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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11 초보 작가 지망생의 몇 가지 실수 (16)

 

                                         초보 작가 지망생의 몇 가지 실수


마니아들은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추리소설을 쓸 때 흔히 범하는 실수들.
주워들은 얘기, 책에서 읽은 얘기, 개인적 습작 경험을 중심으로 다시 정리해봤습니다. 초판 팔기도 버거워하는 작가의 자격지심에 이런 얘기 불편하지만 왕초보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낚시성 이미지입니다. 어울리는 사진을 못 찾아서요. 지송^^;



1. 트릭에 목숨 걸지 마라

“밀실이 나오는 본격물을 써보고 싶어요. 트릭은 많이 개발해놨는데 문장이 약해서….”
한 젊은 작가 지망생은 그렇게 말하면서 본받고 싶다는 몇몇 일본 작가를 거론합니다. 당황스럽게도 그가 언급한 이름은 쉬이 넘볼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한 작가들이고 개인적으로 그들의 문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단지 본격물의 설정상 ‘탁월한 문장력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를 ‘본격물은 문장력이 떨어져도 쓸 수 있다’라는, 엄청난 오해를 한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배경에는 추리소설은 트릭 하나면 만사해결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듯하고요. 마치 확대한 추리퀴즈 같은 김전일이나 코난의 영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사실 만화는 시각적인 면이 크기 때문에 대화체 문장 같은 것에 신경 쓰는 분이 거의 없을 겁니다). 암튼 추리소설도 소설인데 그 근간인 문장을 외면한 채 출간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아마 편집자들이 제일 먼저 퇴짜를 놓겠죠.
그 작가 지망생은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반전이 진짜 끝내줘요!”
저는 속으로 대답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집입니다. 안정된 문장력이 장점입니다.



2. 피 같은 원고? 아낌없이 날려라!
네, 압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느무 많다는 걸. 특정 분야 전문가를 만나 깊이 취재한 내용 다 때려 넣고 싶은 욕심 누가 모르겠습니까. 또 자신이 쓴 원고는 피와 같죠. 하지만 넘치는 건 모자람만 못합니다. 전문지식 자랑은 흐름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절해야 하고, 반복되는 설명은 속도감을 잡아먹는 주범입니다. 이메일 보내는 장면 쓰는데 컴퓨터 전원 켜고 로그인하고 이것저것 잡스러운 내용까지 묘사할 필요는 없겠지요. 원래 살짝 생략된 듯한 글이 독자들 상상력을 더 자극하는 법입니다.
‘팍팍 줄여야 원고가 살아난다’. 추리작가협회 황모 선배가 10년 전에 해준 조언인데 아직도 와 닿습니다. (그래도 일단 원고량이 많아야 고료도 많이 들어오는데…퍽!)


3. 캐릭터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마라
원고지 100매 짜리 단편 투고 작품을 읽어본 적 있습니다. 신체적 결함을 가졌으나 유머감각 넘치는 탐정 캐릭터는 꽤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앞부분을 시시콜콜 이 탐정의 전지적 능력과 고난의 가족사에 할애합니다. 그것도 죄다 지문으로 설명해버리죠. 사건은 30매가 지나서 시작됩니다. 독자는 이미 지겨워졌습니다. 추리작가는 독자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 주리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유명 작가가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죠. 비슷한 사례로 작품 배경이 되는 도시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는 작품도 많습니다.
단편에선 가능하면 사건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인물과 배경에 관한 정보는 서서히 풀어줘도 늦지 않습니다. 당연히 설명이 아닌 대화나 행동 등을 통해서요.
투고한 작가는 분명히 우기겠죠.
“처음엔 지루해도 결말이 죽여줘요!”
또 속으로 외칩니다. 지루한건 못 참아!

미국추리소설작가협회에서 펴낸 작법서입니다. 재밌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런데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4. 사건을 시간 순으로 나열하지 마라
영화 <미션 임파서블3> 앞 부분에 에단 헌트(톰 크루즈)의 약혼녀가 납치돼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은 나중에 클라이맥스에 다시 나오죠. 이처럼 긴장감 넘치는 한 부분을 뚝 떼어와 맨 앞에 배치하기는 스릴러 작가들이 즐겨 씁니다. 딘 쿤츠나 할런 코벤 등의 작품에서도 보셨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왕초보 작가들의 흔한 실수 중 하나가 사건을 꼭 시간 순으로 배열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네 건의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를 설정했을 때, 그것들을 차례대로 전개해나간다면 좀 밋밋하지 않을까요. 소설 첫 장면을 세 번째 살인사건부터 시작해 주목을 끈 다음,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인물과 배경 지식을 풀어내기 위한 정보 제공용으로, 네 번째는 사건 해결을 위한 결말용으로 뒤바꾸어 보는 건 어떨까요. 같은 이야기라도 플롯에 따라 긴장감은 몇 배나 달라집니다.

연쇄살인사건에 관한 플롯의 정석을 보여주는 제2회 네오픽션상 수상 작품. 현장 취재도 아주 사실적입니다.

5. 죽이던지, 벗기던지 
소제목이 유치 섹시해 좀 거시기합니다만 이 바닥 작가들이 자주하는 우스갯소리입니다. 
장편을 쓰다 줄거리가 막혔을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방법이 또 다른 살인이나 섹스신이라는 뜻입니다. 달리 말하면 추리소설의 생명인 긴장감 유지가 그 만큼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도 제일 역량 부족을 절감하는 부분입니다.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복선과 장치들이 필요합니다. 밑밥을 차곡차곡 뿌려 독자들을 끊임없이 유혹해야죠. 하지만 초보 작가들은 풀어야 할 정보를 꾹 쥐고 있다가 최후에 한방 쾅 터트릴 생각만 합니다.
하지만 보여줘야 할 부분을 아끼면 전개가 건조해지기 싶습니다. 또 긴장감은 한순간에 생기는 게 아닙니다. 사실 반전이 뛰어나다는 건 미리 설정해 놓은 복선과 장치들이 훌륭하다는 것일 겁니다. 달궈 놓은 프라이팬이 화력 더 좋은 법이니까요. 그러니 추리작가는 다 보여 주지는 말되, 안보여 주지도 말아야합니다.

어릴 때 김성종 선생님의 신문 연재소설에 빠져 대문 앞에서 신문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교황 암살사건을 다룬 작품 <라인X>로 기억하는데요, 작가는 매일 짧게 짧게 연재를 이어가면서도 독자 심장을 잡았다 놓았다 하더군요. 그런 설정과 필력이 그저 부러울 수밖에요.
(“그럼, 빨가벗겨서 죽이면 긴장감 최곤가요?” 혹시 이런 질문을 하신다면 그건… 그건… ㅠㅠ)


6. 취재는 정확하게, 구라는 확실하게

일간지 기자가 등장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열혈 슈퍼 울트라 캡숑 짱 기자는 청와대와 국회, 경찰청을 지 마음껏 넘나들며 범인을 집요하게 추적합니다.하지만 조금만 관심 있는 독자라면 불가능한 설정이란 걸 알 겁니다. 일간지 기자들은 출입처가 정해져 있어 소위 자신의 ‘나와바리’(영역)를 넘을 때에는 취재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
형사, 의사, 기자 등 추리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직업에는 그 세계의 전문성이 있겠지요. 그러니 위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선 정확한 취재가 생명입니다. 그래서 작가의 첫 작품은 대개 자신이 잘 아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간단한 법의학 상식도 기본이겠고요. (저처럼 인터넷에서 긁어 쓰면 바로 들통ㅠ)

반대로 다소 무리한 설정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 설정을 독자가 신뢰하도록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 또한 작가의 능력이겠죠. 여러 장치와 온갖 구라를 총동원해서라도 말입죠. 뭐시라?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고? 봉 감독이 만들면 믿는 법입니다.

중앙일간지 국장님이 몇 해 전에 쓴 추리소설입니다. 실감나는 기자 세계가 궁금하시다면…


7. 시작은 거창하나 결말은 대략난감
시작은 그럴듯 합니다. 캐릭터 좋고 스케일 크고 작품 배경 색다르고…. 의문의 살인사건에 용의자의 완벽한 알리바이까지. 재밌는 추리물의 조건은 다 갖췄습니다. 소년탐정 김전일이 아니라 그의 외할아버지 긴다이치 고스케가 와도 사건을 못 풀 것 같습니다. 독자는 자신의 돌머리를 탓하며 신나게 책장을 넘깁니다. 궁금증은 점점 커져갑니다. 과연 이 미스터리는 어떻게 풀릴까. 이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작가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결말부에 도달할수록 뭔가 수상합니다. 작가는 벌여놓은 이야기 수습할 생각은 않고 앞뒤 안 맞는 엉뚱한 논리를 강요합니다. 억지로 사건 끼워 맞추기도 등장하고요.
이런 ‘용두사미 추리작가’에게서 독자들은 배신감을 느낍니다. 특히 결말에서 “이 모든 일이 꿈이었노라”를 외치거나, 주인공 화자가 “내가 범인이라네. 다 내가 벌인 짓이야”라는 독백 따위가 나온다면 더더욱.
소재가 아무리 좋아도 결말의 윤곽 정도는 정해 놓고 작업에 들어가야 합니다. 추리소설은 ‘논리의 게임’이잖습니까.

현직 판사님이 쓴 본격 추리물입니다. 마지막 반전이 압권입니다.



웃기는 건, 이런 실수를 책을 여러 권 낸 작가들도 한다는 점입니다. 자기 글에 갇혀서 안 보이는 법이죠. 그래서 혹자는 주위에 돌려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창작이 어렵네요.

참고로, 작가이자 평론가인 백휴님이 쓴 <김성종 읽기>를 보면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김성종 문체의 특징은 시각적 내지는 영상적인 언어구사에 있다. (…) 이것은 그의 문체가 일체의 군더더기가 없이 늘 오감(五感)에 호소하기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추리작가 김성종 작품을 분석한 책입니다. 작가의 팬이라면 한번 읽어볼만 합니다.


보통 눈에 의존한 묘사가 많지만 김성종의 소설에는 후각, 청각 등을 이용한 묘사가 많아 시각적 이미지를 더 풍부하게 한다는 조언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듯 이미지가 선명하게 잡힌다는 거죠. 영상화 기법의 글쓰기에 반감을 가지신 분들도 많습니다. 어차피 취사선택은 글쓴이의 몫이겠죠. 가끔씩 새겨보는 대목입니다.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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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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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레이드 2011.01.11 10: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3번 절대 공감합니다. 장르소설 독자들한테 지루함과 구구절절함은 연쇄살인마보다 더 끔찍한 법이죠. 2번은 무식하게 공부한티를 팍팍 내려고 고구려를 배경으로 했던 첫번째 장편에서 무려 고구려 '고어'를 등장시키려고 했다가 출판사 에디터한테 한 소리 듣고 깨갱한 적이 있습니다. 3번 같은 경우는 이렇게 보충하면 되겠네요. 사건을 해결하는 것 자체가 주인공의 캐릭터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요. 적당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다음 책을 나올 수 있게 하는 씨앗이 됩니다.

  2. 평시민 2011.01.11 11: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제대로 된 추리물을 쓰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저도 본격 취향이라 트릭 쪽에 비중을 많이 둔 편이었지만 중요한 건 역시 스토리겠죠,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추리닝4 2011.01.11 11: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나라도 트릭 중심의 본격물이 좀 활성화됐으면 좋겠어. 다른 쪽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이 분야가 취약하다는...한국판 김전일 캐릭터 하나 만들면 먹고 살텐데ㅋㅋ (박물관을 배경으로 하나 쓰면 멋질 것 같아^^)

  3. 카메라이언 2011.01.11 23: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앗 중간에 추리소설 쓰는 법 책! 그 시리즈로 동화 쓰는 법이 집에 있어요! 학교 다닐 때에 동화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사라고 해서 출판사서 구해서 단체주문했었는데, 아직도 글이 막힐 때마다 읽는답니다. 아아, 추리소설 쓰는 법도 있었구나.

    처음 이야기의 트릭-문장력-일본작가 하는데 듣는 순간 바로 h모 대작가가 떠오르는데요. 으흐흐. 저도 사실 최근까지 h모 작가는 트릭은 좋은데 문장이 뭔가 허전해, 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요즘 들어 연달아 본 책들 보며 "아아, 내가 덜 읽어서였어!" 라고 완전 판단이 바뀌어버렸습니다. 히죽히죽. 정말 좋은 글들이 많았는데, 안 읽어서 몰랐었더라고요.

    그런 것 같아요. 결국 내가 잘 몰라서인 듯. 아아 열심히 쓰고 읽어야지. ㅠ-ㅠ

  4. 모리스 2011.02.04 12: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소설쓰다가 시작은 멋지게 세웠다가 뒷감당이 안 되서 고생 많이 했었는데, 논리 맞추는 일이 제일 힘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최코치님 블로그에는 처음 글을 남기는 것 같네요, 반갑습니다.

  5. 허니문 차일드 2011.02.10 13: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장에 있어 군더더기는 먹지도 못할 밑반찬만 쫙~ 깔아놓은 것 같죠. 저도 최대한 군더더기를 빼고 쓴다고 쓰는데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역시 작품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순서대로 나열하지 말고, 취재는 정확하게... 동감합니다. ^^

  6. 청하야 2011.04.07 03: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우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7. Miss Baby 2011.05.21 14: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하하. 멋진 글이네요^^ 추리소설을 굉장히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으로서 공감이 많이 되는 글입니다.

  8. 행복티움 2011.09.29 19: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서출판 행복티움에서 필진을 모집하네요. 글 쓰는 것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한번 가보셔요. 필진 등록하고 바로 연재할 수 있네요. 연재된 글은 모아서 전자책으로 만든답니다.

  9. 이름은묻지마 2012.05.25 0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흑.....눈물이 앞을 가리네요.ㅠㅠ
    저도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는데 너무 걱정되요ㅠㅠ
    저 할 수 있는거 맞죠?ㅠㅠ
    안 될 놈이면 안된다고 아직 가능성 있다면 있다고 대답 좀 해 봐요!! 제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