물 중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뭐니 뭐니 해도 코난 도일의 작품에 등장하는 진짜 왓슨입니다. 런던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왓슨은 군의관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고 의병 제대한 후 런던으로 돌아옵니다. 친척도 친구도 없던 그는 하숙방을 찾다가 셜록 홈즈를 만나게 되어 베이커 거리 221B 번지 하숙방의 룸메이트가 되고 <주홍색의 연구>사건 수사에 참여합니다. 왓슨은 훗날 결혼해서 하숙방을 떠나기도 하고, 아내가 죽은 후 다시 홈즈와 함께 살기도 하며 생활에 여러 차례 변화가 있었지만 홈즈 시리즈의 거의 모든 작품의 기록자가 되었습니다(<사자의 갈기>, <표백된 병사>등 일부 단편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만). 비록 조연이고 화려함은 없지만 그는 주인공인 홈즈 못지않게 유명해졌으며, 작가인 도일은 홈즈보다 오히려 그의 사생활에 대해 자세히 묘사했습니다. 도일 역시 의사였던 만큼 왓슨을 묘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겠지요.

홈즈 시리즈가 인기를 얻은 이후 - 이른바 단편소설의 황금기 - 에 나타난 많은 작가들은 개성있는 주인공과 함께 왓슨 역할을 하는 인물을 등장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R.A. 프리먼의 손다이크 박사와 저비스, 자크 푸트렐의 ‘생각하는 기계' 반 두젠 교수와 허친슨 해치 기자, G.K.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와 전직 도둑 플랑보우, 어네스트 브라마의 시각장애인 탐정 맥스 캐러도스와 하인 루이스 칼라일 등… 이들 가지각색의 직업과 성격을 가진 탐정과 조수들은 근본적으로 홈즈-왓슨 관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형식이었습니다.

다만 왓슨만큼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사람은 드물긴 했고, 가끔 어정쩡한 형태의 조연도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오르치 남작부인의 <구석의 노인>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성 기자 폴리 버튼은 쉴 새 없이 매듭을 만지작거리는 정체불명의 노인을 찻집에서 만나 난해한 사건에 대한 설명을 일방적으로 들은 후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사건의 결말을 듣고 놀라기만 합니다. 명색이 사건기자라고 하는 폴리는 평상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건에 대해 모를 때가 태반으로, 사건의 시작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황과 추리까지 탐정 역할을 하는 노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작품 속에서 그녀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애매해질 지경입니다.

폴리 기자, 당신이 왓슨 역할인 것 틀림없어요? - 구석의 노인


‘미스터리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는 명탐정 푸아로와 함께 퇴역 군인인 존 헤이스팅즈라는 인물을 등장시켰습니다. 머리는 뛰어나지는 않지만 선량하고 성실한 사나이 헤이스팅즈는 푸아로와 함께 여러 사건에 등장하지만 크리스티는 코난 도일과는 달리 그를 영구적인 고정 배역으로 삼지는 않았습니다. 크리스티가 창조한 또 다른 뛰어난 탐정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시리즈에는 고정적으로 왓슨 역할을 맡은 인물이 없었습니다. 뭐 직업 탐정이 아닌 이상 그런 사람이 있기는 어렵겠지요.

헤이스팅스(오른쪽, 휴 프레이저 분)과 푸아로(데이빗 수셰)


렉스 스타우트는 사립탐정 네로 울프와 조수 아치 굿윈 사이에 독특한 관계를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천재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네로 울프는 대단히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것에는 틀림없으나 움직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거나 증거 조사 등의 일은 조수인 아치 굿윈이 도맡아 합니다. 두 사람 모두 불평도 많고 비꼬기도 잘하며 심술궂기로는 우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이지만 누구보다도 서로를 신뢰하는 사이이기도 하죠.

에도가와 란포가 창조한 아케치 코고로에게는 초기에 그와 친구인 듯한 인물이 화자로 등장합니다만 어느 순간에 말없이 사라져버리지만,  그가 쓴 어린이 대상 소설에서는 아케치 탐정의 제자인 고바야시 소년이 소년 탐정단을 이끌며 조수 역할(?)을 해서 과거 일본 어린이들의 우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차츰 드물어지던 왓슨 역은 1980대 중반 이후의 신본격 작가들의 작품에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테면 시마다 소지의 미타라이 기요시를 돕는 이시오카 카즈미가 대표적이지요.

그중 독특한 인물을 꼽자면 아리스가와 아리스를 들 수 있겠네요. 그의 작품에는 작가와 이름이 같은 아리스가와 아리스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학생 시리즈'에서는 선배인 에가미 지로를, '작가 시리즈'에서는 임상범죄학자 히무라 히데오를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세 사람… 음, 조금 헷갈립니다만 이 두 개의 시리즈는 분리된 세계로 '작가 아리스'는 학생 시리즈를 쓰고, '학생 아리스'는 작가 시리즈를 쓴다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진짜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가의 입장에서 볼 때 독자와의 머리싸움은 여전히 매력이 있는 만큼 가장 중요한 요소인 왓슨 역할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탐정 옆에 고정출연(?)하는 왓슨 역은 없더라도 경찰이건 관계자이건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거의 빠지지는 않습니다.

내가 빠지면 되겠습니까? - '셜록'에서 왓슨 역을 맡은 마틴 프리먼


최근 제작된 드라마 <셜록>에서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왓슨은 빠지지 않았던 것을 보면 그의 매력은 영원할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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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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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니문 차일드 2010.12.09 19: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탐정물에 있어 주연과 조연이 서로 끈을 당기고 밀어주는 역할은 독자에게 또 하나의 재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갈수록 애정도 깊어지고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필명도 엘러리 퀸처럼 주인공과 작가를 동일시하는 데서 착안했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저도 조만간 제 소설에 허니문 or 차일드가 나올 것 같습니다.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2. 카메라이언 2010.12.13 1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왓슨왓슨왓슨 ㅠㅠㅠㅠㅠㅠㅠ오늘 새벽에 셜록 kbs더빙방송 끝나서 안타까워했는데 너무너무 반가워요. 중간에 포와로와 헤이스팅스도 케이블서 해줄때 줄기차게 봤던 기억이 나서 아아아아. 왓슨은 정말 약방의 감초!!

  3. 레이 2010.12.13 17: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왓슨 없는 셜록은 찐빵 없는 앙꼬죠.
    맨 밑에 왓슨 사진과 설명이 어울려 웃음이~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