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에바노비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3.16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25> 탐정의 벌이 (4)
  2. 2011.03.05 [해외소식] <원 포 더 머니> 영화화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많지도 않소. 1주일에 3백 달러와 필요경비면 되요."
- 모우지스 와인
   - <인간의 덫 The Big Fix>(1973)  로저 L.사이먼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을 직업별로 크게 세 가지로 나누면, 첫째 경찰 등 국가 소속의 공무원, 둘째 직업적 사립탐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마추어 탐정으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이들의 수입을 한번 살펴볼까요?
우선 경찰이나 형사는 대도시 경찰본부에 있건 시골 파출소에 있건 똑같은 공무원 신분이라 고정 수입이 있으니 이상한 짓만 하지 않으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요즘 마이클 코넬리의 <블랙 에코>를 다시 읽어 보니 90년대 미국에는 부업(이를테면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부지런한 경찰도 있었더군요.

이와 달리 사립탐정은 수입의 격차가 큰 편입니다. 잘 나가는 쪽은 대형 탐정 사무소를 차려 비서나 직원까지 두기도 하지만 끼니마저 걱정할 만큼 형편이 좋지 않은 탐정도 있습니다. 작품 속 최초의 사립탐정이었던 셜록 홈즈는 사치스러운 편은 아니었지만 생활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서민층 의뢰인에게는 돈 이야기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어쩌다가 찾아오는 돈 많은 고관대작에게는 많은 보수를 받기도 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당시의 물가가 지금처럼 살인적이지는 않았겠지요.

하지만 훗날 등장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립탐정은 이렇게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심지어 90년대 중반에 재닛 에바노비치가 발표한 작품의 제목은 <그래, 난 돈을 위해 산다>였습니다(지금 새로 번역된 것은 원제인 <원 포 더 머니 One for the Money>로 출간되었죠). 이 작품에서 여주인공 스테파니 플럼은 속옷 회사에서 해고된 후 돈을 벌 길이 막막한 끝에 용의자를 소환하는 위험한 일을 맡게 됩니다. 누구와 마음먹고 싸워본 경험도 없고 총도 쏘아 본 적도 없는 젊은 여성이 보수가 많은 편이라고 해서 뛰어든 것인데,  문제는 모든 것이 성과급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수입이 적다는 것이죠. 과연 그녀는 어떻게 될까요? 영화로도 제작중이라니 곧 볼 수 있을 겁니다.

스테파니 플럼의 좌충우돌 무용담 '원 포 더 머니'


사립탐정과 의뢰인의 정식 고용관계는 일정액의 보수를 지불할 때부터입니다. 즉 현대의 사립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은 의뢰인이 탐정을 찾아와 의뢰할 사건에 대해 설명을 한 후, 마지막으로 경비를 지불하면서 시작되죠. 미국의 경우 2차 대전 이전에 등장한 레이먼드 챈들러의 탐정 필립 말로우는 보통 하루 20-25달러에 필요경비를 요구했고, 그보다 조금 뒤에 나온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는 1일 50달러를 요구하다가 1960년대에는 1일 1백 달러로 인상했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에 들어서면 초반 로버트 파커의 탐정 스펜서는 하루 200달러에 필요경비, 그리고 아더 라이언즈의 탐정 제이콥 애쉬는 좀 더 구체적으로 하루 125달러, 필요경비 및 1마일(약 1.6Km)당 15센트의 연료비까지 청구합니다. 적지 않아 보이지만 이래저래 들어가는 비용이 많고 정작 중요한 것은 사건 의뢰가 얼마나 자주 들어오느냐에 좌우됩니다. 그래서 의뢰가 없어 들어올 돈이 없으면 이웃 할머니가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달라고 하는 일까지 마지못해 맡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그렇다고 탐정들에게 자존심마저 없는 것은 아니라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의뢰인이라면 거절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펜서는 <가출(Ceremony)>(1982)이라는 작품에서 딸을 찾아달라는 거만한 아버지에게 착수금으로 2천억 달러라는 거액을 요구해 기가 질리게 만들었지만 딸의 어머니가 부탁하자 1달러에 사건을 맡는, 얼핏 보기에는 허세와도 같은 자존심을 볼 수 있습니다.

딸은 어디로 갔을까요. 로버트 B.파커의 'Ceremony'.


또한 미키 스필레인의 탐정 마이크 해머는 <심판은 내가 한다>에서 친구가 살해되자 보수와는 상관없이 순전히 복수를 하기 위해 사건에 뛰어듭니다.

고정수입이 없는 사립탐정과는 달리 아마추어 탐정은 사건에 관해서는 가장 마음이 편할 것입니다. 특별한 소속감, 의무감도 없는 그들은 범죄 수사를 취미로 즐길 만큼 생활에 여유가 있는 편이죠. 게다가 가끔 부수입이 생기기도 합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에 등장하는 몰락한 집안의 아들이자 탐정의 원조 뒤팽은 특별한 직업도 없이 많지 않은 유산의 이자 수입으로 검소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금전적 수입보다는 자기만족을 위해 살인사건의 수사에 뛰어들지만, <도둑맞은 편지>에서는 편지를 찾아주는 댓가로 5만 프랑이라는 거액을 챙기는 수완을 발휘했습니다.

아마추어 탐정 중에서 경제적 관점으로 마음이 편했을 인물을 꼽자면 S.S.반 다인의 작품에 등장하는 파일로 밴스를 들 수 있겠습니다. 젊은 독신 사나이인 그는 숙모의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아 생활에 관한 한 아무런 걱정 없이 이스트 38번가의 호화 맨션에 친구이자 사건 기록자인 반 다인과 함께 거주하며 유유자적하게 살면서 취미로 살인사건에 참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파일로 밴스(윌리엄 파웰이 연기) - '케넬 살인사건'


경찰이지만 자기 돈, 그것도 쌈짓돈 수준의 적은 돈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을 써가면서 수사하는 유별난 형사가 있습니다. 츠츠이 야스타카(筒井康隆)의 단편집 <부호형사(富豪刑事)>(1978)에 등장하는 칸베 다이스케(神戶大助)는 검소하거나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묘사되던 형사의 이미지를 180도 뒤집어 놓은 부유한 형사입니다. 엄청난 갑부인 그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그다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축재한 것을 후회해 오다가, 형사가 된 아들이 정의를 위해 자신의 돈을 사용하는 것을 기뻐하죠. 자가용은 캐딜락, 한 개 8천5백 엔짜리 시가를 절반도 피우지 않고 버리는 칸베 형사는 밀실 사건 현장을 재현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해 사건 현장과 똑같은 건물을 짓는가 하면, 유괴범을 잡기 위해 길바닥에 현찰 5백만 엔을 뿌리기도 하며 문자 그대로 돈을 물 쓰듯 하며 사건을 해결합니다.

 

드라마로 제작된 '부호형사'. 주인공이 여자(후카다 교코 분)로 바뀌었군요. (이건 아직 못 봤습니다.)


우스갯소리 하나. 실제 의사보다 드라마에 나오는 의사가 훨씬 인기 있는 이유는 아무리 위독한 환자라도 거뜬히 치료하는 솜씨에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회복되어 퇴원하는 환자에게 치료비를 청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작품 속의 탐정들이 인기 있는 이유도 드라마 속의 의사와 마찬가지로 보수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위험 속에 뛰어들어 솜씨 좋게 해결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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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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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시민 2011.03.17 0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 방영된 드라마 <도망자 플랜 B>의 주인공인 탐정 지우는 돈 밝히는 바람둥이죠, 조만간 방영할 <시티헌터>의 탐정 또한 원작 캐릭터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개인적으로 그런 스타일의 탐정보다는 초라한 사무실에 앉아서 정의와 진실을 쫓는 탐정 쪽이 마음에 들더군요.

  2. 카메라이언 2011.03.17 03: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호형사 드라마 너무 재미있게 봤었어요. ㅋㅋㅋ 후카다 교코에게 정말 딱 맞는 역할이었다는. ㅋㅋㅋ 아우 이제나 저제나 원작 번역되어 안 나오나 기다리는데, 여적 소식은 없군요. 정말 궁금한데... ... ... ㄱㅜ 나 정말 일어 배워야 하나...OTL


영화 소식 한 가지 더 전합니다.


재닛 에바노비치의 코믹 미스터리 <원 포 더 머니 One For The Money>가 영화로 제작되어 오는 6월 개봉(미국 기준) 예정입니다. 감독은 줄리 앤 로빈슨.
캐서린 헤이글이 실업자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얼떨결에 현상금 사냥꾼(!)이 된 스테파니 플럼을 연기합니다.

'원 포 더 머니' 촬영 현장의 캐서린 헤이글


1994년 <원 포 더 머니>로 시작된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는 제목에 숫자가 들어가는데, 올 여름에는 열 일곱번째 작품인 <Smokin' Seventeen>이 나온다고 하네요.

1997년에 번역판이 한 번 나왔다가 절판됐고 2006년 다시 번역판이 나오면서 후속작인 <사라진 24개의 관 Two For The Dough>도 나왔는데 더 이상의 번역 소식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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