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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29 최고 돈 많이 버는 작가를 위한 변명 (6)


 

이 양반, 연 수입이 7천만 달러(약 841억원)에 달한답니다. 최근 포브스지 선정 가장 돈 많이 버는 작가 1위에 이름을 올렸고, 전자책을 1백만 권 이상 판매한 최초의 작가 되시겠습니다. 51편의 작품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인기 작품 대부분이 영화나 TV 미니시리즈로 제작된 장르소설계의 거장입니다.


혹시 스티븐 킹? 
아닙니다. ‘왕 선생님’은 살짝 지치신 듯 수입 3위로 밀려났고요, 주인공은 바로 미국작가 제임스 패터슨(James Patterson)입니다
.



스릴러 작가 제임스 패터슨.


 

추리나 스릴러 소설 팬이 아니라면 그의 이름이 생소할 수 있겠지만 모건 프리먼이 경찰이자 범죄심리학자로 나오는 영화 <키스 더 걸>이나 <스파이더 게임>을 보셨다면 어떤 스타일의 글을 쓰는지 대충 짐작하실 겁니다. 60대의 나이에도 매년 두어 편 씩 꼬박꼬박 장편을 펴내고 청소년 소설에서 판타지, 로맨스까지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몇 안 되는 작가입니다.


그런데, 이 베스트셀러 제조기가 한국에서의 성적이 영 신통찮습니다. ‘세계 최고’ 명성에 흠집 날 정도랄까. 랜덤하우스에서 ‘여성 살인자 클럽’ 시리즈를 꾸준히 내고 있지만 독자 눈길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고, 외국 인기작품만 선별해 싣는다는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클럽’ 목록에는 최근 그의 작품들이 아예 빠져버렸습니다.

  
잘나가는 현대 스릴러 작가들을 보는 독자들 시선은 대개 비슷한데요, 데니스 루헤인은 사회성 짙은 주제와 심리 묘사가 강점이고 제프리 디버는 치밀한 구성과 반전/트릭의 고수. 마이클 코넬리는 느리고 어둡지만 묵직한, 느와르 삘 나는 범죄소설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취향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제임스 패터슨에 대한 평가는 인색합니다. 그럭저럭 잘 읽히는 작가, 딱 그 정도 같습니다. 바꿔 말하면 필살기가 없다는 얘기죠.


그러나 좀 더 뜯어보면 그의 작품은 스릴러의 정석이라고 할 만큼 장점이 많습니다. 대표적 인기 시리즈인 ‘여성 살인자 클럽’을 예로 보면, 전매특허인 서너 페이지 정도의 짧은 챕터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영화 장면처럼 눈앞에 휙휙 스쳐갑니다. 간결한 문장으로 결말을 향해 내달리는 과정은 긴박감 넘칩니다.

이미지의 시대에 텍스트가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고나 할까요. 작품 배경과 캐릭터 구축도 매력적입니다. 미항 샌프란시스코에서 강력반 형사, 검시관, 신문기자, 검사 4명의 커리어우먼이 똘똘 뭉쳐 연쇄살인과 납치, 테러 같은 ‘세상의 악’과 맞짱 뜬다는 설정, 통쾌하지 않습니까?
 

제임스 패터슨 원작의 영화 '키스 더 걸'. 모건 프리먼이 주인공 알렉스 크로스로 나온다.




그런데 왜 한국 시장에선 그의 작품이 먹히지 않는 걸까요.  

개인적 경험으로 유추해보면 우선, 정통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취향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 한방! 즉, 반적 강박증에 걸린 한국 독자들은 사건 전개 과정의 액션신에 그다지 매력을 못 느끼는 모양입니다. 패터슨 작품 중 범인이 너무 일찍 드러나거나 마무리가 밋밋해 김빠지는 작품이 꽤 되긴 합니다.


둘째는 그가 다작을 한다는 점입니다. 시기 맞춰 작품을 쭉쭉 뽑아내다보니 당연히 작품 수준의 편차가 클 수밖에요. 개인적으로 <허니문>같은 작품은 ‘충격적 결말’이라는 홍보문구가 무색할 정도입니다. 비슷한 전개 패턴에 질리는 감도 있습니다.


또 하나, 주인공들 캐릭터는 분명 매력적이나 그 역할이 플롯과 착착 맞물려 돌아가지 않습니다. 네 여성의 직업적 전문성을 느낄 수 있는 묘사는 부족하고 사건 해결이 이들의 추리와 발품보다 우연에 기댄 경우도 있고요. 

국내 독자들은 전문적이고 지적인 이야기 좋아하잖습니까. 조선시대 배경의 팩션이라고 한 권 읽고 나면 왠지 역사 공부까지 덤으로 한 듯 뿌듯함까지 느끼니….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학 시리즈 ‘케이 스카페타’나 제프리 디버의 법과학 시리즈 ‘링컨 라임’등과 비교하면 확실히 패터슨의 작품은 어정쩡합니다.
그 외에 지독히 미국적인 스타일에서 오는 이질감도 영향이 있을 수 있겠고, 공동 작업을 즐겨한다고 알려진 터라 파트너와의 미묘한 불균형이 원인일 수도 있겠지요.

국내에 출간된 제임스 패터슨 작품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제임스 패터슨은 세계에서 돈을 제일 많이 버는 작가고, 현역 최고의 스릴러 작가입니다. 신작을 기복 없이 팔아치우는 작가 파워는 여전하고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와 ‘여성 살인자 클럽’ 시리즈는 십 수 년이 흘러도 인기 정상입니다.


옹호를 좀 더 하자면 대중소설은 어차피 오락물이고 몇몇 약점을 접고 들어가면 그의 글은 누구나 쉽고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케일은 크고 구성은 단순하고 스피드는 탁월합니다. 일단 잡으면 페이지가 쉭쉭 넘어가는 중독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읽히는 힘. 그것이야말로 장르작가에게 최고의 찬사 아니겠습니까.


 작가 본인이야 한국에서 낮은 인지도에 신경이나 쓸까마는 그의 작품을 꾸준히 봐온 팬 입장에선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타인에게 외면 받을 때의 서운함 같은 것 있잖습니까.


패터슨은 다작을 하는 작가답게 작년 가을 2012년까지 17권의 작품을 쓰기로 계약했답니다. 신작을 통해 한국에서 명예회복을 고대해봅니다.


(참고로 포브스지가 발표한 지난해 작가 수입 2위는 뱀파이어 소설 <트와일라이트>로 4천만 달러를 번 스테파니 메이어입니다. 호러 스릴러 거장 딘 쿤츠가 1천800만 달러로 6위, 법정 스릴러로 유명한 존 그리샴이 1천500만 달러로 8위, 조앤 K 롤링은 해리 포터 신작이 없는 관계로 10위까지 떨어졌습니다. 로맨스를 주로 쓰는 다니엘 스틸과 니콜라스 스파크스가 각각 4위, 9위에 오른 걸 보면 돈은 장르작가가 다 쓸어 담네요^^)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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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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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야기꾼 2010.10.06 14: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단하군요. 우연히도 지금 제임스 패터슨의 <첫번째 희생자>읽고 있는데요, <시간의 침묵>처럼 묵직한 맛은 사라졌지만, 술술 읽히는 맛은 최고입니다. 저 양반 한 달 수입만큼이라도 평생 벌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2. decca 2010.12.09 09: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슷한 맥락이긴 하지만 페이퍼백 시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책을 소비하는 시장(읽고 버리고, 중고책으로 팔고 등등)이 국내에는 없어서, 저런 미국의 일류 스릴러 작가들과 국내 시장은 정말 궁합이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국내에 인기 있는 스릴러 작가들은 대중성보다는 평론가들에게 인정 받은 작가들이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3. 필론 2010.12.14 10: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제임스 패터슨의 소설을 즐겨 읽습니다. 올해 론칭한 Jack Morgan 시리즈의 Private도 재미있더군요. 제임스 패터슨의 소설이 한국에서 반응이 좋지 않은 것은 좀 안타깝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