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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6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28> 밀실 (2)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는 곳

진실은 바보같다
-기디언 펠 박사
 - <The Crooked Hinge>(1938), 존 딕슨 카

 

추리소설에서 다루는 지능적 범죄에는 철벽같은 알리바이, 시체(및 범행) 숨기기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밀실입니다.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밀실도 쉽게 만들 수 없습니다


밀실이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누구도 드나들 수 없게 되어 있는 방을 의미하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방이 트여 있더라도 출입구가 잠겨 있는 고층건물의 옥상, 커다란 창문이 있지만 보통 사다리 정도로는 올라갈 수 없는 높은 탑의 방, 누가 지나가면 발자국이 남는 해변 모래사장, 좀 더 시야를 넓혀 보면 잠수함이나 우주선 같이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장소도 밀실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궁극적으로는 남의 눈에 띄지 않고 드나들 수 없는 장소라면 모두 밀실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며, 작가들은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라는 3차원적 세계에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마치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사건을 독자들에게 제시합니다. 그래서 밀실 범죄는 흔히 ‘불가능 범죄’라고도 합니다.

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 불가능할 것 같은 사건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게 되는 법이지요. 기원전에 기록된 성서 외경의 <벨과 뱀>에서 밀실을 다루었을 정도로 역사는 무척 오래 되었습니다.

미국 작가 존 딕슨 카는 <세 개의 관>(1935)에서 주인공인 펠 박사의 입을 빌려 밀실 트릭에 대한 강의를 했습니다. 한편 마술사 출신 작가인 클레이튼 로슨의 <Death From a Top Hat>(1938)에서는 마술사 겸 탐정인 ‘위대한 멀리니’가 펠 박사의 밀실 강의를 이용해 약간의 내용을 더 추가하고 세분하였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에도가와 란포는 <탐정소설의 수수께끼(探偵小說の「謎」)>에서 밀실 트릭에 대해 정리했지요.

존 딕슨 카의 '세 개의 관'


다음 밀실 트릭들은 위 세 사람의 이론을 토대로 해서 요약한 밀실 트릭들입니다. 훗날 작품을 읽을 분들을 위해서 기본적인 해설만 했으며, 작가나 작품 제목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밀실 트릭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진짜 밀실이며 사람이 빠져나오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2. 밀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완전한 밀실이 아닌 경우

이들 커다란 두 분류를 기본으로 하여 세부적인 분류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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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자면 밀실과 연관된 분야가 있는데, 바로 밀실을 빠져나오는 기술입니다. 이것은 밀실 트릭을 역으로 이용한다고도 할 수 있으며, 주로 교도소에서의 탈옥을 주된 소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건 제목 등에서 결론이 이미 예고된 작품이라 대표적인 작품의 제목을 소개해도 지장이 없을 것 같네요. 국내에도 번역되어 있는 작품으로는 자크 푸트렐의 단편 <13호 독방의 문제>, 모리스 르블랑의 단편 <뤼팽의 탈옥>등이 있습니다. 또한 정통적인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알렉산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 스티븐 킹의 <쇼생크 탈출>도 탈옥 기법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1891년 선을 보인 이즈라엘 쟁윌의 <빅 보우 미스터리>는 밀실을 다룬 최초의 장편 분량 소설로서 영국의 신문에 연재되며 호평을 받았고, 프랑스에서는 가스통 르루가 본격적인 밀실을 다룬 작품 <노랑방의 수수께끼>(1907)을 써서 현재까지도 밀실 작품 중에서도 고전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편 코난 도일도 셜록 홈즈 시리즈 중 하나인 단편 <얼룩 끈>(1892)에서 밀실 사건에 도전합니다.

이즈라엘 쟁윌의 '빅 보우 미스터리'


존 딕슨 카는 ‘밀실의 거장(The Master of the Locked Room)’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가지고 있지요. <유다의 창>(1938), <세 개의 관>, <비틀어진 경첩>등은 밀실을 다룬 그의 걸작입니다. 카의 전기 <존 딕슨 카: 기적을 해명한 사나이(John Dickson Carr: The Man Who Explained Miracles)>(1994)를 집필한 더글러스 G. 그린은 다음과 같은 찬사를 보냈습니다: “밀실을 다룬 걸작들의 목록은 언제나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정교한 해결 방법을 고안해 낸 존 딕슨 카의 작품들로, 그 자신만의 작품 영역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다른 작가들에 의한 밀실 작품들이다.”

존 딕슨 카의 전기 '기적을 해명한 사나이' 표지

밀실 트릭의 대부분은 현대적 상식으로 바라볼 때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흔히 볼 수 없는 특수한 장치를 쓰거나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기법 같은 아이디어만으로는 독자에게 호응을 얻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지요. 하워드 헤이크래프트는 <오락을 위한 살인>에서 추리작가가 되려면 피해야 하는 항목을 열거한 바 있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밀실이었습니다: “밀실은 피하라. 오늘날 그것에 신기함과 흥미를 갖게 할 수 있는 것은 천재 밖에 없다.”

허나 얼마 전 세상을 떠난 H.R.F.키팅은 ‘밀실 트릭은 추리소설을 쓰려고 생각했던 일이 있는 작가에게는 어떤 의미에서는 궁극적인 유혹’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고전적인 작품들은 트릭의 효용성을 떠나 여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으며, 실력 있는 작가들은 간결한 트릭만으로도 독자의 의표를 찌르고 있습니다. 밀실 트릭은 모든 트릭 중에서도 가장 단순하면서도 궁극적이기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여전히 도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요즘도 밀실을 소재로 한 작품이 자주 나오는데,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46번째 밀실>이나 이시모치 아사미의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등 여러 작품이 번역되어 있으니 쉽게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밀실을 끝없이 추구하는(?) 아리스가와 아리스


키팅은 밀실에 대한 매력을 단 한 줄의 문장으로 표현했습니다: ‘불가능 범죄는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해 내는 것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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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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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시민 2011.04.07 19: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제대로 된 밀실물을 써 보고 싶습니다만 밀실도 당위성이 있어야 만드는 법이니 스토리상 제대로 연결되도록 해야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다카기 아키미쓰의 <문신살인사건>을 보면 범인이 밀실을 만든 이유가 아주 기가 막히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참, 클레이튼 로슨의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도 빨리 국내에 소개되었으면 좋겟습니다.

  2. 카메라이언 2011.04.08 01: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헤헷 전 지금 연재 중인 붉은깃발의섬~을 밀실로 범벅해 놓았다는. 밀실 넘넘 사랑해요. 딕슨 카의 밀실은 구부러진 경첩에서 졌다고 느꼈었다는. 정말 화딱지 났었어요. 못 맞춰서. 으흑흑. 나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