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악한
최유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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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탐정 섹스턴 블레이크는 현관에 나서 장갑을 끼면서 싸늘한 아침 공기를 맘껏 들이마셨다. 환히 개인 2월의 하늘에서 빛나는 태양에 서릿발이 비치고 있다.

그때 마침 이웃 하숙집의 레시 부인이 오는 것을 보고 블레이크는 웃으면서 인사를 하였다. 부인은 무엇인지 머뭇머뭇하다가 결심을 한 듯이 그의 옆으로 가까이 걸어왔다.
“그 색시가 월요일 아침에 나간 채로 돌아오질 아니합니다!”
“왜? 어데 앓나요?”
“모르겠어요. 월요일 아침에 나간채로 통 돌아오질 아니하니까요. 병이 들었는지 어쩐지 알 수가 있나요! 맘이 놓이질 안습니다. 어쩌면 좋을지… 아직 어린 색시인데…”
그 색시라면 블레이크도 잘 아는 터이다. 벌써 2년 이상이나 이웃집 레시 부인의 집에 하숙하고 있는 윈센트라고 하는 아주 어여쁘게 생긴 타이피스트다.
“시방 바쁘시지 않으면 선생님이 우리 집에 가셔서 그이 방을 좀 보아 주세요… 어쩐지 걱정이 되어서…”
“뭘 그리 걱정이 됩니까?”
“그래도 2년 동안이나 같이 있었지만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나가서 아니 돌아온 때는 없답니다. …저 그이하고 친한 저비스라는 양반이 있지요? 벌써 스무 번은 더 찾아왔을 것이에요. 와서는 ‘아니 왔습니까?’하고 또 오고 또 오고… 글쎄 월요일 날 아침 8시 반에 나간 뒤로 아무도 본 사람이 없어요… 아마 그 편지가 무슨 일을 저지른 것 같아서…”
“편지가 왔어요?”
하고 블레이크가 물었다.
“네. 토요일 날 아침에 버밍엄에서 편지가 왔는데 그걸 보고 퍽 걱정을 했어요. 화요일 날도 또 그런 편지가 왔길래 문틈으로 밀어 넣어 두었지요.”
“뭘 동무 집에 놀러가지 아니 했을까요?”
“그렇다면 나한테 기별도 했을 것이고 또 저비스 씨하고는 사이가 그렇지 않은데 그이조차 모를 리가 있나요!?”
“그도 그렇긴 합니다… 대관절 그이 방을 가서 좀 봅시다.”
레시 부인은 블레이크를 삼층으로 데리고 올라가 윈센트의 방문에 열쇠를 끼이면서
“먼지가 많을 것 같습니다. 나는 월요일 날 소제를 하고 이때 들어가지도 아니했으니까요.”
하고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블레이크는 레시 부인을 제지하며
“당신은 여기서 잠간 기다리시오.”
하고 그의 매 눈 같은 두 눈은 벌써 먼지 앉은 방바닥에 자국이 난 발자국을 발견하였다.
블레이크는 그 발자국의 치수를 재고 본을 그리었다.
그리고 또 바로 문 안에는 방바닥에 네모난 봉투가 놓였던 자국이 있고 그 옆에 장갑 낀 손가락 자국이 두 개 박혀 있었다.
다시 밖으로 나와 자물쇠를 조사해 보니까 최근에 난 듯한 흠집이 있었다.
“어때요?”
하고 레시 부인이 물었다.
“글쎄… 아직 확실히 알 수는 없습니다마는 윈센트 양이 자기 자유의사로 이렇게 집을 비우지 아니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 자물쇠를 누가 열고 들어와서 부인이 문틈으로 밀어 넣은 편지를 집어간 듯합니다. 그 사람은 발이 크고 구두 끝이 네모난 놈을 신은 모양인데 저 저비스라는 사람은 발이 작지요?”
“네”
“저비스는 스네일이라는 사람의 비서지요?”
“네. 그리고 윈센트도 역시 그 집 전방에서 일을 본답니다.”
“알았습니다. 내가 다 맡아서 조사해 보지요. 내일 저녁까지는 윈센트 양이 어디 갔는지 알아다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하지 마십시오.”
블레이크는 급히 집으로 돌아와 그 안날-수요일-의 신문을 내 놓고 열심으로 조사를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경찰난 가운데 ‘못된 비서(秘書)’라는 아주 짧은 기사를 발견하였다.
‘침사이드의 유명한 자물쇠상점의 주인 스네일 씨의 비서 저비스는 동씨의 50원짜리 지폐 두 장을 훔친 것이 발각되어 오늘 아침에 고소를 하였다. 스네일 씨는 전기 지폐 두 장을 책상 위에 놓아두었었는데 잠깐 밖에 나간 사이에 분실을 하였다. 그리하여 찾아본 결과 전기 비서 저비스의 모자 속에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범인 저비스는 자기가 훔치지 아니하였다고 함으로 목하 엄중히 취조중이다’
신문기사는 이상과 같았다.
“이건 좀 이상한걸!”
하고 블레이크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저비스라는 청년은 윈센트 양의 유일한 동무요 또 애인이다. 윈센트는 저비스 청년 외에는 동무도 없고 친척도 없다. 그런데 윈센트 양이 행방불명이 된 이 때에 그를 위하여 애써 줄 저비스가 고소를 당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자물쇠상점의 주인 스네일 씨는 그다지 풍채가 좋은 신사는 아니었다.
보드라워 보이는 불그레한 큰 손과 번들번들한 대머리진 이마에 40쯤 되어 보이는 신사요 머리털은 성클고 불그레하고 입술은 두텁고 눈은 적으면서 날카로웠다.
이 신사와 만나서 블레이크는 두 가지 사실을 발견하였으니 그는 몹시 탐정인 블레이크를 싫어하였고 또 그는 10호나 되는 앞이 네모난 큰 구두(윈센트 양의 방에 자국이 난 그런) 구두를 신고 있었다.
블레이크는 스네일의 눈치를 살피면서 책상 옆에 단장을 기대놓고 권하는 의자에 앉았다.
“내가 오늘 찾아온 것은 윈센트 양에 대해서 여쭈어 볼 말씀이 있어서 그러는데요… 그 색시가 댁에서 일을 보았는데 월요일 날 행방불명이 되였다지요?”
하고 블레이크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스네일은 싱그레 웃었다.
그러나 블레이크는 그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네일은 이상스럽게도 바른편 손을 움직거리고 있었다. 그 손은 책상 위에 올려놓은 왼편 팔 밑에 숨겨있는 봉투 같은 것을 살그머니 집어서 책상 위에 덮인 흡취지 밑에 숨기고 있는 것이었었다.
블레이크는 그것을 못 본 체하면서도 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확실히 봉투였었고 ‘―센트’라고 쓴 것과 ‘―자―스퀘어’라고 쓴 글자만은 보였던 것이다.
블레이크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아니하였다. 그래서 안심을 한 스네일은 눈치도 모르고 천연스럽게 말대답을 하였다.
“미안합니다. 여기서 조사해 보아야 소용없습니다. 윈센트 양은 지난 토요일 날 해고를 했으니까요. 그 뒤에 그가 어찌 되었다든가 무엇을 했다든가 그런 것은 통히 나는 모르니까요.”
“네. 그렇습니까. 그러면 괜히 폐를 끼쳤습니다.”
하고 블레이크는 일어섰다.
“천만에!”
하고 스네일도 문을 열어주려고 일어섰다.
“앗차! 단장을 잊었군.”
하고 돌아서 낭하로 나왔을 때에 블레이크는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그는 전문의 소매치기도 부러워할 만한 민첩한 솜씨로 아까 스네일이 흡취지 밑에 숨겨둔 봉투를 훔쳐 포켓 속에 넣고 그 다음 단장을 집어들고는 시치미를 뚝 따고 방을 나왔다.
스네일과 작별하고 나와서 그는 지금 훔친 편지를 꺼내 보았다.
추측하는 바와 같이 화요일 날 레시 부인이 윈센트 양의 방에 밀어 넣었다던 편지인 듯싶은 편지이요, 버밍엄의 변호사 베어링 씨에게서 온 것이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윈센트 양!
일전에 당신이 보내주신 증거로써 당신이 이곳의 윈센트 씨의 유일한 유족인 것을 알았습니다. 따라서 동씨의 유산 22만 원을 드리겠사오니 될 수 있는 대로 곧 와 주십시오. 여비로 50원짜리 지폐 두 장(번호는 12501호와 12502호)을 동봉합니다.”
편지를 읽고 난 블레이크는 잠깐 생각하였다.
“편지를 내가 훔쳐온 줄은 스네일도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러는 날이면 윈센트 양의 신변이 위험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는 곳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스네일이 잃어버렸다는 지폐의 번호를 물어 보았다. 생각한대로 편지 내용에 쓰인 것과 꼭 같았다.
다음에 블레이크는 경찰서로 가서 버밍엄에 장거리전화를 걸고 변호사 베어링 씨와 이야기를 하였다.
저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윈센트 양은 유산 22만 원을 받아 가지고 오늘 아침차로 런던으로 돌아갔다. 그 차는 오후 1시에 런던 유스톤 역에 도착할 터이다. 윈센트 양이라는 여자는 뼈가 불거진 30세가량의 부인으로 머리는 붉고 눈은 검고 값 많은 털외투를 입었다.”
즉 정말 윈센트 양과는 같지도 아니한 여자였었다.
블레이크는 전화가 끝난 뒤에 경부에게
“저비스 청년은 언제 옵니까?”
하고 물었다.
“3시에 오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3시에는 내가 여기 오지 못할 듯합니다. 그가 오거든 고소는 취하했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하고 경찰서를 나왔다.
 

오후 3시에 저비스와 윈센트 양이 경찰서에 왔고 잔뜩 결박을 진 스네일을 블레이크가 데리고 왔다.
블레이크는 여러 사람 앞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스네일이라는 사람의 얼굴을 알기는 하나 어떠한 사람인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두 장의 지폐는 버밍엄 시의 변호사 베어링 씨가 윈센트 양에게 보낸 것을 스네일 씨가 그 편지와 한 가지로 훔친 것만은 사실입니다. 스네일은 윈센트 양을 도티의 빈 집에 감금하여두고 그의 하숙에 가서 그 편지를 훔친 것입니다. 그것이 화요일입니다. 그 편지는 윈센트 양의 백부 윈센트 씨의 유산 22만 원을 받아가라는 것이요. 그 속에 여비로 50원짜리 지폐 두 장을 넣어 보낸 것입니다. 어떻게 알았든지 사실 내막을 탐지한 스네일은 욕심이 낫습니다. 월요일 날 아침 스네일은 상점에 출근하는 윈센트 양을 꼬여 도티의 빈집으로 보냈습니다. 속을 모르는 윈센트 양은 시키는 대로 도티의 빈 집에 가니까 기다리고 있던 스네일의 누이가 그를 꼬여 정해두었던 빈집에 감금을 시켰습니다. 윈센트 양은 그 곳에 사흘 동안 감금당해 있었습니다.
그동안에 스네일의 누이는 버밍엄에 가서 베어링 변호사를 만나 자기가 윈센트 양이라고 하고 유산 22만 원을 받아가지고 오늘 오후 1시 차로 유스톤 역에 내렸습니다. 나는 유스톤 역에서 기다리다가 그의 뒤를 따라 도티의 빈 집에서 그를 붙잡았습니다. 윈센트 양이라고 속이고 가져 온 22만 원의 유산도 여기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윈센트 양은 친척도 지기도 없음으로 그가 행방불명이 된 것을 문제 삼을 사람은 저비스 군입니다. 그들은 약혼까지 했으니까요. 그럼으로 스네일은 이 저비스 군을 처치할 양으로 마침 수중에 있든 지폐 ― 윈센트 양의 편지 속에서 꺼낸 건을 저비스 군의 모자 속에 집어넣고는 도적의 누명을 씌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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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걸인(乞人) 

최유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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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걸인 하나가 길 옆에 서 있는 푯말(里程標)에 기대어 앉아 한가롭게 사기 골통대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의 뒤로는 나무사이로 산길이 비스듬히 뻗쳐 있고 길 왼편으로 언덕 위에는 숲 사이에서 흰 지붕이 내어다 보인다.

그 걸인이 문득 몸을 돌이키노라니까 언덕 위에 있는 집들 가운데 제일 높은 집 들창에서 무엇인지 이상한 광선이 번쩍 비치고는 이어 사라진다.

“망원경인 모양인데… 대체 저 사람은 망원경을 가지고 무얼 찾누?”

이렇게 그 걸인은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시계를 꺼내보니 5시 50분이다.

조금 있다가 누가 등 뒤의 산길을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가 푯말 옆으로 지나갈 때에 걸인은 그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회색 옷을 입고 바짝 말랐으나 든든하게 생긴 노인이다.

“이상한 노인이다”고 걸인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시 한참 있노라니까 등 뒤에서 자전거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자전거를 타고 오든 젊은 사람은 걸인 앞에 와서 내린다.

“여보게 심부름 좀 아니 들어 주겠나?”

“힘들시 안할 일이면”하고 걸인은 천연스럽게 대답한다.

“뭘… 힘든 일은 아니야… 저 S까지 갔다 올 거야.”

“S라니 어데요?”

“저―기 산울타리가 있지?”

“예”하고 걸인이 바라보니 아까 그 노인이 가던 곳이다.

“그리해서 곧장 돌아나가면 바로 S야 … 거기 가면 ‘붉은 사자(獅子)’라는 술집이 있는데 그 주인한테 이걸 좀 주어 달라구.”

“소중한 물건인가요?”

“아―니, 영수증을 모아둔 거야… 이걸 그 주인한테 전하면 은전 한 푼 삯으로 줄 테니 받으라고… 그렇지만 가다가 풀어보면 안 돼.”

걸인은 꾸러미를 받아 가지고 걸어갔다.

등 뒤에서 그 청년은 소리를 쳤다.

“이것 봐― 산울타리를 돌아가― 그래서 수풀 새로 10리쯤 가면 되는 거야. 응, ‘붉은 사자’ 알았지?”

“네 알았습니다.”

걸인은 산울타리 옆으로 돌아가 낙엽이 쌓인 좁은 길로 걸어갔다. 청년은 발자국 소리가 그치기까지 귀를 기울이고 서서 있다.

“이렇게 간단하게 해야 하는 게야. 저 녀석이 죽으러 가누만.”

하고 투덜거리면서 시계를 꺼내 본다. 그리고 나서 여송연 한 개를 꺼내어 절반을 잘라 한 도막을 길가 풀밭에 버리고 한 도막을 피어 문다. 여송연이 거진 다 탔을 때 그는 피우던 토막을 길바닥에 버리고 발로 싹싹 부비면서 중얼거린다.

“이게 증거다. ― 또 아까 같은 거지가 지나가다가 집어가지 않아야 할 텐데… 뭘 그럴 리야 없겠지.”

그는 이렇게 일부러 증거를 만들어 놓고 나서 자전거에 뛰어 올라 달리기 시작하였다.

한 5리쯤 가서 열어 제친 대문이 있고 그리 들어서면 짙은 숲이 있다. 좀 더 들어가면 판장 울타리가 있다. 그 청년은 자전거에서 내려 판장 하나에 손을 대니 쉽사리 부서진다. 그는 그 구멍으로 들어가 다시 판장을 봉해 놓았다.

저―편으로 적은 길이 보인다. 문득 그는 몸을 움칫하였다. 나뭇잎 가르는 소리가 들리며 아까 네거리에서 걸인 옆을 지나가든 그 회색양복 입은 노인이 나타났다.

그 청년은 피스톨을 꺼내어 겨누었다.

“탕―”

노인은 네 활개를 벌리고 앞으로 퍽 엎으러졌다. 청년은 총구멍에서 연기가 아직 나오는 피스톨을 넘어진 노인 옆에 내던지고 오던 길로 달아나 버린다.

여기는 ‘붉은 사자’라는 술집.

“여보게 팍―스 자네한테 은전 한 푼 갚아 주네”하고 아까 자전거를 타고 숲속에서 노인을 쏘아 죽인 그 청년이 주인에게 하는 말이다. 주인은 어리둥절한다.

“은전 한 푼? 웬 거야?”

“웬 거지가 내 피스톨을 가져왔지?”

“아―니.”

“허! 그 웬일일가?! 다른 게 아니라 자네 집에 있는 심부름 하는 아이가 손재주가 있다길래 내 피스톨에 새긴 이름을 깎아달라고 웬 거지한테 자네에게로 보냈는데…”

“아―니 거지라곤 보지도 못했어.”

이렇게 걱정삼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마침 문밖에서 동리사람들이 요란하게 떠들면서 술집 앞으로 가까이 온다.

“레이필 영감이 죽었다. 어떤 거지가 죽였다.”

자전거 타고 온 청년과 술집 주인은 문 앞으로 뛰어나왔다.

“엥! 우리 아저씨가 돌아가셨어!?”

청년은 짐짓 놀래는 체하고 부르짖었다.

“시체 옆에 걸인이 쭉 웅크리고 앉은 것을 산지기가 발견했다나, 숲 속에서 말이야… 지금 저기 순사도 와.”

“허― 그가 큰일 났군.” 하고 청년은 군중 속에 섞여 갔다.

“자네는 뭘 그리 걱정하나? 자네 아저씨하고 그리 좋아 지내지도 아니했으면서…”하고 한 사람이 놀려 준다.

저편에서 여러 사람과 같이 순사가 달려온다. 순사는 청년을 보고 인사를 한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하고 청년이 순사더러 물었다.

“모릅니다. 지금 가서 조사를 해 보아야지.”

“산지기는?”

“산막에 있다지요. 시체도 우선 산막에 두어 두었고.”

“거지 놈은?”

“역시 그 집에다 가두어 두었답디다.”

여러 해 동안 아까 죽은 그 노인과 자전거 탄 청년의 숙질간에는 사이가 좋지 못하였다. 노인은 사냥을 좋아하고 술을 먹기는 하나 그 기상은 어디까지든지 신사적이었었다. 그러나 조카 길버트(자전거 탄 청년)는 아주 고약한 악당이었다.

얼마 전에 아저씨와 싸우고 그 집에서 쫓기어 났다가 추근추근하게 다시 들어왔었다. 그는 최근 아저씨가 마누라를 얻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하는 날이면 자기에게 돌아올 재산이 훅 날아가 버린다.

여러 가지 생각 끝에 한 계책을 세웠다.

그날 아저씨가 S까지 가는 기미를 알고 길버트는 언덕 위에 있는 집에서 망원경으로 자기의 도구로 쓸 걸인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즉 걸인에게 피스톨을 주어 보내는 체 하고 실상은 자기가 죽여 놓은 뒤에 그 죄를 걸인에게 둘러씌운 것이다.

산막집에 당도하였다.

순사가 밖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고 커다란 산지기가 문을 열었다.

“나리 오셨습니까… 기다렸습니다.”

“들어가도 좋은가.”

“네 들어오십시오.”

순사를 따라 길버트가 들어가려고 하니까 산지기가 가로 막는다.

“안됩니다. 경찰서에서 오신 이가 조사를 하기 전에는 아무도 아니 들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의 외조카야!”

“네 그런 줄 알지만 아무도 들이지 못합니다.”

“흥 잘한다. 두고 보자 이제는 내가 이 산의 주인이야”

산지기는 들은 체도 아니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한 10분 기다리노라니까 산지기가 문을 열어준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들어오십시오.”

방 한가운데는 둥근 탁자가 있고 그 위에는 피스톨과 아까 그가 걸인에게 준 꾸러미가 놓여 있다. 그 옆에 순사가 앉아 있다. 길버트는 불안스럽게 좌우를 둘러보았다.

“아저씨는 어디 모셨습니까?”

산지기가 말없이 손가락으로 문을 닫은 옆방을 가리켰다. 순사가 조용히

“이걸 아시겠습니까?”하고 피스톨을 가리킨다.

“네. 내 피스톨입니다. ‘붉은 사자’의 주인에게 보내라고 거지를 주었습니다.”

순사의 얼굴은 무섭게 변한다.

“이 꾸러미는?”

“이건 아저씨 것입니다. 속에 금시계가 들었어요. 오늘 소포로 부치려고 한 것입니다. …엉!?”

깜짝 놀라 길버트는 뒤로 물러섰다.

옆방 문이 갑자기 열리며 죽은 줄 알았던 아저씨가 나오는 것이다. 옆에는 그 거지가 서서 있고―.

길버트는 잠시 멍―하고 섰다가 갑자기 달아나려고 하는 것을 산지기가 꽉 껴안았다.

노인의 눈에서 노여운 불길이 쏟아 나오며 야단을 쳤다.

“이놈의 자식 네가 나를 죽이려고 들어! 그리고 다른 사람까지… 이 배은망덕한 도적놈의 자식!”

“그렇지만 아저씨…”

“잔말 말아 이놈의 자식! 괜히 살인미수 죄로 붙잡아 가게 할 테야… 그렇지만 천도가 무심치 않아서 살아났다. 네가 이놈 네거리에서 만난 그 거지가 정말 거지였다면 지금쯤 나는 수풀 속에 죽어 넘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천행으로 죽질 아니 했어… 네가 네거리서 맛난 그 걸인은 이 세상에서 제일 머리가 밝고 민첩한 양반이야… 그이는 곧 네 간계를 간파하고 네 계책을 뒤틀어 놓은 거야… 왜? 알고 싶어? 못된 놈의 자식 같으니라고! 그이가 숲 속으로 나를 쫓아와서 그래서 이야기를 하고 나서 그이가 내 옷을 입고 나처럼 변장을 하고 너한테 피스톨을 맞았어. 그이는 여러 번 피스톨 과녁이 되었지만 이 자식아 너같이 겨냥할 줄 모르는 자식은 처음이라더라.”

노인은 끝에 가서 이렇게 조롱까지 하였다. 그 걸인은 노인의 말을 받아 입을 열었다.

“뭘요. 그런 어두컴컴한 숲 속에서는 피스톨은 잘 맞지 않는 법이니까요.”하였다.

그 말이랄지 어성이 아까 네거리에서 만났던 그런 야비한 것은 전연 없고 어데서 나왔는지 아주 점잖았다. 그리하여 길버트는 한 번 더 놀랐다. 걸인은 말을 계속하였다.

“그러고 당신 조카는 보니까 아무래도 수상해요. 눈가에 망원경 대었던 자국이 남았지요. 구두에 먼지도 아니 묻고 자전거 바퀴에도 먼지가 앉지 않았는데 아주 멀리서 온 것처럼 하거든요. 그러고 큰길로 가면 S까지 아주 가까운데 일부러 멀고 좁은 길로 나를 가라는 것이 수상해요. 그러고 피스톨도 원체 잘 쏠장 싶지도 아니했고…”

“이놈아 너는 명색이 무어야? 망할 자식 같으니… 누구야 너는?”하고 길버트가 욕을 하였다.

“나요? 나는 섹스턴 블레이크라는 사람입니다”하고 유명한 명탐정은 고요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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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리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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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rtemix 2010.10.08 01: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묘하게 읽히는 맛이 있네요.
    분명 옮김이라는 걸 봤는데도, 읽으면서 그냥 1920-30년대 조선이 배경이겠거니 하다가 뒤에 외국 이름들이 나와서 그제야 '참, 해외 단편이지' 했는데..
    근대기 문장과 추리소설이 묘하게 뒤얽혀서 흥미진진하게 읽히는데요.
    작가가 누군가 해서 잡지 이미지를 봤는데, 섹스턴 블레이크는 시리즈의 이름인거고, 이 시리즈의 저자는 명확하지 않은 건가요? 궁금하네요. ^^

  2. 추리닝4 2010.10.08 15: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앞에서도 소개했지만 섹스턴 블레이크라는 한 사람의 주인공을 가지고 무진장 많은 작가들(2백명 이상)이 무진장 많은 작품(4천편 이상)을 썼습니다. 좀 무책임한 답입니다만, 작품 게재 당시 원제목은 소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의 어떤 작품을 번역했는지 알아내질 못했네요. 원문 대조할 만한 곳도 없어서 아직까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