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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19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43> 의학 미스터리 (1)

병원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닌...

수술대에서 환자가 죽었을 때 모든 의사들이 그 자리에 얼어붙는 것은 아니다.
<녹색은 위험>(1944) -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의학 미스터리란 무엇일까요?
의사가 등장하는 작품? 병원이 배경인 작품?

그저  ‘의사가 등장하는 작품’이라고 하면 범위가 너무 넓어지겠죠. 이런 식이라면 등장인물의 직업만으로 새로운 분야가 만들어질 판이니 제외해야 하겠습니다. 셜록 홈즈의 모험담을 기록한 왓슨은 엄연한 의사이자 작품의 매우 중요한 인물이지만 홈즈 이야기를 ‘의학 미스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병원이 배경인 작품’이라고 하는 것도 어렵겠지요. 그냥 사건의 장소일 뿐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정의하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상투적이고 애매모호하지만) ‘의학’에 관련된 미스터리를 ‘의학 미스터리’라고 하는 것이죠. 그럼 의사가 주인공이고 병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다루는 것만 있느냐… 물론 또 그건 아닙니다. 요즘은 누구에게나 익숙해진 법의학자들도 엄연한 의학자이니까요. 정의를 내리다가 날이 샐 판이니 이쯤에서 얼버무리도록 하지요^^(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견해일 뿐 아직 무슨 규칙이나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각설하고, 의학 미스터리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의학 미스터리라고 생각할 만한 작품이 있지요. 작가가 의사(출신)이며, 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의학계의 비밀을 다루고, 병원이나 의학 연구소 등이 주요 배경이 되는 작품입니다. 이런 조건에 딱 맞는 작품을 쓴 사람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로빈 쿡이 대표적입니다. <코마>로 시작된 그의 작품은 1990년대 초반 번역되면서 의학 미스터리의 선풍을 몰고 왔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좀 뜸해졌습니다만….

로빈 쿡


<코마>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감독을 맡은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바로 마이클 크라이튼입니다. 로빈 쿡과 마찬가지로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위급한 경우에는> 역시 병원의 의료사고를 둘러싼 의학 미스터리입니다. 로빈 쿡이 꾸준히 의학 미스터리를 써 온 반면 마이클 크라이튼은 의학뿐만 아니라 나노기술, 유전공학 등 당대의 첨단 과학을 소재로 삼아 썼다는 차이가 있군요. 그의 <넥스트>는 유전공학을 다루고 있는데, 이걸 이쪽 범주에 넣어야 할지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시기(1990년대 초반)에 마이클 파머의 의학 미스터리도 번역 소개되었는데, 우리나라에 자리 잡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요즘은 여성 작가 테스 게리첸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는데, 메디컬 스릴러라고 부를 정도로 피가 낭자하고 엽기적인 장면이 수시로 등장합니다.

2천년대 들어 소개된 일본의 가이도 다케루도 현역 의사(병리전문의)이자 작가입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공모전을 통해 등단한 그는 범죄라기보다는 오히려 현대 일본의 의료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Ai(Autopsy imaging, 사망시 화상병리진단)가 ‘사인(死因)불명사회인 일본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사회제도로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으로 시작된 도조 대학을 무대로 다구치와 시라토리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인물이 활약하는 시리즈는 유머가 흐르면서도 진지함이 깔려 있는 의학 미스터리의 수작입니다.

초등학교에서 1일 교사로 나선 가이도 다케루

잠깐 세월을 거꾸로 올라가 볼까요?
영국의 의사였던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은 법의학자이자 변호사인 존 이블린 손다이크 박사가 등장하는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CSI의 고조할아버지뻘쯤 되는 법의학 미스터리의 원조이자, 이른바 도서 추리소설의 선구로서 역사에 남을 작품이지요.

손다이크 박사

그동안 국내에는 단편들만 소개되었다가 반갑게도 장편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이 올해 초반 번역되었습니다. 발표한 지 1백년이 넘은 작품이라 어쩌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문이 사건의 증거로 막 채택되던 무렵의 초창기 과학수사를 살펴보시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합니다. 퍼트리셔 콘웰의 케이 스카페타나 캐시 라익스의 템퍼런스 브레넌 같은 전문가들이 손다이크 박사의 후계인 셈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입니다. 즉, 사악한 의사가 있습니다. 딱 떠오르시죠? 그렇습니다. 독특한 식성(!)을 지닌 한니발 렉터가 그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연쇄살인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유능한 정신병리학자이기도 합니다. 상담하던 환자를 잡아먹은 일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만… 의사가 범인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만 미리 알려드릴 수도 없고, 또 의학 미스터리도 아니니까 이 이야기는 여기서 접지요.

무서운 의사, 한니발 렉터

의학 미스터리에 넣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작품도 있습니다. 엘러리 퀸의 <네덜란드 구두의 비밀>이나 크리스티애너 브랜드의 <녹색은 위험> 등은 병원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다루는 고전적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의사가 아니긴 합니다만, 충분히 의학 미스터리로 꼽아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최근에 번역된 <비트 더 리퍼>는 궁지에 몰린 의사의 이야기입니다. 추리소설에 흔히 나오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만, 그 의사는 전직 살인청부업자였다는 점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점이지요. 이 작품에도 의료계 이야기가 나오긴 합니다만, 딱 잘라서 의학 미스터리로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재미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논픽션 의학 미스터리를 두 편 소개합니다. 하나는 <의학 탐정>, 다른 하나는 <위험한 저녁식사>입니다. 두 작품 모두 의사들이 마치 탐정처럼 질병이나 증상의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버튼 루셰가 1947년에 발표한 <의학 탐정>은 이쪽 분야의 고전으로(아쉽게도 번역판은 절판상태입니다), <위험한 저녁식사>의 저자 조너던 에드로는 십대 시절 그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시대가 흘러갔을지언정 두 책의 스타일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소설과는 달리 특별한 악당이나 범죄가 없긴 합니다만 어지간한 추리소설 못지않게 흥미진진합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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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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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시민 2011.10.21 2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사가 나쁜 일에 손을 대면 세상 누구보다도 무서운 범죄자가 되지." <얼룩끈>에서의 홈즈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물론 이 작품도 의학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의사인만큼 완전범죄 꾸미기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사 범죄자 하니 <007 네버 다이>에 잠시 나왔다가 본드에게 죽는 악당이 나옵니다. 법의학 박사의 신분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자살이나 사고로 위장한 살인을 할 수 있고, 명사수이며, 각종 고문에도 능한 이로서 높은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 전세계를 돌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암살자이죠, 전에 저도 그런 악당을 한 번 기획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