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귀스트 뒤팽'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10.20 명탐정 열전 ③ 오귀스트 뒤팽

오귀스트 뒤팽

 

“분석적인 정신 기능 그 자체는 거의 분석이 불가능하다. 그것이 얻어내는 효과에서 그 실체를 짐작할 수밖에 없다. 그에 대해 확실한 것 중 하나는 그러한 자질을 충분히 갖춘, 혜택을 받은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언제나 아주 생생한 기쁨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분석가는 그러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거기에서 기쁨을 찾아낸다. 그는 수수께끼, 어려운 문제, 암호를 좋아하며 그것들을 풀 때는 여느 사람의 이해력으로 보면 초인적인 것처럼 여겨진다. 따라서 그가 내리는 결론은 진실로 질서정연한 순서를 거쳐 얻어지는 것인데도 얼른 보기에는 직감적인 해답처럼 생각되기 마련이다.”
(‘모르그 거리의 살인’에서)

 

'모르그 거리의 살인' (해리 클라크 그림)


앞의 글이 어떤 몰락한 귀족 가문의 젊은 신사, 그것도 거듭된 불운으로 삶에 대한 활력을 잃은 나머지 세상에서 활약한다거나 집안을 회복시키겠다는 생각을 단념한 사나이에 대한 소개를 하기 위해 쓰여졌다면 좀 믿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 불운한 젊은 신사는 다름 아닌 근대 ‘최초의 미스터리 작품’에 등장하는 ‘최초의 명탐정’ 뒤팽이다.

 

18XX년 봄부터 초여름까지 파리에 머무르고 있던 ‘나’(사건의 기록자)는 몽마르트 거리의 이름 없는 도서관에서 뒤팽을 처음 만나게 된다. 우연히 희귀한 책을 찾고 있던 두 사람은 그것이 인연이 되어 절친한 사이가 되고, 결국 ‘나’는 한동안 생제르맹 거리의 낡아빠진 저택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뒤팽이 마주친 괴상한 사건과 그것을 해결해 내는 놀라운 능력에 대해 기록을 남기게 된다.

 

세상과 인연을 거의 끊고 지내는 뒤팽은 밝은 태양보다는 어두운 밤을 좋아해서, 새벽 동이 트는 즉시 집안의 창문을 모두 가리고 강한 향기를 뿜는 촛불을 두 개 켠 후 독서 혹은 대화를 나누거나 사색에 잠긴다. 그리고 다시 밤이 돌아오면 거리로 나가 산책을 하는 것이 일과다. 그가 세상의 일에 관심을 끊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단절하지는 않았다. 범죄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상상력 덕택에 모든 사람들이 두 손을 들어버린 수수께끼와도 같은 사건에 대해서는 흥미를 가져 경찰국장인 G를 도와 해결에 나선다.

 

 


그가 처음 등장한 작품은 두 모녀가 잔인하게 살해되는 ‘모르그 거리의 살인’. 밀폐된 방에서 벌어진 무시무시한 사건을, 뒤팽은 신문의 관련 기사를 차분하게 읽고 사건 현장을 살펴본 후 범행 상황과 범인을 정확하게 밝혀낸다.

 

오귀스트 뒤팽(왼쪽) '모르그 거리의 살인'에서

 

그가 사건을 훌륭히 해결해내자 경찰은 그에게 종종 사건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게 되고, 그 결과 두 개의 사건 기록이 더 남는다.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는 실제로 미국에서 발생한 미해결 사건 ‘메리 로저스 살인사건’을 파리로 무대를 옮겨 뒤팽으로 하여금 해결하게 만든 작품이며, ‘도둑맞은 편지’는 맹점(盲點)을 이용한 재치 있는 작품이다.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

 

 

뒤팽은 여러 면에서 훗날 등장하는 미스터리 작품 속 주인공들의 전형이 되었다. 기묘한 사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주인공의 뛰어난 두뇌회전, 별나다고 생각될 정도의 독특한 개성, 명탐정의 조수 역할을 하는 보조적 인물(이것은 나중에 등장한 홈즈의 친구 왓슨의 이름을 따 ‘왓슨 역’이라고 불리게 된다), 한 수 아래의 경찰, 고급스러운 유머, 그리고 논리적인 해결과 의외의 범인 등은 미스터리 작품의 교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뒤팽은 두 개의 살인사건에서 특별한 보수를 원하지 않고 사건을 해결했지만 ‘도둑맞은 편지’에서는 편지를 찾아낸 후 사건 담당자인 경찰국장에게서 사례금을 받아내 사립탐정과 비슷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뒤팽의 모델은 실존 인물이었던 프랑수아 비도크라는 것이 정설이다. 프랑스 출신의 범죄자였으며 훗날 범죄수사국의 책임자가 되는 비도크는 현직에서 은퇴한 뒤 회고록을 집필해 포를 비롯한 비슷한 시기의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뒤팽은 비도크의 뒤를 따르는 데 만족할 수 없었던지 그에 대해 ‘육감도 끈기도 좋았지만 사고(思考)의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를 거듭했다(모르그 거리의 살인)’고 혹평한 바 있다.

 

(스포츠투데이 2000년 게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추리닝4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