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칠한 세균(細菌)
Les microbes sanglants
카미
근춘(槿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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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층계의 사람 그림자(人影)
(무대는 큰 호텔 앞 층계)
루폭 홀메스 ― 일주일 이래로 날마다 괴이한 범죄사건이 이 장자(長者)호텔에서 일어나 유숙하는 손님들은 매일 저녁이면 무서운 부르짖는 소리에 꿈을 깬다. 그리고 어제 저녁 이 호텔에서 자는 외국 부호의 누가 방 안에서 단도에 찔려 죽고 가진 것을 도둑맞았다고 함으로 나는 장자 호텔의 지배인의 부탁을 받아 이 보이지 않는 살인범을 체포하려고 호텔 문앞 층계에 어두침침한 곳에 심복 부하 너를 데리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심복부하 ― 서장과 부하 형사들이 호텔 문간에서 파수를 보고 있으니까 누구든지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무서운 부르짖는 소리가 들린다) 아! 선생님! 들으셨습니까?
루폭 홀메스 ― 조용하여라. 움직이지 말아라. 꼭 틀어박혀 있거라.
심복부하 ― 저것 봐! 깜짝하는 동안에 전등이 꺼져버렸어요! 선생님! 선생님! 들어보세요! 누가 달음박질로 층계를 내려옵니다. 우리들 앞으로 이상한 그림자가 지나갔습니다!
루폭 홀메스 ― 자 쏴라! 그것을! (심복부하는 이상한 그림자를 향하여 권총을 쏘았다)
심복부하 ― 고민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꼭 탄환이 명중한 것이에요!
루폭 홀메스 ― 어떤가 조사하여 보지. (그는 회중전등을 켜 가지고 층계를 비춰 본다) 정말 흉한 한 사람이 부상하였다. 보아라, 층계 위에 피가 묻어 있지. 이 피 흐른 뒤를 따라가면 괴이한 흉한이 잠복하여 있는 곳이 닥칠 터이지. (두 사람은 피 떨어진 자국을 따라간다) 이것 봐 이것 봐 이것 이상하구나! 핏자국은 이 층에 있는 늙은 세균학자가 있는 문 앞에 와서 뚝 끊어졌다. 그런데 늙은 세균학자의 방문은 부서지지 아니하였다. 흉한들이 설마 열쇠구멍으로 들어갈 수는 없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 떨어진 자국은 이 문 앞에 그쳤다. 이에 대하여는 무슨 곡절이 있겠지. 문을 두드려 보자! (그는 문을 두드렸다)
늙은 세균학자의 소리 ― (방 안에서) 이맘때 와서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대체 누구야?
루폭 홀메스 ― 세균학자 아저씨 악한들이 당신 계신 방으로 들어온 것이 분명합니다. 열어주시오!
늙은 세균학자 ― (문을 열고서) 무엇이라고요? 나와 같이 늙어빠진 세균학자 방에 악한이?
서장 - (달음질하여 와서) 나는 검증하려고 왔습니다. 외국인 부호가 이 호텔에서 단도에 찔려 죽고 가졌던 것을 도둑맞았습니다. 피해자는 숨이 끊어지기 전에 “괴물이 왔습니다! 낙지가! 낙지가! 아― 무서워” 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죽었다 합니다.
루폭 홀메스 ― 늙은 세균학자 방안에 들어가 봅시다. 나는 하여튼 까닭을 차차 알아냅니다. 안으로 들어가 봅시다.
제2막 유리상자
(무대는 세균학자의 방)
늙은 세균학자 ― 이곳이 내가 거처하는 곳입니다. 여러분 들어오셔서 찾아보시오. 나는 무서워서 몸이 떨립니다.
루폭 홀메스 ― 이 큰 방안에 놓인 유리상자는 무엇입니까?
서장 ― 마치 수족관에 있는 큰 양어상자와 같습니다그려.
늙은 세균학자 ― 그렇구말구요. 이것은 실상 일종의 양어상자이지요. 그러나 가운데에는 물은 들어있지 아니하지요. 이 큰 유리상자 속에는 세균이 들어있지요. 나는 세균 연구하기를 좋아해요. 보시지요. 이 세균은 육안이라도 보이지요. 주위의 유리벽이 확대경이 되어 있는 고로 저것 보시오. 꼭 개미 만하게 보이지요. 이 유리상자 안에 여섯 마리 배양합니다. 이것이 ‘신형구상균(新型球狀菌)’이고 이 아름다운 것이 ‘금색포도상균(金色葡萄狀菌)’이고 이쪽 것이 ‘콜레라 균’이고 저것이…
루폭 홀메스 ― (말 가운데를 잘라) …그러나 겨우 여섯 마리를 넣는 데에 무엇 하러 이와 같이 큰 양어상자가 듭니까? 이 상자로 말하면 거진 천장에 닿을 만하지 않습니까?
늙은 세균학자 ― (황당하여) 그것은… 그…
루폭 홀메스 ― (낮은 소리로 서장을 향하여) 십 분 이내에 괴이한 살인범은 일망타진하겠습니다. 당신께서는 부하 형사하고 여기 남아 계시오. 저 세균학자를 잘 주의해서 그리고 저 유리상자에도 눈을 떼서는 안 됩니다. 나는 곧 돌아오겠습니다. (그는 부하와 같이 나간다)
제3막 세균에게 공황(恐慌)이 온다
(무대는 앞과 같음)
루폭 홀메스 ― (돌아와서) 너무 기다리셨습니다.
서장 ― 당신 뒤에 따라오는 저 바지만 입은 남자는 누구요? 저 남자의 몸에는 푸른 반점이 그려 있소. 아! 가슴에 ‘콜레라 보균자(保菌者)’라 쓴 패를 달고 있소.
루폭 홀메스 ― (낮은 소리로 서장과 형사를 향하여) 안심하시오. 이것은 나의 심복부하요. 내가 콜레라 환자로 변장시켰어요.
서장 ― 왜 그런 무서운 변장을?
루폭 홀메스 ― 지금 곧 알지요. (그는 유리상자에 사다리를 놓았다) 그러나 먼저 이 늙은 세균학자를 체포하여 주시오. (형사들은 늙은 세균학자를 체포한다) 그리고 너는 내가 하라는 대로 하여라. (심복부하는 사다리로 물이 없는 큰 유리로 만든 양어상자의 꼭대기까지 올라가 세균을 기르는 내부에 뛰어들었다)
서장 ― 이것 어찌된 일인가? 여섯 마리의 세균이 다 죽게 되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치 콜레라 환자로 변장한 당신의 부하가 들어오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 같이 네 귀퉁이로 도망하오! 그런데 묘하오. 이 양어상자에 들어간즉 당신의 부하도 세균과 같이 조그맣게 보이는구료!
루폭 홀메스 - 나의 추상(推想)이 틀리지 아니하였어요! (늙은 세균학자를 향하여) 어떠냐 스펙도라스? (세균학자는 갑자기 가발을 벗고 수염을 떼었다)
스펙도라스 ― 그렇다 내가! 너의 추측이 맞았다, 루폭 홀메스 군. 세균의 분장을 하고 저 유리상자 속에 있는 것은 나의 동료이다. 이 양어상자는 확대경(擴大鏡)이 아니고 확소경(擴小鏡)이다. 나의 동료를 범죄케 한 후에는 이 속에 넣어 정말 세균같이 보인 것이다.
서장 ― 피해자가 “괴물이 왔습니다! 낙지가! 낙지가!” 한 말의 의미로 그것을 깨달았다. 스펙도라스의 수하가 만든 촉수(觸手)가 달린 세균의 옷을 입고 마치 정말 괴물과 같이 낙지의 모양을 하고 왔었던 게다.
루폭 홀메스 ― 그렇습니다. 그만 이 유리상자 속에 있는 악한들을 잡아내면 그만입니다. 보시오. 나의 계획이 꼭 들어맞았어요. 변장한 세균들은 상자 속에 콜레라 환자가 들어온 줄 알고 무서워하는 것이에요.
― 막 ― 작가 카미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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