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셔 하이스미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3.09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24> 괴짜 작가 (7)
  2. 2011.02.09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20> 표절 시비 (6)
  3. 2010.11.24 테마로 읽는 미스터리 <9> 완전범죄 (7)


소설보다 더욱 극적인 사람들

"당신 여권에는 작가라고 되어 있지만, 그건 아주 융통성 있는 단어이지요."
- 피터스가 라티머에게
   - <디미트리오스의 관>(1939)  에릭 앰블러

추리소설가는 자신이 만들어낸 주인공에게 특유의 개성을 불어넣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사실상 천재 탐정이 드물게 된 요즘도 주인공의 독특한 개성을 살리기 위한 작가의 노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요.

그렇다면 그렇게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을 만들어 낸 작가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탐정보다 더 기발하고 괴상한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도 같지만 실제로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인기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사생활을 철저히 숨기려는 작가도 드물지 않습니다. 장님 탐정 맥스 캐러도스 시리즈의 작가 어네스트 브라마는 출생연도까지 불분명하며(그의 출생연도는 자서전적인 소설에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을 인터뷰하러 온 사람에게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싫으며, 내 작품에 대해 말하는 것도 싫다”고 돌려보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작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추리작가협회에서는 매년 ‘여름추리소설학교’를 여는데, 그 행사에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많이 참가하죠. 여기 참가한 추리소설 애호가들은 평범하고 어쩌며 소심해보이기까지 하는 작가들을 직접 만나보고 놀랐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합니다. 속으로는 어떻게 기발한 범죄를 궁리하고 있습니다만 외모만으로는 어디서나 마주칠 만한 평범한 사람들이죠.

하지만 거의 은둔자처럼 살았던 브래머와는 달리 이런 저런 기벽(奇癖)이 전해져오는 유명 작가도 있습니다.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제공하려고 추리소설을 썼다’는 에드거 앨런 포는 천재적인 재능과 함께 반항적인 기질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불우한 성장 배경 탓일지는 몰라도 그는 평범함보다는 파격적인 면을 추구했습니다. 힘들게 들어간 웨스트포인트(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 ‘명령불복종’과 ‘의무 불이행’으로 퇴학당하는 등 타고난 반골 기질도 있었죠. 워낙 인생이 파란만장한 터라 그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도 여럿 있습니다. 몇 년 전 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매튜 펄의 <포의 그림자>와 조엘 로즈의 <가장 검은 새>가 번역되었고, 얼마 전 출간된 앤드루 테일러의 <아메리칸 보이>는 소년 시절의 포가 등장합니다.

소년 시절의 포가 등장하는 '아메리칸 보이'


코난 도일은 젊은 시절 심령술, 신비학(神秘學), 강령술(降靈術)에 관심을 가졌다가 나이를 먹은 후에는 관심 수준을 넘어 열렬한 신봉자가 되었습니다. 지극히 과학적인 상식을 지닌 홈즈라는 탐정을 만들어 냈으며, 원래 의사였던 그가 말년에 심령술 신봉자가 된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만…. 도일이 심령론을 신봉할 것을 공언하고 그 선전과 전도에 나선 것은 제1차 대전 끝 무렵부터였으므로, 그런 미신적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전쟁 중에 장남 킹슬리를 비롯한 많은 친지를 잃고 마음의 균형을 잃은 탓으로 보기도 합니다.
또한 도일은 고고학 사상 최고의 사기극으로 일컬어지는 ‘필트다운 인 사건’의 범인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필트다운 인 사건’이란 1912년 아마추어 고고학자 찰스 도슨이 영국 필트다운에서 발견한 원시인 두개골 화석이 사람과 오랑우탄의 턱뼈를 인위적으로 합성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 근 40년이나 지나서야 밝혀진 사건이지요.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주모자로 지목되었던 찰스 도슨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까지 확실한 진상이 드러나지 않은 이 사기극의 주모자로 도슨을 비롯한 주변의 고고학자들을 꼽고 보고 있지만 약 70년 후 이 사건을 연구한 미국의 고고학자 존 윈슬로(John Winslow)는 당시 필트다운 근처에 살았고 1912년에는 공공연히 발굴현장 근처를 자주 방문했던 코난 도일을 조심스럽게 용의자로 보고 있습니다. 도일은 장난을 꾸밀만한 기술, 지식, 기회를 모두 갖춘 인물로서 신비학을 부정하는 과학자들을 한 번쯤 골려주겠다는 동기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도일의 작품 <잃어버린 세계>에 나오는 가상 지역의 지도와 필트다운 근교의 지형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며, 소설 속에는 뼈의 위조나 장난에 대한 의미심장한 대화가 나오는 것을 볼 때 필트다운의 사기극은 <잃어버린 세계>의 플롯을 기초로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윈슬로에 따르면 도일은 이 사건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듯 여러 가지 어처구니없는 실마리 - 이를테면 크리켓 경기에 사용하는 배트 모양의 용도불명의 코끼리 다리뼈(코난 도일은 뛰어난 크리켓 선수였습니다), 턱뼈가 발견된 곳에서 3km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어금니 등 -를 던져 놓았지만 과학자들은 이들을 무신경하게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과연 도일이 범인이었다면 그의 장난이 성공해서 즐거워했을지 아니면 어이없어했을지 궁금합니다.

밀실을 다룬 고전 <노란 방의 비밀>과 뮤지컬로 유명한 <오페라의 유령>의 원작자 가스통 르루도 자신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못지않은 기발한 장난기가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기자였던 르루는 형무소에 있던 귀족과의 인터뷰를 위해 서류를 위조, 동료 기자들을 따돌리고 당당히 특종을 따 낸 일화가 있습니다. 또한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르루의 작품 집필 때의 습관도 유명합니다. 그가 서재 안에 틀어박혀서 작품을 쓸 때면 온 집안은 절대적인 침묵 속에서 생활해야만 했습니다. 작품을 끝내는 순간 그는 창문으로 뛰어가 총을 쏩니다. 그러면 그 신호에 그의 아내와 아이들은 부엌으로 달려가 접시들을 깨뜨리고 냄비들을 두들기며 온 집안이 떠나갈 듯이 한바탕 시끄러운 소리들을 내며 집안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 것이었습니다.

작품을 끝냈으니 화끈하게! 가스통 르루의 캐리커쳐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원작자인 여성 작가 패트리셔 하이스미스역시 기발한 재능과 독특한 장난기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와 가까운 곳에 살았던 추리작가 도로시 솔즈베리 데이비스의 기억에 의하면, 어떤 만찬에 참석한 하이스미스는 느닷없이 주머니에서 애완용 뱀 두 마리(민달팽이라는 이야기도 있네요)를 테이블에 꺼내 놓고 주변 사람들이 기겁을 하며 놀라는 모습을 태연스럽게 살펴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생애의 대부분을 유럽에서 보낸 그녀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는데, 1995년 작고할 때 예상대로(?) 놀라운 유언장을 남겼습니다. 데뷔작인 <낯선 승객>(1950)을 쓸 때 머물렀던 뉴욕 주 북부의 한 예술인 공동체 마을에 3백만 달러라는 그녀의 유산을 모두 기증한 것이지요. 이 일은 마을 공동체 1백년 역사상 한 사람의 기증으로서는 최고액의 선물이었다고 합니다.

패트리셔 하이스미스의 젊은 시절. (작품집의 표지입니다)


2차대전 이후 일본 추리문학계에서 큰 활약을 보인 다카키 아키미츠의 성공은 미신과도 같은 믿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일본의 패전 후 직업을 얻지 못해 2년 동안이나 실업자로 지내던 그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점쟁이를 찾아갔더니 소설, 그것도 장편소설을 쓰면 성공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점괘가 나왔습니다. 그때까지 문학 수업 같은 것은 해 본적도 없었던 그에게는 무척 당혹스러운 일이었지만 점괘를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학생 시절 추리소설을 즐겨 읽었던 그는 추리소설을 선택했으며, 전쟁 후 물자 부족으로 원고지도 없어 잡다한 종이에 약 6백매 정도의 장편을 3주 정도 걸려 단숨에 써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부푼 꿈을 안고 출판사 이곳저곳에 원고를 가져갔지만, 인쇄용지도 부족한 판국에 이름도 없는 젊은이가 쓴 장편소설을 상대해 주는 곳이 있을 리가 없지요. 여기서 그는 다시 한 번 점쟁이를 찾아갔습니다. ‘대가(大家)에게 이 원고를 보내면 인정받을 것이고, 그럼 성공할 것이다’라는 낙관적인 점괘가 다시 나오자 그는 원고지에 깨끗하게 다시 쓴 후 당대 최고의 추리작가 에도가와 란포에게 원고를 보낸 것이죠. 란포는 이 무명 청년의 작품을 읽은 후 참신한 내용에 감탄해서 출판을 주선해 주었습니다. 바로 이 작품은 일본 추리소설 역대 베스트 10에 들어가는 <문신 살인사건>(1948)이며 주인공으로 등장한 가미즈 교스케는 최고의 천재 탐정으로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수많은 추리소설을 썼을 뿐만 아니라 <점의 인생론>, <방위학(方位學)입문>, <상성(相性)판단>등 일련의 점술 관련 서적을 집필하며 점술의 전면적 신봉자임을 밝혔습니다.

점을 신봉했던 다카키 아키미츠

사실 그의 점에 대한 믿음은 고등학교 시절 부친이 많은 빚을 남긴 채 급서(急逝)하고 자신은 폐결핵에 걸려 고생하게 되었을 때, 부친의 친구에게 손금 점을 본 후 점괘가 절반 이상 들어맞는 것을 보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하는군요.

어쩌면 작가들의 인생만 살펴봐도 웬만한 소설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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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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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시민 2011.03.10 0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글을 쓸 때의 버릇은 특별히 없습니다만, 굳이 하나 든다면 밤에 써야 더 잘 써지더군요.

  2. 시무언 2011.03.10 01: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코난 도일같은 경우는 실제로 사건을 해결하기도 했죠. 그것도 어찌보면 괴짜고...

  3. 카메라이언 2011.03.10 03: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나, 어쩜 좋아요. 전 너무 평범한 것 같아요. 꺅. ==33 후다닥 도망.

  4. 갈매 2011.03.11 15: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특이한 기벽이, 기질이 있어야 작가가 되는 것일까요? ^^

  5. 행인2 2011.03.11 22: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패트리셔 하이스미스 선생, 정말 멋집니다^^
    '태양은 가득히'나 '낯선 승객'이나 정말 대단한 작품인데.

  6. myungworry 2011.03.14 2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패트리셔 하이스미스....예쁘군요. 물론 소설도 좋습니다만.

  7. Miss Baby 2011.05.21 14: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카키 아키미츠의 문신살인사건 북리뷰를 하기 위해 작가 리서치하는 도중 재밌는 내용을 발견했네요:-) 출처 밝히고 내용을 발췌했습니다만, 읽어보시고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면 코멘트 달아주세요.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블로그 자체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많이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http://jaera1990.blog.me/130109318644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원작 그림이 가진 열정과 자연스러움- 즉 elan(열의) -은 흉내 낼 방법이 없지.
모사품은 아무리 원작과 닮았더라도 둘 사이에는 큰 심리적 차이가 있어.
모사품에는 진지함이 결여되고 너무 완벽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 흔적이 남아 있다네.
   
- 파일로 밴스
<카나리아 살인사건> (1927) S.S. 밴 다인
 
인터넷 이용은 일상생활이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로군요. 그러면서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이 많아지자 예전에는 드물었던 일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표절 문제입니다. 여러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들을 '복사 및 짜깁기'해서 학교 숙제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하네요. 이렇게 타인의 노력을 어려움 없이 가로채는 비양심적인 표절 행위는 학술 논문이나 음악, 방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문학 부문에서도 꽤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심지어 일간지 신춘문예에서도 그런 사례가 있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을 정도니까요. 대신 인터넷의 엄청난 전파력 덕분에 빨리 들통나기도 합니다만

특히 추리소설은 작품 줄거리와는 상관없이 비슷한 트릭을 사용하기만 해도 오해를 살 여지가 있습니다. 작가 입장에서는 기발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다른 작품에 나온 비슷한 아이디어가 사용된 것은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나 비슷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라고 해서 모조리 표절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지요.

추리소설이 표절로 의심받는 경우는 트릭이 비슷할 때, 혹은 상황이나 구성이 비슷할 때입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1926)은 범인의 의외성만으로 평가하자면 역대 최고 작품 중 하나인데, 놀랍게도 그보다 9년 전 거의 비슷한 트릭을 사용한 작품이 이미 나와 있었습니다. 스웨덴 해군 장교이자 소설가인 새뮤얼 아우구스트 두제가 1917년 발표한 <스미르노 박사의 일기>가 바로 그것인데, 일기 형식으로 서술된 이 작품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크리스티의 ‘세계적 명성’ 밑에 가려지고 말았습니다.

스미르노 박사의 일기


한편 엘러리 퀸은 크리스티의 작품 제목 때문에 집필하던 작품을 중단한 적도 있습니다. 제목의 표절을 피했다고나 할까요. 퀸은 서구의 전래동요 ‘마더 구즈(Mother Goose)’중에서 ‘10명의 인디언’을 제재로 삼아 <The Indian Club Mystery>라는 제목으로 집필 중이었는데, 크리스티가 먼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발표하는 바람에 도중에서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각각 죽이고 싶은 상대가 있는 두 사람이 서로 상대를 바꿔 범행을 저지른다’는 아이디어는 누구든 한번쯤 상상해 볼 수 있었는지 여러 작가가 사용했습니다. <태양은 가득히>로 유명한 여성 작가 패트리셔 하이스미스가 데뷔작 <낯선 승객>(1950)에서 사용한 이 아이디어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니콜라스 블레이크의 <A Penknife in My Heart>(1958)에서 다시 나왔습니다. 비슷한 소재라는 것을 알게 된 블레이크는 하이스미스에게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공교롭게도 등장인물의 이름이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훗날 프레드릭 브라운의 <교환 살인>(1962), 로렌스 블록의 단편 <핸드볼 코트에서 만난 이방인>(이 작품은 <낯선 승객>과 제목마저 흡사하군요)등이 나왔지만 이미 보편화된 소재라 별다른 시비가 벌어지지는 않았습니다. TV 드라마 <CSI>에서도 이런 에피소드를 다루기도 했지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낯선 승객'


일본 추리소설계의 선구자인 에도가와 란포도 몇 차례 표절 시비에 휩쓸린 일이 있습니다. 그의 데뷔작이 된 단편 <2전 동화>(1923)의 원고를 읽은 잡지사 편집진은 ‘초보 작가치고는 너무 뛰어난 작품’이라 외국 작품의 아이디어를 베낀 것이 아닌지 잠시 의심했다고 합니다. 물론 소재가 일본어 암호였기 때문에 순수 창작물임을 인정받고 오히려 잡지사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행운을 얻게 되었지요. 그러나 란포의 이름이 유명해진 뒤, 그의 단편 <화승총(火繩銃)>이 멜빌 데이비슨 포스트의 밀실을 다룬 단편 <둠도프 사건>(1911)과 유사한 트릭을 사용한 것이 알려지며 약간 표절 시비가 일었습니다. 그러나 란포의 해명에 의하면 <화승총>은 대학 재학 중이던 1915년 잡지에 투고했으나 채택되지 않은 사실상 그의 처녀작으로, 아이디어 자체는 그의 창작이 아니라 미국의 사건 실화집에서 얻은 것임을 밝히며 표절 시비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런 모양의 화승총이었을까요?


트릭의 유사성은 판정이 매우 미묘해서 심사 기준에 의해 희비가 엇갈리기도 합니다. 경마를 소재로 한 <짙은 갈색 파스텔(焦茶色のパステル)>로 28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은 오카지마 후타리는 1년 전 다른 작품으로 응모해 최종심사까지 올라갔다가 아쉽게 탈락한 경력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트릭의 유사성 때문이었지요. 1년 전의 심사위원들은 ‘마권(馬券)을 이용해 훔친 말의 몸값을 받으려 한다’는 트릭이 여류 작가 나츠키 시즈코의 단편 <5천만 엔짜리 남자>에서 쓰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독창성이 결여되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7년 후 유사한 트릭을 사용한 아베 사토루의 <사라진 항적(消された航跡)>은 요코미조 세이시 상 당선작으로 결정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확실히 줄을 잘 서야 세상살이도 편해지겠군요.

트릭의 유사성만큼은 아니지만 상황이나 플롯이 비슷한 경우도 드물지는 않은 편입니다.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사나이가 자신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동료나 친구들의 도움을 얻어 증인들을 찾아 나서지만 증인들은 사라지거나 살해되며 차츰 집행 날짜가 다가온다…

음, 언젠가 읽은 것 같다고 기억하실 분도 계실 것 같군요. 이것은 서스펜스의 거장 윌리엄 아이리쉬의 대표작 <환상의 여인>과 조너던 라티머의 <처형 6일 전> 등 두 작품의 골격입니다. 이렇게 간단한 줄거리만 소개해 놓으면 뭔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시겠죠. 아무래도 훨씬 유명한 아이리쉬의 작품을 라티머가 베껴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살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라티머의 작품이 무려 7년이나 앞서 발표한 것입니다. 물론 이 두 작품은 소재만 비슷할 뿐 내용에서는 큰 차이가 있고 해결 방식도 각각 독창적이라서 읽어보신다면 표절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으실 겁니다.

영화 '환상의 여인' 포스터


표절로 보기 애매한 상황이 또 있군요. 자기 작품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이죠. 코난 도일은 1924년 단편 <세 사람의 가리데브>를 발표했는데, 이 작품은 30여 년 전에 발표했던 <붉은 머리 클럽>(1891)과 <증권 중개인>(1893)을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렇지만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작품을 변형해서 쓴 작품이기 때문에 홈즈 연구자들의 불만을 제외하고는 별 논란이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 힘이 떨어진 도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최근(이라 해도 이미 꽤 되었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표절 이야기로는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의 트릭 만화 <김전일>에서 사용된 것이 기억나는군요. 사실 이건 표절이라기보다 트릭을 그냥 갖다 썼기 때문에 주제에서 핀트가 어긋나는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시마다 소지는 이 사건에 대해 특별히 소송을 걸거나 하는 일의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유례가 없는 트릭이라고 자부하고 있어, 트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영상화등의 2차사용은 지금까지 거절해 왔다. 때문에 트릭을 유용하는 텔레비전 기획은 절대로 하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김전일>시리즈의 이 에피소드는 원작만화로는 볼 수 있지만(트릭에 관해서도 표기되어 있습니다), TV 드라마로 제작된 것은 비디오 등에서 빠지게 되어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점성술 살인사건>은 워낙 잘 알려진 작품이었기 때문에 만화나 드라마 등에서 시마다 소지의 허락을 당연히 받은 것으로 알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는, 믿기 어려운 소문도 전해지긴 합니다.

'점성술 살인사건' 도용을 다룬 기사


표절 시비를 피하기 위해서는 모든 작품에 대해 다 알면 좋겠지만, 전 세계의 추리소설을 모두 읽기는커녕 구할 수도 없을 겁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요즘 나온 새로운 트릭이라고 해 봐야 사실은 과거의 트릭을 약간 뒤틀어 변형한 정도에 불과한 만큼 ‘기발한 아이디어를 이야기의 핵심으로 삼지 않는 것이 좋다’는 영국 작가 H.R.F.키팅의 충고는 아이디어를 짜 내느라 고심하는 작가가 머릿속에 새겨두어야 할 만합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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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시민 2011.02.10 0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표절 시비 하니 절대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제가 2008년 KBS <이야기 발전소>에 한 화가가 죽은 뒤 유령이 되어 다른 화가의 몸에 빙의하여 그림을 계속 그려 나간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지어서 나갔고 좋은 점수를 낸 적이 있는데 그 날 시청자 게시판에 그 이야기가 MBC의 모 드라마와 내용이 거의 같다는 표절 의혹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드라마에 대하여 전혀 몰랐거든요. 다행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아찔한 경험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제가 그 드라마를 보고 표절하여 이야기를 냈다면 그건 제 양심이 아니라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2. 카메라이언 2011.02.14 05: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헉 매회 요즘 제가 읽으려고 하거나, 읽었거나, 읽다 중단한 책들 이야기가 나와서 뜨끔뜨끔 한다니깐요. 'ㅂ'... ...;;;;; 이번엔 환상의 여인에서 흠칫. 아는 언니께 읽겠다고 4 개월 전에 얻어놓고 여전히 책장에 꽂아놓은 채 방치. (;;;) 이번에야 말로 홈스 패스티쉬 모음집 베이커가의 살인 끝까지 읽고 나면 읽어야겠어요. 'ㅂ';;; 카나리아 살인사건도 옆에 쌓아놓고 모른 척했는데 어서 읽어야겠 ;;;

    그나저나 베이커 가의 살인 책 보고 한 분께서 저도 써보라고 해서 함 써보려고요. ㅋㅋㅋ 잼날 것 같아요. ]서울에 사는 셜록홈스가 아니라 설록수(설록차??) 이야기라도? 탐정 설록수가 설록차 창립자를 살인자로 몰릴 위기에서 구해줘서 새로 나오는 생수 이름을 설록수로 지었다는 결론? ㅋㅋㅋ<--기발한 아이디어를 이야기의 핵심으로 삼지 말라는 이야기 방금 전에 보고서 이런다 ;;;;; 표절시비나 조심해야 ;;;;; 쿨럭 ;;;

  3. 허니문 차일드 2011.02.15 1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 전 문학동네에서 펴낸 <편집된 죽음>이란 책을 봤습니다. 오래된 친구가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인 콩쿠르상 수상이 결정되던 날 복수의 수레바퀴가 돌아간다는... (이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그 복수의 방법이 바로 표절시비입니다. 그 책의 원제가 바로 <별쇄본>이죠. 작가 하나 묻어버리는 게 일도 아니더군요. 내용 중에 바로 표절에 관한 의식이 있었느냐, 아니면 정신병에 의한 무의식 표절이냐는 내용이 나옵니다. 음악도 기본 몇 가닥 멜로다가 동일하면 표절판정이 나오는데 무의식 중에 나오는 표절도 무시 못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초이님도 대단하시네요. 이 글 한 편 쓰기 위해 얼마나 공부를 하셨을까요. ^^ 많이 보고 배우고 갑니다.


추리소설가들과 범죄자들의 꿈

대부분의 살인자들은 범죄를 너무 완벽하게 저지르려는 실수를 범한다.
<The Willow Pattern>(1965)  -  로베르트 반 훌릭

 

추리소설가와 실제 범죄자 사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양 쪽 모두 범죄로 수익을 올린다는 점(물론 한쪽은 머릿속으로 구상해 글로 옮기는데 그치고, 다른 한쪽은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과 완전범죄(작가는 독자에 대해서)를 실현하고 싶어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완전범죄란 과연 무엇일까요.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치밀한 계획과 실행에 의하여, 범인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거나 범죄를 입증할 수 없는 범죄

한 발 더 나아가볼까요.

일본의 추리소설가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살인산행>(1974)에서 완전범죄를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종류로 구분한 바 있습니다.

1. 심신 상실(心身喪失)을 이용한 범죄처럼 사회 상식적인 범죄로 보이는 행위가 있는데 범인도 증거도 갖추고 있으면서 법률적으로는 범죄에 대한 책임 추궁도 면하는 것.
2. 범행의 흔적이 명백하고 범인도 분명한데 유죄를 인정할 만큼 증거가 없는 것.
3. 미궁에 빠진 사건처럼 범행의 흔적이 있으면서 범인을 알 수 없는 것.
4. 범죄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흔적, 자료가 전혀 없기 때문에 범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 없는 것.

하지만 작가는 범죄자와 다릅니다. 작가 마음대로 써서 범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잡지도 못한 채 끝난다… 하기는 쉽겠지만, 그렇게 무능한 수사관이 나오는 작품이라면 틀림없이 독자에게 외면당할 겁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대체로 정의를 추구하는 탐정들이기 때문에 아무리 지능적인 범죄자가 저지른 사건이라도 반드시 해결되고 맙니다. 결국 완전범죄가 이루어지는 작품은 드문 편이고 누구나 납득할 만큼 강한 설득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오히려 강한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이죠.

작품 속에서 범인이 체포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합니다. 우선 탐정이 사건을 다 해결하고도 피해자가 더 악당이었다거나 가해자에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혹은 범인을 밝히게 되면 애꿎은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거나 할 때 눈감아 주는 경우입니다. 물론 공직자인 경찰이라면 사건을 그렇게 쉽사리 처리할 수는 없지만, 사립탐정이나 아마추어 탐정들은 가끔 그런 선심을 베풀 때가 있습니다(물론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이런 사건은 공식적으로 미해결 사건으로는 남겠지만 수수께끼는 풀렸으니 완전범죄라고 하기엔 뭔가 미흡한 점이 있지요.

다른 한 갈래는 악당이 주인공일 경우입니다. 악당 주인공이라면, 추리소설 애호가들은 모리스 르블랑이 창조한 프랑스의 괴도 아르센 뤼팽을 쉽게 연상하시겠지요? 뤼팽은 범죄를 예고하고 경찰을 농락하면서 그 자리를 유유자적하게 빠져나갑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는 단지 범인을 못 잡았을 뿐이지 누구의 짓인지는 뻔히 알기 때문에 이 역시 완전범죄의 범주에 넣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지막 남은 한 가지는 작가가 조건에 맞는 완전범죄를 완성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여기서는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잘 알려진 작품들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여성 작가 패트리셔 하이스미스의 <재능 있는 리플리 씨>는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톰 리플리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알랭 들롱 주연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원작으로, 가난한 미국 청년 리플리는 친구 디키의 부유한 생활을 부러워한 끝에 그를 살해한 후 대신 디키 행세를 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용모를 똑같이 할 수는 없지만, 머리 색깔을 바꾸는 것을 시작으로 글씨체, 행동, 그리고 사고방식까지 죽은 친구와 닮기 위해 노력하고, 또 눈치 챌만한 사람들은 죽이기까지 하는 강경한 행동까지 벌인 끝에 합법적으로 친구의 재산을 가로채는데 성공합니다.

나는 리플리인가 누구인가 - 영화 '태양은 가득히'


미국 작가 스콧 스미스가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발표한 데뷔작 <심플 플랜>(1993)은 전혀 사전 계획이 없었던 상태에서 범죄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약간 성격을 달리 합니다.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던 젊은 회계직원 행크는 형, 그리고 형의 친구와 함께 사냥에 나섰다가 추락한 비행기를 발견하는데, 그 안에는 4백만 달러가 넘는 거액이 실려 있던 것입니다. 엄청난 돈 앞에서는 누구나 장님이 되곤 하죠. 하물며 경제적 여유가 그다지 없던 사람들이었다면 더욱 이성을 잃을 것입니다. 아무리 똑같이 나누기로 했어도 엄청난 액수의 돈은 서로를 불신하게 만들고, 급기야는 커다란 비극을 몰고 옵니다. 사건의 진상이 세상에 밝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국 완전범죄가 되어버리긴 합니다만, 그들이 얻은 것은….

진정 돈 앞에 장사 없나 - 영화 '심플 플랜'


스위스의 역사학자 출신 작가인 장 자크 피슈테르의 첫 번째 소설 <편집된 죽음>은 앞서 소개한 작품들과는 달리 끔찍한 폭력도 없고 거액의 돈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아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가장 뛰어난 완전범죄 작품으로서 꼽을 만합니다. 주인공 에드워드 램은 친구인 니콜라 파브리가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받으면서 행운의 절정에 오르는 순간 오래 전부터 계획해 오던 보복을 실행으로 옮깁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에드워드를 여러 차례 절망 속에 빠뜨렸던 니콜라가 자신의 애인마저 죽음으로 몰았다는 것을 알게 된 때부터 계획된 것이었지요. 이 작품을 최고의 완전범죄 작품으로 꼽을 수 있는 이유는 복수극을 벌인 장본인 에드워드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심지어는 피해자 니콜라마저 그것이 복수였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영화 '편집된 죽음'


<슌킨쇼(春琴抄)>, <세설(細雪)>등의 작품을 남긴 일본의 소설가 다니자키 준이치로(1886∼1965)는 추리소설에도 관심이 많아 작품을 직접 쓰기도 했는데, 그중에서도 1920년 발표한 단편 <도상(途上)>은 에도가와 란포가 감탄할 정도의 완전범죄를 다루었습니다. 한 샐러리맨이 아내를 죽이기 위해 택한 방법은 직접적인 폭력 등을 행사하는 대신 은근히 위험한 상황을 거듭 만든다는 것으로, 목적을 달성한 후 만약 의심을 받더라도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완전범죄가 이루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란포는 이런 방법을 ‘프로버빌리티(probability)의 범죄’, 즉 확률의 범죄라고 이름 붙였으며, 얼마 후에는 그 자신도 이런 트릭을 이용한 단편 <붉은 방>(1925)을 발표했습니다.

최근 접한 작품 중에서 이쪽 방면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우타노 쇼고의 단편집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2005)를 들고 싶습니다. 특히 작가의 본격 추리소설에 대한 (반어법적인) 애정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에 수록된 세 편의 단편은 모두 밀실을 다루고 있는데, 그중 두 작품은 훌륭한 완전범죄 작품으로도 볼 만합니다.

요코미조 세이시는 그의 대표작 <나비부인 살인사건>(1946)에서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재미있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사회가 진보함에 따라 인명을 존중하게 되며, 그럴수록 살인에 대한 제재가 엄격해진다. 그러한 제재를 피하기 위해 범인들은 치밀한 계획을 세우게 되기 때문에, 완전범죄를 노린 교묘한 계획적 범죄가 발생할수록 사회는 진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회 발전을 위해서’ 지능적 범죄자가 늘어나길 바라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 아리송하긴 합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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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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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갈매 2010.11.26 16: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편집된 죽음> 그런 내용이었군요. ㅠ.ㅠ 책이 어딘가 굴러다녔었는데, 알아보질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진듯.. 영화도 있었네요~ 담에 꼭 봐야지.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썼다는 소설도 살펴 봐야겠네요.
    우타노 쇼고는 반어/반전 트릭을 정말 잘 구사하나봐요~ <벚꽃지는~~ >만 봤는데, 결말에 가서 화들짝 놀랐었다니까요..

    읽어둘 추리소설 리스트에 올릴 작품을 새롭게 알았네요!

  2. 카메라이언 2010.11.27 18: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맞다. 편집된 죽음 나왔을 때부터 읽는다 읽는다 해놓고 아직도... -_- 영화도 소설도 봐야겠습니다. 2 그나저나 우타노 쇼고가 요즘 인기몰이가 대단하네요. 그리고 명탐정이~는 알라딘 올해의 책 후보에도 올랐던데.

    • 추리닝4 2010.11.28 14: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본격물들이 잘 팔리는 것 같아요. <편집된 죽음>은 예전에 <표절>이란 제목으로 나왔었는데 확실히 새책이 제목도 편집도 깔끔하더라는. 두껍지 않아서 좋죠^^;;

  3. 허니문 차일드 2010.12.09 19: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편집된 죽음 메모했습니다. 심플 플랜은 책으로 무지 잼나게 봤었는데, 정말 돈 앞에서는 장사가 없더군요. 갈수록 눈덩이처럼 사건은 커지고... 마츠모토 세이초는 글 쓰기 전에 관련 취재를 정말 열심히 하는 작가 중 한 명이더군요. 오죽하면 편집자에게까지도 부탁할까요. 그런 작품은 읽고 나면 뭔가 강한 울림이 남는 것 같습니다.

  4. 이프리드 2011.05.14 09: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멋진 포스트를 읽고
    '우와~ 최고다~ 근데 왜 아를레 작품이 빠졌지?'
    하는 마음에 글을 써봅니다~
    아직 본격 개장^?^은 안 했지만 준비 중인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hifreed)와
    하우미에도 올려봅니다~

    -----------------------------------------

    어린 시절 읽었던 가장 충격적이었던 완전범죄 소설은
    여성 작가 카트린 아를레의 <지푸라기 여자>였습니다...
    완전범죄엔 성공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에 의해
    범인이 잡히게 되는 <눈에는 눈을>도 이 작가의 작품이죠

    란포가 말한 '프로버빌리티 범죄'가 구현되는 작품으로 책 후기에서도 언급되는
    제 생각에는 가장 비애가 깊게 배인 심리 서스펜스 미스터리의 명작
    <여자 살인 이야기>(아일즈 또는 버클리로 불리는 대작가의 작품이죠)에서도
    습관적으로 완전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 여주인공이 그 희생물이 되어가는 과정이
    섬뜩하고도 슬프게 그려지니 이 또한 완전범죄 소설이라 불러야겠죠

    (완전범죄를 그럴 듯하게 계획한 주인공이 우연에 의해 오히려 자신의 파멸을 부르고
    그 결과가 완전범죄로 되어 다른 사람이 이득을 보는 독특한 추리단편['너기 바'(사이먼 브레트)]이나
    희생자를 절묘하게 유인하는 심리트릭과 함께, 공범의 협력에 의해 완전범죄가 확고히 수립되는
    절묘한 추리단편['좋은 죽음이 되시기를!'(안토니아 프레이저)] 등도 있고
    완전범죄를 시도하지만 어설픈 데가 많아서 오히려 피해자에게 역습당하는 <백모살인사건>이나
    완전범죄로 보이는 범죄의 헛점을 차근차근 깨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놀라움을
    지극히 현실적인 수사과정으로 보여주는 크로프츠의 소설들도 생각납니다)

    단편의 귀재 로이 비커즈의 <미궁과 사건부>는 완전범죄를 성공시킨 자들이
    어이없는 우연이나 미궁과 형사들의 마구잡이식 추리에 의해 그 파탄을 뒤늦게 드러내는 과정이
    독특하고 재미있게 그려지는데, 이 역시 완전범죄 소설인 동시에 완전범죄의 불가능성을
    권선징악적으로(^^;;) 역설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직접 살인하지 않고,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 나오는 이아고처럼
    다른 사람의 심리를 조종해 간접살인을 창출하는 게 가장 섬뜩한 완전범죄일지도 모릅니다
    증거가 없으니, 그 위대한 탐정 포와로조차도 결국 <커튼>에서
    이아고같이 완전범죄를 계속 저지르는 범죄자를 스스로 죽이고
    자신도 죽어야 하는 비극이자 한계를 맞이하죠(드루리 레인의 죽음도 생각나지만 좀 국면이 다르죠)

    최근 끝난 드라마 <싸인>에서 범죄자인 권력층 여성은 사실 허점도 좀 있는 범죄를 저지르지만
    권력의 힘으로 결국 자신의 범죄를 입증할 수 없는 완전범죄로 만들어버리더군요;;
    그래서 한국의 스카페타 또는 CSI나 본즈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 윤지훈도
    결국 포와로 비슷하게 자신의 죽음으로 함정을 파서야 범인을 잡을 수 있으니,
    완전범죄를 다루는 방법도 참 다양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작품들을 보면 '미스터리' 작가로도 볼 수 있지만
    켄지-제나로 시리즈만 놓고 보면 주인공 탐정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
    절묘한 추리보다는 액션 돌파와 사회문제 고발의 알레고리적 접근으로 주로 이뤄지니
    엄밀한 의미에선 '스릴러'
    (캐릭터의 비정함, 액션, 단문 등에선 미스터리의 한 계열인 하드보일드물과 어느 정도 겹치고
    희생자의 심리를 잘 그리는 점에선 역시 미스터리의 한 계열인 서스펜스물과 겹치며
    분위기나 세계관에선 누아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추리보다는 외적 긴장감[스릴] 조정-유지와 치열한 추격플롯 및
    독자에게 쾌감을 지속 공급하기 위한 다양한 액션/전투장면 제공 그리고
    희생자의 처지로 몰리는 주인공들이 오히려
    약자의 힘겨운 위기극복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정통 서스펜스물보다는
    훨씬 강력한 수단과 행동 및 조력자를 활용해 위기를 부순다는 점에선
    스릴러 장르로 봐야겠죠)
    작가로 보는 게 더 정확할 데니스 루헤인의
    <비를 바라는 기도>에서도 범인은 결국 어느 정도 완전범죄에 가까운 범죄를 성공시키고 살아남는데
    (물론 주인공의 엄포에 나름 내면적 공포를 겪게 되긴 하지만)
    강력한 악과 맞설수록 스릴이 더 커지는 장르인 스릴러에서는
    완전범죄 전문가나 모든 범죄를 완전범죄화시킬 수 있는 권력이 있는 조직이
    퍼즐미스터리나 하드보일드미스터리보다는 더 쉽게 등장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 장르보다 스릴러 장르에 더 가깝다고 보는
    스파이물에서도, 존 르 카레나 로버트 리텔 등의 작품에서는
    조직이 저지르는 그 수많은 범죄들에 의해 사람이 죽거나 폐인이 되어도
    그 범죄들의 책임자가 벌을 받는 경우는 드무니,
    이런 '결과적 완전범죄' 내지 '사회적 완전범죄'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탐정들의 힘으로는 극복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스릴러의 불가능없다형 액션전사나 그래픽 노블의 슈퍼히어로들이 아니고서야...
    (아마도 결과적 완전범죄의 실현 가능성과 그 결과의 무시무시함을
    미스터리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이 아닌 다른 장르에서 가장 확실히 보여준 작품은
    앨런 무어의 그래픽 노블 <왓치멘>이 아닐까요...)

    끝으로, 최근 한국 장르소설 중에서 최근 속간되고 있는 작품 중 하나인 <마검왕>
    -나민채 작가의 장르퓨전 소설(무협, 판타지, 현대액션물 등이 섞여 있더군요)-에선
    군 참모 출신으로 풍부한 인맥과 정보력을 가지고 권력층이나 갱단 등과의 협상을 전문으로 하는
    21세기 미국 현실에서 보면 충분히 있을 법한 현실적 탐정이 나오던데
    결국 주인공은 탐정에게도 도움받지 못하고 갱단의 공격에 홀로 맞서야 하게 됩니다
    아마 어떤 범죄든 완전범죄(라기보다는 죄의 결과에 책임지지 않을 수 있는 권력으로 범죄 덮기)
    화할 수 있는 이들이 존재하는 현실에선, 아마 이런 현실적 탐정들도 꽤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계 각지를 돌며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국내외 분쟁 해결을 교섭하는
    '분쟁교섭인'[추리만화 <Q.E.D>의 신비한 여성 조연 어니 클레이너의 새 직업]이나
    영화 <네고시에이터>의 전문 협상인도 생각나고, 만화 <마스터 키튼>의 주인공은 탐정 역이긴 하지만
    보험사의 민간조사원도 하고 간혹 분쟁교섭인 역할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