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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탐정들

명탐정 열전 (19) 마이크 해머 마이크 해머(Mike Hammer) “나는 오늘밤 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을 죽였다. 난 그놈들을 쏠 때마다 즐거웠고,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그놈들은 빨갱이들이다... 그 더러운 빨갱이 놈들은 오래 전에 죽었어야 했다.” ( 중에서) 이런 말을 태연스럽게 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살인청부업자도 아니고 사이코 살인마도 아니다. 미키 스필레인의 장편소설 (1947)에서 첫선을 보인 터프가이 사립탐정 마이크 해머가 한 말이다. 그는 반공(反共)과 폭력, 그리고 섹스가 막 팔리던 시절인 1950년대의 전형적인 주인공으로, 사실 그에 대해서는 ‘터프가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부드럽게 느껴질 지경이다. 45구경 군용 콜트 권총을 애용하는 그에게는 자신만의 규칙이 있다. 악당에 대해서.. 더보기
명탐정 열전 (18) 피터 윔지 경 피터 윔지 경(Lord Peter Wimsey) 미스터리 작품에 등장한 주인공들 중 직업 경찰이나 사립탐정이 아닌 아마추어 탐정들의 직업은 무척 다양하다. 그런데 외국, 특히 영국 작품 속에서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볼 때 ‘직업’이라는 표현이 좀 어색한 인물들이 가끔 등장하는데, ‘귀족’이라는 신분을 지닌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피터 데스 브리든 윔지’라는 거창한 본명을 지녔지만 피터경(卿)이라는 호칭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1890년 15대 덴버 공작의 둘째아들로 태어났다. 이튼학교를 거쳐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하고 육군에 입대해 1차대전에 참전, 정보장교로 활동했다. 전쟁이 끝난 후 그는 런던 피카딜리 110A플랫의 집에서 부관이었던 번터를 집사로 삼아 유유자적한 나날을 보낸다. 6피트(약 180㎝)의 .. 더보기
명탐정 열전 (17) 에르퀼 푸아로 에르퀼 푸아로(Hercule Poirot) 19세기에 추리소설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이후 전 세계의 작품에 등장한 탐정들의 숫자는 좀 과장을 보태 한강 백사장의 모래만큼이나 많지만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인물로 범위를 좁히면 대략 백 단위로 줄어들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명성과 인기를 동시에 얻은 주인공을 꼽으라면 아마도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다. 마치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것보다 한국에서 인기 얻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궤변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 소개되려면 우선 번역되어야 한다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에르퀼 푸아로라는 인물은 무척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1920년 ‘스타일즈 저택의 괴사건’에서 선보인 포와로는 무척 독특한 외모(160㎝를 간신히 넘는 작은 .. 더보기
명탐정 열전 (16) 87분서의 형사들 87분서의 형사들(Detectives of 87th Precinct) 성공적인 미스터리 시리즈라고 하면 대부분 멋진(그렇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지만) 한 명의 주인공으로 상징되기 마련이다. 추리소설의 시조인 포우의 작품에 등장하는 뒤팽을 필두로 셜록 홈즈, 아르센 뤼팽, 엘러리 퀸, 미스 마플, 샘 스페이드 등의 주인공들은 다양한 개성과 독특한 매력을 지녀 미스터리 독자들에게 친근한 존재였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 첫 선을 보인 시리즈에는 작품을 대표하는 주인공이 따로 없다. 경찰소설이라는 장르를 확립한 것으로 평가되는 시리즈는 경찰의 수사활동이 중심 내용이 된다. 즉 한 명의 형사가 어떤 사건을 담당하더라도 혼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 형사를 비롯, 경찰 기구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 더보기
명탐정 열전 ⑮ 엘러리 퀸 엘러리 퀸(Ellery Queen) 미스터리 작가의 이름과 주인공(그 역시 미스터리 작가이다)의 이름이 같으며, 그 이름 또한 가명이라면 독자들은 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지만, 만약 작품성이 뛰어나다면 그 반대로 강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장편 미스터리 소설의 황금기인 1930년대에 등장한 아마추어 탐정 엘러리 퀸은 이름만큼이나 참신한 능력을 과시하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탐정으로 자리잡았다. 뉴욕 시 경찰 간부인 리처드 퀸의 아들인 엘러리 퀸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직후 할키스 살인사건()을 수사중인 아버지를 돕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다. 그 과정에서 한 차례 실수를 범하기도 하지만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데 성공하고 경찰도 그의 능력을 인정하게 된다. 이후 추리소설가가 된 퀸은 뉴욕 웨스트 87번가의 아파.. 더보기
명탐정 열전 ⑭ 파일로 밴스 파일로 밴스 (Philo Vance) 미스터리 작품에 등장한 주인공들을 대상으로 가장 박식한 탐정, 가장 현학적인 탐정, 가장 고상한 취미를 가진 탐정, 가장 게으른 탐정을 꼽는다고 하면 독자들마다 각각 다른 답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각각의 부문에서 평점을 매긴 후 종합점수를 낸다고 하면 아마도 미국의 아마추어 탐정 파일로 밴스가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미리 밝혀두자면 ‘파일로 밴스’는 본명이 아니다. 사건의 기술자인 S.S.반 다인에 의하면 ‘그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이름을 밝힐 수 없어 임의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추리소설 사상 가장 다재다능한 인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파일로 밴스는 처음 등장했을 때 34세의 젊은 사나이로, 여러 명문학교(이튼․하버드․케임브리지․옥스퍼드 등)를.. 더보기
명탐정 열전 ⑬ 존 손다이크 박사 존 손다이크 박사 (Dr. John Thorndyke) 오귀스트 뒤팽이나 셜록 홈즈 같은 인물들은 대단한 추리력을 갖춘 명탐정들이지만, 현대의 기준으로 본다면 흔히 말하는 ‘심증(心證)’만으로 범인을 잡아낸다는 단점이 있다. 요즘은 물증, 즉 물적 증거(物的證據)가 없으면 아무리 유력한 혐의자에게라도 유죄 판정을 내리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수상한 물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물적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정확한 감식을 거쳐야만 증거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추리소설 사상 최초의 전문 법의학자(法醫學者)라고 할 수 있는 손다이크 박사는 과학수사의 새 길을 개척한 인물이다. 물론 과거의 수사방식을 꼭 비과학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더보기
명탐정 열전 ⑫ 루 아처 루 아처(Lew Archer)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계보를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언급되는 세 명의 탐정이 있다. 등장하는 순서대로 따져보면 앞의 두 명은 예전에 소개한 바 있는 샘 스페이드(작가-대쉴 해밋)와 필립 말로(작가-레이먼드 챈들러),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루 아처가 바로 세 번째 인물이다. 아처의 모습을 단순히 표현하자면 ‘대단히 평범하고 단순하지만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울한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사립탐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아처의 신상명세는 다음과 같다. 본명은 루이스 A. 아처. 1913년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태어났으며, 경찰학교를 졸업한 뒤 경찰관으로 약 2년간 근무했지만 타성과 부패를 참지 못해 사표를 던지고 사립탐정사무소를 개업했다.. 더보기
명탐정 열전 ⑪ 모스 경감 모스 경감(Inspector Morse) 현대 영국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점수를 매기거나 기록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가 '1등'이라고 결정하긴 어렵지만, 아마도 모스 경감을 가장 상위권에 놓아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영국의 작품이 좀처럼 소개되지 않은 편이라 그의 이름은 생소한 편이겠지만, 90년 영국 추리작가협회의 '가장 좋아하는 탐정' 투표에서 전설적인 영웅 셜록 홈즈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기록 하나만으로도 대충 인기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흰색의 머리숱이 적어지는 것에 무척 신경 쓰는 중년의 독신 사나이인 그의 직함은 영국 옥스퍼드주 템즈 밸리 경찰서의 주임경감이다. 그의 이름은 1975년 ‘우드스톡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에 처음 등장한 이래 한동안 ‘.. 더보기
명탐정 열전 ⑩ 매그레 경감 매그레 경감 (Chief Inspector Maigret) 영어 문화권의 미스터리 문학사에 있어서 1930년대는 장편소설의 황금기라고도 불렸으며 수많은 천재적 탐정들이 활개를 치던 시대였다. 당시 등장한 주인공들은 터무니없이 머리가 좋은 것만으로는 눈길을 끌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보통 사람들과는 뭔가 다른 면을 보여주려고 애썼기 때문에 대부분 기인(奇人)이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비슷한 시기, 영어권과는 좀 다른 스타일이지만 나름대로 미스터리가 인기 있던 프랑스에서 독특한 주인공이 등장했다. 1931년 의 주역으로 등장한 파리 경찰국 소속의 형사 매그레가 바로 그 인물인데, 그의 독특함은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천재 탐정들과는 달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함에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