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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23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22> 합작 (8)


여럿이 함께 하면 어려운 일도 있다

두 사람의 좋은 취향이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못된 취향은 반드시 같아야 한다.
-루시 버레커
     - <The Yellow Room Conspiracy> (1994) 피터 디킨슨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인용되는 속담은 무엇일까요? 특별히 조사된 통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협동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는 국민 정서상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은 틀림없이 상위권에 올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심지어 개미나 꿀벌에게서도 볼 수 있는 협동 정신은 스포츠는 물론이고 사회생활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통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예술적인 창작활동분야가 그런 곳이죠. 소설이나 시 등의 문학관련, 작곡 등 음악관련, 미술관련 등의 창작물은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많습니다

창작이란 산술적인 것이 아닌 오묘한 과정이기 때문에 여러 명의 뛰어난 사람들이 함께 한다고 해서 혼자 할 때보다 몇 배 뛰어난 작품이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예를 들어 1930년대 초반 추리소설의 황금시대를 연 영국 탐정작가클럽 회원들인 G.K.체스터튼, 애거서 크리스티, 도로시 세이어즈 등 14명의 작가가 릴레이로 <The Floating Admiral>(1931)이라는 장편소설을 발표했으며, 다시 모여 <The Scoop>(1933)이라는 라디오 연속극을 공동으로 집필했습니다.

수많은 유명 작가들의 이름이 보이시죠?

이 연속극에 이어 작가들은 자신의 주인공들을 등장시킨 <Ask a Policeman> (1933)을 합작했으며, 이런 활동은 5년 후 <Double Death>(1938)까지 이어졌습니다. 추리소설 판 올스타 전을 벌인 셈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지금 이 작품 제목이라도 들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발표 당시에야 물론 화제가 되었겠지만, 작품 자체는 후세에 길이 남을 걸작이 되기는커녕 까마득히 잊혀져 버리고 만 것이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 20세기 초반 프랑스 대중소설계를 뒤흔들어놓은 초인적 악당 팡토마스(Fantômas)’를 창조해 낸 피에르 수베스트르(Pierre Souvestre)와 마르셀 알랭(Marcel Allain)을 성공한 합작 작가의 원조로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191126세의 젊은 기자 알랭과 그보다 열한 살 연상의 기자인 수베스트르가 만들어낸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일이 목표인 팡토마스 시리즈는 놀랄만한 인기를 얻어 매달 새로운 작품이 등장했고, 단지 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잠깐 중단되었습니다. 수베스트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알랭은 전쟁에 징집되었기 때문이지요. 알랭은 전쟁이 끝난 후 혼자서 작품을 썼지만 인기는 여전했고 2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이 사나이가 팡토마스! (DVD 커버)


팡토마스 시리즈가 인기를 얻고 있던 무렵 미국에는 역대 최고의 합작 작가이자 추리소설의 제왕으로 불리게 되는 엘러리 퀸이 등장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미스터리 팬이었던 동갑내기 사촌형제간인 프레드릭 더네이와 맨프레드 리는 1920년대 S.S.반 다인의 미스터리가 선풍을 일으키자 자신들도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함께 작품을 쓰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엘러리 퀸이라는 필명 이외에도 버나비 로스라는 필명으로 <Y의 비극>등 걸작을 발표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였습니다.

퀸의 뒤를 이어 등장한 합작 작가로는 패트릭 쿠엔틴
(Patrick Quentin)이 있습니다.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리처드 윌슨 웹(Richard Wilson Webb)은 마사 모트 켈리(Martha Mott Kelly), 메리 루이스 애스웰(Mary Louise Aswell) 등 두 명의 여성 작가와 함께 Q.패트릭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써 오다가 역시 영국 출신이며 미국에서 활동하는 휴 휠러(Hugh, C. Wheeler)와 함께 패트릭 쿠엔틴이라는 이름으로 <A Puzzle for Fools>(1936)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초기 그들은 퀸의 국명 시리즈를 의식한 듯 <A Puzzle for Players>(1938), <A Puzzle for Puppets)>(1944), <A Puzzle for Wantons>(1945), <A Puzzle for Fiends>(1936), <A Puzzle for Pilgrims>(1947) 퍼즐이라는 제목이 붙은 여섯 편의 시리즈를 발표했습니다. 한편 그들은 조너던 스태그(Jonathan Stagge)라는 필명으로도 작품 활동을 했으며 1952년 이후 웹이 건강상의 문제로 합작을 포기하며 해체되었으나 휠러는 패트릭 쿠엔틴이라는 이름으로 1960년대까지 계속 작품을 내 놓았습니다.

퍼즐 시리즈 중 하나인 'A Puzzle for Players'

프랑스에는
20세기 중반 추리소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 콤비가 등장했습니다. 피에르 부알로와 토마 나르스자크가 그들이죠. 두 사람은 각각 작품을 써 오다가 1952년 첫 합작품인 <악마 같은 여자>(영화 <디아볼릭>의 원작)를 발표했으며, 4년 후 발표한 <죽음의 입구>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 의해 <현기증>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세련된 서스펜스로 독자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던 이들은 공동저작에만 매달리지 않았는데, 부알로는 주로 라디오의 스릴러 드라마 시나리오를 썼으며 대학교수출신인 나르스자크는 <하드보일드 론>, <시므농 론>등 미스터리 평론서를 집필했습니다.

피에르 부알로(오른쪽)와 토마 나르스자크

윌리엄 링크와 리처드 레빈슨은 전업 소설가가 아니라 범죄 드라마 전문 작가이지만
, 우리나라에서 누구보다도 지명도가 높은 주인공인 콜롬보 형사를 탄생시킨 콤비입니다. 중학생 시절 처음 만난 링크와 레빈슨은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금방 친구가 되었는데, 이들은 매주 다섯 권씩의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토론했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범인을 먼저 보여주는 도치서술형(흔히 도서추리라고 하죠)의 전형인 콜롬보 시리즈는 1971년 첫 방영되면서 총격전으로 일관된 당시의 TV 수사물과는 현격한 수준차이를 보여주면서 대단한 인기를 얻었고, 콜롬보 역의 주연 배우 피터 포크는 그저 그런 배우에서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역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제시카의 추리극장>역시 이들의 작품인데, 1987년 레빈슨이 심장병으로 타계하면서 이들의 합작품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느 쪽이 콜롬보일까요? 윌리엄 링크(왼쪽)와 피터 포크.


일본 신인작가의 등용문인
28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은 오카지마 후타리는 도쿠야마 준이치와 이노우에 이즈미 두 사람의 공동 필명인데, 7살 차이의 이 콤비는 수준급 작품을 발표해 오다가 묘하게도 수상 7년 후에 해산하고 말았습니다.

오카지마 후타리의 데뷔작 '짙은 갈색 파스텔'


일본에는 부녀 합작 작가도 있었습니다. 후지 유키오(藤雪夫)1950년 딸의 이름인 엔도 케이코(遠藤桂子)로 데뷔해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84년 딸과 함께 <사자좌(獅子座)>를 발표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해 세상을 떠나 유작이 되고 말았습니다.

뛰어난 합작 작가가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웬만큼 호흡이 맞지 않고서는 추리소설의 오묘한 짜임새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합작 작가들이 친척이거나 어릴 때부터의 친구였다는 점은 그런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십각관의 살인> 등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일본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는 다른 점에서 합작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합작 작가인 퀸의 팬인 유키토는 자신도 다케모토 켄지라는 작가와 합작 장편을 쓰려는 계획을 오래 전부터 해 왔고 플롯도 준비를 해 놓았는데 단 한 가지, 둘 다 글 쓰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계획이 실현되려면 아무래도 글을 빨리 쓰는 사람을 하나 더 끌어들여야만 할 것 같다고 하면서요).

여러 면에서 볼 때 합작이란 어려운 일이지만 완벽한 조화만 이룰 수 있다면
1+1=2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력 있는 작업임엔 틀림없습니다. 참, 부부 작가는 많이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다루도록 하죠.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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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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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메라이언 2011.02.24 01: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콜롬보와 디아볼릭, 현기증에 그런 과거가. 꺅. 너무 좋아요. ㅋㅋㅋ 그나저나 부부작가 하니 블 모 작가님이 또 생각이 마구 나요. ㅋㅋㅋ

  2. 평시민 2011.02.27 18: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엘러리 퀸이야말로 합작의 시너지 효과를 가장 잘 본 작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팡토마 시리즈도 한국에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추리닝4 2011.03.07 15: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 작가들도 공동 추리물 한번 시도해 보는 것 괜찮을 듯. 한권을 두 명이 쓰기 어려우면 한 캐릭터를 공유하면서 연작물로.

  3. 평시민 2011.03.10 2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생각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출간된 <39클루스>시리즈 역시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의 작가 릭 라이어던이 전체 구성과 캐릭터 기획 및 1권 집필을 하고 6명의 작가들이 이어서 쓴 작품이죠. 언제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 번 참여하고 싶습니다.

    • 카메라이언 2011.03.10 23: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김내성 오마쥬 모음집 어때요? 흐흐 <--지금 쓰고 있어서 이러는 거 맞음. ㅋㅋㅋ

  4. 평시민 2011.03.10 2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내성 오마쥬 좋지요, 유불란을 주인공으로 하는 건 그렇다 쳐도 대신 배경이 일제 때여야 하니 그 방면에서 조사를 많이 해야겠군요.

    • 카메라이언 2011.03.11 14: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마쥬니까 시대는 현재에 유불란이 주인공이라든가, 일제강점기 시대 유불란 주인공한 것도 나오고, 저처럼 김내성 자체를 주인공한 것도 쓰고 그밖에 연문기담이라든가 홈즈 시리즈 번안집 패러디 뭐 이런 것 나오면 재미있을 듯요. ㅋㅋ 근데 백주년 지나서 좀 무리일까나~ 아우 난 김내성 님 넘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