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8.24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41> 영화 (1)
  2. 2010.12.15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12> 동양사람 (10)

같아 보이면서도 다른 것

누구나 할리우드에서 6주일 이상 살게 되면,
갑자기 치료가 불가능한 정신병에 걸린다고 한다.
 <트럼프 살인사건(The Four of Hearts)>(1938) - 엘러리 퀸


어느덧 활자(책)보다 영상(영화)이 강세를 보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마음먹고 일정을 잡아야 하는 행사였지요. 그나마 개봉영화는 많지도 않아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었지만, 컬러 TV의 등장, 비디오․케이블 TV의 보급, 인터넷의 보편화, 그리고 이제는 DMB 등 기술 발전을 통해 말 그대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영화감상을 할 수 있습니다. 초기 영화 중 하나가 열차 강도를 소재로 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영화는 범죄를 소재로 한 것이 많았는데, 범죄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대중소설인 추리소설은 역시 대중성을 추구하는 영화로 옮기기에 매우 적합한 듯합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영화관계자들이 추리소설을 열심히 읽는 독자라고도 합니다(확실한 것은 아닙니다만…).

작가가 영화와 관계를 맺는 데는 작품 자체에 작가가 관여할 때, 즉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거나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 가장 많습니다.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 경우는 일일이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라서 원작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볼 때가 흔하지요. 좀 오래된 기록입니다만, 1993년판 영화관련 기네스북을 보면, 가장 많이 영화에 등장한 인물은 다름 아닌 명탐정 셜록 홈즈였습니다. 영국 작가 코난 도일이 창조한 전설적 인물 셜록 홈즈는 1900년부터 1993년까지 무려 211편의 영화에 등장해 2위인 흡혈귀 드라큘라 백작(159편)과 3위 프랑켄슈타인의 괴물(115편)을 여유 있게 앞서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숫자에서 눈치 챌 수 있듯 홈즈가 등장하는 영화라고 해서 모두 코난 도일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한 것은 아닙니다. 인기가 있으면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유명한 주인공의 이름을 걸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지요. 이런 일은 드물지 않은데, 예를 들어 얼 데어 비거스의 찰리 챈 시리즈는 장편 여섯 개에 불과하지만 영화로는 1931년부터 1949년까지 20년 남짓 사이에 무려 43편이 제작되었을 정도였습니다.

영화로 제작된 찰리 챈 시리즈

‘만약…’이라는 말은 언제나 여운이 남지요.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 시리즈도 어쩌면 007과 같은 인기 시리즈가 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사립탐정 루 아처(Lew Archer)의 이름이 루 하퍼(Lew Harper)로 바뀌고 제목도 <움직이는 표적>에서 <하퍼>가 된 이유는 주연배우 폴 뉴먼의 성공작들이 모두 H로 시작되었기 때문(<허드 Hud>, <허슬러 The Hustler> 등)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각본을 맡았던 -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 - 윌리엄 골드먼이 밝힌 바에 따르면 사실무근이라고 합니다. 아처 시리즈를 영화 시리즈로 제작할 계획을 세운 영화사는 아처의 이름을 계속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으며, 맥도널드가 그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당시 각색을 맡았던 골드맨이 아처와 발음이 비슷한 하퍼로 바꾸었다는 것이지요.


주인공은 매력적이지만 오락영화로 만들기에는 줄거리가 무거운 편이었던 아처 시리즈는 이런 이유로 <하퍼>와 <The Drowning Pool>등 두 편만 제작되는데 그쳤습니다. 골드먼은 아처 시리즈의 최고 걸작으로 인정받는 <소름>에 애착을 가지고 각본도 썼지만, 뉴먼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 제작되지 않고 창고 어딘가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수백, 혹은 1천 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을 각색하는 동안 많은 부분에서 원작과 달라지기 때문에 원작을 읽은 독자뿐만 아니라 작가도 불만이 없을 수가 없겠지요. <재키 브라운> <표적>등 호평 받은 영화의 원작자 엘모어 레너드는 영화계가 잡으려고 경쟁을 벌이는 현역 최고 작가 중 하나지만, 그의 첫 각본이자 자신의 작품을 직접 각색한 <The Moonshine War>가 제작되던 1970년에는 큰소리칠 입장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디트로이트의 디킨스' 엘모어 레너드

촬영 현장에 처음 나간 그는 프로듀서나 감독이 걸핏하면 각본을 즉석에서 바꾸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고, 주연 배우 패트릭 맥구헌이 ‘자신의 대사가 엉망이 되니 기분이 어때요?’하는 질문에 대답도 못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영화화 과정에서는 대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만큼 ‘소설은 소설이고 영화는 영화다. 판권을 팔았으면 그걸로 끝이다. 영화는 내 작품이 아니다’라는 제임스 엘로이의 태도가 훨씬 편할 것 같네요.

  유명한 추리작가가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쓰거나 다른 사람의 작품을 각색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탐정 필립 말로우를 탄생시킨 하드보일드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는 역시 위대한 하드보일드 작가 중 한 사람인 제임스 케인의 <이중 배상(Double Indemnity)>(1943)을 훌륭하게 시나리오로 만들어 호평을 받았으며,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의혹의 전망차> 역시 여성 추리작가 패트리셔 하이스미스의 데뷔작인 <낯선 승객>(1950)을 그가 각색한 작품입니다. 히치콕 감독의 또 다른 걸작 <새>는 로맨틱 서스펜스 작가 대프네 뒤 모리에의 단편 소설을 경찰소설의 대가 에드 멕베인이 각색한 것이지요.

  작가의 활동은 원작이나 시나리오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위대한 작가는 그 시대를 다룬 영화나 혹은 전기 영화, 다큐멘터리에 실명으로 등장합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 저명인사였던 코난 도일의 전기 영화는 제작된 적이 없지만, 그와 미국의 유명한 마술사인 해리 후디니의 친분은 워낙 잘 알려져 있어 <위대한 후디니(Great Houdini)>(1976), <젊은 해리 후디니(Young Harry Houdini)>(1987), <후디니(Houdini)>(1998) 등 후디니의 전기 영화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유명 작가가 실명으로 나오는 영화로는 1926년 발생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실종 사건을 다룬 <애거서(Agatha)>(1979), 하드보일드 작가 대쉴 해밋과 그의 동반자적 존재였던 여성 극작가 릴리언 헬만의 이야기를 다룬 <줄리아(Julia)>(1977), <대쉬와 릴리(Dash and Lilly)>(1999)등이 있으며, 좀 독특한 소재의 영화로 빔 벤더스 감독의 <해미트(Hammett)>(1982)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탐정 출신 추리작가 조 고어즈가 해미트의 사립탐정 시절을 그린(물론 허구이죠)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해밋을 연기한 프레드릭 포러스트는 10년 후 제작된 <시티즌 콘(Citizen Cohn)>에서도 해미트로 등장합니다.

빔 벤더스 감독의 '해밋'

  여건이 되면 작가가 영화에 출연도 합니다. 코난 도일은 역시 이쪽에서도 선구자로 <5백만 달러 위조 계획(The $5,000,000 Counterfeiting Plot)>(1914), 또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한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1925) 등 두 편의 무성영화에서 실명으로 등장합니다. 변호사 출신 작가 얼 스탠리 가드너는 TV 시리즈 <페리 메이슨>에서 판사 역으로 출연했는데, 재판 과정에 익숙한 그로서는 근엄한 얼굴로 앉아있는 검사 연기가 어렵지 않았을 것 같다. 조연으로 등장한 이들과는 달리, 화끈한 사립탐정 마이크 해머 시리즈를 쓴 미키 스필레인은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들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시리즈 다섯 번째 영화 <걸 헌터>(1963)에 직접 해머로 등장했습니다. 스필레인은 TV 시리즈인 <형사 콜롬보>에도 등장했는데 여기서는 살해당하는 소설가를 연기했지요.
  다큐멘터리 픽션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범죄소설 <인 콜드 블러드>를 남긴 트루먼 캐포티는 귀여운(?) 아저씨 같은 외모와는 달리 <5인의 탐정(Murder by Death)>라는 코믹 미스터리 영화에 출연해 명탐정들을 골탕 먹이는 인물을 연기했습니다. 유명 희곡작가 닐 사이먼이 각본을 쓴, 싸구려 추리소설들을 야유하는 듯한 이 영화에서 캐포티가 연기한 괴상한 인물 라이오넬 트웨인은 탐정들이 너무 영리한 나머지 겸손함을 잃고 독자들을 기만한다고 질타하며, 결국에는 수백만의 독자들이 복수할 것이라고 외칩니다.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은 영화로 만들어진 그의 작품에서 종종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커다란 체격에 강렬한 인상을 지닌 그는 ‘스티븐 킹의 영화에 가장 많이 출연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그 자신’이라는 퀴즈가 있을 정도로 자주 출연했기 때문에 영화를 볼 때 그를 찾아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중 하나이죠. 킹은 출연뿐만 아니라 <맥시멈 오버드라이브>의 감독을 맡은 적도 있는데,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이젠 감독 역할에 관심을 끊은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그러니까 2009년 말 재미있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영화 <이중 배상>에 각본을 썼던 레이먼드 챈들러가 깜짝 등장하는 장면이 있었다는 것이죠(지금은 DVD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에 앉아 있는 사람이 챈들러입니다.

6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는 동안 세계의 수천만 명이 보았을 터인데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던 것도 놀랍지만, 프랑스와 미국의 연구자가 거의 같은 시기에 발견했다는 건…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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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시민 2011.08.25 21: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993년까지 만들어진 홈즈 영화가 211편이면 지금은 그보다도 더 많겠군요, 다 보고 싶습니다. 제가 영화로 보고 싶은 추리소설 걸작은 존 딕슨 카의 <벨벳의 악마>, 야마구치 마사야의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요코미조 세이시의 <옥문도>, 김내성의 <마인>입니다.


지혜로운, 혹은 사악한 이방인

“사슴이 호랑이와 놀아서는 안 됩니다.”  - 찰리 챈
<Charlie Chan Carries On>(1930)  -  얼 데어 비거스

20세기 초반의 영․미 추리소설에는 '사악한 동양인(Oriental Sinister)' 또는 '황화(黃禍 Yellow Peril)'로 일컬어지는 동양계 악당이 적지 않게 등장했습니다. 자신들의 소설이 좀 더 이국적으로 보이고 또한 배경의 분위기를 더욱 신비스럽게 과장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들이 생각하던 무서운 중국인



당시까지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가였던 중국인은 신비한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에 영국 작가 로널드 녹스는 <추리소설작법 10계>라는 규칙을 공표하면서 그중 다섯번째 항목으로 “중국인을 중요한 인물로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항목을 포함시킬 정도였습니다. 이것은 서양인과 다른 외모의 중국인 심리를 쉽게 파악하지 못하는 데다 그들에게 알 수 없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제나 싱글벙글 웃고 있는 중국인은 머리가 좋지만 뭔가 음험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신비함을 넘어 공포감까지 주었던 것입니다. 

이런 공포감은 소설 속의 무시무시한 중국인을 통해 더욱 과장되었습니다.

무시무시한 푸 만추 박사(공포영화 전문배우 보리스 칼로프가 연기)


영국의 작가 색스 로머에 의해 탄생한 괴상한 인물 푸 만추 박사는 익히 알려진 서양의 범죄자 뤼팽 같은 사람을 어린애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로 악당 중에서도 초 거물급 악당입니다. ‘셰익스피어 같은 이마에 악마 같은 얼굴, 빨아들일 듯한 녹색 눈을 가진’ 그의 목표는 값진 것을 훔치면서 부귀나 명성을 얻는 사소한 욕심 따위가 아니라 고대 중국의 막강한 권한을 일으켜 세워 세계를 정복하는 것입니다. 그는 언제나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언제나 죽은 것처럼 믿어지지만, 후속 작품에서는 마치 지옥에서라도 되돌아온 듯이 더욱 강해져서 나타나곤 했습니다. 작품에 나온 그의 악행만으로 따져 보면 유럽의 작은 국가, 즉 벨기에나 스위스 정도의 인구 정도를 없애버렸을 정도라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로머의 경제적인 필요 때문에 창조된 이 무시무시한 중국인은 작가 사후에도 다른 작품 속에 종종 인용되면서 동양의 대표적 악당이라는 지위가 굳어졌습니다. ‘푸 만추 수염(Fu Manchu moustache)’이라는 스타일이 여전히 남아있어서 인터넷을 뒤져보면 별별 재미있는 사진을 구경할 수 있고, 유명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980년대 후반 결성해서 아직도 활동하는 ‘푸 만추’라는 4인조 락밴드도 있네요.

…이렇게 수염이 돋보이는 푸 만추 꽃병도 있습니다


이런 중국인의 이미지가 차츰 변화된 것은 미국 작가 얼 데어 비거스가 만들어낸 중국계 탐정 찰리 챈의 덕택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챈'은 '장'씨라고 하는군요). 하와이 호놀룰루 경찰국 소속의 찰리 챈은 열 한 명의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는 가정적이고 밝은 성격의 사나이로서, 이전까지의 사악한 중국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주인공입니다. 언제나 졸린 듯한 눈에다 뚱뚱해서 둔해 보여도 사실은 지혜롭고 끈기 있는 유능한 수사관인 그는 ‘낮게 날아가는 새는 떨어져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 등 동양적인 경구를 즐겨 인용하곤 하죠. 1925년 <열쇠 없는 방>으로 시작된 찰리 챈 시리즈는 대단한 인기를 얻어서 영화로도 많은 수가 제작되었으며, 워너 올랜드가 찰리 챈 역을 맡아 제작된 1930년대 흑백 영화들은 요즘도 심심찮게 비디오 광고가 보일 정도로 여전히 인기가 있습니다.

찰리 챈(가운데, 워너 올랜드 분)과 그의 두 아들


한때 동양인의 대명사였던 중국인에 비해 한국인이나 일본인의 등장은 적은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인상적인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 중 하나인 <골드핑거>(1959)에는 악당 오릭 골드핑거의 부하로 중절모자를 살인무기로 사용하는 오드잡(Oddjob)이라는 덩치 큰 한국인이 등장합니다. 한국 사람의 이름치곤 정말 이상하고(한국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별난 이름이긴 합니다만), 우두머리의 명령을 묵묵히 수행하는 우직한 인물인 오드잡이 ‘고향에서 먹던 고양이 고기를 좋아한다’는 대목이 있을 정도로 당시의 한국이 얼마나 미지의 국가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화로 제작된 <골드 핑거>에서는 아쉽게도 오드잡 역을 한국 사람이 맡지 않고 프로레슬러 출신인 해롤드 사카다라는 일본인이 연기했습니다.

말 없는 사나이 오드잡


황당한 면에서는 007 시리즈를 능가하는 워렌 머피의 <디스트로이어> 시리즈에서도 비록 조연이지만 한국인이 고정적으로 등장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미 백여 권 이상이 출간된 이 활극의 주인공인 리모 윌리엄스에게 ‘신안주(Sinanju)’라는 무술을 가르치며 특수요원으로 양성시키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치운’이라는 한국인 노인입니다. 평양에서 약 160km 떨어진 해변의 작은 마을과 같은 이름의 신안주라는 무술은 치명적인 공격 기술과 총알도 피하는 방어술, 그리고 심지어 물 위도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절정의 경지에 오른 무공입니다. 이 디스트로이어 시리즈는 <레모>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서 기억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이 영화는 80년대에 만들어졌는데도 동양인 치운 역할을 미국 배우가 했습니다. 요즘 같으면 한국 사람이 했을지도 모르지요).

치운(오른쪽)과 리모 윌리엄스. 그러고보니 이분도 푸 만추 수염을…



주인공이 일본인이었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별로 인기를 얻지 못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존 P.마퀀드의 주인공 모토 켄타로, 일명 모토 씨(Mr. Moto)라는 인물은 일본 천황의 명령을 받고 극동과 하와이 등지를 무대로 활약하는 일본인 첩보원입니다. 이 일본 스파이가 활약하는 이 시리즈들이 발표된 것은 묘하게도 1930~40년대로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이 벌어지던 때로 반일감정이 높던 시기였는데, 비슷한 시기에 헝가리 출신의 유명 배우 피터 로레가 모토 씨 역을 맡은 영화로도 여러 편 만들어졌던 것을 보면 참 모를 일입니다.

"여보세요, 제가 미스터 모토올시다"


20세기 후반부터는 일본 사람들이 잠재적인 위협으로 추리소설에 가장 많이 등장했습니다. 야쿠자라는 폭력조직은 서양의 갱단이나 마피아보다 훨씬 잔인하고 어떤 면에서는 신비한 면이 있어서 종종 묘사되며, 또한 일본인 개인보다는 일본이라는 국가가 아주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되곤 하지요. 미국인들의 반일감정은 1930년대보다는 80년대 이후에 훨씬 강해졌는데, 일본 경제의 미국 진출은 많은 작가들의 작품 소재가 되었습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떠오르는 태양(Rising Sun)>은 일본 국기인 일장기를 의미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일본의 경제적 미국 진출을 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심지어 톰 클랜시의 <적과 동지(Debt of Honor)>에서는 미국과 일본과의 전면전이 벌어지기까지 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2001년 9월 11일의 뉴욕 테러를 방불케 하
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인을 주인공으로 삼는 미국 작가들도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마스 아라이'는 일본계 정원사 할아버지가 활약하는 시리즈를 쓰는 일본계 미국 여성 작가 나오미 히라하라가 있고(<스네이크 스킨 샤미센>이 우리나라에 번역되었지요),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리즈를 쓴 I.J.파커가 있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10/26 사건을 소재로 삼은 스티브 새건의 <서클>이란 작품도 있었고, 1988년 올림픽 이후 이미지가 강해진 덕택인지 톰 클랜시의 <적과 동지>라던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에어프레임>, <넥스트>등에서 길지 않게 소개되는 정도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북한도 가끔 등장하는데, 번역된 작품으로는 제임스 처치의 <평양의 이방인>을 들 수 있겠습니다(후속작도 두 편 더 나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어지지 않는군요).

국가 이미지의 상승은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지만, 소설이라는 허구 속의 묘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소설은 소설이니까요. 요즘 미국 드라마에서 한국계 배우들을 종종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이제 세계는 하나가 되었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좁아진 것은 틀림없습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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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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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16 0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다는데 한표 던집니다..

  2. 평시민 2010.12.16 15: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푸만추 시리즈가 한국에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습니다.

  3. 이야기꾼 2010.12.17 09: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에 방송되는 미드에는 한국계가 많이 나옵니다.
    예전 인기미드를 리메이크한 <Hawii five-O>에는 한국계가 두 명이나...
    <멘탈리스트>에도 언제나 조용하고 독서를 좋아하는 '조'가 있지요...

  4. 레이 2010.12.17 1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뤼팽이 어린애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라니. 저도 푸만추 읽고 싶어요. ㅠ

  5. 카메라이언 2010.12.20 0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드잡에서 뿜었습니다. 갑자기 듣보잡이 떠올랐어요. ㅋㅋㅋㅋㅋㅋ

  6. 원한의 거리 2011.06.27 1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유명한 배우 크리스토퍼 리 경도 60년대에 제작되었던 푸 만추 영화 시리즈에서 푸 만추 역으로 나온 적이 있었죠.

    연기는 그럭저럭 잘했는데 정작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보리스 칼리프가 주연했던 30년대 시리즈보다도 떨어질 정도로 형편없어서 크리스토퍼 리 본인에게는 별로 좋은 기억은 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